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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농촌에 오픈런 부르는 감자빵집 ‘밭’의 브랜딩 전략

“매출도 중요하지만 농업 가치 알리기 먼저”
감자빵 스토리에 공감한 2030 몰려왔다

이규열,여준상 | 362호 (2023년 0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2022년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카페 감자밭에는 감자빵을 먹기 위해 약 70만 명이 모였다. 카페 감자밭을 운영하는 기업 밭은 원물로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개발해 식량 주권, 지방 소멸 등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특히 카페 감자밭은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로 인정받으며 하나의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밭은 생산량이 부족한 초기에 채널군별로 영향력이 크다고 판단되는 채널을 우선 선점했다. 감자빵이 탄생하게 된 과정과 밭의 비전을 하나의 스토리로 구축해 책, 미디어 등을 통해 널리 전파했다. 고객들이 남긴 모든 리뷰에는 답글을 남기고 부정적인 리뷰에는 더욱 구체적인 설명을 남겨 유사한 불만을 갖는 고객들이 없도록 했다.



강원도 농촌에 도는 웃픈 농담이 하나 있다고 한다. 노인, 공무원, 군인이 그 지역 인구를 구성하는 집단 전부라는 것이다. 지방 소멸의 씁쓸한 현실을 꼬집는 이야기다.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이곳엔 치킨집 하나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런데 2022년, 이 지역에 무려 70만 명이 찾아왔다. 춘천 명소로 꼽히는 ‘카페 감자밭’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2019년 29세 동갑내기 농업인 부부인 이미소 대표와 최동녘 대표는 카페 감자밭을 열고 2020년 감자빵을 개발했다. 이곳의 감자빵이 특별한 이유는 한국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수미감자가 아닌 한국 품종의 감자를 썼다는 것이었다. 로즈홍감자, 청강감자, 흰감자 등 다양한 한국 품종의 감자 1개 분량이 빵 속에 고스란히 들어간다. 감자를 오븐에 넣고 200도 이상 고온에서 100분 이상 구워 수분은 날리고 단맛과 풍미를 극대화한 게 맛의 비결이다. 처음에는 하루에 50개도 팔지 못했지만 점차 입소문이 나더니 결국 가게 오픈 1~2시간 전부터 감자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감자빵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이 대표와 최 대표는 “‘밭’은 스토리로 농촌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기업”이라고 말한다. 밭은 감자빵을 많이 팔아 많은 수익을 내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지 않는다. 이 기업의 비전이자 목표는 농업과 종 다양성의 가치를 알리는 것이다. F&B 기업이라면 으레 일급비밀로 숨기는 감자빵의 레서피까지 공개했다. 다만 이 레서피를 그대로 쓰려는 사람들에게 신신당부하는 점이 있다. 바로 ‘반드시 국내산 감자를 구워 만들어야 맛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다른 회사들이 밭의 레서피를 따라 국내산 감자로 감자빵을 만든다면 우리의 비전에 동참하는 셈이라 좋은 일”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오픈 소스’ 정책을 쓰고 있는데도 밭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2022년 매출은 약 213억 원으로 감자빵을 처음 선보인 2020년(약 50억 원)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2019년 직원 3명과 함께 시작해 그해 약 6억5000만 원의 매출을 내는 데 그쳤던 작은 카페가 불과 약 3년 만에 약 190명의 직원이 터전을 내린 일터로 성장했다. 직원들의 평균연령도 ‘지역 특성’에 맞지 않게 30대 초반으로 젊다. 각박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개인적으로도 성장을 이루고자 하는 20, 30대가 ‘밭’의 비전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감자빵의 인기와 더불어 관광객들은 물론 젊은 직원들이 모여들자 지역경제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카페 감자밭이 위치한 소양강댐 주변에는 카페 거리가 조성돼 여러 카페와 식당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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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은 농가 소득 증대에도 일조했다. 과거에는 일부 식품 및 유통 대기업이 농가와 계약 재배를 맺어 감자를 구매했다. 이렇다 할 경쟁이 없어 감자 값은 10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이었다. 밭은 대기업보다 10~30% 비싼 가격에 감자를 계약 재배한다. 감자 계약 재배 시장에 경쟁이 이뤄졌고 대기업 역시 농민들에게 이전보다 더 비싼 값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농사지을 수 있는 소득을 보장해준 셈이다. 밭은 2021년 농민들로부터 감자 약 500t을 수매했고 올해에는 생산 시설을 늘리며 감자 수매량 역시 1000t가량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카페 감자밭이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2021년 대한민국 관광 공모전 관광기념품 부문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감자빵이 지역을 대표하는 명물로 인정받은 것이다. 전국적으로 다양한 카피캣이 생겼지만 감자빵을 검색하면 늘 ‘춘천 감자빵’ ‘감자밭 감자빵’ 등 밭과 관련된 게시물이 상위에 노출된다. 보통 경쟁이 치열한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자들은 검색어 상위 노출을 위해 배너 광고, 검색어 광고 등에 막대한 광고비를 집행하지만 밭은 이 같은 마케팅에 일절 비용을 쓰지 않는다. 실제 밭이 현재 마케팅에 집행하는 예산은 전체 예산의 약 1%에 불과하다.

‘농업’ 하면 딱 떠오르는 브랜드가 없는 한국에서 밭은 어떻게 광고비 하나 없이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일궈냈을까. 또한 감자빵을 파는 회사가 어떻게 지역 소멸 문제에 대안을 제시하게 됐을까. 이 대표는 “감자빵을 파는 곳은 많아도 밭과 같은 스토리와 가치를 담아내는 곳은 없다”며 “광고비에 의존하지 않고 스토리텔링으로 팬덤을 불리는 브랜딩을 지향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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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돌아와 감자 30t을 땅에 묻다

“창고에 60t의 감자가 한가득이었다. 내 머리 위로 내 키에 세 배도 넘게 쌓인 감자를 보고 있자니 심장이 턱 막히고 머리가 핑 도는 듯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공황 증상이었던 것 같다.”

2016년, 이 대표는 서울에서 대학을 갓 졸업하고 꿈에 그리던 IT 회사에 취업한 지 약 6개월 만에 고향인 춘천에 돌아왔다. 2015년, 이 대표가 처음 아버지로부터 같이 감자를 팔아보자고 부탁을 받았을 때는 선뜻 그러겠다고 확답을 내리지 못했다. 학창 시절부터 온 가족이 아버지의 감자 농사에 매달리며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이 대표에게 함께 미국에 가보자고 제안했다. 두 사람은 유기농감자협회(Organic Potatoes Association, OPA)의 초청으로 미국 감자 생산량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아이다호에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미국의 수미감자만 인정받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이 대표는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된다. 감자를 주식으로 하는 미국의 감자 전문가들이 한국의 고구마감자를 보고 최고라며 극찬을 하는 것이었다. 우리 시장에서는 외면받았지만 우리 감자의 품질은 외면받을 수준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재배한, 한국 종자 자색 감자(보라밸리) 역시 2008년 모스크바 국제 감자 박람회에서 1등을 차지한 품종이다. 이 대표는 아버지의 신념에 설득됐고 한국 감자의 종 다양성을 알리겠다는 포부를 품었다.

아버지가 농사지은 감자를 팔기 위해 귀향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은 더 이상 팔 수 없게 된 감자 30t을 땅에 묻는 것이었다.

이 대표의 아버지는 생계를 위해 금은방, 닭갈비 집, 두부 집 등 다양한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다른 기업에 투자하기도 했다. 남들이 투자하기 꺼리는 분야의 기업일지라도 그의 신념에 맞닿아 있다면 투자를 결정할 정도로 그의 아버지는 천생 기업가였다. 그가 투자한 회사 중 가장 애착을 가진 회사가 바로 감자 종자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회사였다. 한국인으로서, 또 기업가로서 신념이 남달랐던 그는 늘 가족들에게 다양한 품종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던 2012년 감자 종자 회사가 망했다. 그는 사비로 감자 종자 회사가 갖고 있던 10여 종의 감자 품종을 매입했고 직접 감자 농사에 뛰어들었다.

감자 종자 회사는 왜 망했을까. 그리고 이 대표는 왜 30t의 감자를 묻어야만 했을까. 전 세계 감자의 품종은 약 3000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등록된 종은 100종 미만이다. 그중 국내에서 개발된 품종으로는 고구마처럼 붉은 ‘고구마감자(고구밸리)’도 있고, 단맛이 강한 ‘로즈홍감자’도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급되는 감자는 단연 ‘수미감자’다. 쉽게 부서지지 않아 요리에 넣어 먹기에 적합하고 아무 데서나 잘 자라 국내 감자 생산량의 80%를 차지한다.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개발한 품종인데 국내에 맞게 개량된 종자를 농업기술원에서 농민들에게 직접 저렴하게 보급한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싸게 종자를 공급받을 수 있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수미감자를 뒤로 하고 개인이 보급하는 비싼 국산 종자 감자를 심을 이유가 없다. 30t의 감자를 묻게 된 것 역시 이 감자를 찾는 사람들이 없어서 그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남으면 염가에라도 팔아넘길 수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이들 감자는 박스값 절반도 못 미치는 값에 낙찰됐다. 팔아도 손해가 나니 묻어버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이처럼 식량 주권이 위협받는 건 비단 감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작물의 종자의 절반 이상은 외국 기업의 것이다. 우리 농민들이 청양고추 농사를 짓지만 매년 수십억 원의 종자 사용료를 미국의 종자 회사 몬산토에 지급한다.

두 번의 실패 끝에 ‘밭’을 정의하다

이 대표는 감자 농사에 전념하는 동시에 어떻게 감자를 팔 수 있을지 고민했다. 젊은 농업인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도 참석해 공부하고, 관련 지원 사업과 교육도 적극 참여했다.

이 대표가 처음 떠올린 아이템은 감자로 만든 선식이었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감자 소비 실태를 조사해 보니 ‘끼니도 챙기기도 바쁜데 감자를 직접 깎아서 요리해 먹기가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휴대용 선식 시장은 편리하게 건강을 챙기거나 다이어트를 하고자 하는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었다. 당시 재배하던 감자 품종 중 가장 상품성이 높다고 판단한 보라밸리로 선식을 만들어 판매하면 경쟁력이 있겠다고 판단했다. 막연한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이를 어떻게 실현해야 할지는 막막했다. 때마침 농업기술실화재단에서 주최한 ‘마케톤’ 프로그램이 열렸다. 윤디자인, SM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기업의 디자이너, 기획자, 마케터 등 전문가 멘토 4명과 멘티 1명이 24시간 동안 하나의 기획서를 만들어 발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렇게 보라밸리로 만든 선식 ‘예뻐보라’가 기획됐다.

이 대표는 예뻐보라의 상품화를 위해 1년간 공장 섭외, 제품 디자인, 식품 허가 등에 매달렸고 2017년 제품을 완성했다. 우선은 와디즈에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품을 론칭하기로 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작게나마 호응을 얻으면 입소문과 재구매가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크라우드펀딩은 목표 금액 대비 500%를 달성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올리브영, CU 등에 입점 제안을 받았으나 이 또한 성사되지 못했다. 입점을 위한 수수료를 지급하고 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판매를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제품 개발에만 매달리다 보니 생긴 일이었다. 초보 사업가였던 이 대표는 우선 제품이 있어야 판매를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는 오산이었다. 생산량을 크게 늘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비용을 낮추는 방법도 있었으나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판매 방식을 먼저 고민하고 그에 맞게 제품을 설계해야 한다는 게 첫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이었다.

2년 반을 매달린 예뻐보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 무렵 이 대표 가족에게는 큰 변곡점이 하나 생겼다. 평생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다 처음으로 춘천 신북읍에 직접 농사지을 밭 약 6612㎡(약 2000평)를 사들인 것이다. 겸사겸사 밭에 달린 오래된 건물도 같이 매입했다. 마땅한 용도를 고민하고 산 건물이 아니었다. 그러던 이 대표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오랜 꿈이 떠올랐다. 그렇게 2018년 농장 카페 ‘핑크세레스’가 문을 열었다. ‘핑크’는 발랄한 이 대표의 성격을 대변했고, ‘세레스’는 농사의 여신을 뜻했다. 감자를 비롯한 지역 농산물을 가공해 판매하며 농부들이 사는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했다.

핑크세레스가 성공적이었다면 감자밭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카페를 오픈하니 축하하는 친구들을 비롯해 지역 농민들도 찾아왔다. 혼자 카페를 운영할 수 없어 대구에 살던 사촌 동생까지 춘천으로 불렀다. 처음에는 공간을 꾸미는 하루하루가 마냥 즐거웠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나니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기 시작했다. 하루 매출은 고작 8만 원 남짓. 이대로 핑크세레스를 계속할 순 없었다. 대대적인 리뉴얼이 필요했다.

핑크세레스가 문을 열 즈음, 이 대표는 강원도에서 열린 한 청년 농업인 지원 행사에서 지금의 남편인 최동녘 대표를 만났다. 최 대표 역시 강원도에서 농사를 짓던 집에서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유기농 1세대 농업인이었고, 최 대표 또한 존경했던 아버지를 따라 농부가 됐다. 한국농수산대에 진학해 전문적으로 농업을 배웠고 졸업 후에는 유기농 농사 중 제일 어렵다는 사과 농사에 매달렸다. 2년간 실패했지만 마침내 3년째 전국 품평회에서 1등을 차지해 사과 12개에 18만 원에 파는 고수익 아이템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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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와 연애를 시작한 최 대표는 이 대표의 신념에 동참하며 핑크세레스를 함께 재단장하기로 했다. 최 대표는 카페 건물도 직접 고쳤다. 인건비라도 아껴 보자며 친구와 직접 나사를 박았다. 두 사람이 가장 크게 고민한 건 새 카페의 이름이었다. 두 사람은 새로운 공간이 전해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정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져 눈물을 쏟기도 하고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일과 감정을 구분한다’는 등 회의의 규칙을 만들면서까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이때 이 대표는 그동안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실현하고자 한 것은 아닌지 성찰하게 됐다. 핑크세레스가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면서도 모든 메뉴가 다 맛있길 바랐다. 농촌의 편안한 감성을 주면서도 핫플레이스길 바랐다. 예뻐보라 역시 사람들이 좋아하는 가치를 죄다 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다 보니 정체성이 불분명했고 다양한 감자를 알리겠다는 본래의 목적이 흐려지기도 했다. 두 사람은 젊은 농부로서 그간 농사를 하며 부딪혔던 어려움이 무엇인지 되뇌었다. 그리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생각했다.

이들의 결론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농촌에서 고부가가치 상품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농부들이 늘 지원의 대상인 이유는 단순히 많이 생산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생산량을 늘리면 늘리는 대로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았다. 당시 한 지인은 “약 165㎡(약 50평) 면적에서 농사를 지어 50만 원 손해를 봤기에 다음 해 규모를 늘려 약 330㎡(약 100평) 면적에서 농사를 지었더니 100만 원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규모의 경제가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또한 생산량이 늘면 필연적으로 땅은 황폐해진다. 이런 직간접 경험을 통해 부부는 21세기 농부의 역할이 원물을 생산해 가락시장에 파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됐다. 다양한 품종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개발하고, 더 많은 사람이 농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고민 끝에 정한 회사의 이름이 바로 ‘밭’이었다. 농산물이 자라는 농토, 지역 청년들이 성장하는 터전, 자신을 가꾸는 마음의 밭이라는 세 가지 의미를 담았다. 그렇게 2019년 4월, 밭의 철학을 듬뿍 담은 카페 감자밭이 탄생했다.

조금 비틀었더니 사람들이 밭을 찾아왔다

이름과 인테리어만 바꾼다고 고객들이 찾아올리는 없었다. 이따금씩 카페에 들른 고객들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식량 주권이나 종 다양성 등 밭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아도 사람들은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되레 진지하고 따분한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사람들이 밭의 비전을 자신들의 문제처럼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선 메뉴 개발 외에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했다.

최 대표는 ‘꽃따밭’ 프로젝트를 떠올렸다. 꽃따밭 프로젝트는 이름 그대로 고객들이 직접 밭에서 꽃을 따서 꽃다발을 만들어보는 농촌 체험 프로그램이다. 같은 종류의 꽃이라도 국내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종자를 심는 게 포인트다. 2019년 여름, 감자를 심기로 했던 땅에 해바라기를 한가득 심었다.1 보통 사람들이 해바라기 하면 속에 까만 씨가 가득한 해바라기를 떠올린다. 꽃따밭에서 가장 많이 심은 해바라기는 속에 노란 잎이 빼곡한 ‘테디베어’ 해바라기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속의 해바라기로 유명하다. 이외에도 레몬색의 ‘스타더스트’, 꽃잎이 작은 ‘주드’, 붉은 꽃잎의 ‘스트로베리’ 등 다양한 종자의 해바라기를 심었다. 비용 문제, 검역 문제, 통관 문제 등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노하우를 쌓는 과정이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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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선보인 꽃따밭의 인기는 급물살을 탔다. 처음에는 하루 한두 명만이 꽃따밭을 체험하기 위해 방문했지만 이내 춘천에서 꼭 체험해야 하는 프로그램으로 입소문이 나 모든 예약이 조기 마감됐다. 고객들은 지역에서 운영하는 꽃 축제보다 낫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해바라기에 이어 가을에는 맨드라미를 심었다. 온갖 색상으로 알록달록한 맨드라미 약 4만 개를 심었고 꽃따밭은 점차 카페 감자밭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아갔다.

꽃따밭은 사람들을 끌어모은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바로 참여한 사람들이 종의 다양성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농부들도 평소 보기 힘든 이색적인 종을 다채롭게 마련하고, 이를 몸소 보고 맡고 만질 수 있는 감각적인 체험을 진행하니 사람들이 밭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꽃을 추천해주는 고객들도 생겨났다.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이름 속 감자로도 이어졌다.

감자를 똑 닮은 ‘감자빵’

꽃따밭 프로젝트와 동시에 어떻게 다양한 종자의 감자로 부가가치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도 계속됐다. 이 대표는 사람들에게 감자에 대한 의견을 물을수록 사람들이 감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왜 고구마가 아니냐’는 되물음도 여럿이었다. 감자는 고구마에 비해 단맛도 덜하고 껍질 까기도 불편하다는 게 사람들의 의견이었다. 물론 감자를 좋아한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본래 부정적인 정보가 더욱 크게 받아들여지는 법. 이 대표는 어떻게 해야 감자 본연의 색을 가릴 수 있을지 고민했다.

마침 사람들이 간편식과 빵을 선호한다는 뉴스를 접했고, 감자를 활용해 식사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디저트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핑크세레스를 시작하고부터 이 대표는 약 2년 동안 감자를 넣은 빵 200여 가지를 만들었다. 고구마와 감자, 마늘을 조합한 ‘고감마빵’부터 춘천의 명물인 닭갈비를 활용한 ‘감자 닭갈비 파이’ 등 감자 맛을 덜어낸 온갖 메뉴를 개발했지만 고객들의 호응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수차례 실패의 쓴맛을 본 이 대표는 평소 흘려들었던 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감자를 똑 닮은 감자빵을 만들어 봐라.” 최 대표 역시 감자 본연의 매력을 한껏 살리자는 이 의견에 공감했다. 이 대표는 감자 함량을 최대한 높인 감자 모양의 빵을 개발해보자고 결심했다. 평소 빵에 조예가 깊던 지인의 소개로 홍상기 셰프를 만났다.

몇 주간 홍 셰프와 머리를 맞대며 감자빵 레서피를 고안했다. 하나의 품종보다 다양한 품종을 배합해야 풍미가 좋아졌다. 로즈홍감자, 청강감자, 흰감자 등을 활용한 최상의 조합을 개발했다. 무엇보다 감자를 구워서 사용하기로 했다. 감자를 찌거나 삶으면 공정이 훨씬 간편하고 수분이 남아 있어 수율도 높다. 하지만 200도 오븐에 100분 이상 구워야 수분이 날아가면서 감자 본연의 진한 맛이 났다.

2020년, 처음 감자빵을 선보였을 때는 하루에 50개도 채 팔지 못했다. 그러나 점차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꽃따밭도 선전하며 감자빵을 찾는 고객들이 급증했다. 오픈 1~2시간 전부터 매장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고, 100박스씩 대량 주문하는 통 큰 고객들도 있었다. 밀려드는 주문에 한 명당 감자빵 3개씩 수량을 제한했더니 잘 알아보지 못하게 하려고 하루에 여러 차례 옷을 갈아입고 오는 고객들도 있을 정도였다. 이 대표가 춘천에 돌아오고 5년간 수차례 겪은 실패 끝에 얻은 값진 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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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회사는 어떻게 브랜드가 됐을까

이 대표는 감자빵의 성공을 두고 “운이 좋았다”라며 “감자 본연의 매력을 잘 살렸다고 얘기하지만 솔직히 감자빵이 왜 성공했는지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지역 장사로 시작한 감자빵을 스케일업해 사업화하고, 카페 감자밭을 창업자들의 철학을 담은 브랜드로 가꾸어 낸 데는 의도한 전략과 그에 따른 실행이 있었다”고 말한다.

1. 선점하되 확장하지 않는다

감자빵의 성공 이후 밭은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유통 채널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감자빵을 출시한 지 두 달도 채 안 돼 300군데가 넘는 곳에서 감자빵을 내기도 했다. 밭이 감자빵의 원조임을 널리 알린 지금과는 달리 감자빵이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던 당시에는 카피캣의 출현에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2 보통 유사한 상황에 처한 기업이라면 가능한 빠르고 넓게 채널을 확대해 시장점유율을 높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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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밭은 ‘선점하되 확장하지 않는 전략’을 선택했다. 전략이라고는 하지만 이외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현실적인 판단이었다. 수요보다 생산이 한참 부족한 상태에서 무작정 판매처를 넓힐 순 없었다. 큰 철학을 품은 회사인 만큼 급하게 생산 시설을 늘릴 경우에 생길 수 있는 품질 문제 등 리스크는 감당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채널군별로 영향력이 크다고 판단되는 채널은 선점하기로 했다. 온라인 채널의 경우 2021년 팬데믹이 심화되자 스마트 스토어를 구축해 배송 판매를 시작했고, 그로부터 머지않아 마켓컬리에 입점했다. 마켓컬리는 온라인 식품 커머스에서 가장 큰 영향력이 큰 서비스인 동시에 한 번 제품이 입점하면 유사한 제품의 입점은 최대한 지양한다. 이후 생산 시설이 늘어나는 대로 쿠팡, 롯데홈쇼핑 등 채널을 넓혀나갔다.

오프라인의 경우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에 들어가며 ‘더밭’이라는 매장을 냈다. 보통 거대한 아웃렛 건물 안에 매장이 위치해 있지만 자연 휴식 공간을 표방하는 타임빌라스는 투명한 유리 온실인 ‘글라스하우스’에 브랜드가 입점했다. 처음에는 춘천을 벗어나 새로운 매장을 낼 계획이 없었기에 거듭 입점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나 롯데백화점 측 바이어가 카페 감자밭의 SWOT 분석까지 준비하며 카페 감자밭의 ‘시즌 2’를 준비하자고 설득했고, 밭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방향을 제시하니 제안을 무시할 수 없었다. 더밭의 콘셉트는 ‘농부의 작업장’이다. 카페 감자밭에서는 감자를 중심으로 한 식음료 사업을 펼치지만 더밭은 전국에서 생산된 딸기, 옥수수, 다래 등 다양한 농산물로 메뉴를 개발한다. 농사에 누구보다 진심인 최 대표가 직접 협업할 명인들을 찾아 나서거나 자신들의 농산물을 새로운 방식으로 알리고 싶은 농부들이 먼저 협업을 제안하기도 한다. 더밭은 2021년 9월 타임빌라스에 문을 열었고, 곧바로 입점한 식음료 매장을 통틀어 월 매출 1위를 차지했다.

밭은 사업을 진행할수록 무리하게 확장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많은 카피캣이 생기자 밭의 철학에 동참해달라는 취지로 감자빵의 레서피를 공개했으나 이를 제대로 따르는 곳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감자를 굽는 공정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구운 감자로 소를 채우기 위해선 감자를 깎아 사용해야 하는데 감자는 모양이 제각각으로 우둘투둘해 이 과정을 기계로 처리할 수 없다. 지금도 강원도 양구군에 있는 밭의 공장에서는 약 10명의 ‘여사님’들이 매일 약 3t에 달하는 감자를 손수 깎는다. 이 대표는 “대부분의 카피 업체는 감자 분말을 사용하고 있다”며 “밭에 버금가는 진정성을 갖추지 않는 이상 이같이 번거롭고 큰 인건비를 요하는 과정까지 따라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2. 밭은 ‘스토리’를 판다

카피캣들이 따라 할 수 없는 건 비단 까다로운 공정만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하고자 하는 밭의 철학과 그 철학이 담긴 스토리 역시 흉내 낼 수 없다. 이 대표는 “최근 감자밭을 찾는 고객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감자밭의 감자빵이 여러 국산 품종의 감자를 활용해 만들어졌다는 점, 종의 다양성과 식량 주권을 보존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한다. 밭의 철학이 밭의 창업자들이나 직원들이 아닌 고객들의 입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도 밭의 오리지널리티는 인정받고 있다. 여러 카피캣이 생겼지만 여전히 감자빵을 검색하면 감자밭과 관련된 게시물들이 제일 위로 뜬다. 주목할 만한 점은 밭의 전체 예산 중 마케팅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1%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위에 페이지를 노출시키거나 시기적절하게 광고를 노출하기 위해 광고비를 집행하는 퍼포먼스 광고는 일절 진행하지 않는다.3

대신 감자빵의 성공을 거둔 밭은 본격적으로 그들의 비전을 알리기 위해 스토리를 구축해 확산시켰다. 이 대표는 기록이 습관인 사람이다. 창업 이전부터 자신에게 영감을 받은 순간, 그날 있던 중요한 의사결정 등을 꼼꼼히 메모 또는 일기로 기록했다. 2021년 11월에는 자신이 귀농을 결심한 계기,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되기까지 아버지의 영향, 감자빵이 탄생하게 된 과정 등을 평소 자신의 기록에서 발췌하고 정리해 책으로 냈다.4 감자빵의 스토리를 정리하고 나니 밭이 추구해야 할 철학 역시 더욱 견고해지는 듯했다. 이 대표는 “중요한 순간순간을 기록해둔 덕에 책을 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며 “특히 생생한 기록 덕에 더욱 진정성 있는 브랜드 스토리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의 ‘대박’은 아니었다. 그러나 책을 통해 밭과 감자빵에 관심 있는 사람들, 혹은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알려졌다. 스토리에 흥미를 느낀 각종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고 강연 요청을 받기도 했다. 밭의 스토리가 기성 미디어를 비롯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산된 것이다.

밭은 팝업스토어를 밭의 스토리를 알리는 창구로 활용하기도 한다. 2020년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처음 팝업스토어를 열고 1만 개 완판을 거둔 이후 꾸준히 전국 주요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더현대 서울에서 야놀자와 손을 잡고 크리스마스 팝업스토어를 열어 슈톨렌 감자빵을 판매하기도 했다. 사실 백화점 팝업스토어는 임시 생산 시설 및 저장 시설 구축, 수수료 등으로 기업에 크게 수익이 되는 모델은 아니다. 그럼에도 밭이 지속적으로 팝업스토어를 여는 이유는 다양한 오프라인 공간에서 새로운 고객을 만나기 위함이다. 따라서 한곳에서 2주 넘게 팝업스토어를 진행하지 않고 가능한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닌다. 단순히 감자빵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밭의 철학을 알리기 위해 팝업스토어에 작은 감자밭을 마련해 감자를 뽑는 등의 퍼포먼스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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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브랜딩은 곧 ‘관계’다

스토리는 고객들의 입을 타고 전파된다. 꼭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지 않더라도 고객들의 리뷰가 적극 노출된다면 트래픽 역시 자연스럽게 늘어나기 마련이다. 카페 감자밭의 네이버 플레이스, 또는 스마트 스토어에는 매주 200여 개의 리뷰가 달린다. 밭은 모든 리뷰에 댓글을 남긴다. 특히 1~2점 리뷰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이 대표는 “애초에 브랜드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리뷰를 남기지 않는다”라며 “낮은 점수를 준 사람들은 관심이 꺾인 사람들로 이들의 관심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만들어진 지 약 한 달이나 지난 빵을 받았다고 항의한 고객이 있었다. 수확 시기에 맞춰 공정을 진행하다 보니 생긴 일로 냉동식품 관련 안전 기준에는 어긋나는 부분이 없었다. 그러나 밭은 고객들의 입장에선 충분히 오해할 만한 여지가 있었고 판단했다. 해당 고객에게 사과하고 일이 발생하게 된 배경과 사후 조치 등을 상세하게 안내했다. 당시 설 연휴를 맞아 약 2억 원에 달하는 제품이 발송 준비를 마친 상태였으나 이를 전량 회수하고 만든 지 3일 이내의 빵으로 대체했다. 향후 유사한 불만을 갖는 고객들이 없도록 포장에 감자빵이 만들어지는 과정 등을 상세하게 담았다.

밭은 고객만큼이나 내부 구성원과의 관계도 중요하게 여긴다. 스토리를 기반으로 성장해 나가는 기업인 만큼 내부 구성원들이 얼마나 밭의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느냐가 조직이 조화를 이루는 데 중요한 요소다. 처음 밭의 철학은 이 대표와 최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정의했지만 지금은 매년 전사 워크숍을 진행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선포한다. 2022년 모두가 동의한 밭의 비전은 “농부가 꿈이 되는 회사”다. 건강한 농산물을 가꾸는 사람,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고민하는 사람, 자신의 마음의 밭을 가꾸는 사람 모두가 농부이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재치 있는 밭의 스토리와 제품을 통해 농부의 가치를 전달하자는 뜻을 담았다.

편지를 쓰는 것도 밭만의 독특한 소통 문화다. 전사 차원에서 큰 의사결정을 내렸을 때 그 배경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이와 관련해 생길 수 있는 오해들을 풀기 위해서다. 사업과 관련된 내용만을 담은 딱딱한 편지가 아니다. 이 대표는 개인의 일기를 발췌하기도 하고,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의 내용을 소개하기도 한다. 이 대표는 “직원들에게 보낸, 허심탄회한 편지에 예상 밖의 힘이 되는 답장을 받으면 펑펑 울기도 한다”며 “진솔한 소통을 원한다면 편지를 적극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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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2.0을 열며

2022년 10월, 밭은 김동빈 전략기획총괄을 부대표로 선임했고, 12월에는 김 부대표가 ‘밭 2.0’ 경영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공표했다. 이 대표와 최 대표의 노력으로 소위 팔리는 제품을 성공시켰지만 향후 체계적인 조직 운영과 확장을 위해선 전문적인 경영인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이뤄진 결정이다. 이 대표는 향후 밭의 창업자로서 대외 활동과 신사업 기획 등에 집중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2022년 12월 최연소 ‘신지식 농업인’5 에 선정됐으며 감자 외에 작물들로부터 스토리를 발굴하는 동시에 밭의 직원들을 비롯해 귀농을 결심한 청년들의 정착을 지원할 예정이다.

밭 2.0은 품질 경영, 신공장, 경영 진단 세 가지 키워드를 중점으로 내실을 다지고 성장을 견인하는 시기이다. 2022년 12월에는 동훈인베스트먼트가 결성한 농식품벤처스타 2호 투자조합으로부터 85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25억 원을 투자받으며 첫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공장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신공장을 설립해 생산 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해외 주요 한인 마트의 제안을 받아 글로벌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DBR mini box I : Interview: 김동빈 밭 부대표

“밭 2.0 통해 회사 자체가 ‘콘텐츠’ 되는 게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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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빈 밭 부대표는 잔뼈가 굵은 콘텐츠 전문가다. 2022년 아시아 최대 규모 콘텐츠 시상식 ‘아시안 아카데미 크리에이티브 어워즈(Asian Academy Creative Awards)’에서 한국 재벌 사회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로 다큐멘터리 시리즈 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바이스미디어 아시아태평양에서 한국프로덕션 헤드(총괄) 등을 지내며 사업 개발과 콘텐츠 기획을 총괄했다. 밭에는 2022년 7월 지인의 소개로 사업개발 팀장으로 합류했다. 한 글로벌 기업의 리더 자리 제안을 거절하고 택한 결정이었다. 김 대표는 밭 합류 이후부터 능숙하게 조직을 관리했고 내부에서 그 공로를 인정받아 밭의 경영을 이끌게 됐다. 김 부대표는 “BATT 2.0을 통해 회사 자체가 콘텐츠가 되고 우리 제품뿐만 아니라 한국 농산물과 농업이 전 세계로 확장하는 교두보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하 일문일답.

콘텐츠 전문가가 농업회사에 합류하게 된 까닭이 궁금하다.

콘텐츠를 만들며 노숙자와 함께 길거리에서 잠도 자고, 척박한 히말라야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이야기를 취재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인본주의’를 개인의 소명으로 삼았고, 특히 농사야말로 사람들의 근간을 이루는 활동이라 생각했다. 농작물로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며 농업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밭의 철학과 스토리에 공감했고, 이 회사 자체가 하나의 매력 있는 콘텐츠라고 느껴져 합류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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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회사가 스토리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농촌이 처한 상황은 단순히 농작물을 많이 팔아서 개선되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농촌을 떠난다. 애써 농사를 지어도 제값을 받지 못하는 일도 많다. 밭이 감자를 수매하기 이전까지 감자 가격은 10년째 동결이었다. 한국 품종 작물들 역시 뛰어난 품질임에도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이는 곧 식량 주권의 위협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얽히고설킨 농촌의 구조적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선 사람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을 바탕으로 시장도 함께 움직여야 보다 현실적인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업이 농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형성되고 있는 농업 생태계가 농민들에게는 큰 용기와 응원을 준다. 밭의 주력 상품은 감자빵이지만 고객들은 그 안에 담긴 스토리를 함께 구매하며 스토리 덕에 다른 기업이 모방할 수 없는 밭만의 브랜드 정체성이 확립됐다고 생각한다.

감자 외에 주목할 만한 다른 스토리가 있나.

최동녘 대표가 콩을 소재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사실 감자의 원산지는 남미다. 옥수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콩은 그 원류를 따라가 보면 한반도가 나온다. 특히 두만강은 그 이름의 유래가 ‘콩이 꽉 찬 강’이라는 설도 있다. 산지가 많아 농축업이 어려운 한반도에서 콩은 귀중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이러한 스토리를 계기로 2022년 강원도 강릉에서 ‘강릉 콩밭’ 매장을 시범 운영하며 완두콩빵, 검정콩빵 등을 판매했으며 장기적으로 관련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다. 이처럼 농사에는 숨겨진 스토리가 무궁무진하다.

밭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이라 들었다.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고자 마음먹은 젊은 직원이 대다수다. 신메뉴 개발, 생산 품질 관리, 브랜딩 등 직무도 다양하다. 이 대표의 책을 보고 이 대표의 인스타그램으로 밭의 스토리에 큰 감동을 받았고 밭에서 일하고 싶다고 연락해 합류한 직원도 있다. 앞만 보고 달리는 도시 생활에 지쳐 농촌 생활을 꿈꾸던 직원들도 있다. 많은 직원이 도시의 직장 생활에서는 자아를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회사가 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쓰이는 부속품 같았다고도 말한다. 이들이 밭을 선택한 것은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는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하면서도 개인의 성장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사실 생활 기반이 도시만큼 잘 갖춰져 있지는 않다. 밭을 찾는 직원들의 정착을 위해 강원도 내에 약 10개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한다. 소모임을 만들어 회사에 지원을 요청하는 등 어떻게 하면 농촌에서도 재미있게 생활할 수 있을지 직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

더 재밌는 사실은 양구군에서 감자 껍질을 깎는 여사님들까지 포함해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최고령 여사님이 85세다. 이 여사님이 자발적으로 퇴직하시는 나이가 밭의 퇴직 연령이라는 얘기가 회사에 오가기도 한다.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뿐만 아니라 노인 일자리 부족 역시 농촌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밭의 첫 공장뿐 아니라 새 공장도 양구군에 짓고 있다. 사실 유통의 편리성을 생각하면 수도권에 가까운 다른 지역을 선택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그러나 양구군은 소멸 우려 지역이다.i 지역 상생을 위해 양구군에 공장을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노인들에게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자 한다.

DBR mini box 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러스틱, 네이키드, 한정, 겉바속촉… ‘밭’에서 열매 맺은 마케팅

#귀농, #주말농장, #워케이션, #한달살기, #홈파밍, #플랜테리어, #한옥카페, #캠핑, #차박, #불멍, #물멍. 요즘 SNS에서 뜨고 있는 해시태그들이다. 여기엔 자연, 시골이라는 공통 키워드가 있다. 밭은 바로 이러한 키워드들이 반영된 마케팅과 비즈니스로 주목을 끌고 있다. 첨단 기술 기업들이 즐비한 지금 사회에 농업회사가 자신의 브랜드를 발판 삼아 저변을 확대하며 농업이라는 키워드로 소비자와 진정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러스틱 회귀 욕구

팬데믹은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대표적인 것이 자연, 시골, 농촌으로의 회귀본능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온라인, 모바일이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 비대면 전환은 더욱더 인간애, 자연애에 대한 갈증을 증폭했다. 최첨단 기술 사회가 낳은 결핍들이 팬데믹을 만나 불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반작용 욕구들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보다 근본적 본능이 자극되고 그것이 실제 소비로 연결되고 있다. 흔히 ‘녹색 갈증’이라고 의역되는 ‘바이오필리아’, 농촌•시골향 삶을 의미하는 ‘러스틱라이프’ 등의 키워드가 우리 삶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2022년, 러스틱라이프에 대한 검색은 2021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많은 사람이 답답한 집에서 벗어나 한적한 시골, 자연으로 여행하고 그곳에서 몰랐던 체험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있다.

밭의 창업 정신은 이러한 삶의 변화와 잘 맞닿아 있다. 몰랐던 자연, 농업의 참 의미를 발견하고 농업의 다양성과 부가가치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로 해석해 도시와 농촌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이러한 창업가의 의지는 다양한 데서 나타난다. 평균 나이 30대 초반인 직원 190여 명이 도시 생활을 벗어나 대의에 동참하고 있고, 지역 감자 생산 업자에게 이득을 주는 매입•생산 구조를 택했다. 농업 원물에 상품성을 입혀 다양한 형태의 가치 제공을 시도하고 있으며 종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프로그램과 상품을 개발해 소비자 체험으로 연결했다.

탈도시, 자연•농촌 지향 트렌드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3년이 넘는 팬데믹이 남긴 습관 효과는 작지 않다. 한 번 일상화가 되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러스틱 회귀 욕구를 충족시키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면 미래를 지향하는 지속가능성 높은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밭을 비롯해 건물 전체에서 자연, 시골을 경험할 수 있는 ‘섬세이테라리움’, 뷰티•패션 유통 공간인데 삭막한 도심 속 오아시스를 표방하는 ‘비더비’, 제주맥주의 ‘한달살기’ 프로젝트 등이 예다.

겉보다 속이 화려한 마케팅

밭의 전체 예산 중 마케팅 예산이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놀랍다. 광고를 거의 하지 않고 브랜드파워를 만들어 낸 것이다. 많은 기업이 푸시형 전통 마케팅, 즉 유료 광고를 통해 브랜드를 자랑하고 이들 광고를 보고 제품을 사러 오라는 식의 기법을 쓴다. 대대적 광고를 통해 인지도를 확보하면 초기 사용률은 어느 정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광고 효과가 감퇴하면 이전보다 더 큰 비용을 써 더 강하고 큰 자극을 만들어야 하는 광고 판촉의 악순환이 시작된다. 이 또한 비용이 감당 가능한 큰 조직이라면 버텨낼 수 있다. 그러나 더 이상 실탄이 없어 가동되던 이벤트를 중단해버리면 소리소문없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릴 것이다.

겉만 화려하면 속은 썩기 마련이다. 참을성을 갖고 제품, 콘텐츠의 기본을 지키는 진정성 어린 마케팅이 필요하다. 본질이 좋으면 겉이 화려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알아서 찾아온다. 광고 없이 제품, 콘텐츠가 가진 스토리텔링 힘으로 마케팅 효과를 발휘한 대표적 예로 스타벅스를 떠올릴 수 있다. 여전히 스타벅스는 푸시형 광고를 거의 하지 않는다. 제품, 콘텐츠를 잘 만들면 소비자가 그 매력에 이끌려 스스로 발걸음하게 만드는 ‘마케팅 아닌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밭의 꾸밈없는 소박한 마케팅 노력은 ‘밭’이라는 직관적인 브랜드명에서도 돋보인다. 화려한 미사여구가 없다. 온갖 접두어, 접미어를 붙여가며 기교를 부리는 네이밍이 대세인 요즘 단순히 ‘밭’이라는 단어를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쓴 것이 신선하다. 소탈한 농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투 제품들이 활개 치자 레서피를 공개한 에피소드도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철학이 잘 반영된 예다. 속이 부실하면 화려한 겉으로 가리려 한다. 속이 화려하면 굳이 가릴 필요가 없다. 가리지 않기에 더욱 본질에 충실하고 기본을 지키고 초심 철학을 지키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것이 일반적 사례에서 벗어난 유별난 사례로 보이기에 스토리가 되고 그 스토리에 열광하는 팬덤이 나타난다.

창업자는 직원과 소통할 때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편지를 보내는데 이 역시 진정성이 담긴 내부 마케팅의 하나다. 마케팅 활동을 ‘판매 촉진 이상의 가치 전달’이라 정의하면 외부 고객향 마케팅 못지않게 내부 직원향 마케팅도 중요하다. 직원이 그 기업과 제품, 콘텐츠, 브랜드에 대해 진정한 가치를 느껴야 그것이 고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팬덤이 생겨난다. 애플의 힘은 브랜드향 팬덤에서 나온다고 한다. 애플 직원의 브랜드에 대한 명확한 가치, 철학 인식과 자긍심이 애플 힘의 원천이고 그것이 제품 디자인과 마케팅에 녹아들면서 고객들의 애플향 팬덤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밭의 사례는 ‘다 만들어진 것에 기교와 포장을 입히는 것이 마케팅’이라고 알아 온 사람들에게 역설적 메시지를 던진다. ‘포장하고 입히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마케팅’이다. 즉 ‘네이키드(naked)’, 그 자체가 마케팅이 되는 것이다. 밭의 창업자가 오랜 기간 기록해 온 내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기장이 네이키드 마케팅의 원천인 셈이다. 희로애락이 담긴 면면을, 그래서 사람 냄새가 나는 진솔한 에피소드를 그대로 내외부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것은 요즘 세상, 특히 젊은 MZ세대에게 잘 통한다. 속보단 겉보기에 온통 신경을 쓰는 요즘이기에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정의 힘

밭의 행보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한정’이다. 사업이 잘된다고 무분별하게 확장하지 않고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한정의 힘은 크다. 단기적 인지도 확산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품질 컨트롤을 위해 확장에 제한을 두는 의사결정은 쉽지 않다. 하지만 오래가는 브랜드를 만든다.

우리 주변에 소위 핫플이나 맛집으로 뜬 경우 두 가지로 갈린다. 급속도로 확장했다 어려움을 겪는 경우와 본연의 모습을 유지한 채 욕심부리지 않고 계속 그 모습을 이어가는 경우로 나뉜다. 미국 3대 버거 중 하나인 ‘인앤아웃’은 느리게 확장한 대표적 케이스다. 여러 면에서 밭이 지향하는 철학과 많이 닮아 있다. ‘쉐이크쉑’과 ‘파이브가이즈’는 이미 한국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앞두고 있는데 인앤아웃은 상표권 유지를 위한 팝업스토어 행사만 주기적으로 열 뿐 아직 한국 진출은 시도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서부 지역에만 출점하는 거북이 확장 전략을 여전히 구사하고 있다. 품질 관리를 통한 브랜드 가치 지향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가치가 수조 원 이상으로 평가받는 브랜드가 됐다면 기업 공개도 할 법한데 경영 원칙과 문화를 지키기 위해 지배력 상실로 이어지는 이 과정을 거부하고 있다. 최고의 직원 아래 최고의 음식과 서비스가 나온다는 철학으로 경쟁사 대비 50% 높은 임금을 지불하고 있다는 점도 고집스런 원칙이다. 지나친 확장은 독이 될 뿐 우리의 가치를 알면 고객은 스스로 찾아올 것이라는 철학을 고집하는 것이다.

브랜드 자산은 인지도와 이미지로 구성되는데 이 두 가지 요소가 맞물려 비한정과 한정의 효과가 결정된다. 비한정 전략은 단기적으로 인지도 확산에는 도움이 된다. 여기저기 진출하면 커버리지가 높아진다. 그러나 흔하면 질리는 법이고, 동시에 이미지도 나빠진다. 이미지 저하는 지점 축소와 함께 인지도 저하를 불러오고, 이는 다시 이미지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반면 한정 전략에서는 서서히 콘텐츠가 알려지면서 그것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된다. 이로 인해 대기 수요가 만들어진다. 브랜드에 대한 소비 심리는 늘 긴장 상태, 속된 말로 ‘쫀쫀한’ 상태로 유지된다. 일시적 관심이 아니라 브랜드를 향한 지속적 관심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지속적 관심은 작지만 강한 이미지 상승을 가져오고, 이는 점진적 인지도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생긴다. 조용하지만 힘 있는 브랜드를 기대하고 운용해야 한다. 밭이 추구하는 지속가능성과도 일맥상통한다.

‘브랜드 한탕주의’는 하나의 이슈를 부풀려 빠른 엑시트(exit)를 조장한다. 반면 ‘브랜드 지속주의’는 그 브랜드가 한 생명으로서 지속가능하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브랜드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고 키우고, 가꾸고, 지속시키려면 돈의 논리에 지배돼선 안 된다. 단기적으로 돈 되는 것만 보고 베팅하면 브랜드는 오래가지 못한다.

‘겉바속촉’은 ‘겉은 바삭한데 속은 촉촉하다’의 줄임말이다. 요즘 가장 핫한 음식 관련 트렌드 용어이기도 하다. 겉과 속의 정반대 경험이 신선함과 독특함을 넘어 재미와 가치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기업 활동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겉은 다소 단단하고 투박해 보이지만 속을 경험하는 순간 정반대의 포근하고 안락하고 따스함을 느끼는 겉바속촉의 양면성을 앞으로 기업의 마케팅, 브랜드, 사업 운영에 잘 녹여내면 좋을 것이다. 이를 토대로 정리한 밭의 마케팅 해시태그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러스틱마케팅 #네이키드마케팅 #한정마케팅 #겉바속촉마케팅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marnia@dgu.edu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사단법인 서비스마케팅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 이규열 | 동아일보 기자
    ky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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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준상 |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사단법인 서비스마케팅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marnia@dg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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