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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비시장 트렌드

4억 네티즌, 4000만 고임금자, 새시장을 잡자

권성용 | 58호 (2010년 6월 Issue 1)

진화하는 중국의 소비시장
①원바오(溫飽)에서 샤오캉(小康)으로
중국은 2009년 무난히 ‘바오빠(保八: 8%의 경제성장률 유지)’ 목표를 달성하며 8.7%까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렸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와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G2의 지위를 확보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또 중국의 소비 시장은 2010년은 14조 위안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내수 시장은 과거 ‘생존에 필요한 기초적인 의식주 해결 상태’인 ‘원바오(溫飽)’형에서 이제 내수 주도형 성장을 통해 ‘풍요롭고 안락한 삶을 추구’하는 ‘샤오캉(小康)’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금융위기의 영향 속에서 중국 정부는 중국 경제의 기반인 내수시장을 활성화하고자 다양한 내수진작 정책을 추진했다. ‘지아덴샤샹(家電下鄕)’ 정책은 농촌지역 주민이 가전제품 구입 시 13%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컬러TV,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PC, 휴대폰 등 다양한 제품 군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보조금 지급 프로세스, 제품 유통과 서비스 문제, 대상 제품의 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어 신제품보다는 구형제품이 보급되는 문제점을 점차 보완하며 8억 명에 달하는 농촌 주민의 소비를 이끌어내고 있다. 기업에도 농촌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이외에도 자동차, 오토바이, 농기계 구입가격의 13%, 최대 5000위안까지 보조금을 지급하는 ‘치처샤샹(汽車下鄕)’, 가전 및 자동차 제품에 대해 사용 연수와 환경기준 조건을 충족한 제품에 대해서는 교체 보조금 10%를 지원해 주는 ‘이지우환신(以舊換新)’ 정책 등을 추진해 2009년 총 400억 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중국 내수진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②2, 3급 시장의 성장
지금까지 중국 내수시장을 견인한 지역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를 중심으로 한 연해 1급 도시였다.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 선언 이후, 최대 수혜지역이었던 연해 1급 도시는 외국 투자와 정부 주도의 인프라 건설, 주민소득 증가에 따른 글로벌 소비시장으로 성장했고, 기업 입장에서는 경쟁 심화, 수익률 하락의 레드오션(Red Ocean)으로 전락했다. 연해 대도시를 대체할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2, 3급 도시는 시장규모와 잠재력, 전통부유층과 신흥부유층을 골고루 갖춘 대표적인 신흥시장의 특성을 갖고 있다.
 
2, 3급 도시의 매력은 대도시 못지 않은 왕성한 소비욕구에 있다. 우시(无錫), 동관(東莞) 등 대표적 2급 도시는 안정적인 사회발전을 거치며 교육, 문화, 의료, 쇼핑 등 독립적인 도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최근 도로망, 고속철도 확충과 함께 1가구 1차량 추세가 확산되면서 주변 대도시와 시장, 고객을 공유하는 동일 생활권으로 성장하고 있다. 심지어 주변 대도시에서 평일 출퇴근을 하다가 주말에 2급 도시에서 가족과 생활하는 직장인도 늘고 있다.
 
우한(武漢), 선양(沈陽) 등 주로 중서부 또는 동북부 지역에 위치한 3급 도시는 아직 2급 도시에 비해 규모나 소득수준, 인프라가 미흡하지만, 정부의 균형발전정책에 따라 지하철, 쇼핑센터 등이 들어서면서 빠르게 신소비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직전 베이징과 톈진을 연결하는 징진(京津)선이 시속 350km로 구간을 27분 만에 주파하며 고속철(China Railways High-speed) 시대를 개막했다. 중국정부는 ‘쓰쫑쓰헝(四四橫)’이라는 이름으로 2020년까지 남북 4개 노선, 동서 4개 노선을 연결, 24시간 소요되던 베이징-홍콩간 노선을 10시간, 20시간 소요되던 상하이-홍콩 노선을 8시간으로, 광저우(廣州)-우한은 3시간, 베이징-상하이는 4시간으로 단축하는 공사를 추진 중이다. 또 베이징을 중심으로 전국 주요 성도까지 8시간 내 일일 생활권으로 묶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중국의 고속철도는 중국 경제와 소비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고속철이 지나는 주요 거점도시들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그에 따른 판매거점 및 유통채널 전략도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지방색을 유지하며 성장해온 지방 소비시장은 인근 또는 원근 대도시권과 동일한 소비특색을 지니며 초광역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1964년 일본의 신칸센(新幹線) 건설 이후 1970년 초까지 주변지역의 인당 소득이 6배 증가한 사실이나, 2000년 개통된 베이징-톈진 고속철의 영향으로 2009년 중반까지 톈진의 주택가격이 80% 이상 급등한 점만 보더라도 고속철도가 소비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고속철은 지금까지 중국의 경제발전을 주도해온 주장(珠江)삼각주, 창장(長江)삼각주, 환보하이(環渤海) 지역 등 기존 3대 경제권 외에도 시안(西安)과 정저우(鄭州)를 연결하는 황허권(黃河圈)경제구와 우한(武漢), 창사(長沙), 난창(南昌)으로 형성될 후판권(湖畔圈)경제구 등 중국을 삼분하는 창장(長江)과 황허(黃河) 지역을 중심으로 거대 소비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③신세대 소비계층: 빠링허우(80后)와 주링허우(90后)
중국의 신세대 소비계층을 대표하고 있는 ‘빠링허우(80后: 1980년대 출생자)’가 소비시장의 주력계층으로 부상하면서 기업은 이들의 소비특성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샤오황띠(小皇帝)’로 불리는 빠링허우는 문화혁명과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의 ‘과거와 단절된 세대’로 지칭되며, 사상과 혁명 교육보다 시장경제와 글로벌 문화에 익숙한 정보화 세대이다. 비교적 풍족한 생활환경에서 코카콜라와 일본만화를 가까이 하며 성장했고, 인터넷을 통한 글로벌 정보에 익숙하다. 공동체 의식에 앞서 능력을 바탕으로 한 자아실현을 중시하는 빠링허우는 중국의 소비시장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전체 2억40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이들은 부모와 조부모에게 집과 일정 수준의 재산을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다른 세대보다 도시 거주 비율이 높고, 4000만 명 이상이 비교적 고액 월급인 5000 위안 이상의 월 수입을 가지고 있다. 자아실현과 차별화를 위해서라면 ‘EXR’이나 ‘DIESEL’과 같은 프리미엄 청바지에 한 달 월급을 투자하는가 하면, 아이폰과 아이패드 구입을 위해 밤새 줄을 서기도 하고, 인생 최대의 목표를 이탈리아산 고급 스포츠카 보유에 두기도 한다. 이성적이기보다 다소 감성적으로 보이는 빠링허우도 때로는 기성세대 못잖은 애국심을 보이기도 한다. 2008년 사천성(西川省) 대지진 때에는 외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기부에 인색한 ‘구두쇠 기업’ 리스트를 작성, 전국에 걸친 불매운동을 선동하는가 하면, 베이징올림픽 성화봉송 당시에는 각국의 유학생이 다소 거친 언행으로 ‘성화 지키기’ 운동을 벌이는 등 단체 행동에 익숙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150만 명의 베이징올림픽 자원봉사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전세계에 놀라운 응집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일본의 단카이(團塊:1947∼1949년 출생)세대와 미국의 밀레니얼(Millennial: 1977년 이후 출생)세대가 각 국의 소비시장에 미친 영향과 직접 비교될 수 있는 중국의 빠링허우는 자아실현을 인생의 최대 목표로 두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학원, IT기기 투자에 관대한 한편, 서구적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하며 프리미엄 제품 구입에 주저함이 없는 세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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