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마케팅

B2B 관계 관리가 성공 열쇠

30호 (2009년 4월 Issue 1)

금융 불안과 경기 침체로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는 데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 더욱 절실히 필요해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소비재 시장에서 수준 높은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많은 대기업들은 내수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그동안의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활발하게 마케팅 활동을 벌여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개인 소비자가 아닌 ‘조직 구매자(organizational buyer)’를 고객으로 하는 B2B 시장에서는 아직 마케팅이라는 개념조차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기업도 많다. 체계적인 전략적 틀을 갖추지 못하고 전통적인 영업의 개념에만 머물러 있는 기업들이 상당수다. 요즘처럼 기업의 성장이 절실해진 상황에서 B2B 시장 및 고객의 특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기업이 당면한 핵심 과제다.
 
B2B 마케팅은 ‘Business-to-Business marketing’ ‘business marketing’ ‘B-to-B marketing’ ‘industrial marketing’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B2B 마케팅이 전통적인 일반 소비자 마케팅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조직 구매자를 고객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B2B 마케팅에서는 제조업체, 유통업체, 정부기관이라는 세 종류의 고객을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전기 부품을 가전회사에 판매하는 부품제조업체, 가전제품을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전자회사, 병원에 의약품을 판매하는 제약회사, 정부를 상대로 수주 영업을 하는 건설회사 등이 모두 B2B 마케팅의 주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 중에서도 B2B 마케팅은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사례가 가장 많다. 따라서 B2B 마케팅은 과거에 부품이나 기계, 원자재, 설비 등을 판매하는 산업재 마케팅(Industrial Marketing)으로 불렸다. 이런 다양한 산업재들이 오늘날 B2B 마케팅의 대표적 거래 품목이라 할 수 있다. B2B 시장에서 거래되는 제품은 장비나 기계, 부품, 중간재, 원료 등 기업의 생산 활동을 위해 필요한 산업재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소비재로 분류되는 제품들도 중간 과정에서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판매가 이루어질 때는 B2B 마케팅 품목이 되기도 한다. 효과적인 B2B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소비재 시장과는 여러 면에서 다른 B2B 시장 및 고객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B2B 시장과 B2B 고객의 특성
사실 전통적인 소비자 마케팅이나 B2B 마케팅의 핵심 개념은 모두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즉 고객과 경쟁자 등 시장 상황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 믹스(product, price, place, promotion·4Ps)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나, 고객 만족을 추구하고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점 등은 모두 같다. 하지만 B2B 마케팅은 고객의 성격은 물론이고 시장과 제품의 특징이 다르며, 따라서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B2B 시장의 특성을 살펴보자.
 
파생 수요 산업재에 대한 수요는 최종 소비재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엔진, ABS브레이크, 차체, 계기판 등 수많은 부품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소비자가 원하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원료 공급업자로부터 시작되는 복잡한 ‘공급망(supply chain)’을 형성해야 한다. 각 중간재들의 수요는 최종 소비자들의 자동차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즉 최종 소비자들의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면 ABS 같은 부품제조업체도 결국 주문이 감소해 고통을 받게 된다. 따라서 B2B 마케팅 담당자는 최종 소비자, 혹은 유통업자의 제품 수요를 촉진함으로써 자사의 B2B 제품 수요를 확대할 수 있다. 결국 B2B 제품에 대한 수요는 소비재 시장에서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파생 수요(derived demand)라 할 수 있다.
 
복잡한 구매 과정 소비재 시장에서 구매 의사결정을 내리는 주체는 개인이다. 따라서 의사결정 과정이 비교적 단순하다. 하지만 B2B 시장에서는 구매 결정 과정이 훨씬 복잡하며, 많은 부서가 관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기업마다 구매 부서가 따로 있지만 생산, 개발 등 많은 부서가 함께 참여해 길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례가 많다. 이런 특성 때문에 B2B 마케팅 연구자들은 ‘구매 센터(buying center)’라는 독특한 개념을 발전시켜 나갔다. 일반적으로 구매 조직의 특성이나 구매하는 제품의 전략적 중요성, 구매 비용, 구매 후 받아야 할 서비스(A/S) 등에 따라 구매 과정의 복잡성이 결정된다.
 
B2B 고객과 구매 센터 인쇄회로기판(PC B)을 생산 판매하는 국내 모 기업의 고객 수는 10개사 미만이다. 이처럼 소비재 마케팅 담당자와 달리 산업재 또는 B2B 마케팅 담당자는 일반적으로 소수의 고객만 상대한다. 또 B2B 시장에서는 구매 결정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많은 부서가 이에 관여한다. 예를 들어 산업 장비를 구매할 때에는 구매, 엔지니어링, 재무, 생산 부문 등 주요 관련 부서가 참여하고, 보통 최고경영자(CEO)의 승인도 필요하다. 이렇게 조직 구매자의 구매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흔히 ‘구매 센터’라고 부른다. 구매 센터는 역할에 따라 사용자(users), 영향력 행사자(influencers), 의사결정자(decider), 구매자(buyers), 정보 통제자(gate keepers) 등 5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마케팅 담당자 입장에서 볼 때, 효과적인 B2B 영업과 마케팅 전략을 위해서는 고객사의 구매 과정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역할과 구매 센터의 분석이 필수적이다. 특히 의사결정자보다는 오히려 제품 사양이나 기술적 요구 조건을 결정하는 영향력 행사자에 대한 분석이 매우 중요하다.

구매자와 판매자 간 밀접한 관계
B2B 시장에서의 고객은 일반적으로 소수다. 따라서 개인 소비자에 비해 이들 B2B 고객 하나하나의 전략적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훨씬 크며, 고객 하나하나에 특화된(customized) 마케팅 활동이 필요하다. 또 일반적으로 B2B 고객은 판매 기업과 계속 거래를 하게 된다. 제품 업그레이드와 지원, 서비스 및 지속적인 부품 공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B2B 마케팅에서는 단순한 제품 판매만이 아닌 지속적인 서비스가 매우 중요하다.
 
실제 B2B 고객이 공급업체를 선정할 때 고려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장기간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다. 기존 거래처를 새 거래처로 바꿀 때 과거 설비를 바꾸거나 새로운 거래처의 특징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B2B 시장에서는 공급업체와 구매업체 사이의 관계가 밀접해지고 거래 관계가 장기화되기 때문에 B2B 마케팅 담당자는 고객사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B2B 시장에서의 주요 판매 촉진 수단 소비재 업체들은 불특정 다수의 고객에게 판촉 활동을 하기 위해 매스미디어나 대중매체를 통해 광고를 내보낸다. 그러나 B2B 시장에서 구매자들은 일방적 주장을 담은 광고 메시지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다. 오히려 성능과 경제성, 구매 조건 등 객관적 지표를 비교 분석해 구매 결정을 한다. 따라서 판매원이 직접 구매자를 만나 구매 가치에 대해 설득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판촉 수단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산업재 고객들에게는 표적화 및 집중화 마케팅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따라서 직접 마케팅과 대면(face-to-face) 판매의 효과가 훨씬 높다. 반면 소비재 마케팅 담당자는 넓게 퍼져 있는 불특정 다수의 고객에게 접근하기 위해 주로 매스미디어를 통한 대중광고 기법을 사용한다.
 
또 소비재 마케팅에서는 마케팅 믹스 가운데 광고나 브랜드 관리, 시장 세분화 같은 항목이 매우 중시된다. 하지만 B2B 마케팅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그보다는 제품의 사양(spec)과 가격 조건, 고객의 구매 센터 분석 및 후속 서비스 활동 등을 통해 고객을 설득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전시회(trade show)나 세미나, 박람회, 인터넷 등도 구매자와의 계약 체결, 자사 제품 홍보, 유통업자 모집, 시장 조사, 경쟁사 분석 등을 위해 자주 활용되는 B2B 프로모션 수단이다.
 
효과적인 B2B 마케팅 전략을 위한 제언
기술과 품질 경쟁력 확보 B2B 시장에서는 기술력과 기술 수준의 우월성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으며, 뛰어난 성능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해당 분야 시장에서 차별적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부품의 성능이 뛰어나면 부품을 활용한 후속 제품의 생산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반도체 칩이나 디스크 드라이버 제조업체는 구매 기업이 이를 활용해 보다 나은 컴퓨터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가격 대비 성능 향상에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많은 소비재 업체들도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며 혁신적 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소비재 산업에서는 디자인이나 소비자의 심리적 특성 등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 반면 산업재나 B2B 시장에서는 품질이나 기술 수준이 마케팅 활동의 성패를 좌우한다.
 
기술과 마케팅의 유기적 공조 체제 확보 전형적인 산업재 시장에서는 마케팅을 할 때 ‘기술과 마케팅의 결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B2B 영업부서에는 영업 능력만 가진 ‘salesperson’이 아니라 기술도 잘 이해하고 있는 ‘sales engineer’가 참여해야 한다. 고객사와의 미팅에도 마케팅과 기술 인력이 함께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 기술과 생산, 마케팅 부서의 지속적인 협력 및 공조 체제 구축도 매우 중요하다.
 
최종 소비자에 대한 이해 B2B 기업의 고객은 개인 소비자가 아닌 조직 구매자다. 하지만 B2B 제품의 수요는 최종 소비재 수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B2B 마케팅 담당자들은 개인 소비자들이 직접 고객이 아니라도 궁극적으로 그들의 제품 수요가 소비재 시장에서 파생되는 만큼, 최종 소비자에 대해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잘 이해해야 한다. 즉 B2B 기업의 궁극적인 최종 고객은 ‘end-user’, 최종 소비자다. 따라서 이러한 개인 소비자들의 트렌드와 시장 변화를 끊임없이 분석해 B2B 기업의 제품 개발과 마케팅 활동에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전형적인 산업재 공급업체이며 세계 최대의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PPR(People and Practice Research)이라는 연구 활동을 통해 소비자들의 잠재된 욕구를 분석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류학 및 사회학 전공자를 채용해 개인 소비자들의 행동과 생활 습관 및 각국별 차이점 등을 파악하고, 각국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가치와 열망을 이해해 고객의 잠재 욕구가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노력한다. 화학기업인 듀퐁은 B2B 시장에서 주로 영업하고 있지만, 최종 소비자 니즈를 조사해 나일론과 같은 신제품 개발이나 B2B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왔다.
 
관계 마케팅에 노력 B2B 시장에서 구매자와 판매자 간 관계는 매우 밀접하고 장기화된다. 소수의 고객과 공급업체로 B2B 시장이 구성되기 때문에, 기존 고객사와 거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신규 고객사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고객 관계 관리(B2B CRM)’ 전략을 수행해야 한다. 최근 B2B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소수의 엄선된 공급업체에 구매가 집중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어, 고객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효과적인 관리와 관계 유지는 성공적인 B2B 마케팅을 위해 꼭 필요하다.

B2B
고객 가치 창조 공급업체의 제품 및 서비스 경쟁력이 마케팅 전략의 핵심 요소인 B2B 시장에서 영업과 마케팅 담당자는 제품의 사양과 성능, 가격 조건 및 후속 서비스 등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구매 가치(purchasing value)’, 즉 ‘고객 가치(customer value)’를 끊임없이 창조하고 이를 고객에게 알리려고 노력해야 한다. B2B 시장에서는 고객의 요구 사항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기술(technology), 품질(quality), 주문 대응(response), 납기(delivery), 원가(cost) 등 5가지 요소는 고객의 입장에서 구매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가장 핵심적인 평가 요인이다. 영업과 마케팅 담당자에게도 이 5가지 요소는 B2B 마케팅 성공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5가지 요소를 항상 평가하고 관리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고객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1972년 이탈리아에서 출발해 화장품 소재와 반제품을 랑콤이나 로레알 같은 최종 화장품 업체에 납품하는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기업 인터코스는 B2B 기업임에도 여성 소비자들의 화장품 트렌드 연구에 과감하게 투자해왔다. 또 원재료가 아닌 최종 솔루션 관점에서 사업을 전개하며, 고객들이 원하는 화장품을 개발하고 판매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그 결과 원료 공급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대신, 완제품 납품 비중이 75% 수준까지 높아졌다. 또 동종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이처럼 인터코스는 B2B 기업이지만 해당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며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들의 비즈니스 파트너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B2B 기업이라도 최종 소비자의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을 고객 기업에 능동적으로 제시하면, 고객과 판매 기업 모두에게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
 
마켓 센싱 역량 강화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고객의 니즈를 명확히 파악하고 시장을 선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예측이 꼭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B2B 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한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바로 ‘마켓 센싱(market sensing)’ 능력을 강화, 유지하는 것이다. 마켓 센싱이란 문자 그대로 시장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고 시장 변화를 따라가며 향후 방향을 예측해 시장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품에 관한 다양한 지식과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고객사의 동향, 경쟁사 현황, 미래의 기술 트렌드 등 상당한 지식과 분석 능력을 갖춰야 한다. 마켓 센싱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고객 기업과 끊임없이 접촉하고, 기술과 마케팅의 유기적 공조 체제를 구축하며, 기술 변화에 대한 이해와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시장 정보 분석 능력을 갖추고, 이러한 센싱 활동을 통해 나오는 다양한 정보와 지식들을 사내에서 통합적으로 공유하고 관리할 지식 경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시장의 규모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학계에서나 업계에서 체계적으로 연구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B2B 마케팅에 대한 개념이 확산돼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를 기대한다.
 
필자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Industrial Marketing Management>와 <Journal of Business Research> 등 저명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며 왕성한 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다. 미국 <Journal of B-to-B Marketing>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0호 오프라인 매장의 반격 2020년 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