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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인도 경제 감속 움직임…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박번순 | 28호 (2009년 3월 Issue 1)
지난 수년 동안 인도는 독립 이후 가장 역동적인 경제 활동을 보여줬다. 2005∼2007년 인도의 연평균 성장률은 9.3%로 그 이전 5년의 연평균인 약 6%에 비해 50% 정도 더 높았다. 경제 성장률은 1950∼1970년대에 3.8%에 불과했고, 1971∼1990년에도 4.3%에 머물렀다. 이 기간에 아시아가 ‘성장의 기적’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인도의 저성장은 ‘힌두 성장률’이라는 다소 조소가 섞인 이름으로 오히려 관심을 끌었다. 이것이 최근 인도의 고도성장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인도는 마침 함께 고도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과 함께 ‘친디아’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비록 인도와 중국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중국과 같은 인구 대국인 인도가 커다란 기회를 만들 것이라는 확신이 형성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외국인 투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2005년 이전에 50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던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은 2006년에 157억 달러, 2007년에는 246억 달러로 눈부시게 증가했다. 외국인 투자의 약 45%가 조세 피난처인 모리셔스를 통해 들어와 정체가 의심스럽기도 하고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에 대한 투자가 절대적으로 많았지만 말이다.
 
인도 경기가 활황을 보이면서 해외 기업 진출도 크게 늘었다. 한동안 인도를 멀리한 일본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한국의 삼성·LG·현대자동차의 성공스토리가 소개되기도 했다. 포스코는 인도에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인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는 인도에도 무시 못할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인도의 국제수지가 압박을 받고 있으며, 그 부정적 효과는 금융 부문뿐 아니라 실물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먼저 소비 지출의 원동력이 된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의 수출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IT 버블 붕괴는 인도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하는 기회가 됐다. 그러나 이번의 전 세계적 금융위기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소프트웨어 산업의 수요 감소를 유발하고 있다. 인도 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인포시스의 매출은 2007 회계연도에는 41.7억 달러로 전년 대비 35.1% 늘어났다. 그러나 올해 3월 말로 끝나는 2008 회계연도에는 잘해야 48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률이 15% 이하에 그칠 전망이다. 또 다른 주요 IT 업체인 사티암의 경우 설상가상으로 회계 부정 사태까지 발생해 고전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라 해외 교포들의 송금액도 둔화될 것이다.
 
IT 이외 분야의 수출도 감소하고 있다. 인도의 2008년 10월 수출은 128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2.1% 줄어들었다. 이는 6년만의 일이다. 11월 수출은 더욱 줄어든 115억 달러로 10월 수준을 밑돌았다. 유가 하락이 인도의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개선에 도움이 되겠지만 인도의 수출도 둔화될 것이므로 무역수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제조업 생산은 2007 회계연도의 9.0% 증가에서 2008년 4∼11월에 4.0%로 비교 기간은 다르지만 증가율이 절반 이하로 둔화됐고, 전력 생산 증가율도 6.4%에서 2.9%로 하락했다. 산업생산 가운데 자본재생산 증가율은 2008년 4∼11월에 7.5% 증가했고 중간재 생산은 0.1% 증가에 그쳤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의 20.9% 및 9.8%에 비해 크게 하락한 것이다.
 
게다가 자본수지가 급변할 가능성도 크다. 이미 증권시장에서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봄베이센섹스지수는 2008년 1월 초에 2만465였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가 확산된 9월 이후 급락했다. 2007년에도 172억 달러의 순매수를 보이던 외국인투자가들을 2008년 11월 말 현재 누계로 136억 달러를 순매도했다. 외국인 직접투자도 2008년 8월 25억 6000달러 투자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차입시장의 악화로 인도 기업이나 은행의 해외 차입도 어려워질 것이다. 실제로 2007 회계연도에 226억 달러가 유입됐던 중장기 상업차관이 2008년 4∼9월에는 33억 달러 유입에 그쳤으며, 171억 달러가 유입되던 단기차입도 32억 달러로 감소했다.
 
이를 고려하면 2008 회계연도의 직접투자를 포함한 자본수지 흑자는 2007 회계연도의 1080억 달러에 비해 대폭 감소해 300억 달러 이하로 급감할 것이다. 인도는 수년 동안 경상수지 적자를 대규모 자본수지 흑자로 메우고 외환보유액을 확대해 왔다. 이를 통해 대규모 자본수지 유입 → 유동성 증가 → 내수 증가의 선순환 구조를 보였다. 이제 경상수지 적자 상태에서 자본수지 악화는 금융의 유동성을 압박해 은행의 신용스프레드를 상승시킬 것이다. 또한 국내 유동성 상황이 압박을 받으면서 국제수지 적자는 환율에 압력을 넣고 대외채무상환 위험도 증가시킬 것이다. 실제로 자본수지에 문제가 생기면서 인도의 외환보유액은 2008년 5월 말 3049억 달러에서 11월 말 2390억 달러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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