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ased on “Curating the crowd: How firms manage social fit to stage social atmospheres”(2026) by Danatzis, I., Hill, T., Karpen, I. O., & Kleinaltenkamp, M., Journal of Marketing, 90(2), 115–134.
라이브 스포츠 경기장, 전자음악 클럽, 프라이빗 멤버십 클럽, 초청 기반 이벤트 등 경험경제 산업에서 기업의 경쟁력은 무엇에서 비롯되는가. 단순히 조명, 음향, 인테리어 같은 물리적 공간 연출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킹스비즈니스스쿨 연구진에 따르면 기업은 ‘사회적 분위기(social atmosphere)’를 우연히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구성을 전략적으로 기획하고 관리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연출한다. 연구진은 이를 ‘사회적 분위기 큐레이션(social atmosphere curation)’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사회적 분위기란 ‘공유된 관심사를 중심으로 고객들의 감정과 행동이 정렬되고 집단적 몰입이 발생하는 상태’를 뜻한다. 사람들이 축구 경기장에서 함께 환호하거나 음악 페스티벌에서 리듬에 맞춰 몸을 맡기며 일체감을 느끼는 순간이 대표적 사례다.
문제는 고객이 서로 이질적일 경우 이러한 감정·행동의 동기화가 쉽게 깨진다는 점이다. 동기, 태도, 기대 행동이 다른 고객이 뒤섞이면 집단 긴장이 발생하고 소속감이 약화되며 결국 분위기가 붕괴될 수 있다. 최근 고급 멤버십 클럽이나 대안적 문화 축제가 상업화·대중화되면서 기존의 독특한 분위기를 잃었다는 비판을 받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연구진은 “관건은 고객의 다양성을 무조건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적으로 어울릴 수 있는 ‘최적의 이질성(optimal heterogeneity)’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독일 베를린의 전자음악 클럽 문화를 4년에 걸쳐 민족지학적 방법으로 조사했다. 클럽 운영자, 이벤트 기획자, DJ, 입장 선별자, 보안 요원, 일반 방문객 등 38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현장 관찰과 문헌 자료를 병행 분석했다.
베를린 클럽은 낮은 입장료와 강력한 ‘도어 정책’으로 유명하다. 수백 명이 줄을 서지만 입장이 보장되지 않는다. 연구진은 이러한 선별 과정이 단순한 배타성이 아니라 특정 공동체적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장치라는 점에 주목했다.
첫 단계는 ‘육성’이다. 이는 기업 내부에서 원하는 분위기와 고객상을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홍보물, 이벤트 콘셉트, 행동 규칙 등을 통해 외부에 일관되게 전달하는 과정이다. 예컨대 특정 클럽은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위한 안전 공간을 강조하고, 다른 클럽은 보헤미안적 자유분방함을 강조한다. 이러한 메시지는 적합한 고객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맞지 않는 고객이 사전에 자발적으로 이탈하도록 만든다.
또한 입구에는 사진 촬영 금지, 차별·혐오 발언 금지 등 구체적 행동 규범이 명시된다. 이는 단순한 규칙 안내가 아니라 어떤 감정과 태도를 공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대를 형성하는 장치다.
두 번째 단계는 실제로 진행되는 입장 ‘선별’ 과정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선별 기준은 외모 자체가 아니라 ‘사회적 적합성(social fit)’이다. 이는 한 개인이 다른 고객들과 감정·행동 차원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선별자는 세 가지 요소를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첫째, 참여 준비도(readiness)다. 단순 구경꾼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몰입하고 타인과 상호작용할 의지가 있는지를 본다. 공격적 태도, 과도한 음주, 폐쇄적 집단행동은 배제 요인이 된다. 둘째, 하위문화 자본(subcultural capital)이다. 음악, 패션, 공간의 맥락에 대한 이해와 태도, 즉 ‘이 문화에 속해 있는가’를 가늠한다. 이는 특정 복장 스타일, 음악 라인업에 대한 이해, 공간의 규범에 대한 인식 등을 통해 드러난다. 셋째, 고객 집단에 대한 독특한 기여도다. 연구진은 선별자가 내부 고객 구성을 살펴보고 성별·인종·성적 정체성 등 다양한 정체성 표지를 고려해 균형을 맞춘다고 분석했다. 이는 단순한 배제가 아니라 의도적 다양성 설계에 가깝다.
마지막 단계는 ‘신비화’다. 선별 기준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일정 부분 모호성을 유지함으로써 접근 자체에 상징적 가치를 부여한다. 연구진은 “선별 기준을 완전히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은 차별을 은폐하기 위함이 아니라 공간의 정체성과 공동체성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이러한 신비성은 브랜드 신화를 강화하고 스스로 적합하다고 느끼는 고객을 더욱 끌어들이는 효과를 낳는다.
이 연구는 ‘포용’과 ‘배제’가 대립 개념이 아니라 상호의존적이라는 시사점을 준다. 특정 소수자 집단이 안전하고 몰입 가능한 공간을 경험하려면 경우에 따라 다른 집단의 출입을 제한해야 할 수 있다. 연구진은 “포용을 배제의 반대 개념으로만 이해해서는 사회적 분위기의 형성 과정을 설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존 마케팅 연구는 조명, 소리, 재질 등 물리적 서비스 환경 설계를 중심으로 분위기를 설명해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물리적 환경보다 ‘어떤 고객을 어떻게 모으는가’가 더 핵심적 변수임을 보여준다.결국 성공적인 사회적 분위기는 자연 발생적 결과가 아니라 고객 이질성을 관리하고 사회적 적합성을 설계하는 전략적 기획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경험경제 산업 전반에서 ‘공간 디자인’을 넘어 ‘군중 디자인(crowd design)’으로 관점을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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