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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직접 매거진 기사를 쓴다면…

김용진 | 34호 (2009년 6월 Issue 1)
1990년대부터 많은 기업들이 ‘고객 지향적 서비스’ 또는 ‘고객 지향적 제품’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했다. 고객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해야 보다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 가운데 고객이 실제로 어떻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활용하는지 탐구해 개선안을 찾는 곳은 많지 않다. 상당수 기업들은 고객 지향적 서비스를 고민하기는 했지만, 공급자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기존 핵심 역량을 활용하는 데 머무르고 말았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신이 가진 차별적 자원 또는 지식을 기초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고객이 특정 서비스나 제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용하는지, 이런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창출해내려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도외시해왔다는 얘기다. 말로는 ‘고객 중심적’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실제로는 ‘기업 중심적’ 사고에 머물렀던 셈이다.
 
기업들은 이처럼 고객 지향 서비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사용하면서도 왜 자신이 가진 자산을 활용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까? 바로 ‘지식의 한계’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은 제품이나 서비스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쌓은 기술적 노하우나 지식이 경쟁 우위의 원천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지식을 쌓기 위해 많은 돈과 노력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처럼 내부 지식과 기술을 육성하는 데만 치중하다 보니 기업의 영역 밖에 있는 무한대의 지식들, 특히 고객이나 파트너의 지식을 활용하는 데는 무관심했다.
 
최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내부 지식의 육성에만 치중한 기업들은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실제로 전통적으로 시장에서 지배력을 행사해온 기업들이 최근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반면 고객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고, 또 이런 지식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기업들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자신의 영역 밖에 있는 지식을 활용하는 것을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라 부른다.
 
외부 지식을 활용해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이 캐나다 금광업체 골드코프다. 골드코프는 노조의 파업, 늘어나는 부채, 그리고 높은 생산 비용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만일 새로운 금광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50년 된 회사가 문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였던 롭 맥이웬은 리눅스 개발 프로젝트를 본떠, 골드코프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지질학 정보를 전 세계 학자들에게 공개하고 해결책을 얻고자 2000년 3월에 57만5000달러의 상금을 걸고 골드코프 챌린지(Gold Corp Challenge) 대회를 개최했다. 골드코프는 대회 시작 몇 주 이내에 지질학자, 대학원생, 컨설턴트 등을 포함한 전 세계 과학자들로부터 응용수학, 인텔리전스 시스템, 컴퓨터 그래픽 등을 이용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받았다. 이들 응모자들이 제시한 110개의 목표 지점 중 55개는 이 회사가 지금까지 탐색하지 않았던 곳이고, 이 중 80%에서 상당한 양의 금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골드코프는 1억 달러짜리 회사에서 90억 달러짜리 회사로 도약했다. 회사 내부의 지질 전문가들에게만 의존했다면 이런 성과는 낼 수 없었고, 회사는 문을 닫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개방형 혁신은 회사의 운명을 바꿀 만큼 큰 위력을 갖고 있다.
 
골드코프 사례는 고객들이 업무 프로세스에 참여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외부 지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기업이 얼마나 큰 이익을 낼 수 있는지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 글에서는 고객의 참여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했거나, 기존 기업들이 부딪힌 한계를 뛰어넘어 급속한 성장을 이뤄낸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본다. 이를 토대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과정에서 고객 참여, 혹은 고객의 지식 활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검토해본다. 이를 위한 간단한 분석 툴로 <그림1> ‘가치 창출 프로세스 분할도’를 사용하고자 한다. 기업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 이런 프로세스는 기업이 온전히 수행할 수도 있고, 기업과 고객이 공동으로 수행할 수도 있으며, 고객이 거의 모든 부분을 수행하고 기업이 일부를 수행할 수도 있다. 

이렇게 프로세스를 분할한 후 △고객이 가치 창출에서 어떤 부분에 참여하는 것이 고객의 지식과 자원 활용에 용이한지 △고객이 어떤 형태로 참여하고자 하는지, 2가지 측면에서 사례들을 살펴본다. 이 글에 소개되는 사례들은 고객의 지식 활용 측면을 디자인·생산과 판매·애프터서비스로 나눠 정리했다. 또 고객의 참여 형태를 트라이슈머와 프로슈머로 구분했다. 트라이슈머는 ‘시도하다(try)’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간접 정보에 의존하기보다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을 직접 경험하기를 원하는 체험적 소비자를 지칭한다.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들은 정식 제품을 내놓기에 앞서 베타 테스트를 실시할 때 트라이슈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프로슈머는 ‘생산하다(produce)’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기존 소비자와 달리 생산 활동 일부에 직접 참여하는 소비자들을 뜻한다. 각종 셀프서비스나 DIY(Do It Yourself) 모델 등을 통해 소비자 참여가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프로슈머는 인터넷의 여러 사이트에서 자신이 새로 구매한 물건(특히 전자제품)의 장단점과 구매 가격 등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 비판함으로써 제품 개발과 유통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림2>는 이런 프레임워크에 따라 앞으로 논의될 각각의 사례가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보여준다.

판매·서비스에 고객 체험 기회 제공
많은 기업들, 특히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은 고객들에게 연간 구독권을 팔기를 고집한다. 물론 공급자 시각에서 보면 이런 방침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고객의 선택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행위다. 최근 타임의 자회사인 맥하운드는 고객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는 ‘믹스 앤드 매치 서비스(Mix and Match Service)’라는 새로운 모델을 내놓았다. 맥하운드는 회원들이 고정된 매거진을 연간으로 구독하지 않고 매달 자신들이 구독하고 싶은 매거진을 선택하도록 했다. 또 회원권도 연간 계약이 아니라 자유롭게 기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취소도 언제든지 가능하다. 가격 구조도 계층화해 3개의 타이틀을 1개월간 받는 가격은 4.95달러, 5개의 타이틀을 1개월간 받는 가격은 7.95달러, 7개는 9.95달러로 정했다. 그리고 8개나 그 이상의 타이틀 주문은 개당 1달러로 책정했다. 맥하운드는 포브스, 피플, 내셔널지오그래픽, 타임 등 240개의 매거진을 서비스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타임이 소유하고 있지 않은 매거진도 포함돼 있다. 맥하운드 구독 서비스는 트라이슈머들을 대상으로 구독 방식에 유연성을 줌으로써 고객의 매거진 선택권을 극대화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본질적으로 소비자의 특성과 그들의 제품 또는 서비스 구매 행위를 세밀하게 관찰함으로써 얻을 수 있으며, 지식 서비스 각 분야에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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