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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장수 브랜드들의 성공 전략

그들은 왜 불황에도 사랑받을까?

이민훈 | 35호 (2009년 6월 Issue 2)
호·불황에 상관없이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해외 장수 브랜드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혼다와 에르메스는 최고의 품질을 고집하며, 코카콜라와 맥도널드는 소비자와 친숙한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한다. 구찌, 도요타, 태그호이어는 쉼 없이 글로벌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적극성이 돋보인다.
 
세계적인 패셔니스타이자 막대한 구매력을 보유한 빅토리아 베컴이 몇 년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 도중 매우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남편 데이비드 베컴을 따라 스페인에서 생활하던 때였다. 기자가 빅토리아에게 “의사소통이 어렵고 지인도 없는 타국 생활을 하기가 정말 힘들지 않냐”고 묻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스페인어를 잘 구사하진 못하지만 전혀 문제없어요. 구찌 매장이 어디 있는지만 알면 되지 않겠어요?” 그 후에도 빅토리아 베컴은 패션 프로그램에서 “구찌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이고, 스트레스나 마음의 상처를 받을 때 구찌 매장에서 치료를 받곤 한다”며 구찌에 대한 사랑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Recession Proof Brand’, 즉 고객들의 강력한 로열티를 기반으로 불황에도 끄떡없는 브랜드가 과연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불황에 예외는 없다’는 비관론이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일반 브랜드들은 말할 것도 없고 경기에 상관없이 고공 행진할 것처럼 보였던 럭셔리 브랜드들까지 휘청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럭셔리 브랜드 샤넬은 심각한 매출 부진으로 경영에 압박을 받으면서 2008년 말 총 생산 인력의 10%인 200명을 해고했다. 프라다는 실적 회복을 위한 미봉책으로 2008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이례적으로 예고에도 없던 할인 행사를 했다.
 
이처럼 많은 브랜드들이 고전하는 와중에도 변함없는 아성을 유지하는 브랜드들이 있다. 과연 이들은 어떤 요인에 힘입어 호·불황을 뛰어넘는 저력을 발휘하는 것일까? 이 글에서는 경기, 기술, 제도 등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건강하게 장수하고 있는 해외 브랜드들의 특징을 살펴본다.  

최고의 품질을 고집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품질에 대한 남다른 신념이다. 언뜻 보기에는 집착이다 싶을 정도로 유별나다. 1946년 자동차 엔지니어 혼다 쇼이치로는 50만 엔의 자본으로 혼다의 출발점이 된 ‘혼다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이후 혼다는 압축 성장을 이뤄내며 지금까지 건재하고 있다. 혼다는 설립한 지 불과 10여 년 만에 미국과 유럽에 해외 지사를 열며 세계적인 모터사이클 업체로 발돋움했고, 1963년 스포츠카와 경트럭을 생산하며 자동차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이후 기술과 창조, 세계화를 지향하는 ‘혼다이즘(Hondaism)’을 주창하며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2월 초에는 하이브리드카 ‘뉴 인사이트’를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이 차는 출시 후 한 달도 채 안 돼 일본 내 판매 계획을 당초 연간 6만 대에서 10만 대로 상향 수정할 정도로 선전하고 있다.
 
혼다가 내놓는 신제품마다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는 이유는 바로 고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철저한 개발 원칙 때문이다. 혼다가 승부를 걸고 있는 ‘고품질 창조를 위한 5대 포인트’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첫 번째, 개발 콘셉트를 최우선에 둔다는 점이다. 혼다는 콘셉트로 자동차 완성도의 80%가 결정된다고 믿기 때문에 이 과정에 시간과 노력을 집중 투입한다. 두 번째, 콘셉트 도출 과정에서 변증법을 통해 모순 요소를 통합한다. 즉 팀원 간 아이디어 대립이 있을 때마다 편리한 타협을 피하고, 대립 가치를 고차원적으로 통합할 방법을 고심한다. 세 번째, ‘발상법’과 ‘가설 설정’을 통해 깊이 파고들어 진실에 근접한다. 즉 제품이 실제로 나왔을 때의 상황을 최대한 실제처럼 설정해보고 그에 맞춰 아이디어를 가다듬는다. 네 번째, 영업·제조·개발의 동시공학(concurrent engineering)을 추구한다.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 세 요소를 항상 동시에 고려한다는 뜻이다. 다섯 번째, ‘상대가치’가 아닌 ‘절대가치’를 중시한다. 이는 경쟁자와 비교해 뛰어난 품질을 만들겠다는 게 아니라 혼다만의 품질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철학이다.
 
럭셔리 브랜드 중에서도 최강으로 알려진 에르메스는 어떤가? 2010년까지 전 세계 시장 지배력을 최강으로 만들겠다는 계획 아래 매장 확장에 전력하는 등 불황 중에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특히 럭셔리 소비의 중심이 미국, 유럽에서 일본, 중국 등 아시아로 이동하는 추세를 포착해 아시아 진출에 매진하고 있다. 에르메스는 2008년에 총 2억1000만 달러를 투자해 12개 매장을 새로 열고 13개 매장을 리노베이션 했다. 이런 판단이 적중해 실제로 2008년 매출 23억5000만 달러 가운데 아시아 매출은 9억8000만 달러로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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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훈

    - (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브랜드, 기업이미지, 유통전략 연구
    - 삼성SDI 상품기획 및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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