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이끌 ‘나노경제학’

38호 (2009년 8월 Issue 1)

미래를 이야기할 때 ‘나노(nano)’라는 단어가 자주 쓰입니다. 나노는 10억분의 1을 뜻하는 라틴어로, 아주 미세한 분자 수준에서 조작하는 나노기술과 관련해 주로 과학기술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래 경제학에서도 나노의 개념이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앞으로 수많은 개개인들은 자신들의 지식과 재화, 노하우 등을 생산하고 동시에 소비하는 프로슈머(prosumer)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매우 느슨한 네트워크가 동적으로 결합했다가 끊어지는 현상이 실시간으로 이뤄질 것입니다. 결국 개개인이 자율적이고 생산적인 하나의 기준점이 되어 여러 가지 시나리오와 이벤트, 그리고 필요에 따라 시시각각 반응하는 극도로 효율적인 시스템이 나타날 것입니다.

 

 

이런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한 집단이 경쟁에서 승리하며 미래 경제학의 주류를 이룰 것으로 봅니다. 결국 진보한 인터넷 환경과 기술 플랫폼을 바탕으로 수백만 개의 소규모 사업이 이뤄지겠지요. 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매시업(mash up)’ 서비스입니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아마추어 음악가들의 동영상들을 짜깁기해 7개의 곡으로 이뤄진 디지털 앨범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개개인의 역량이 모여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게 아닙니다.

 

이러한 개념은 웹 2.0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언급되는 롱테일(long tail) 현상과 그 맥이 닿아 있습니다. 사실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은 각각의 개인이나 소규모 사업 단위의 경제적 효과를 무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대중과 대량 생산 및 유통·배포에 의한 시스템이 지금까지 산업사회를 이끌어온 셈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개인이나 소규모 사업 단위의 경제 시스템들이 실시간으로 네트워크화되고, 바이럴(viral·입소문) 효과에 의해 빠른 속도로 대규모 유행 및 전파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경제 이론이 정립돼야 합니다.

 

필자는 이를 포괄적으로 ‘나노경제학(Nano-Economics)’이라고 이름 붙여봤습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 나노경제학이라는 용어가 쓰인 적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까지는 과학에서 이야기하는 나노기술에 파급되는 여러 산업과 경제학에 대해서만 언급하는 수준이더군요. 일부 블로그에서 저와 비슷한 의미로 나노경제학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었습니다. 특히 2006년 한국전산원 ‘NCA Issue Report 11호’에 실린 글에서 ‘롱테일과 나노경제’라는 제목으로, 주로 롱테일 경제학을 중심으로 한 사례들을 설명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변화를 기존 대량 생산, 대량 판매의 ‘매스(Mass)경제’에서 아주 사소한 특정 소비자들이 주역으로 떠오르는 ‘나노경제’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더불어 나노경제가 소비자 개개인의 필요에 정확히 부응하는 서비스와 정보 등을 제공하면서 개인 및 소량 단위의 거래 규모를 확대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2.0 시대에는 개개인의 기여와, 이들이 네트워크로 묶이면서 나타내는 효과가 시장 우위의 핵심 요소가 될 것입니다. 마케팅과 유통의 측면에서도 사용자의 소문 및 평가에 따른 소셜·바이럴 마케팅과 소셜 쇼핑이 일반화될 것입니다.

 

제가 정의하는 나노경제학을 굳이 표현하자면, 아마도 ‘롱테일 경제학+바이럴 경제학+링크(네트워크) 경제학+매시업 경제학+알파’ 정도가 되겠습니다. 새로운 경제학을 연구하는 길은 열려 있습니다. 굳이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겁먹지 말고 뛰어들어 논의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가봅시다. 그것이 미래의 경제학을 만들어가는 나노경제학의 취지와도 잘 어울리는 일이니까요.

 

 

하이컨셉 블로거 http://health20.kr

필자(본명 정지훈)는 의학과 보건정책관리, 의공학을 전공했다. 현재 병원에서 의공학 관련 연구와 해외 비즈니스를 책임지고 있으며, ㈜아원의 연구총괄 이사직을 겸하고 있다. 블로그 ‘하이컨셉 & 하이터치’에 과학기술, 기업, 경영, 의학, 사회 변화 등 ‘미래’를 주제로 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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