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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심리학으로 배우는 ‘아름다움과 비즈니스’

생존에도 요긴한 ‘아름다움의 힘’
매력적인 신호로 소비자 마음 훔치려면

이장주 | 357호 (2022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대상을 선호한다는 사실은 실증적으로도 확인됐다. 심지어 같은 범죄를 저질렀어도 외적으로 매력적인 범죄자에 대해서는 더 너그러운 처벌이 적당하다고 본다. 인간이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이유는 진화심리학에서 찾을 수 있다. 아름다운 대상을 선택하는 게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연출하기 위해선 감각적 특성을 활용해야 하지만 아름다운 것도 계속 보면 질리는 감각 순응 현상을 주의해야 한다. 희소성을 강조하거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등 인지적인 자극을 주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감각적으로 쾌감을 유발하는 대상, 특히 시각이나 청각적으로 끌리는 대상들을 말할 때 흔히 아름답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아름다운 풍경, 아름다운 미모, 아름다운 음악(소리)과 같은 사례들이다. 아름다움의 보편적인 특성을 이해하려면 시각, 청각을 넘어선 감각적 경험으로 확장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왜냐하면 끌리는 대상은 보고 듣는 것들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끌리는 맛, 새로운 맛을 볼 때 아름다운 경험의 극치를 표현하는 ‘황홀하다’는 말을 한다. 향기로운 내음, 포근한 감촉과 같은 것들도 사람을 매혹시킨다. 경험으로서 아름다움은 ‘끌린다’ ‘좋다’ ‘황홀하다’ ‘매력적이다’와 같은 형용사들과 함께 어우러진다.

때로는 기부나 봉사, 희생 같은 누군가를 위한 행동 혹은 사연이 ‘미담(美談)’으로 불릴 때도 있다. 이럴 때는 ‘감동적이다’ ‘마음이 따뜻해진다’라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아름다움이 감각을 넘어서 사회적 행동에 대한 평가도 포함할 수 있다. 대체로 아름다운 행동은 아름다운 대상처럼 주변의 시선을 사로잡을 뿐 아니라 좋은 평가, 즉 인기를 끌게 된다.

아름다움이 늘 긍정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움은 유혹, 낭비와 같은 악덕들과도 잘 어울리는 속성이다. 미인계에 홀려서 나라와 조직을 궁지로 빠뜨린 왕들의 이야기는 역사적으로 너무 흔하다. 아름다운 것들에 심취해서 재산을 탕진하거나 목숨까지 잃은 사례들 역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아름다움과 위험은 동전의 양면 같은 속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시기, 질투와 같은 감정의 폭풍은 아름다움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사건들이기도 하다. 누구나 아름다운 외관을 갖고 아름다운 행동을 하지 않기에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심리학적으로 아름다움은 좋기도 하면서 동시에 위험하고 위태로운 위상을 지닌다. 이런 아름다움을 심리학적 속성들로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고 일상생활과 비즈니스에 응용할 수 있는 전략들을 모색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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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들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것은 선천적일까. 이에 대한 힌트를 줄 수 있는 연구가 텍사스대 유딧 랭글로이스 교수와 동료 연구자들에 의해 진행된 바 있다.1

이들의 연구는 매력적인 얼굴에 대한 선호는 어른뿐 아니라 3개월 된 아이들에게도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2명의 인물 사진을 동시에 제시하고 어떤 얼굴을 더 선호하는지 선택하도록 했다. 이들 사진을 생후 3개월 된 아이들에게도 동일하게 보여줬다. 아이들은 말을 못하기 때문에 어떤 사진을 더 오랫동안 쳐다보는지를 가지고 선호도를 판단했다. 그 결과 3개월 아이들의 판단 역시 성인들의 판단과 큰 차이가 없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선호는 선천적이라는 점이 이 연구를 통해 시사됐다.

심지어 피고인의 아름다움은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2 에서 학생들에게 범죄 기사를 읽게 한 후 범죄자에게 합당한 복역 기간을 적게 했다. 범죄 기록은 동일하지만 기록부에 매력적인 여성의 사진, 매력적이지 않은 여성의 사진, 마지막으로 사진이 붙어 있지 않은 기록부 등 3가지 조건으로 구분됐다. 그 결과 매력적이지 않은 사진을 본 집단과 사진이 붙어 있지 않은 기록부를 본 집단의 복역 기간 판단의 차이는 크게 없었다. 하지만 매력적인 사진이 붙어 있는 기록부를 본 사람들은 다른 두 집단보다 훨씬 더 적은 복역 기간을 적었다. 죄를 저질러도 매력적인 사람이 더 유리한 판결을 얻어낼 수 있음이 시사된다.

그 외에도 외적으로 매력적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높은 연봉3 을 받고,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며,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조사도 있다.4 매력적인 사람이란 삶에서 유리한 것들을 모두 갖추고 있는 사람이란 뜻과 같은 걸까.

매력적이지 않으면 불리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슬픈’ 연구 결과들도 적지 않다. 신체적 외모에 대한 불만과 우울 등의 부정적 감정은 서로 연관돼 있는데 특히 여자 청소년에게 더욱 크게 나타났다.5 좀 더 극단적으로 안면 이상을 가진 사람들이 성격이 나쁘며, 행복하지 않고, 지능도 낮고, 인기도 없을 것이라고 본다는 연구도 있다.6 외모가 어떤 사람의 종합적인 판단에 매우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상식적인 수준에서가 아닌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서 증명된 것이다.

이런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아름다움은 있으면 좋고, 없으면 아쉽지만 그만인 속성이 아니다. 자칫 사회적 평가절하와 배제의 요인이 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요소가 될 수 있다. 왜 아이나 어른이나, 많이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이나 전부 아름다움에 민감한지,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증진시키고 유지하는 데 왜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자기는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외모에 자신 있는 사람이거나 자신 없는 본인의 외모에 대한 허세일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심리학적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방향이 그렇다는 말이다.

아름다움의 진화심리학

아름다움은 사람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중요한 적응기제다. 즉, 이성적인 영역보다 훨씬 더 본능적인 영역이며 원초적인 생존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의 심리를 장기간의 진화적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이란 분야가 있다. 사람의 심리가 만들어진 경로는 인류가 진화를 하는 과정에서 적응에 유리한 방식을 채택하는 진화적 압력을 통해 형성된 산물이라는 것이다. 현대의 생활이 아닌 오래전 조상들의 생활 습관을 살펴볼 때 현대인들을 훨씬 더 이해하기 쉬울 수 있다. 특히 이성적 영역이 아닌 감성적이고 본능적인 영역은 더 그렇다.

진화심리학의 핵심적인 주제는 생존과 번식이다. 자신과 가족의 생존에 유리하고, 자손들이 번성하는 데 유리한 것들을 채택하는 방식으로 현재의 심리가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아름다움의 오래된 본성을 파악하기 위해서 진화심리학의 대표적인 설명 몇 가지를 살펴보자.

1. 꽃

꽃은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대표 선수다. 꽃처럼 아름답다거나 꽃보다 아름답다는 표현은 문학 작품에서부터 통속적인 대중가요에서까지 너무 흔해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실제로 사람들은 자신에게 누가 꽃을 주면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진다. 이런 미소를 ‘뒤센 미소(Duchenne smile)’라고 정서심리학자 폴 에커만은 명명했다. 이 현상을 최초로 발견한 프랑스 신경심리학자 기욤 뒤센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사람의 얼굴에 있는 42개의 근육을 다양하게 조합해 만들어 낼 수 있는 미소의 종류는 총 19가지라고 한다. 그중 18가지는 연출이 가능한 미소다. 단 한 가지 뒤센 미소만은 연출이 불가능한 긍정적인 마음이 만들어 낸 진짜 미소다. 미국 하빌랜드-존스 교수팀의 실험은 꽃이 얼마나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지를 잘 보여준다.7 이 연구에서는 20∼60대 성인 여성 147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각각 꽃바구니와 과일 바구니, 양초 바구니를 보냈다. 선물 받은 사람들의 반응을 관찰한 결과, 꽃을 받은 사람들은 모두가 뒤센 미소를 지었고, 음식을 상징하는 과일을 받은 사람은 90%, 따뜻함을 상징하는 양초를 받은 사람은 77%가 뒤센 미소를 지었다. 이런 결과를 통해 연구자들은 꽃을 선물 받은 사람들 모두가 뒤센 미소를 지은 이유에 대해서 인간의 선천적이고 본능적인 반응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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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사람들은 줄기나 잎 혹은 뿌리가 아니라 꽃이 아름답다고 느낄까? 이에 대해서 일부 진화심리학자는 꽃을 좋아하는 이유가 조상들의 배고픔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설명한다.8 가을에 저장한 식품은 추위가 부패를 막아주는 겨울에는 그나마 잘 간직할 수 있다. 그런데 봄이 돼 날씨가 풀리면 모든 것이 썩게 된다. 배고픈 조상들에게 가장 반가운 소식은 바로 꽃 소식이다. 꽃은 얼마 뒤에 먹을 것이 생길 것이라는 신호다. 특히 사냥꾼으로 진화한 남자보다 생활권 주위에서 채집을 주로 담당했던 여자에게 이는 더 중요한 정보였다.

이런 생활을 수백만 년 반복하다 보니 꽃은 음식을 넘어 무의식적 상징이 됐다. 미래의 풍요라는 상징 말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미, 백합, 튤립, 난초와 같은 꽃은 열매를 맺지 않거나 열매를 맺더라도 식용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꽃 자체가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상징이 된 것이다. 그래서 젊은 연인이 프로포즈를 할 때 아름다운 꽃이 빠지지 않는다. 미래의 풍요를 함께하겠다는, 오래전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의식을 재현하는 것이다. 또 장례식에도 꽃이 사용된다. 꽃을 무덤에 함께 묻는 의식은 저세상에서 이 꽃이 열매를 맺어 풍요롭게 지내기를 바라는 배고픈 조상들의 바람이 현재까지 이어져온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앞서 실험에서 과일보다 꽃이 더 진짜 미소를 만들어낸 결과에 대해서 의아해하는 날카로운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는 실제 현실을 직면할 때보다 이를 기대하는 과정이 더욱 즐거울 때가 많다. 여행보다는 여행을 계획할 때, 입학식보다는 합격 통지를 받았을 때 더 기쁜 원리와 상통한다. 진화심리학적으로 아름다움이란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무언가를 기대할 수 있게 만드는 ‘매력적인 신호’를 준다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2. S라인과 윤기 나는 생머리

얼마 전부터 SNS에 보디 프로필 사진을 올리는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아름다운 몸은 남녀를 불문하고 젊음을 상징한다. 앞으로 생산성과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강력한 신호다. 그렇다면 보디 프로필에서 강조하는 신체 부위는 어디일까? 진화심리학에서는 허리가 핵심 부위라고 설명한다. 특히 여성은 더욱 그렇다.

심리학자 디벤드라 싱은 여성의 체형에 대한 선호의 핵심 포인트가 허리 대 엉덩이의 비율(Waist to Hip Ratio, WHR)이라는 점을 발견했다.9 사춘기 이전에는 남녀 모두 WHR가 0.85∼0.95로 비슷하다. 그러나 사춘기 이후 여성은 엉덩이에 지방이 축적되면서 그 비율이 남자보다 크게 낮아진다. 건강한 여성의 경우 WHR가 0.67∼0.8인 데 비해 남성은 0.85∼0.95의 범위를 보인다.

아름다운 여성 몸매의 결정판이라 여겨지는 미인대회 우승자들은 WHR가 0.7인 사람이 지난 30년 동안 유지됐다고 한다. 이 수치보다 크게 낮거나 높은 경우는 선호도가 떨어졌다. 심지어 이런 결과는 눈으로 볼 수 없는 맹인들에게 마네킹을 활용해 촉감만으로 체형을 평가하게 했을 때조차 동일하게 나타났다.10 특정 WHR의 선호는 단순히 시각적인 판단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처럼 흔히 S라인이라고 불리는 몸매는 WHR가 0.7 안팎이다. ‘콜라병 같다’고 표현되는 이런 몸매는 현재 건강하고, 임신 중인 것은 아니나 임신은 가능한 신체 조건임을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배가 비었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콜라병이라는 모양 자체가 매력적인 배란기의 여체를 모티브로 한다. 그리고 잘 찾아보면 아름답고 매력적인 곡선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S라인과 매우 닮아 있다.

허리가 노출되지 않았을 때 드러나는 지표 중 가장 두드러진 곳은 바로 머리카락이다. 윤기 있는 머릿결은 건강함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전통적인 척도였다. 라푼젤의 긴 머리카락을 이용해 마녀가 젊음을 유지한다는 설정은 전통적으로 머리카락이 어떤 진화적 의미를 가졌는지를 잘 보여준다. 건강이 좋지 않거나 컨디션이 나쁘면 머릿결이 먼저 푸석해진다. 병이 들면 병과 맞서 싸우기 위해 온몸의 영양분을 끌어모아야 한다. 그런데 머리카락은 생존에 필수적인 부위가 아니기에 가장 먼저 영양분을 차출하는 곳이 된다.

머리카락은 현재의 건강뿐 아니라 과거의 건강을 보여주는 타임캡슐의 역할도 한다. 머리카락은 1년에 15㎝ 정도로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60㎝에 달하는 긴 생머리는 적어도 4년 동안 건강함을 유지했다는 증거가 된다. 지금이야 샴푸와 미용 기술로 푸석한 머릿결도 윤기 있게 만들 수 있지만 이런 기술과 시설이 없던 과거 조상들의 생활 환경을 고려한다면 머리카락은 아주 정확하면서 정직한 건강 지표의 역할을 수행했으리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머리카락의 중요성은 진화 과정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각인돼 현대에 이르고 있다. 왜 요즘 사람들이 밥은 못 먹어도 머리 손질은 하고 외출을 하는지, 아파트 단지에 미용실이 왜 그리도 많은지, 신인 아이돌 그룹이 왜 긴 머리를 휘두르며 노래를 하는지 진화심리학보다 더 그럴싸한 설명을 찾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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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컷 공작새 날개와 과시적 소비

아름다운 수컷 공작새 꼬리는 진화론자 찰스 다윈에게 아주 큰 골칫거리였다고 한다. 밀림에서 화려한 공작새의 꼬리는 천적들의 눈에 잘 띄어 생존에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 진화해왔는지 설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수컷 공작새 자신의 생존에는 불리하지만 암컷에게 어필하는 데 활용돼 자손을 남길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진화해왔다는 것이다. 자손을 못 남기는 것이나 그냥 천적에게 잡아먹히는 것이나 유전자를 남기지 못하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핸디캡 이론’ 혹은 ‘비싼 신호 이론’으로 부르기도 한다. 수컷 공작이 자신의 우수한 신체적 특성을 드러내는 바람에 천적들의 눈에 띄는 핸디캡을 감당했다. 하지만 이는 우수한 유전자를 기꺼이 남기겠다는 것을 암컷들에게 보여주는 신호로 작용한다. 경쟁자가 많을수록 핸디캡은 더 커지며 자칫 위험천만해지기까지 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수컷 가젤의 스토팅(stotting)에서 볼 수 있다. 천적이 나타나면 용감하고 젊은 수컷 가젤은 황급히 도망가는 대신 그 천적의 눈에 잘 띄도록 제자리에서 껑충껑충 뛰는 특이한 행동을 하는데 이를 스토팅이라 부른다. 이런 행동은 자신이 뒤늦게 도망가는 핸디캡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다. 이런 위험천만한 행동은 자신의 체력, 민첩성, 용감함과 같은 특성을 동족 암컷은 물론 경쟁자 수컷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전시’하는 기회가 된다.

이 현상은 왜 일부 젊은 남성이 여력이 되지 않는데도 비싼 외제 차를 장기 할부로 구입하고, 그러면서 평소 생활비나 이자 감당이 어려워 고생하는 ‘카푸어족’이 되기를 자처하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그냥 찌질하게 살다가 조용히 사라지느니 화려한 차를 몰고 다니며 이성에게 어필을 해보고 싶은 아주 오래된 ‘위험한 욕망’이 작동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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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시하기 좋은 비싼 자동차는 마음껏 잘 달리는 고속도로나 한적한 도로에서보다 차가 꽉 막히는 출퇴근 시간 강남역 사거리가 어울린다. 왜냐하면 아무도 보지 못하면 아무 신호도 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없는 두루마리 화장지나 변기 청소 도구들 중 명품이 없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4. 희생과 헌신의 아름다움

아름다움은 개체의 생존과 번식을 넘어 가족이나 민족 혹은 인류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즉, 개인의 감각적이고 본능적인 차원을 넘어 집단적이고 문화적 해석이 개입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누군가의 죽음은 아름다움과 거리가 있다. 전통적으로 죽음이나 주검과 관련된 것들은 혐오나 금기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 죽음이 가족이나 국가를 위한 희생이었다면 그 평가는 혐오가 아닌 고귀하고 아름다운 희생으로 해석되며, 심지어 이들을 기리는 기념일과 이들을 주제로 한 예술 작품들도 생겨난다. 한 사람의 희생으로 여러 사람의 생명을 살린다는 점에서 집단적 생존과 번식에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진화심리학에서 이런 현상을 ‘포괄적합도(inclusive fitness)’란 개념으로 설명한다.11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지 못하더라도 자신과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친족을 보살피는 것은 손해가 절대 아니다. 조금 더 넓게 보면 자신과 같은 민족이나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행동은 직접 자손을 생산할 수 없는 노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행동이 된다. 정신분석학자 에릭 에릭슨은 심리사회적 발달 단계에서 중장년기의 과업을 다산성(Generativity)이라고 명명했다.12 인생이 저물어가는 이 시기에 자신에게 집중하기보다 다음 세대에게 무엇인가를 남겨주는 방식으로 사회의 존속과 유지에 헌신한다. 그리고 이런 헌신을 기반으로 성장한 어린 사회의 구성원은 그들의 조상을 기념하는 사회적 의례를 통해 불멸을 성취한다.

포괄적합도에 포함되지 않은 집단은 이들의 행위가 숭고하거나 아름답다고 여기기 어렵다. 독립운동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름다운 청년 윤봉길 의사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영웅이지만 일본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해석될 가능성이 낮다. 그러나 인류와 외계인이 대결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해석이 들어갈 여지가 사라진다. 그냥 같은 인류라는 차원으로 포괄적합도가 적용돼 기꺼이 협력을 하는 것이 아름다운 모습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아름다움은 본능적인 차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어떤 틀로 해석할 것인가와 맞물리며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 나타난다.

5. 심미적 욕구(Aesthetic Needs)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는 단순히 감각적 수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추상화나 현대미술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시각적 아름다움이라기보다는 작가의 생각과 의도를 파악한 후 느끼는 이성적 판단에 의한 아름다움, 즉 심미적 아름다움에 가깝다.13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그의 초기 5단계 욕구 위계 단계에서 2개의 단계를 추가해 7단계로 수정 발표했다.14 2개의 추가된 욕구 중 하나가 바로 심미적 욕구다. 심미적 욕구는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다. 이 욕구를 매슬로는 성장 욕구(Growth Needs)로 구분했다. 자신의 재능과 잠재력을 발휘하려는 욕구로 이런 욕구가 충족될 때 더 높은 수준의 개인의 성장과 성취를 이룰 수 있게 된다.

유사한 맥락으로 긍정심리학에서는 초월(transcendence)과 관련된 강점으로 ‘미와 탁월함의 감상력(appreciation of beauty and excellence)’을 들고 있다.15 감상력이란 아름답고 탁월한 것을 추구하고 인식하며 그러한 것들로부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심미적 능력을 말한다. 이러한 강점을 지닌 사람은 일상의 다양한 삶의 장면에서 아름다움과 탁월함에 대한 경이로움(감동, 경외감, 감탄)을 민감하게 느낀다. 감상력이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매일 더 큰 기쁨을 느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더 많은 의미를 발견하고 다른 사람과 더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방식으로 자기 자신과 현재를 넘어서는 성장을 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아름다움은 유전적 생존과 번식뿐 아니라 문화적 전달과 확산 단위인 밈(meme)16 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자신의 신념에 벗어난 자녀와 의절하거나 심지어 살해하는 부모도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의미와 가치 같은 문화적 상징을 전달하는 일이 유전자를 전달하는 일보다 더 중요할 수 있음이 시사된다. 이런 문화적 상징에 심미적 아름다움도 물론 포함된다.

아름다움의 그늘

아름다움이 생존과 번영과 개인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파멸적인 결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과거 미인들의 파국적인 역사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장미에는 가시가 있기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누구나 얻기 쉬운 대상이라면 그것은 그냥 평범한 대상일 뿐이다. 과거 유리병이 귀족이나 왕족이 쓰던 물건이었던 반면 현대의 유리병은 재활용 쓰레기 더미 속에서 뒹굴어 다니는 하찮은 존재로 전락한 이유다. 이처럼 아름다움이 가치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귀한 속성을 가지고 있고, 이를 얻고 유지하는 데 매우 고단한 과정이 필수적으로 포함된다는 뜻이다.

‘거식증(Anorexia Nervosa)’이라고 불리는 현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날씬한 몸이 주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다 오히려 파멸적인 결과를 가져온 예라고 할 것이다. 그 외에 ‘성형 중독’과 같은 현상도 같은 유형이다. 아름다워지기 위해서 한 성형은 실제 외모의 문제라기보다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만족의 결핍, 즉 심리적인 요인이 주된 원인이다. 성형외과 의사는 ‘칼을 든 정신과 의사’라는 말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아름다움은 억지로 만들려고 할 때 그 반대편인 추함으로 향할 수 있다. 오히려 평범함이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아름다움은 사회적 가치다. 누군가가 아름다움을 알아봐 주고 인정해 줘야 비로소 성립될 수 있다. 백설공주는 왕자와 일곱 난쟁이가 있어야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주변에서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혹은 인정해주기는 하지만 흡족할 정도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아름다움은 아름답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 대표적인 사례는 나르시시즘(narcissism), 즉 자아도취다. 자아도취의 문제는 자기가 자신에 대해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심취한다는 데 있지 않다. 자신의 아름다움과 잘났음을 증명하기 위해 주변의 사람들을 끊임없이 폄하하고, 평가절하한다. 주변 사람을 못난 사람으로 만드는 전략을 통해 자신이 아름답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한다. 자신의 뛰어남을 알아보지 못하는 못난 다른 사람들에게 화를 낼 권리가 있다고 느끼며, 그 분노는 신성한 것이라고 믿는다. 자아도취가 심한 사람은 이런 방식으로 조직이나 사회의 화합을 해친다.

아름다움은 상대적 평가다. 경쟁이 일어난다. 아름다움의 반대인 추함의 존재는 비인간적 존재로 인식되기도 한다.17 악당은 흔히 얼굴에 큰 흉터가 있거나 신체의 손상을 당한 사람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추한 사람은 사람이라는 인식 밖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아름답지 못한 행동을 한 사람들을 ‘짐승’에 비유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또한 자신의 집단의 선함, 올바름, 가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경쟁하는 집단을 비인간적이고 추악한 집단으로 대상화한다. 우리가 북한 정권 등 강압적인 지도자에 대해 느끼는 이미지와 유사하다. 아마 북한도 마찬가지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 집단에 대해서 잔악한 행동을 하더라도 죄책감이 없다. 흔히 고귀한 명분의 전쟁들이 더 잔혹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심리학적 전략

1.감각 전략

사람의 감각에서 시각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시각 우세성 효과(visual dominance effect)란 여러 가지 감각이 제공될 때 시각이 가장 큰 영향력으로 작용하는 현상이다. 시각적인 아름다움의 특성은 디자인의 원리라는 주제로 잘 정리돼 있다. 그 핵심을 몇 가지 소개해보면 ‘통일’ ‘변화’ ‘강조’ ‘균형’ ‘비례’ ‘리듬’과 같은 요소들이 주로 거론된다. 이렇게 많은 요소가 개입하는 이유는 어느 하나의 요소만으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가 어렵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시각의 중요성을 강조한 속담도 있지만 ‘그림의 떡’이란 말도 있다. 시각만으로는 아름다움을 완성하고 유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다른 감각들이 시각을 뒷받침해줄 때 아름다움은 확실한 각인이 될 수 있다. 대체로 시각의 집중 다음에 동원되는 요소는 촉각이다. 아름다운 것은 만져보고 싶은 욕구를 통해 직접적이고 원초적인 경험을 하고자 한다. 눈길이 가는 곳에 ‘질감’ ‘무게’와 같은 요소들이 개입하는 손길이 따라가는 것은 본능이기도 하다. 후각은 기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어떤 냄새는 장소나 사람 혹은 대상을 떠올리게 해주는 ‘프루스트 효과(Proust Effect)’를 발휘한다. 후각 신경 전달 체계는 다른 감각과 달리 ‘시상’이란 뇌 영역을 거치지 않고 직접 기억과 관련된 부위인 ‘변연계’로 전달된다. 자동차, 식음료, 호텔, 심지어 서점까지 자체 향을 개발해 매장과 제품에 적용하고 경쟁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원초적인 감각의 힘이 발휘될 수 있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청각과 미각도 다른 감각들과 조화를 이뤄 심미적인 경험으로 인도하는 공감각(synesthesia) 경험에서 중요 역할18 을 담당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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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은 사람에게 강렬한 매력을 전달하는 강점이 있는 반면 무시할 수 없는 약점도 있다. 감각 순응(sensory adaptation) 현상이 대표적인 단점이다. 그림 같은 멋진 풍경도 계속 머물면 평범한 일상 풍경이 돼 버린다. 심지어 반복되는 좋은 노래나 음식은 지겨움이라는 부정적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감각 전략이 잘 통하게 하려면 ‘시장이 반찬’이란 속담처럼 감각이 잘 인식될 수 있는 적절한 결핍 조건이 세심하게 작동해야 한다.

2. 인지 전략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데 인지 작용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더없이 잘 표현해주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지만 조금 더 알게 되면 더 강렬하고 의미 있는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다. 아름다움의 인지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앞서 제시한 감각 전략도 인지 전략이 병행될 때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 와인병의 레이블링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와인 맛이 다르게 지각된다. 프랑스 연구자 프레데릭 브로쉐의 연구19 에서 고급 와인병에 든 와인과 저렴한 와인병에 든 와인을 맛본 54명의 와인 전문가는 각각의 와인에 대해서 상이한 평을 내렸다. 실험에 사용된 와인은 동일한 것이었다. 전문가조차도 비싼 와인이라는 기대가 맛의 평가에 영향을 줬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혀냈다.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방향의 실험도 있다.20 똑같은 쿠키를 똑같은 병에 담았다. 단지 양의 차이만 있었을 뿐이다. 가득 들어 있는 병과 조금 들어 있는 병의 쿠키를 맛본 학생들은 조금 들어 있는 병의 쿠키가 더 맛있었다고 보고했다. 쿠키의 양이 적다는 것은 ‘이 병의 쿠키가 더 맛이 있어서 사람들이 선호했기에 적은 양만 남았을 것’이라는 추론을 하게 만들었고, 이런 추론은 맛을 평가하는 결정적 단서로 작용했다. 희소성 편향(Scarcity bias)이 작동한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만큼 제공하는 서비스가 늘 능사가 될 수 없음을 알려주는 연구라고 할 것이다. 유명한 맛집들의 ‘재료가 소진돼 일찍 영업을 종료한다’는 안내는 그 집이 맛집으로 인식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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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은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유명한 조각 ‘밀로의 비너스’는 알몸이 아닌 신체 일부를 살짝 가린 형태로 표현됐다. 만일 가리지 않고 알몸을 다 드러냈다면 어땠을까? 현재 느끼는 아름다움이 반감됐을 것은 자명하다. 호기심이 작동할 여지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호기심은 긴장감을 만들어 내고 사람들은 이 긴장감을 해소하려고 애를 쓴다. 애를 쓰는 대상이 더욱 매력을 느끼게 만든다는 것은 ‘인지부조화이론’부터 뇌 신경연구까지 광범위하게 증명된 바 있다.21 연애 초기에 서로 좋으면서도 싫은 척 튕기는 것이 그냥 무턱대고 솔직한 것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은 연구를 굳이 들먹일 필요 없이 거의 모두가 한 번쯤 경험해 본 추억일 것이다. 아무쪼록 ‘아름다움의 심리학’이 매력적인 비즈니스를 일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심리학박사 zzazan01@daum.net
필자는 중앙대에서 문화사회심리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명지대와 중앙대 비전임 교수를 거쳐 현재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새로 등장하는 문화 현상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달하기 위해 관련 연구, 강연 및 글쓰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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