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단절기엔 원가절감만으로 생존 못해

25호 (2009년 1월 Issue 2)

위기만큼 생각을 정리하게 하는 것도 없다. 변화무쌍하게 요동치는 경영환경에서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전략이다. 사명 선언, 야심 찬 목표, 35개년 예산안 등과 연관돼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미의 전략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전략이 필요하다.
 
많은 경영인에게 ‘전략’이라는 단어는 어느새 강박적인 언어습관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이로 인해 비즈니스 관련 용어들은 이제 웬만하면 전략으로 통한다. 마케팅은 언젠가부터 마케팅 전략이 되었고, 데이터 처리는 정보기술(IT) 전략, 기업인수는 성장 전략, 원가절감은 저가 전략으로 불린다. 전략을 성공이나 원대한 목표, 야심과 동일시하면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일각에서는 최고경영자(CEO)의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면 무조건 ‘전략적’인 것으로 치부한다. 의사결정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 의사결정자의 직급이 곧 전략을 정의하는 기준이 돼버린 것이다.
 
필자는 특정 문제에 대한 일관된 대응책을 전략으로 정의한다. 진정한 전략은 어떤 문서나 예측이라기보다 문제 진단을 기반으로 한 전반적인 접근법이다. 따라서 전략의 핵심적 요소는 경영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일관된 관점이지 문서화된 계획이 아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지난 1년 동안 일어난 일련의 사태는 그 자체로 충격적이었지만 전대미문의 사건은 아니었다. 부동산 거품이 신용 확대와 높은 레버리지 비율을 동반할 때 심각한 위험이 뒤따른다는 것은 역사적인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1819년에 발생한 미국 최초의 경제 공황은 부동산 대출로 야기됐다. 그 후 18731877년 세계를 강타한 경제 공황은 토지 담보대출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당시 유럽과 미국에서는 혁신적 모기지 대출이 등장하면서 토지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지만 일순간 거품이 꺼지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와 신용 경색이 4년 동안 지속됐다. 18931897년의 미국 장기 침체는 ‘철도 버블’이 붕괴하면서 촉발된 신용 경색 때문이었다. 19952004년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또한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과 높은 레버리지 비율로 조장된 거품 경제가 붕괴하면서 시작됐다.
 
이러한 역사적 사례에서 관찰되는 핵심 단어가 바로 ‘레버리지’다. 아르키메데스는 “충분히 긴 지렛대와 튼튼하게 발을 디디고 설 장소가 있으면 지구도 들어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자의 지름만큼이라도 지구를 들어올리기 위해서는 수 광년 길이의 지렛대가 필요하며, 그 와중에 지구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반작용으로 인해 아르키메데스 자신이 순식간에 먼 곳으로 퉁겨져 날아갈 수 있다는 설명은 하지 않았다. 현재 위기는 이 같은 과도한 지렛대 효과에 의해 촉발된 반작용이 경제의 두 부분, 즉 가계와 금융서비스 부문에 나타난 결과다. 레버리지가 없었더라면 경기 침체 자체는 불가피하더라도 담보 부동산의 경매 처분이나 기업 파산으로까지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 경제위기의 파급 효과가 날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레버리지 효과 때문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어떻게 전개돼 오늘의 금융위기를 촉발했는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미국의 가계 부채는 1980년대 초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2001년 증가세가 가속화됐다.(표1) 월 스트리트의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베어스턴스, 모건스탠리 등 빅5 증권사의 레버리지 비율은 2004년 이후 급증했다. 2004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오랫동안 고수한 레버리지 비율 120% 제한선을 이들 5개 기업에 면제하고 자율 규제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1990
2007년 전체 금융서비스 부문은 전체 국내총생산(GDP) 대비 2.5배 규모로 성장했다. 이 부문의 GDP 대비 수익은 19471996년의 평균 0.75%에서 2007년 2.5%로 상승했다. 그러다 주택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담보물 처분율이 예상치 못한 수준으로 치솟고, 특정 모기지 담보 증권의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하락세는 순식간에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금융기관의 파산을 야기하고, 이 여파로 시스템 전반의 불확실성과 손실이 증폭됐다. 2008년 상반기까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던 미국 소비자 지출은 3분기에 연간 3.1% 수준으로 하락했다. 마침내 심각한 수준의 경기 침체가 도래한 것이다.
 
구조적 단절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서 의미를 분별하는 것은 이를 다시 정리해 자세히 설명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필자는 현재의 상황을 과거로부터의 구조적 단절이라고 진단한다. 계량경제학 용어인 ‘구조적 단절’은 시계열 데이터 가운데 변수들 간의 추세와 연관성 패턴이 변화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뜻한다.
 
기업의 경영위기는 종종 비즈니스 모델의 수명이 끝날 때를 의미한다. 해당 업종의 근본 구조가 급격히 바뀌어 기존 사업 방식이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90년대 IBM이 그 동안 적용해 온 통합 메인프레임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옵션 및 주변기기 구성 모델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컴퓨터 수요는 증가했지만 IBM의 공급 방식은 외면받기 시작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현재 신문 매체 역시 인터넷에 독자와 광고를 빼앗기면서 비슷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보 및 분석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전통적 출판 매체가 이를 통해 수익을 실현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이다.

동일한 원칙이 경제 전반에도 적용된다. 지난 40년 동안 발생한 대부분의 경기 불황은 10
18개월 후에 수요가 생산 능력 및 성장률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침체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금융 서비스 부문이 본격적으로 활기를 되찾거나 가계 부문이 급속히 회복되리라고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두 진원지 외에도 원자재 가격과 석유 수입, 무역 수지, 학교교육 현황, 막대한 성과급 보상 등도 지속 가능하지 않은 추세가 관찰된다. 이제 중국에서의 차관에 의존해 미국 내수 소비를 진작하고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은 비현실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제 사람들은 뼛속 깊이 미래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느끼고 있다. 경제의 일부 또는 전체 비즈니스 모델이 이러한 방식으로 변화하면 그때가 바로 구조적 단절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단절은 종종 매우 어려운 시련의 시기를 의미한다. 그렇지만 시련은 금세 끝나지 않는다. 하지만 일촉즉발의 위기로 순식간에 몰락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어떤 기업은 기존 패턴의 쇠락과 새로운 패턴 등장을 파악해 오히려 약진하기도 한다. 따라서 가장 시급한 것은 실물경제 침체기에서 살아남는 것이다.(GP TIP ‘불황에서 살아남는 법’ 참조)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새롭게 떠오르는 패턴을 파악해 성장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다. 구조적 단절기는 전략가가 너무도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과거에 통하던 경쟁우위의 원천이 약화되고 새로운 경쟁우위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불패 신화를 자랑하던 막강한 기업들이 신규 기업에 추월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부 업종에서 최근의 구조적 단절은 1980년대에 발생하였다. 마이크로프로세서 발전으로 컴퓨터 가격이 대폭 하락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등장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혁신은 인터넷 및 전자상거래를 탄생시켰다. 전략적 측면에서 더욱 주목할 점은 이러한 단절로 인해 경쟁우위의 속성 또한 급격히 변했다는 사실이다. 1985년 텔레콤 장비 업체들은 북미·유럽·아시아 3개 주요 대륙 가운데 적어도 2개 대륙을 공략할 수 있는 규모와 수천 명의 개발 엔지니어, 제조 엔지니어 등의 인력을 조율할 수 있는 역량이 필수적이었다. 1995년까지 주된 경쟁우위의 원천은 펌웨어였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스코 시스템은 순식간에 소규모 팀이 처음으로 작성한 10만 라인의 코드 구현을 기반으로 전체 업계를 평정하고 만다. 이러한 구조적 단절을 계기로 실리콘밸리의 소규모 팀 문화는 그동안 산업적으로, 대규모 인력 관리로 경쟁우위를 이어가던 일본을 추월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경쟁우위의 로직 변화로 국가의 부(富) 또한 뒤바뀌었다.
 
구조적 단절은 기존의 많은 행동 패턴이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일부 기업, 나아가 경우에 따라서 경제 전반에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18931897년의 장기 공황은 미국의 철도 붐에 종지부를 찍고 정교한 소비재 제품을 기반으로 한 경제로 이행하는 계기가 되었다. 밀턴 허쉬는 이러한 불황 속에서 허쉬초콜릿의 브랜드와 유통 경쟁력을 구축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 역시 같은 시기에 전기를 기반으로 한 신 경제가 태동한 구조적 단절기에 등장한 브랜드다.
 
미국의 1930년대는 대공황으로 인한 혹독한 시련의 시기였지만 모든 업종과 사업이 쇠퇴의 길을 걷지는 않았다. 경제가 자본재에서 소비재 중심으로 대거 이동함에 따라 강철, 고무, 석탄, 유리, 철도, 빌딩 등의 업종은 매우 큰 타격을 받은 반면에 켈로그와 같은 소비재 브랜드는 약진을 거듭했다. 고속도로 주변의 캠핑장과 모텔도 호황을 이뤘으며, 항공 여객기 수요 또한 대폭 상승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역시 할리우드의 황금기를 거치며 라디오·영화 산업의 성장과 관객 증대로 크게 발전했다.
 
마찬가지로 일본 또한 19962005년 10년에 걸친 극심한 장기 침체기에 전체 소비자 지출이 매우 정체돼 있었다. 그러나 경제는 새로운 패턴으로 재편 움직임이 일었다. 예를 들어 일본에는 200여 개의 소프트드링크 브랜드가 존재하며, 세븐일레븐의 각 편의점은 50여 개 브랜드를 취급한다. 그러나 이들 브랜드의 약 70%는 매년 사라지고 새로운 브랜드로 대체된다.
 
구조적 변화의 상당 부분은 정부의 정책 대응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현재 핵 발전, 인프라 보수, 광가입자망(FTTH) 구축 등이 이미 경기 진작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정부기금을 따내는 것이 매우 힘들다. 그러나 신 성장 영역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실례로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뉴딜 기간에 미국 연방 정부는 회계장부 기록을 대폭 확대했다. 수기 작성이나 타이핑보다 더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하던 정부는 IBM에서 새롭게 고안한 펀치 카드 시스템을 활용했다. 또 다른 사례로 항공 산업 성장기에 보잉은 1934년 항공 우편법 제정으로 큰 타격을 받았지만 국방 관련 주요 계약을 따내면서 막대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불황기의 구조적 단절기에 지양해야 할 점은 기존의 방식을 동일하게 계속 시도하는 것이다. 단절 및 불황은 그 자체로 기존 패턴이 이미 한계에 도달해 가치를 파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사례로 금융 부문의 인센티브 제도를 살펴보자.
수십 년 동안의 심층 조사 결과 특정 펀드 매니저들의 실적이 다른 이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이유를 ‘운’ 이외에 다른 요인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실적이 높은 펀드 매니저와 심지어 연금기금 매니저들조차 막대한 성과급과 보너스를 받고 있다. 인센티브는 원칙적으로 좋은 제도다. 그러나 현재의 관행에 대해서는 여러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2006년에 직원들에게 무려 44억 달러를 보너스로 지급한 베어스턴스는 과연 이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한 것일까. 역량 있는 CEO를 확보하기 위해 4000만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이 과연 필요할까. 지급하기 힘들 정도로 인재들에게 막대한 보상을 해 준다면 이들은 단기적 보상을 따내기 위해 장기적 리스크를 취할 수 있다. 과도함은 언제나 마이너스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수익 감소나 마이너스 수익을 야기할 수 있는 또 다른 패턴은 곤혹스러울 정도로 복잡한 비즈니스 및 경영 체계에서 나타난다. 금융서비스 산업은 이러한 복잡성으로 인한 비용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복잡한 시스템에 대한 규제는 종종 그릇된 방향으로 진행될 때가 많다. 만들어낸 사람도 다 파악할 수 없는 복잡성을 규제 당국이 어떻게 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이러한 경우 규제 당국이 취할 수 있는 최고 조치는 특정 유형의 행동을 금지하는 것이다.
 
복잡성의 또 다른 사례는 급증하는 e메일 수신 건수를 꼽을 수 있다. 윈도 비스타 소프트웨어의 엔지니어링 매니저인 필립 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업무 간 조율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프로세스가 또 다른 프로세스를 낳으면서 자동적으로 계속 증폭되는 현상”을 초래한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저가 커뮤니케이션의 예기치 못한 부작용은 오래전부터 나타나고 있다. 불행하게도 메시지 전송의 비용 절감은 메시지 양을 급속도로 늘리고 있다. 동료 그룹에 전송한 e메일은 즉각적으로 답변 메일을 촉발한다. 응답자 그룹이 확대되면서 답변 메일은 임계질량에 이른 플루토늄의 중성자 수처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메시지에는 무언가를 실행하거나 변경하거나 고려하기를 요청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여기에는 높은 비용이 수반된다. 1980년대 들어 세전 지출에서 판관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컴퓨터가 경영의 필수 도구가 됐다.(표2)
 
부분적으로 관리 강도가 커지면 지식기반 노동자의 중요성과 단순 업무의 아웃소싱이 커진다. 또한 생산성을 거의 측정할 수 없는 개별 요소로 구성된 매우 복잡한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심화된다. IT, 마케팅, HR 프로그램이 높은 투자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특정 요소에 집중하기보다 비즈니스에 대한 전반적인 접근법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경기가 나빠질 때 시스템 자체가 문제로 전락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
 
석유를 비유로 들어 설명해 보자. 석유가 값싸고 풍부하던 시절에 우리는 석유가 계속 저렴하고 풍부할 때 잘 작동할 수 있는 거대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러나 유가가 인상되자 우리는 다른 인프라를 바라게 됐다. 이는 경제적 기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경제적 기회가 풍부한 시기에는 그러한 기회를 잘 포착할 수 있는 경영 인프라에 투자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기회 자체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 경영 인프라에 대한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역량 있는 인재 1명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임금, 인센티브, 지원인력, 시스템에 연간 최소 30만 달러를 지출하는 체계는 호황기가 아닌 현재 상황에서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다른 방식으로 추진하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호황기에는 인프라 자체를 변경하기가 쉽지 않다. 필자는 19931995년 인시아드(INSEAD)의 기업 회생 프로그램 감독을 맡아 경쟁력 강화를 시도하는 기업에 대한 연구 및 공동작업을 추진한 적이 있다. 그러나 1996년에 경기가 살아나자 참여 기업들의 관심사는 리엔지니어링에서 성장으로 일순간 바뀌었다.
 
그 후 수년 동안 대부분의 기업은 실제로 성장을 이뤘다. 또한 제품 및 지역의 다양성과 직원, 정부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복잡성이 심화되는 간접비 구조에 지출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침체기에 빠진 오늘날 범위와 다양성은 축소되지만 비용까지 자동적으로 절감되지는 않는다. 범위 및 다양성 관리 비용은 IT 시스템, 소싱 시스템, 신제품 설계 및 마케팅 프로세스 등으로 구성되는 인프라에 이미 반영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황기의 구조적 단절기에는 원가 절감만으로 충분치 않다. 이보다는 전사적 구조의 복잡성 축소 및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라는 2가지 차원으로 새로운 업무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먼저 전사적 차원에서 제1계명은 단순화, 또 단순화이다. 기업의 모듈화·다양화를 강화하기 위해 비즈니스나 제품·지역을 연계하는 조율 위원회와 검토 위원회, 기타 메커니즘을 제거해야 한다. 각 사업부가 업무 활동을 조율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효율적인 중앙 및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상호 지원 영역을 분명히 하고, 정치적 방해물을 없애기 위해서는 큰 사업부를 작은 규모로 분할해야 한다. 사업부를 분할하면 부서 간 업무 조율에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효율화 대상 영역을 파악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GP TIP] 불황에서 살아남는 법
 
- 생존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 조기에 사업을 매각하라. 재무위기에 빠지게 되면 협상력이 상실된다.
 
- 비핵심 부문을 정리해서라도 핵심 부문은 지켜라. 비핵심 부문은 상황이 개선된 뒤에도 여전히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때 재인수하라.
 
- 안정된 고 수익원과 경쟁우위의 원천은 대부분 호황기를 지나면서 간접비와 복잡성, 상호 보조금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호황기 때는 이를 감당할 수 있지만 불황기에는 감당하기가 불가능하므로 반드시 이를 삭감하거나 축소해야 한다.
 
- 불황의 긍정적 측면은 비용 절감과 효율성 증대를 위한 새로운 시도가 확산된다는 점이다. 호황기에는 인간적 갈등을 불러일으킬 만한 비용 절감, 변화 과제 등을 불황기에 상대적으로 쉽게 추진할 수 있다.
 
- 불황기를 활용해 경쟁우위에 집중하고, 경쟁우위를 강화하라. 평소 경쟁우위에 대한 개념과 의미를 혼동해 왔다면 불황기에 이를 말끔히 정리할 수 있다. 경쟁우위는 동일한 뿌리에서 나온 2개의 가지로 이뤄진다.
△다른 업체의 비즈니스를 빼앗아 수익성을 달성할 수 있을 때 △불황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 사업 실행 비용이 충분히 낮을 때 경쟁우위는 창출된다.
 
- 불황기에는 위기에 빠진 경쟁 업체의 자산을 저가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라. 다른 업체의 경쟁우위 가운데 부채와 복잡성으로 무분별하게 얽혀 있는 자산이야말로 최고의 인수 대상이다.
 
- 불황기에는 많은 공급 업체가 공급 조건을 기꺼이 재협상하고자 한다. 주저하지 말고 이를 활용하라.
 
- 불황기에 고객들은 더 좋은 조건을 원한다. 신속하고 안정적인 결제 처리는 고객을 유지하는 좋은 방법이다.
 
- 불황을 함께 극복할 직원들과 커뮤니티에 집중하라. 불황기에 직원들을 계속 유지하고 지원하는 것은 물론 이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면 경기 회복 후에 몇 배 이상의 보상이 돌아온다.

그 후에는 개별 사업들을 혁신해야 한다. 이와 관련한 효과적 추진 방안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연구 자료가 있으므로 이 글에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 일반적으로 가장 첫 작업은 해당 사업이 그동안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 왔고, 어떻게 시장에서 경쟁했으며, 어떻게 수익을 창출했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이때 파워포인트의 막대그래프나 차트 수준의 개략적인 파악에 그쳐서는 안 된다. 비즈니스 속성이 너무 복잡해서 이해하기가 어렵다면 이해 가능한 부분으로 쪼개어 분석하면 된다. 개혁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핵심적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비책은 없다. 비즈니스 혁신은 언제나 통찰력과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일반적으로 불황기에는 고정 비용과 범위, 다양성을 축소하는 것이 전통적인 대응책이었다. 그러나 구조적 단절이 수반되는 불황기에는 경영 방식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 위기를 극복할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승승장구하는 기업은 비용을 넘어 상세한 경영 체계부터 들여다본다. 이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새로운 이슈 몇 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인센티브 및 평가 시스템은 관리자 간의 경쟁을 심화하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중시킨다. 이로 인해 초래되는 부가적 업무는 어느 정도나 되나.
 
- 현재의 정보 흐름 가운데 생략 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가치를 창출하는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보는 경영진의 주의를 분산시켜 낭비를 초래할 뿐이다.
 
- 비용이 많이 드는 회의나 커뮤니케이션 대신 정책으로 표준화할 수 있는 의사결정이나 판단 영역이 있다면 무엇인가.
 
- 고객, 공급업체 및 정부와의 협업을 통해 상호간 업무 프로세스를 단순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경기 침체는 경제 자체뿐 아니라 사기 차원에서도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그러나 숨 가쁘게 몰려오는 변화의 시기에 접어든 이상 너무 늦기 전에 개혁 작업에 착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8호 Future Mobility 2020년 6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