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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9900원 전략’이 통하지 않을 때

이승윤 | 356호 (2022년 11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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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The Threshold-Crossing Effect: Just-Below Pricing Discourages Consumers to Upgrade”(2022) by Junha Kim, Selin A Malkoc, and Joseph K Goodman i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vol 48.

무엇을, 왜 연구했나?

‘청바지 세일, 3만9900원’ ‘태블릿PC, 출시 기념 99만9900원’…. 이러한 ‘바로 아래 가격 전략(Just-below Pricing Strategy)’은 대표적인 심리적 가격 전략(Psychological Pricing Strategy) 중 하나다. 정상 가격이 4만 원이라면 바로 아래 단위인 3만9900원으로 가격 표시를 하는 것만으로도 가격적으로 유리하게 느껴진다는 소비자 심리를 이용한 전략이다. 실제로 2달러99센트에서 단지 1센트를 더해 3달러로 가격을 책정할 경우,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가격은 15∼20센트 오른 것처럼 느껴진다는 과거 연구도 있다.

이런 전략이 판매율 증대에 영향을 미쳤던 것은 ‘일반적 연상(Lay Association)’과 ‘왼쪽 자릿수 효과(Left Digit Effect)’라는 두 가지 심리적인 메커니즘 덕분이다. ‘일반적 연상’ 이론은 현대 기업들이 심리적 마지노선을 낮추는 ‘9900원 전략’을 워낙 많이 쓰다 보니 사람들이 자연스레 딱 떨어지는 가격이 아닌 그 아래 단계 가격이 적용돼야 할인가로 인식한다고 설명한다. 한편 ‘왼쪽 자릿수 효과’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정보를 인식해 나가는 경향이 강하고, 처음 만나게 되는 숫자에 과도하게 중요성을 부여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신경심리학자들은 가격의 숫자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가격 지각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마디로 특정 카메라 가격이 300달러가 아니라 299달러99센트일 경우, 소비자가 첫 번째로 만나게 되는 숫자는 3이 아니라 그보다 작은 2이기에 가격 저항력이 낮아진다. 그렇기에 딱 떨어지는 숫자보다는 왼쪽 첫 번째 숫자를 줄이는 ‘바로 아래 가격’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점점 많은 기업이 하나의 서비스를 다양한 옵션으로 나눠서 판매하고 있다. 넷플릭스를 구독하더라도 소비자는 월 9500원을 내고 기본적인 해상도 480p의 베이직 옵션을 선택할 수도 있고, 1만7000원을 내고 여러 명이 동시 접속해 HDR급 화질을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옵션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렇게 옵션이 주어지는 상황에서도 ‘바로 아래 가격 전략’이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가격 업그레이드 선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무엇을 발견했나?

미 오하이오주립대 연구진은 ‘바로 아래 가격 전략’이 사용될 때, 소비자들이 보다 더 높은 옵션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지 살펴보는 실증 연구를 진행했다. 소비자들은 기본적인 옵션과 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상위 옵션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마주하는 경우가 많다. 마케터들은 일반적으로 상위 옵션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 더 높은 마진을 보장해줄뿐더러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 업그레이드 옵션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사용한다.

연구진은 다양한 방식으로 ‘바로 아래 가격 전략’이 소비자가 더 비싼 옵션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검증했다. 예를 들어, 대학교 교내에 커피 판매대를 설치하고 기본인 스몰 사이즈 커피 또는 업그레이드된 라지 사이즈 커피를 선택하게 했다. 하루 12시간 동안 총 이틀에 걸쳐 진행된 이 현장 실험에서 실험 대상자들은 ‘바로 아래 가격 전략’이 적용된 조건이나 ‘한계점 가격 전략(Threshold Pricing Strategy)’이 적용된 조건에 노출됐다. ‘한계점 가격 전략’이란 숫자를 반올림해 정확하게 딱 떨어지는 가격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아래 가격’ 조건에서는 스몰 사이즈 커피가 95센트, 라지 사이즈 커피가 1달러20센트였다. ‘한계점 가격 전략’ 조건에서는 스몰 사이즈 커피는 1달러, 라지 사이즈 커피는 1달러25센트였다. 두 조건에 있어 업그레이드 옵션을 선택하는 데 드는 추가 비용은 25센트로 동일하게 유지했다. 행인들에게 연구진은 종강 기념으로 무료로 쿠키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뒤 어떤 커피를 선택하는지 살펴봤다. 두 조건에 있어 커피 자체의 구매 비율은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한계점 가격 전략’이 사용됐을 때, 약 56%는 스몰 커피가 아닌 라지 커피를 구매하는 업그레이드 옵션을 선택했다. 반면 ‘바로 아래 가격’ 전략을 사용한 조건에서는 29%만이 업그레이드 옵션을 선택했다. 한마디로 과거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효과적이라고 입증했던 ‘바로 아래 가격 전략’이 소비자들이 더 높은 가격의 옵션을 선택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이다.

연구진은 이어 299명의 대학생이 참가한 추가 실험에서 2장으로 구성된 기본 마스크 팩 옵션과 4장으로 구성된 업그레이드된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고, ‘바로 아래 가격 전략’을 사용한 조건과 그렇지 않은 조건으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바로 아래 가격 전략’ 조건에서는 기본 모델 가격을 9달러95센트, 상위 옵션 모델을 15달러25센트로 설정했다. 한편 ‘한계점 가격 전략’, 즉 ‘바로 위 가격(Just-Above Pricing)’ 조건의 경우 기본 마스크 팩 모델을 10달러45센트로, 상위 옵션 모델을 15달러75센트로 설정했다. 이 실험에서도 ‘한계점 가격 전략’을 사용했을 때 업그레이드 선택을 하는 비율이 71%로, ‘바로 아래 가격 전략’을 썼을 때(60%)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증가 효과를 냈다.

본 연구는 업그레이드된 옵션 선택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바로 밑 가격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러한 효과가 발생한 이유를 연구진은 ‘한계점 넘어서기 효과(Threshold-Crossing Effect)’로 설명했다. 소비자는 가격을 판단할 때, 무의식적으로 중요한 가격 한계점(Threshold)을 찾는다. 통상 반올림한 가격 지점이 심리적인 한계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연구에서 사용된 ‘바로 아래 가격’인 95센트의 경우, 심리적 한계점은 1달러가 된다. 한편, 상위 옵션의 가격으로 설정된 1달러20센트가 넘어야 할 심리적인 한계점은 전혀 다른 기준인 2달러가 된다.

이에 비해 정확하게 반올림돼 딱 떨어지는 1달러나 ‘바로 위 가격’인 1달러10센트가 넘어야 할 심리적인 한계점은 2달러다. 상위 옵션으로 설정될 수 있는 1달러25센트나 1달러35센트의 심리적 한계점 역시 동일하게 2달러가 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바로 아래 가격’이 사용될 경우, 상대적으로 그 위에 있는 더 높은 가격의 옵션과 전혀 다른 심리적 한계점을 가질 가능성이 높음을 지적한다. 반대로 딱 떨어지게 반올림된 가격이나 ‘바로 위 가격’을 사용할 때, 상위 옵션과 동일한 한계점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이 두 개의 옵션이 심리적으로 비슷한 가격 범위에 있다고 느끼고 업그레이드 선택을 하는 데 저항감을 덜 느끼게 된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믿어 무분별하게 사용되던, 일명 ‘9900원 전략’이 항상 긍정적인 효과만 낳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이러한 ‘바로 아래 가격’ 전략에 다양한 선택 옵션이 제공될 경우 때로는 기대 효과와 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 결정의 약 80%는 가격과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경제 불황이 예상되는 시기, 제품 선택에 있어 가격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가격 결정 전략을 수립할 때, 다양한 심리적 메커니즘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seungyun@konkuk.ac.kr
필자는 디지털 문화 심리학자다. 영국 웨일스대에서 소비자심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비영리 연구 기관 디지털마케팅연구소(www.digitalmarketinglab.co.kr)의 디렉터로 디지털 및 빅데이터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간은 경험이다』 『디지털로 생각하라』 『바이럴』 『구글처럼 생각하라-디지털 시대 소비자 코드를 읽는 기술』 등이 있다.
  • 이승윤 |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디지털 문화 심리학자로 영국 웨일스대에서 소비자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비영리 연구기관 디지털마케팅연구소(www.digitalmarketinglab. co.kr)의 디렉터로 디지털 및 빅데이터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간은 경험이다』 『디지털로 생각하라』 『바이럴』 『구글처럼 생각하라-디지털 시대 소비자 코드를 읽는 기술』 등이 있다.
    seungyun@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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