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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전략

젊은 브랜드 만드는 3가지 묘약

박경연 | 35호 (2009년 6월 Issue 2)
한국 시장에서 장수 브랜드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소비자들이 쉽게 싫증을 내고 새로움을 갈구하는 성향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까다로운 소비자들로부터 계속 사랑받는 브랜드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장수 브랜드를 이끈 광고 및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브랜드가 젊음을 유지하며 장수하기 위해 다음 3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브랜드 접점의 폭을 넓히고 더 깊이 있게 만드는 방법이다. 즉 새로운 용도(usage) 및 가치(value)를 발굴한 후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파한다. 두 번째는 브랜드 이미지 자체를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대표적으로 브랜드 리뉴얼과 브랜드 리포지셔닝(repositioning)을 들 수 있다. 세 번째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신규 서브 브랜드(sub-brand)를 도입하는 방법이다. 

브랜드 접점의 확대: 용도 및 가치 창출
브랜드가 오래되면 많은 사람들이 그 브랜드를 인지하기는 하지만,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연상하거나 회고하지는 않는다. 브랜드가 너무 오래돼 활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해당 브랜드를 새로운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개발하거나, 소비의 양이나 빈도를 늘리는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특히 특정 브랜드를 새로운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내면 경쟁자의 저항 없이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
 
백색시유(일반 흰 우유) 시장의 선두업체인 서울우유는 수요 정체와 과도한 경쟁으로 한때 위기를 맞았다. 출산율은 떨어지는데 새로운 개념의 음료는 쏟아져 나왔고, 가정배달 시장에서는 과당 경쟁이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2004년 가공유 시장이 127% 성장한 데 비해 백색시유 시장은 93%로 감소했다. 서울우유는 1위 브랜드로서의 대표성을 이용해 우유 소비량을 늘려 침체된 시장을 활성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광고 내용에 ‘하루 세 번’이라는 음용 횟수를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며, ‘아이에 대한 사랑’이라는 감성적 메시지도 함께 전달했다. 이처럼 소비자와의 감성적 유대를 강화함으로써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촉구한 결과, 급속히 위축되던 시장에서 서울우유는 점유율과 매출을 높일 수 있었다.
 
또 다른 사례는 섬유유연제 브랜드 피죤이다. 피죤은 1978년 섬유유연제라는 제품 카테고리 자체가 생소했던 국내 시장에 처음 선보인 후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피죤에도 위기는 있었다. 섬유유연제는 겨울철에 정전기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소비자들은 피죤을 겨울에나 사는 것으로 여겼다. 반면 뒤늦게 뛰어든 경쟁자들은 정전기 방지, 부드러움, 다양한 향을 강조하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으로 시장을 잠식해 들어갔다. 또 세탁과 헹굼을 겸한 세제가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했다. 이에 피죤은 사용 목적에 따라 구별되는 새로운 제품을 잇달아 내놓았다. 겨울철 정전기 방지를 위한 제품뿐 아니라, 여름에 유용한 통풍과 향을 강조한 제품도 함께 선보였다. 기존 정전기 방지와 섬유유연 기능을 강조한 파란 피죤, 친환경적인 그린 피죤과 함께, 땀 흡수력을 강화해 상쾌하고 뽀송뽀송한 감촉을 주는 노란 피죤도 출시했다. 그리고 ‘여름철에도 빨래엔 피죤’이라는 메시지로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하며 피죤의 사용 시기를 사계절로 확대했다. 또 광고 끝 부분에 ‘빨래엔 피죤∼’이라는 징글을 지속적으로 사용해 각인 효과를 강화하고 시장을 넓혀 나갔다.
 
브랜드 이미지 향상
①브랜드 리뉴얼 브랜드가 소비자 기호의 변화, 기술 혁신에 따른 환경의 변화, 나아가 트렌드의 변화를 읽지 못하면 소비자의 마음을 지속적으로 사로잡지 못하고 추억 속에 묻혀버린다. 이를 방지하려면 브랜드 정체성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 이상을 바꾸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의 노후화 및 부정적 연상을 막고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더할 수 있다.
 
올해로 출시 15년을 맞이한 삼성전자 애니콜을 보자. 애니콜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휴대전화 시장에서 끊임없는 브랜드 활성화로 젊음을 유지하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애니콜은 초창기에 ‘한국 지형에 강하다’는 메시지로 세계 유수의 휴대전화 브랜드들을 물리쳤다. 이후 모바일 환경과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주목하며 스스로 진화해왔다. 

휴대전화 시장의 주요 고객이 고소득층 직장인에서 젊은 층으로 확산되고, 경쟁사들이 앞다퉈 젊은 감각에 호소하며 시장을 잠식하려 할 때 애니콜은 이미지 개선을 시도했다. 막강한 기술력을 보유한 선두업체로서의 강점이 자칫 늙고 고리타분한 이미지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애니콜은 휴대전화의 개념을 단순한 ‘무선전화기’에서 ‘디지털 미디어’로 재정의했다. 이에 맞춰 브랜드 슬로건을, 통화 품질을 강조한 ‘한국 지형에 강하다’에서 ‘Digital Exciting’으로 바꿨다. 그리고 광고 모델도 출시 초기에 직장인들을 공략하기에 알맞았던 안성기에서, 젊은 층에 효과적으로 호소할 만한 이나영과 차태현으로 교체했다. 지금까지 쌓아온 브랜드 파워를 효율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3명의 모델이 함께 등장하는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애니콜은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Branded Entertainment)’라는 개념을 도입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기기로서 시장의 흐름을 선도하며 젊고 트렌디한 브랜드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강화했다.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란, 애니콜 광고 모델들이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유포하는 것처럼 특정 브랜드가 엔터테인먼트를 접목해 홍보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제 휴대전화가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음에 따라 ‘Talk, Play, Love’라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애니콜의 성공에는 몇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첫째, 기술의 발달과 시장 및 소비자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둘째, 변화를 읽고 따라가는 데 안주하지 않고 한발 앞서 트렌드를 이끌어갔다. 셋째, 지속적인 변화 과정에서도 애니콜 브랜드의 핵심을 일관성 있게 유지해갔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정확히 전달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애니콜은 15년째 장수하고 있다. 브랜드 자산 가치도 5조7000억 원에 달한다.
  

②브랜드 리포지셔닝
장수 브랜드는 시장 1위로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경쟁 브랜드들의 진입과 트렌드 변화를 면밀히 관찰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시장으로 확대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리포지셔닝 하는 데 성공했다는 특징도 있다.
 
동아제약 박카스는 1960년 ‘박카스 정’이라는 브랜드로 시장에 첫선을 보인 후, 1963년 드링크제로 바뀌어 현재까지 넘버원의 자리를 굳히고 있는 대표적 장수 브랜드다. 제품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광고를 통해 타깃 소비자를 넓히고 브랜드에 젊음을 불어넣었다. 박카스는 드링크제 출시 초기인 1963년부터 1973년까지 ‘활력을 마시자’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했다. 제품의 효과, 효능과 제품명 자체를 알리는 광고였다. 이후 1993년 박카스는 20년 만에 광고를 재개하면서 주 소비자인 서민층을 대상으로 ‘자신의 일터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건네는 ‘새 한국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푼다’는 일관된 메시지로, 1995년 드링크류 단일 상품으로는 처음으로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드링크 시장이 기존의 40∼50대에서 20∼30대로 이동하고 있는 데다, 박카스의 주 구매층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브랜드까지 노후화되고 있었다. 이에 박카스는 20대로 광고 타깃을 넓혔다. 제품의 핵심 속성에만 머무르지 않고, 그동안 쌓아온 건전한 사회를 향한 브랜드 철학을 발전시켰다. ‘젊음은 나약하지 않다’는 광고 메시지로 젊은 층에게 다가선 것이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이후 박카스의 대표적 이벤트가 된 ‘대학생 국토대장정’ 캠페인과 어우러져 박카스를 ‘아저씨들의 피로회복제’에서 ‘젊은이와 함께하는 드링크’로 리포지셔닝 했다.
 
주목할 점은 타깃이 20대에만 머무르지 않고 10∼30대로까지 확대됐으며, 기존의 남성 일변도에서 벗어나 남녀 모두를 공략했다는 점이다. 또 비타500을 비롯한 각종 건강음료의 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02년부터 매출이 조금씩 줄어들자 박카스는 변화를 시도했다. 1998년 이래 진행된 ‘젊음’ 캠페인들이 제품 속성에서 한 발짝 떨어져 타깃 층을 향한 철학을 강조한 데 비해, 2006년 캠페인부터는 박카스로부터 얻는 기능을 열정과 패기로 연결했다. 현재 광고 중인 ‘우리는 누군가의 박카스다’ 캠페인은 피로회복제라는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감성적 혜택을 전하고 있다.
 
브랜드 리포지셔닝의 또 다른 사례로 아모레퍼시픽 아이오페를 들 수 있다. 1997년 한국인의 피부에 맞춘 과학적인 화장품을 내세우며 등장해 주름 개선을 원하는 30대 후반∼40대를 타깃으로 했던 아이오페는 ‘아줌마를 위한 화장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 때문에 아이오페는 커뮤니케이션 타깃 연령을 단계적으로 낮춰왔다. 먼저 모델을 전인화(당시 38세)에서 이영애(당시 32세)로 젊게 바꾸고, 다시 이나영(당시 28세)으로 바꿨다. 그리고 ‘어린 주름’이라는 메시지로 25세 이후 연령을 공략했다. 이로써 브랜드를 리포지셔닝 하면서도 기존 브랜드 자산이었던 과학적 이미지를 계승해 20∼40대 여성을 위한 화장품으로 자리잡았다. 

브랜드 포트폴리오 조정: 서브 브랜드 도입
브랜드 라인을 확장하거나 서브 브랜드를 도입함으로써 기존 고객의 이탈을 방지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고객을 창출할 수 있다.
 
1998년 등장한 삼성전자 파브는 10년 넘게 리더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장수 브랜드다. 파브는 평판TV가 대중화되면서 타깃 층이 젊은 신혼부부로까지 확대되자 브랜드 노후화를 막기 위한 재활성화 작업을 시도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구축해온 ‘명품’ 및 ‘최고 브랜드’ 이미지가 젊은 층에게는 오히려 부담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파브는 ‘보르도’라는 이름의 신제품을 출시, 기존의 중후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30대에 호소하는 마케팅 활동을 전개했다. 30대 젊은 층의 감성에 호소하기 위해 와인 잔을 형상화한 디자인을 기획하고, 와인과 관련된 다양한 온·오프라인 프로모션도 진행했다. 그 결과 2006년 상반기 파브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약 2.5배 늘어났으며, 젊고 세련되고 감각적인 브랜드라는 인지도까지 얻게 됐다.
 
서브 브랜드를 활용해 브랜드에 활력을 불어넣은 또 다른 사례로 SK텔레콤의 TTL을 들 수 있다. 휴대전화 보급이 확산되면서 10대 계층의 신규 수요가 급증하자 경쟁사에서는 저렴한 가격과 감각적 이미지를 강조해 젊은 층의 지지를 얻었다. 반면 SK텔레콤은 중장년층이 이용하는 이동통신사로 인식되며 당시 10대 후반∼20대 초반 시장에서 점유율이 20% 이하에 머물렀다.
 
이에 SK텔레콤은 기존 브랜드 자산을 유지하면서 새롭게 커지는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TTL이라는 브랜드를 선보이며 18∼23세 계층을 공략했다. ‘스무 살의 감성’이라는 메시지로 이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파격적이고 감각적인 광고를 내보냈다. 또 타깃 층을 위해 ‘TTL존(Zone)’이라는 엔터테인먼트 공간도 마련했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은 과거에 구축한 리더의 이미지에 젊음, 첨단, 선도적인 이미지를 더하며 브랜드의 생명력을 연장시켰다.
 
필자는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광고홍보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제일기획에 입사해 광고 AE(Account Executive), 프로모션 담당, AP(Account Planner) 등을 거쳐 현재 커뮤니케이션연구소 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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