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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만족경영, 神話에서 현실로

이재연 | 27호 (2009년 2월 Issue 2)
1980년대 초 스칸디나비아 항공의 위기 탈출 신화와 함께 고객만족(CS)이 경영의 화두로 등장했다. 1981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던 스칸디나비아 항공의 신임 최고경영자(CEO) 얀 칼손은 CS 경영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운 뒤 취임 1년 만에 800만 달러의 적자를 7100만 달러의 흑자로 전환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 뒤 30여 년 동안 수많은 기업이 성공의 열쇠로 CS 경영을 택했다. 이와 함께 소비자가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계속 구매해 주길 바라는 기업 수만큼이나 많은 각종 고객만족지수(CSI)가 등장했다. ‘고객은 왕이다’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추종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이 미션을 누가 얼마나 잘 해내고 있는지를 CSI로 평가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기업은 CS 경영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너도 나도 CS를 부르짖으니, 고객이 ‘OK’ 하고 기업이 방긋 웃는 파라다이스는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다시 생각해 보는 CS 경영
기업에 손을 흔들며 돌아서는 고객 중 80%가 불만족한 고객이 아닌 제품과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이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수록 고객의 눈높이 또한 높아졌다. 기존 제품으로는 더 이상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이 대거 양산된 것이다.
 
이 시점에서 CS 경영에 대해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고객을 제대로 붙잡을 수 없으며 노력해도 고객을 완벽하게 만족시키지도 못하는, 그렇지만 쉽게 내던질 수도 없는 계륵 같은 존재가 바로 CS 경영일까? 그렇지 않다. CS는 ‘큰 소용은 없지만 버리기도 아까운’ 존재가 결코 아니다. CS 경영을 계륵으로 오해하게 되는 첫째 원인은 바로 ‘CS=고객충성’이라는 공식에 대한 맹신이다. 고객이 기업의 제품을 반복해서 찾는 이면에는 분명 만족 이외의 여러 이유가 있다. 혹자는 제품이 좋아서 다른 제품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오로지 한 제품에만 손을 뻗는다. 그러나 또 다른 사람은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해서 그저 그 제품을 구매할 따름이다. 반복적 구매라는 결과는 같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뿐만 아니라 충분히 만족했지만 더 이상 그 제품을 살 이유를 찾지 못했거나 예산 부족 등 다른 이유로 눈물을 머금고 다른 제품을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즉 고객은 만족하고 충성하기도 하지만, 만족하지 않고도 충성하기도 하며, 만족하되 충성하지는 않는 종잡을 수 없는 존재다. 물론 고객을 만족시키면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충성을 이끌어낼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그러나 오늘의 만족이 내일의 구매를 100% 담보하지 못한다면 기업은 분명 내일의 구매를 위한 다른 이유를 찾아야 한다.
 
충성도와 만족도는 별개일 수도
이런 측면에서 만족도와 충성도를 함께 살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충성도를 관리하는 첫걸음은 무엇이 고객의 발목을 붙잡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한 예로 필자는 스카이(SKY) 휴대전화만을 고집하는 한 지인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스카이 휴대전화의 디자인이나 기능 때문에 반복 구매를 하는 줄 알았지만 전혀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바로 문자 입력 방식이었다. 처음 산 휴대전화가 스카이인데 그때 익힌 문자 자판에 익숙해진 것이다. 아울러 음성통화보다 문자메시지를 더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다른 제품이 눈에 들어와도 스카이 휴대전화를 산다고 했다. 한 종류의 신용카드만을 사용하는 또 다른 지인은 카드 서비스에 불만이 많으면서도 그 카드만 사용한다. 다른 카드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 카드를 사용해야만 카드 포인트로 선(先) 할인 받은 자동차구매액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사용하지만 포인트를 채우고 나면 미련 없이 카드를 잘라 버릴 것이라고 다짐에 다짐을 한다. 

결국 만족한 고객뿐 아니라 만족하지 않는 고객도 충성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얘기다. 기업은 불만족 상태지만 충성하는 고객을 좀 더 면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만족하지 않았더라도 한 제품을 오랫동안 사용한 습관 때문에 충성하는 것인지, 다른 제품으로 이동할 때 발생하는 금전적 손실 때문에 고객으로 남아 있는 것인지 조사해야 한다. 또는 선택할 만한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는 고객도 있을 것이다. 불만족 고객의 충성 요인을 분석한 뒤에는 이들을 고객으로 더욱 단단하게 묶어두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고객의 작지만 강력한 습관을 만들 것인지, 쉽게 포기하기 힘든 혜택을 제공할 것인지, VIP로 대접해서 유인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이는 CS대상을 받는 것만큼 중요하다.

고객 만족 점수의 함정
기업들이 CS에 대해 갖는 또 다른 오해가 있다. 만족을 모두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CS를 측정하기 위해 많은 기업이 고객 설문이나 해피콜을 통해 “고객님,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에 얼마나 만족하십니까. 5점 만점 중 몇 점인지 답해 주십시오”라고 묻는다. 그러나 점수를 대충 주는 고객이 적지 않다. 기업은 그 점수를 평균내고 자사의 CS 실태를 파악한다. 5점인 ‘매우 만족’과 4점인 ‘만족’ 모두 만족의 범주 안에 속하는 셈이다. CS 점수가 4점 정도 된다면 이 기업은 CS를 잘 실천하고 있는 것일까. 4점짜리 ‘만족’과 5점짜리 ‘매우 만족’ 사이엔 정확히 1점 값어치만큼의 차이만 존재하는 것일까.
 
CS 관리자들의 가장 큰 오해가 바로 고객을 적당히 만족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4점을 5점으로 만들려는 노력보다 1점이나 2점을 3, 4점 정도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생각 또한 잘못된 판단이다. 이런 오판은 평균적 만족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된다. 집착은 곧 만족했다고 대답한 고객 중 8%만 재구매하고, 80%는 떠나는 ‘만족의 딜레마’를 만들어 낸다.
 
만족도의 차이에 주목해야
만족한다는 고객의 답은 항상 동일한 수준의 만족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해피콜이나 설문을 접할 때 소비자들은 ‘이런 질문에 야박하게 점수를 줄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해서 대충 ‘만족한다’고 답하는 경향이 있다. 소비자가 말하는 ‘4점’짜리 만족은 CS 담당자가 해석하고픈 ‘다음에도 반복 구매할 수 있는 만족스러운 거래를 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큰 불만은 없고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좋은 대안이 생기면 언제든지 옮겨갈 수 있다’는 숨은 뜻을 담고 있다.
 
CS 활동이라는 명목으로 예산을 세워 불만족한 고객들을 적당히 달래고 만족한 고객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평균 4점짜리 CS’를 달성하는 것은 참된 의미의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CS의 진정한 목표는 모든 고객이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5점 만점을 외치는 완벽한 만족 상태다. 이를 위해 기업은 단지 추상적인 만족 추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재구매 의도를 평균점수로 만들어 보여 주는 CSI 높이기에만 몰두하지 말고 다양한 CS 측정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순추천지수(NPS)를 살펴보는 것도 적절한 방법이다. NPS는 베인앤컴퍼니와 이 회사에서 고객 충성도를 연구하는 프레데릭 라이헬트가 고안한 개념이다.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주변에 추천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고 추천하겠다는 사람의 비율에서 추천하지 않겠다는 사람의 비율을 차감해 계산하는 비교적 쉬운 방법으로 고객 충성도를 가늠한다. 추천이라는 행동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타인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는 일이다. 따라서 제품에 대한 확신과 만족이 매우 높을 때만 추천할 수 있다. NPS와 같이 고객의 만족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를 찾아 함께 관리함으로써 기업은 자사가 얼마나 질 높은 CS 경영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CS에 대해 갖는 마지막 오해는 한 번 만족시킨 고객을 계속 만족시킬 수 있다는 착각이다. 만족은 홀로 존재할 수 있는 절대적 개념이 아니다. 기대라는 잣대 없이는 붙잡을 수 없는 개념이다. 모든 만족은 기대에서 출발한다. 그 기대는 고객의 경험에 따라 변한다. 평균 사흘 걸리는 자동차 수리를 하루 만에 끝내주는 서비스센터를 만났을 때 사흘짜리 서비스만을 경험해 온 사람들은 매우 만족하며 박수를 친다. 그러나 하루짜리 서비스를 경험하고 난 바로 그 다음날부터 더 이상 하루 만에 끝내 주는 서비스는 박수를 칠 대상이 아니다. 사흘을 군소리 없이 기다리던 사람이 이제는 하루도 길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반나절 만에 완료해 주는 서비스를 기대하며 그때까지 박수를 아낀다. 어제와 동일한 CS 경영은 오늘의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이것이 CS의 실체다. 따라서 CS 이전에 반드시 고객의 기대를 확인해야 한다. 상대성을 고려한 만족 측정에 항상 초점을 맞춰야 한다.
 
CS 향상을 바라며 좀 더 나은 디자인과 친절한 서비스를 고안하기 위해 밤을 새우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때로는 고객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예민한 촉수를 뻗어 확실히 더듬어 두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고객의 기대에 따라 CS 실천의 완급을 조절할 줄 아는 영리함만이 빠르게 변하는 CS를 성공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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