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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ga City Region’은 국가 도약의 플랫폼

박영훈 | 37호 (2009년 7월 Issue 2)
도시 발전과 인류 역사의 발전은 뗄 수 없는 관계다. 고대 왕권국가 시대부터 중세 봉건제와 국민국가 시대까지 도시는 정치 경제의 중심이었으며, 산업혁명은 도시의 중요성을 극대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제는 도시 인구가 전체 인구의 다수를 점하는 ‘글로벌 시티’ 시대로 접어들었다. 도시 발전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대도시의 주변 지역을 아우르는 거대 도시권역, 즉 메가시티리전(Mega City Region·MCR, 광역경제권)이 새로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자 성장의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화와 강대국 체제에서 다극주의 체제로 전환되는 질서 개편 속에서 국가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기존의 단일 대도시(Metropolis)와 국가를 기본 단위로 하는 글로벌 경쟁이 MCR이라는 새로운 단위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동인으로는 지식 경제로의 진화를 꼽을 수 있다. 대량생산 시스템의 부가가치 잠재력은 빠른 속도로 중국 등 개발도상국으로 이전되고 있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며, 무형 자산에 기반을 둔 가치 창출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식 경제의 기반은 인적 자산의 집적이기 때문에, 유연하고 때로는 파격적인 인적 관계와 직업, 산업 간의 지식 이동이 자유로운 사회구조가 필요하다. MCR은 이러한 변화를 담아내는 중요한 그릇이자 장치다.
 
유럽, 미국, 일본 등의 주요 국가들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MCR의 육성과 발전 전략을 오래전부터 추진해왔다. 중국과 인도 등의 개발도상국도 특유의 정치 시스템에 기반을 둔 MCR 발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모니터그룹이 세계 20개 MCR의 경쟁력 지수를 개발하고 평가한 것은, 한국 MCR의 위상과 과제를 진단하고 그 발전 방향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기능적으로 연계된 인구 1000만 명 안팎의 세계 MCR 가운데 향후 글로벌 경제에서 입지가 부각될 20곳을 MCR 경쟁력 지수 평가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기존 도시 경쟁력의 핵심인 경제적 번영(economic prosperity)과 장소 매력도(quality of place)뿐만 아니라, 광역경제권 내/외부 도시들 간의 연계성(connectivity)을 포함한 3가지 차원에서 경쟁력을 평가했다. 이 중 연계성이야말로 MCR 시대의 새로운 경쟁 축이자, 경제적 번영 및 장소 매력도를 한 단계 더 향상시키는 핵심 요소라 하겠다.
 
조사 대상 20개 MCR은 10개의 선두 그룹과 후발 그룹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특히 미국 뉴욕권과 영국 런던권의 확고한 리더십이 돋보였다. 후발 그룹 중에서는 경인권(서울·인천·경기)과 중국 상하이권, 베이징권이 각축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위권 이하의 도시들은 본격적인 국가 경쟁력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아직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진 MCR의 경제적 번영의 비결은 제조업과 지식산업의 결합
가장 선진적인 MCR인 뉴욕권과 런던권의 공통점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뉴욕권은 금융산업 고용 인원이 비교 대상 MCR의 전체 금융산업 고용 인원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경쟁력이 뛰어났다. 컨설팅 등의 비즈니스 서비스, 엔터테인먼트, 교육 및 지식 창출 관련 서비스산업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영국 런던권은 2004년부터 창조산업 육성을 통해 지식산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한 결과, 현재 금융, 엔터테인먼트, 출판, 여행 등의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한국의 MCR은 정보기술(IT) 제품, 통신기기 등 하이테크 제조업 클러스터 중심의 산업구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산업구조가 이미 성장 한계에 이르러 선두 그룹 MCR로 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과의 결합 없이 제조업 위주의 성장 전략을 추구한 일본 오사카권, 독일 라인-루르권의 사례에서도 이 같은 성장 전략의 한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MCR인 경인권은 경제적 번영 분야의 경쟁력 순위에서 10위를 차지해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노동생산성은 13위,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입액은 17위로 성장 잠재력 분야에서는 낮은 평가를 받았다. 규제에 따른 사업 환경은 최하위를 차지해 투입 자본요소 경쟁력 측면에서 뚜렷한 한계를 보였다. 수도권 인구 억제 정책의 실패, 지식 기반 서비스산업 육성의 한계 등이 그 원인으로 풀이된다. 빠른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노동과 자본 집약적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가 성장의 피로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경인권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산업 비중을 늘리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식산업의 육성이 시급하지만, 이를 위한 전제 조건인 혁신 역량이 부족하다는 게 걸림돌로 나타났다. 경인권은 특허출원 등 제조업 기반 혁신 역량에서 강점이 있었지만, 대학 경쟁력과 해외 고급인력에 대한 매력도 등에서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즉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으로의 산업구조 고도화를 이끌어내는 잠재력이 취약하다.
 
경인권과 선두 그룹 진입 경쟁을 하고 있는 중국은 베이징권, 상하이권을 세계적인 MCR로 육성하기 위해 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혁신 인프라 강화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특히 상하이권은 인재 확보를 위한 우수 대학의 유치와 육성, 해외 인재 채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만 명 해외 유학인재 영입 프로젝트’ ‘상하이 해외 금융인재 초빙단’ 등이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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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훈

    - (현) 액센츄어 코리아 금융산업 대표
    - (현) 모니터그룹 부사장
    - 모니터그룹,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보스턴컨설팅그룹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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