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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사슬, 구체적 고객집단을 만족시켜라

김수욱,김성수,이태영 | 46호 (2009년 12월 Issue 1)
자사의 가치사슬(value chain)이 뭐냐고 물었을 때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는 기업인이 많지 않다. 가치사슬의 의미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사람들 자체가 매우 적은 게 현실이다. 이 글은 가치사슬에 대한 올바른 개념과 여기에 고객이 추구하는 가치를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쓰여졌다.
 
가치사슬이란 무엇인가? 사람마다 가치사슬에 대한 개념이 다르지만 우리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가치사슬이란 고객에게 가치를 주는 기업의 활동(perfor-mance)과, 이 활동을 가능케 하는 생산 과정(process)이 밀접하게 연결돼 고객의 욕구(needs)를 충족시키는 전체 과정이다. 이때 기업의 활동과 생산 과정의 차이점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고객은 기업의 활동을 통해 만족을 얻는다. 때문에 고객이 중요시하는 가치를 생산 과정에 반영할 때만 기업의 활동이 가치를 지닌다. 즉, 고객의 욕구를 포착하고, 이를 생산 과정에 반영했을 때만 가치사슬이 작동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고객이 추구하는 가치를 기업의 생산 과정에 잘 반영할 수 있을까. 기업은 가치 창출을 위해 고객과의 접점(interface)에서 고객이 추구하는 가치를 포착한다. 그 가치를 과정에 반영하기 위해 기업은 여러 방향으로 생산 과정을 변형한다. 이 생산 과정의 변형 방법이 대량맞춤화(Mass Customization), 전략적 공급사슬 관계(Strategic Supplier Relationship), 실시간 주문처리(Res-ponsive Order Fulfillment), 고객과의 관계증진(Customer Relationship) 등이다.

 
1. 대량맞춤화
대량맞춤화는 고객의 욕구를 반영하여 대량 생산을 이뤄내는 체계를 말한다. 휴렛팩커드(HP)는 표준화 부품들을 통한 모듈 생산(module production) 체제를 택하고 있다. HP는 복사기나 프린터를 생산할 때 다양한 고객 가치를 반영하는 단계, 즉 제품이 차별화되는 단계 이전까지는 모듈 생산으로 재공품 재고(WIP·Work-In-Process)를 쌓아뒀다가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고객이 원하는 차별화된 제품을 생산한다. 이탈리아 의류회사인 베네통도 비슷하다. 베네통은 색깔이 없는 실로 우선 제품을 만들어놓고 이후 고객 수요에 맞춰 제품 자체를 한꺼번에 염색해 고객의 욕구에 신속하게 부응했다.
 
미국 의류회사 스포츠 오버마이어(S- port Obermeyer)는 고객 의견을 가장 잘 아는 대리점 인사들을 초청해 매년 고객의 수요를 통계적으로 예측한다. 고객들이 선호하는 제품, 당장 필요한 제품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회의 결과를 통해 스포츠 오버마이어는 기존 제품 설계 및 생산 시점을 한발 늦추거나 앞당긴다. 즉, 확실한 판매가 보장되는 제품들은 미리 생산하고, 수요가 불확실한 제품은 생산을 지연시킨다. 고객 의견을 수렴해 가치사슬을 창조한 대표적인 사례다.
 
2. 전략적 공급사슬 관계
전략적 공급사슬 관계는 공급자와 기업이 상호 협력적인 관계에서 정보를 공유해 고객의 욕구를 맞추는 것이다. 미국의 DVD·책 대여점들과 이들의 공급자들 간의 관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익분배 모델(revenue sharing)이 대표적 예다. 이익분배 모델은 DVD·책 대여점이 공급자로부터 싼 가격에 물건을 사들이는 대신 DVD나 책의 대여로 발생하는 수익을 공급자와 나눠 갖는 방식이다.
 
이때 기업은 혼자 대여점을 운영했을 때보다 더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다. 고객 역시 보고 싶은 영화나 책을 못 빌릴 가능성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즉 공급자(su-pplier)와 판매자(retailer)가 전략적 유대 관계를 맺고 고객의 수요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 이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둘 다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동시에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까지 제공할 수 있는 셈이니 1석3조다.

 
3. 실시간 주문처리
실시간 주문처리는 고객이 물건을 구매하는 순간(POS·Point-Of-Sale), 고객이 선호하는 제품과 반복 구매의 정도를 판단하는 시스템을 통해 구현하는 방식이다. 고객이 어떤 물품을 구매했을 때 그 즉시 고객이 한 달간 어떤 제품을 반복적으로 구매했는지, 얼마나 많이 매장을 방문하는지에 관한 데이터가 뜬다. 이에 따라 개별 고객에 맞는 판촉 전략을 펴는 방식이다. 이미 많은 대형 할인 매장들이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무선인식(RFID) 태그의 상용화 확대로 실시간 주문처리는 더욱 광범위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판매자 관점에서 본 POS는 재고를 관리하고 처리할 때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 공급자는 이와 좀 다르다. 공급자는 고객 주문을 처리하기 전에 자사의 제품이 혁신 상품(innovative product)인지 기능 상품(functional product)인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혁신 상품은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상품이 아니다. 수요 변동과 시장 변화가 심하고 제품의 수명 주기도 짧아 제품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이런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앞서 언급한 스포츠 오버마이어처럼 고객의 수요 예측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반면 기능 상품은 혁신 상품보다 수요 변동이 심하지 않고 수명 주기도 길다. 이런 제품은 고객의 수요가 계속 존재하기 때문에 고객이 그 물건을 필요로 할 때 바로 제공해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공급자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어떻게 변동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일일 단위로 파악해야 한다. 미국 식품업체 캠벨 수프는 거래처로부터 자사 상품의 결핍 정도를 매일매일 전자 시스템으로 통보받는다. 이에 캠벨 수프는 즉각 부족량을 공급, 고객이 캠벨 수프를 사려할 때 항상 품절 없이 살 수 있는 기쁨을 준다.
 
4. 고객과의 관계증진
고객과의 관계증진이 중요한 이유는 고객에 관한 가장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가 고객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최근 고객과의 관계증진에서 중요하게 생각되는 개념이 바로 수요 매출 관리(DRM·Demand and Revenue Management)다. 수요 매출 관리는 고객 정보를 분석해 가장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는 핵심 고객을 집중 관리하는 기법이다. 고객 관계관리(CRM)와 비슷하나 훨씬 심층적이다.
 
수요 매출 관리의 성공 사례는 미국의 카지노 및 호텔 체인 하라스 엔터테인먼트다. 하라스는 세계 각국에서 53개의 카지노와 시저스팰리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하라스를 방문하는 고객은 들어올 때 받은 카드로 게임, 쇼핑, 식사 등을 모두 해결하고 체크아웃할 때 그간의 비용을 한꺼번에 계산한다. 하라스는 결제 내역을 바탕으로 해당 고객이 선호하는 게임, 식당, 쇼핑몰 등을 분석하여 각 고객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에 맞춘 판촉을 한다. 또한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고객의 지불 내역을 바탕으로 그 사람의 관심 분야를 업데이트해 꾸준히 제공한다. 수요 매출 관리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면서 매출도 늘린 대표적 사례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요약해보자. 가치사슬 경영을 얘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를 고객이 원하는 걸 무조건 퍼다 주는 방식으로 착각한다. 고객이 원하는 사항을 모두 최상의 품질과 서비스로 제공한다면 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은 아무도 없다. 가치사슬의 핵심은 ‘고객이 추구하는 가치를 충족시켜주면서 이익을 내는 방법’이다. 때문에 생산 과정을 고객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화시켜, 최대한의 효율을 달성하면서 동시에 고객 욕구도 만족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 한 명 한 명의 욕구를 고민하지 말고, 고객을 세분화해 세분 집단별 고객 관리에 충실해야 한다. 이때 기업이 생각하는 고객 집단의 이미지를 자의적으로 설정하지 말고, 실제 고객으로부터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세분 집단을 나누고 가치사슬에 반영해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면서 기업의 이익도 증진시켰을 때만 진정한 가치사슬이 만들어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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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욱

    김수욱kimsoo2@snu.ac.kr

    서울대 경영대 교수

    김수욱 교수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 및 석사,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 경영대학 부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 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 한국 생산관리학회 차기 회장, 한국중소기업학회 및 품질경영학회 부회장, 한국 SCM 학회지 편집위원장, 국방부 군수혁신 위원회 위원, 국토교통부 국가교통정책조정 실무위원회 위원,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육성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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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딜로이트코리아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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