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타이클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의류 산업에서 의류 제조 과정 개선이 아닌 ‘의류 재사용’을 통해 친환경 가치를 실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가장 많이 버려지는 옷 중 하나인 아동 및 임산부 의류 재활용에 초점을 맞추면서 일회적, 수직적이던 소비 과정을 반복적인 순환 과정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리타이클이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은 단순히 친환경만을 앞세우지 않고 편리함과 신뢰를 극대화하는 서비스를 선보인 데 있다. 판매자가 직거래나 택배 발송 없이 판매 버튼을 누르고 문 앞에 옷을 내놓기만 하면 알아서 수거해 가고, 엄격한 검수 시스템을 통과한 옷만 거래가 성사될 수 있도록 해 품질을 관리했다. 아울러 편리하고 안전한 서비스로 유입된 고객들의 이탈을 방어하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판매자-소비자 간 유기적 전환을 촉진하고 제휴사들과 손을 잡으면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올랐다. 환경오염이 가속화되고 자원 사용, 에너지 효율 및 탄소배출량의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지면서 환경을 고려한 ESG 경영이 기업 평가의 큰 요소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필자가 살고 있는 싱가포르는 범정부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 및 정책들을 실행하고 있는 국가다. 한 예로 2019년 신설된 탄소세는 2023년까지 이산화탄소 1t당 싱가포르 화폐로 5달러였지만 2024년부터 25달러로 5배 상승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를 2∼3년마다 순차적으로 올려 2030년까지 5달러에서 80달러로 10배 이상 인상하겠다는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앞서 2021년 2월에는 ‘Singapore Green Plan 2030’ 계획을 발표하며 친환경 정책에 진심 어린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현재 이 같은 ESG 경영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돼 빠르게 반영되고 있는 산업 중 하나가 바로 ‘의류(섬유화학)’다. 현재 의류 산업은 석유화학 다음으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저렴한 의류는 아크릴, 나일론, 폴리에스터 등의 합성섬유를 사용한다. 합성섬유는 재활용이 안 되기 때문에 소각 혹은 매각 처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합성섬유의 변성은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한 다양한 유독 화학물질을 배출,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킨다. 산업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친환경&리사이클 섬유 패션산업 육성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패션 산업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10%, 온실가스 배출량의 6∼10%, 해양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의 20∼35%를 내보내는 주범이라고 한다. 탄소배출량의 10%를 유발한다는 것은 모든 국제 항공과 해상 운송을 합친 것보다 많은 양을 내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폐의류 배출량은 2015년 9200만 t이었는데 2030년엔 1억4800만 t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면 소재 옷들은 탄소배출량이 적지만 수질오염 문제를 갖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How Your T-Shirt Can Make a Difference’ 영상에 따르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 900일 동안 마실 수 있는 물이, 청바지 한 벌을 만들기 위해서는 10년 동안 마실 물이 사용된다.
권혁태ht@pinevp.com
파인벤처파트너스 대표
권혁태 대표는 캐나다 퀸즈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골드만삭스 일본 및 싱가포르 오피스에서 일했다. 이후 싱가포르 금융통화청(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에 등록된 금융 투자회사인 파인벤처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시장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스타트업이 있는 동남아, 미국, 중국, 한국 회사들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며 글로벌 진출을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