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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현대그린푸드의 케어푸드 브랜드 ‘그리팅’

피드백 반영해 메뉴 개선 ‘린(Lean) 전략’
‘건강’과 ‘면역’으로 맞춤형 건강 간편식 이끌어

이동민 | 355호 (2022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현대그린푸드의 맞춤형 식단 브랜드 ‘그리팅(Greating)’은 현대그린푸드가 급식 시장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식품 제조 영역으로의 사업 확장 시도로 얻어낸 결과다.질환자에게 건강 식단을 제공하는 ‘메디케어’와 건강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데일리 케어’, 이 두 가지에 방점을 둔 투트랙 전략으로 프리미엄 간편식의 가치를 유지하며 더 많은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공략하는 ‘매스티지(masstige)’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식자재 유통 및 급식 위탁 운영 비즈니스의 경험을 살려 자체 레서피를 개발하고 패키지를 개선했으며 변화를 도모하기 어려운 대기업임에도 스타트업에 주로 적용되는 린 전략을 활용해 기민하게 대응했다.



팬데믹 이후, 가정간편식(HMR)의 위상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장보기나 외식이 어려워지자 가정간편식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어엿한 한 끼 간편 식사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집에서 만든 것과는 사뭇 느낌이 다른 편의점 도시락보다 똑같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으면서도 조리 시 완성도가 높은 가정간편식 메뉴들에 열광했다. 이에 식품 제조 회사를 비롯해 외식 업체까지 변화된 소비자들의 생활 방식에 발맞춰 밀키트나 가정간편식, 정기 배송 식품을 출시해왔다. 가정간편식 시장에서는 주로 편리성과 저렴한 가격이 경쟁력이 된다.

하지만 이 시장에 ‘건강’과 ‘면역’을 키워드로 내세우며 도전장을 내민 기업이 있다. 현대그린푸드의 맞춤형 건강 식단 브랜드 ‘그리팅(Greating)’이다. 그리팅은 현대인의 건강을 지킨다는 의미로 위대한(great)과 먹거리(eating) 두 단어를 결합해 만들어졌다. 기존의 간편식보다 당도, 나트륨, 칼로리를 낮춘 식사를 제공하겠다는 목표 아래 요리에 들어가는 소스까지 외주사 협력 없이 자체적으로 만들어 낸다. 급식 위탁 운영 및 식자재 유통업에서 50년 가까이 비즈니스를 이어 온 현대그린푸드는 그간 쌓아 온 연구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케어푸드1 시장을 공략하며 출발했다. 덕분에 2020년 브랜드 론칭 이후 매년 2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달성하게 됐다.

현대그린푸드가 케어푸드 분야로 신사업 영역을 확장한 것은 고령화 사회로의 사회 변화를 포착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기존의 식품 유통 및 운영의 비즈니스 가치사슬(value chain) 중 식품 제조라는 산업 역량까지 확보하면서 종합 식품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서였다. 더 나아가서는 ‘토털 헬스케어 기업’으로까지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그린푸드에선 자체 레서피 및 제품 용기를 개발하고, 식품 제조를 위한 전용 공장을 설립했으며, 스타트업과 같은 유연한 학습 방식으로 기꺼이 시행착오를 꾀했다. 새로운 사업 확장 기회를 포착하고 가능성을 검토하며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은 비즈니스가 자리 잡고 무르익어 가는 단계의 회사라면 꼭 거쳐야 하는 여정이다. ‘가보지 않은 길’에 도전장을 내민 현대그린푸드 그리팅의 신성장 동력 확보 전략을 DBR가 분석했다.

DBR mini box I

현대그린푸드 ‘그리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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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팅은 현대백화점그룹의 종합 식품 기업인 현대그린푸드가 2020년 선보인 가정간편식 형태의 맞춤형 건강 식단 브랜드다. 그리팅이 자체적으로 기획, 제조, 유통하는 전 메뉴는 당도와 나트륨, 칼로리 등을 낮추면서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영양 성분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들이다. 건강한 조리를 위해 설탕 대신 알룰로스를 사용하거나 MSG 대신 채소 혹은 고기 육수를 사용한다. 이에 당뇨병과 같은 질환이 있는 환자들이나 나이가 많아 직접 식사를 준비할 수 없는 고령 소비자뿐 아니라 건강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까지를 주 고객층으로 설정했다.

그리팅의 주력 콘텐츠는 전체 그리팅 고객의 70%가 이용하는 ‘건강 식단 정기구독 서비스’다. 정기구독 서비스를 신청하면 그리팅 스마트 푸드센터가 4, 5종의 반찬으로 구성된 건강 식단을 조리해 다음 날 새벽 배송으로 전달해준다. 1000여 개의 자체 레서피를 활용해 식단 프로그램마다 1∼4주 단위로 메뉴를 기획하고 끼니마다 반찬 구성을 달리했다. 혼자 사는 고령의 부모님을 대신해 주문하거나 식단 관리를 하고자 하는 중장년층,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하고자 하는 203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소비자가 이용 중이다. 현대그린푸드에 따르면 시중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도시락 제품보다 40∼50% 비싼 데도 재구매율이 50%에 달한다.

‘케어푸드’에서 찾은 신성장 동력

현대그린푸드는 1973년 현대백화점그룹의 전신인 금강개발산업 내 케이터링 사업 부문에서 출발한 회사다. 2010∼2011년에 걸쳐 식자재 유통을 담당하는 현대H&S와 단체급식회사인 현대푸드시스템, 소매유통업 및 외식업을 운영하는 현대F&G를 흡수 합병하면서 종합 식품 기업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에 따라 현대그린푸드는 먼저 시장에 진입한 경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탁 급식 사업 대기업 계열사 반열에 들게 됐다. 그러나 대기업의 위탁 급식 사업은 사실 1990년대 초반부터 점차 포화상태에 접어들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2012년, 정부가 공공기관 급식 입찰에서 현대그린푸드를 비롯한 아워홈, 에버랜드 등 상위 6개 업체의 참여를 제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관련 시장 규모는 더욱 줄어들게 됐다.

결국 경쟁사들은 해외 급식이나 외식 사업과 같이 급식 주변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에 집중했다. 하지만 2015년 현대그린푸드에 부임한 박홍진 대표는 생각이 달랐다. 식품 제조 영역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속 성장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종합 식품 기업의 밸류체인(value chain)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식품 제조 영역은 현대그린푸드의 부족한 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역량이 부족했던 영역인데다 이미 시장 내 절대 강자들이 존재하는 영역에서 어떻게 싸울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비슷한 고객군을 대상으로 비슷한 유형의 제품만 팔아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만무했다.

이 가운데 박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의 눈에 들어온 키워드가 ‘고령화’였다. 많은 언론과 대중들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고령화 현상에 주목하고 있었다. 국내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성인병 질환자 수도 매년 증가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특수식을 사업화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건강기능식품과 건강보조식품 등 넘쳐나는 건강식품 속에서 이러한 약품이 아닌 한 끼 식사를 제대로 제공하는 사업에서 틈새시장이자 ‘블루오션’을 찾은 것이다.

케어푸드 사업은 사실 현대그린푸드가 ‘잘하는 것’, 즉 급식 사업장을 운영하며 쌓아 온 ‘영양 설계’ 역량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했다. 현대그린푸드는 2010년대 치열한 위탁 급식 시장에서 차별화 전략 중 하나로 ‘건강 식단’을 내세운 바 있다. 특히 2012년부터 고객사 임직원 중 지원자를 대상으로 다이어트 도시락 또는 한 끼에 300g 이상의 채소가 들어간 ‘DNA 건강식’ 등을 제공하는 무료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2011년엔 업계 최초로 단체 급식 메뉴에 저염식단을 도입해 운영해 본 경험도 있었다.

구체적인 사업 방향의 실마리를 발견한 건 2016년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식품박람회에서였다. 한국보다 고령 사회 진입이 빨랐던 일본에선 고령자를 위한 식품인 ‘케어푸드’ 시장이 크게 발달한 상황이었다. 벤치마킹을 통해 국내 시장 역시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귀국 직후 케어푸드 사업을 위한 TF(테스크포스)가 꾸려졌다. 이들은 이듬해엔 2017년 그리팅의 전신인 B2C 케어푸드 브랜드 ‘그리팅 소프트’를 론칭했다. 국내 대기업에선 최초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케어푸드 사업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밀게 된 것이다.

DBR mini box II

일본 케어푸드 시장

2005년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케어푸드에 대한 구분과 식별 기준을 마련하고 시장 확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고령, 질병 등으로 섭취 기능이 저하된 고령자의 상태에 맞게 점도를 조정하고 미각과 시각, 영양을 고려한 식품’이란 의미로 개호식품(介護食品)이라 부르던 케어푸드를 2014년, ‘스마일케어식’으로 이름을 바꾼 뒤, 2016년에는 스마일케어식의 종류를 세분화하는 등 소비자 및 기업의 편의를 위한 체계를 잡았다. 일반 마트에서 판매되는 모든 스마일케어식 제품은 포장지에 잇몸으로 부술 수 있는 식품(B), 혀로 부술 수 있는 식품(C)이라는 마크를 표기해야 한다. 대표적인 케어푸드 식품 기업은 다음과 같다.

타쿠해쿡123i

1999년 설립된 타쿠해쿡123은 일본 전역에 약 350여 개 프랜차이즈를 보유하고 있으며 고령자의 영양을 고려한 저칼로리식, 저염식, 고단백식 등 약 1000여 종류의 도시락을 제공한다. 타쿠해쿡123이 매달 공급하는 도시락은 약 300만여 개에 달한다. 고객 대부분이 고령자임을 고려해 도시락 제공 시 고객의 안부를 묻는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메디푸드ii

2004년 설립된 메디푸드는 효소를 사용해 음식을 부드럽게 만드는 방식으로 연화식을 제조한다. 개별 소비자 배송뿐 아니라 요양병원 납품식 등 B2B 상품도 운영한다. 치아가 약한 시니어, 신장 질환 및 투석 환자, 고혈압 환자, 당뇨 환자, 다이어터 등 다양한 고객층을 대상으로도 식단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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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제품, 임상 실험으로 효과 입증한
프리미엄 HMR 포지셔닝

현대그린푸드 그리팅은 간편함에만 치우치지 않고 건강을 생각한 재료와 조리 방법으로 ‘프리미엄 HMR 식단’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빨리 해치우는 한 끼 도시락 정도가 아닌 소스와 양념, 조리 방식까지 건강을 생각해 장기간 구독해도 좋은 ‘슬로푸드’로 포지셔닝하는 것이 목표다.

사업 초기 현대그린푸드 임직원들은 일본 케어푸드 제조 기업을 벤치마킹해 국내 식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케어푸드 레서피를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당시 국내엔 고령 인구나 음식물을 섭취하기 어려워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푸딩이나 죽 형태의 연하식(嚥下食)이나 병원 환자식, 식사를 보충하기 위해 섭취하는 분말이나 음료 형태의 제품 정도가 케어푸드로 인정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음식의 모양과 맛은 유지하면서 씹고 삼키기 편하게 만든 식사를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도시락으로까지 개발하는 수준에 와 있었다. 이에 임직원들은 일본의 케어푸드 기업을 견학하는 한편 국내 식재료를 소재로 조리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때 만들어진 테스트 제품을 임직원들을 상대로 시음해보고 만족도 평가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실험 끝에 이듬해인 2017년, 케어푸드의 일종인 연화식(軟化食)을 소비자 테스트용 제품으로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연화식’은 삼킴 장애가 있는 환자들이 먹는 ‘연하식’과 달리 음식의 맛과 모양은 유지하면서 치아로 씹는 저작 작용이 어려운 이들이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음식을 말한다. 이때 나온 아이디어들은 2020년 브랜드 공식 론칭 이후 출시한 제품들의 밑바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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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차별화된 키워드로 ‘건강’을 선택했던 만큼 그리팅 식단을 통해 건강 상태를 개선할 수 있다는 효과를 검증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이에 현대그린푸드는 제품 개발 초기 서울 아산병원 내분비센터와 협업해 당뇨 질환자를 대상으로 식단의 혈당 조절 효과에 대한 임상 테스트를 진행했다. 결과는 임상 결과가 의학저널에 게재되기도 할 정도로 긍정적이었다. 전문가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적절한 식사를 섭취하지 못하고 있는 임상 연구 대상자에게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했다”2 고 호평했다.

현대그린푸드는 또한 프리미엄 가정간편식 제조를 위해 개발 인력 투입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례로 2018년 케어푸드 연구소 ‘그리팅랩’을 설립해 신장 질환자용 식단 등 지속적인 식단형 식품을 개발 중이다. 2022년 9월 현재 그리팅이 제공하는 케어푸드 식단의 메뉴는 총 330종에 이른다.

건강 식단 제공하는 ‘메디케어’와
‘데일리 케어’ 투 트랙 전략

새로운 사업 영역에 도전장을 내민 그리팅이 마주했던 가장 큰 위기의 순간은 ‘식품 유형’에 대한 이슈였다. 협력 병원과 함께 제품 임상까지 마쳤던 사업 초기, 해당 식단 제품의 이름을 정해야 하는데 2020년 3월 당시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시하는 ‘환자용 식단형 식품’이라는 유형이 없었다.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제품의 효과를 전달하며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마케팅팀에겐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국내에 없던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도전했기에 생긴 문제였다. 일반 식품 표시 기준으로는 식단 형태의 제품 효과를 충분히 표시하기가 어려웠다.

당뇨 환자들을 대상으로 저당 식단 제품 출시를 준비할 때도 같은 문제가 생겼다. ‘우리 집 밥상 주치의 그리팅’이라는 문구를 마케팅팀이 고안했으나 식품의약품안전처 심의에서 수정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일반 소비자들이 ‘치료’의 의미로 오해할 수 있다는 뜻에서였다. 일반 식품 카테고리 안에서 그리팅이 가진 장점을 전달할 수 있는 문구를 만들어내기 위해 마케팅팀은 온라인몰에서 판매되는 제품 기술서 내용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질의하고 사용 가능한 용어인지 확답을 받는 지난한 과정을 겪어야 했다. 결국 그리팅팀은 한 발 물러나 ‘저당식단’ ‘웰니스식단’ ‘라이트식단’ 등의 이름을 붙여 제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고객들과 제대로 소통할 수 없다는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상태였다. 기존에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그리팅의 목적과 브랜드 스토리를 이해하고 제품 출시를 환영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문제였다. 주로 저렴한 일반 도시락을 접하다 우연히 그리팅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식단의 취지를 잘 이해하지 못한 채 “비싸기만 하고 맛은 없다”고 평가했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그리팅팀이 찾은 해결책은 국내 현실에 맞게 질환자를 위한 ‘메디케어’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데일리케어’ 두 개 트랙으로 소비층을 공략하는 것이었다. 일본의 케어푸드 시장처럼 고령자 및 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수 환자용 식단을 놓지 않으면서도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 라인까지 두 가지를 운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단품류, 즉 ‘건강 반찬’의 품목 수를 대폭 확대했다. 2022년 9월 기준, 그리팅이 제공하는 건강 반찬과 국, 죽 등 단품 메뉴의 가짓수는 약 200여 종에 달한다. 데일리 케어 식품 라인은 ‘질환자용 전문 식단’이라는 낯선 용어를 일반인들에게 익숙하게 하고 일반 소비자들의 브랜드 경험을 높이며, 결과적으로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려는 목적으로 기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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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있는 음식을 선보이기 위한 노력을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아무리 잘하고 있어도 소비자들이 알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그린푸드 내부에서는 그리팅 온라인몰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의 ‘세이프티 스코어’를 체계화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세이프티 스코어란 식품의 영양소나 가공도, 첨가물 정보를 고려한 별점 제도다. 위해성이 있을 수 있는 영양소의 함량이 적거나 식품이 원물(첨가물을 넣지 않고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식재료)에 가까울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스코어는 시중에 판매되는 가공식품 2만 개를 분석해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덕분에 그리팅 온라인몰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은 제품마다 부여된 세이프티 스코어를 참고해 건강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그리팅에서 제조한 상품뿐만 아니라 그리팅몰에서 유통되는 모든 상품 역시 점수가 매겨진다.

또한 그리팅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도 알아볼 수 있도록 한 ‘그리팅 가이드’ 역시 제공한다. 그리팅 가이드는 구체적으로는 유기농, 무농약 등 국가 및 공식 기관에서 부여하는 품질 인증을 비롯해 저칼로리, 저당 등 영양소 지표, 마지막으로 비건(vegan)이나 친환경 식재료 사용 등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지표로 나뉘어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자신의 상황이나 기호에 적합한 음식인지 식별할 수 있다. 현재 자사 온라인몰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아이콘을 부착하고 있다. 이는 식품 정보에 대한 소비자 접근성을 유럽 주요 국가나 미국 등 선진국 수준으로 더욱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다.

이렇게 식품 정보를 통해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진심’을 전달한 덕분에 더 넓은 소비자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 케어 식단의 경우 50대 고객이 전체 21.1%를 차지하지만 맛있고 건강한 간편식을 표방한 ‘건강마켓’은 30∼40대 고객이 주를 이룬다. 건강 반찬 제품들은 외식이나 장보기가 어려워진 팬데믹 상황에서 그리팅 전체의 매출을 견인할 정도로 성장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반찬 품목 확대가 코로나19 상황의 장기화로 덕을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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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맞는 음식이 몸에도 좋다’
맛 개선부터 자체 용기 개발까지

이렇게 영양과 건강에 대해서만큼은 세계 유수 기업들을 능가할 자신감을 확보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가 있었다. 바로 가장 중요한 ‘맛’이었다. 건강 개선의 효과는 확실했지만 임상 테스트 시 참가자들로부터 ‘만족스러운 맛을 느끼진 못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당뇨 환자의 혈당을 낮추거나 건강만을 생각한 식단을 제공하는 데 치우쳐 환자들의 기호나 취향을 반영하지 못했던 것이 패착이었다. 예를 들면, 당시 그리팅 식단엔 당귀와 여주 등 150여 개 한약재로 만든 나물 반찬이 반찬 구성에 포함돼 있었다. 혈당 조절에 좋다고 알려진 식재료를 찾은 결과였다.

하지만 좋은 의도와는 반대로 재료 특유의 쓴맛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러한 결과를 접한 뒤, 고객 피드백을 바탕으로 하나씩 개선점을 찾기 시작했다. 150여 종의 한약재로 개발한 반찬 개수를 호불호가 적은 10여 개로 압축했다. 또한 나물 반찬 대신 유사한 영양소를 갖춘 샐러드를 포함해 식이섬유 메뉴의 다양성을 늘려갔다. 나물은 찌거나 삶는 등 익히는 조리 방식으로 제공하게 되는데 샐러드의 경우 생채소의 아삭함을 살릴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도 질리지 않고 식이섬유를 섭취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가열해야 하는 음식과 가열하지 않아야 하는 음식을 따로 분류해 포장하기 위한 자체 용기를 개발했다. 용기 개발에까지 시간과 공을 들인 이유는 음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채소 비중 때문이었다. 그리팅의 경우 건강한 영양소를 균형 있게 배치하기 위해 채소를 다양하게 제공해야 한다. 문제는 가열한 음식으로만 제공하기에는 사용할 수 있는 채소류도 한정되고 채소의 맛 또한 떨어진다는 데 있었다. 이에 그리팅 팀은 가열이 필요한 요리와 차게 먹는 요리를 분리한 2단 도시락 용기를 다양한 테스트를 거쳐 직접 개발했던 것이다.

또한 음식의 맛을 유지하고 택배 배송에 적합하도록 하기 위해서 전체 용기 속 반찬에 개별 포장을 추가한 ‘구획 실링’ 포장을 적용했다. 실제로 일반적인 도시락 사업의 경우, 유통 시 반찬이 섞이는 것을 막기가 어려워 편의점이나 외식 업체 인근 지역에서만 사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리팅의 경우, 전용 공장에서 만든 뒤 택배로 배송해야 했기에 반찬 칸마다 따로 실링 장치를 해야 했다. 이런 세심한 기획은 요리 고유의 맛을 유지하고 유통기한도 늘리는 효과를 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포장재가 혹여나 소비자들의 편의를 해치면 안 됐다. 따라서 그리팅 제품의 포장 비닐을 손쉽게 뗄 수 있는 ‘이지필(Easy Peel)’ 기능도 적용했다. 이지필 기능은 일본의 고령자용 식단이 노인들도 비닐을 쉽게 뜯을 수 있도록 만들어지고 있는 것에 착안해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러한 포장재의 접착력이 계절별로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까지 계산에 넣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계절에 따라 포장의 압착 온도와 시간을 다르게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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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제조-측정-학습’의
린(Lean) 전략 도입한 스마트 푸드센터

이렇게 사업이 안정화되기 시작하자 현대그린푸드는 케어푸드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2019년 전용 공장 설립을 결정했다. 다품종 소량 생산 식품 공장인 ‘스마트 푸드센터’는 현대그린푸드가 2019년부터 약 833억 원을 투자해 2020년 경기 성남시에 설립됐다. 이런 대규모 투자 결정이 가능했던 이유는 ‘매일 바뀌는 식단’이라는 콘셉트를 위해서는 자체 공장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 이전까지는 현대그린푸드가 운영하던 급식사업장 일부에서 조리를 해야 했기 때문에 자유로운 시도가 어려웠다.

스마트 푸드센터의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은 소품종 대량 생산을 골자로 하는 기성 식품 제조 회사의 방식과 큰 차이가 있다. 비슷한 공정으로 구성된 적은 가짓수의 상품을 찍어내듯 생산하는 일반적인 공장과는 달리 하루 동안 300여 종에 달하는 품목을 1만5000여 개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스마트 푸드센터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한 제조 품목은 총 2700개로 보통 280∼380개 상품을 제조하는 대다수의 도시락 공장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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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전용 공장 설립으로 얻은 가장 큰 효과는 소비자의 피드백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개선된 메뉴를 내놓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현대그린푸드의 사업은 제조-측정-학습 과정을 반복하는 린(Lean)3 을 제조 공정에 활용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 측에 따르면 이 같은 방식으로 인해 현재 식단 카테고리와 세부 메뉴는 초기 버전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대부분 바뀐 상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점도 많다. 제조 매뉴얼을 수정하고 실험 조리를 진행하면서 시생산을 하거나 기술서를 작성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식품 제조 업체에서는 이러한 시행착오를 감수하지 않는다.

그리팅 사업 모델 자체가 국내에선 벤치마킹 모델을 찾을 수 없었기에 해보고 안 되면 수정하는 형태를 거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스마트 푸드센터는 실험과 도전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장이 될 수 있었다. 식품 제조에서의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새로운 시도 자체가 귀한 경험이 됐는데 자체 제조 시설을 확보하면서 이러한 린 전략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 시판 제품 역시 고객 의견을 반영해 계속해서 레서피를 수정해 나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수직적이고 변화가 어려운 대기업 문화를 극복하고 스타트업에서 주로 적용되는 린 전략을 활용한다는 사실 자체가 직원들을 동기부여하는 효과가 있었다. 도전하고 실패해보는 린 전략은 현대그린푸드만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
토털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 기업이 목표

2020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드디어 특수의료용도식품 분류를 개편하면서 ‘당뇨환자용 식단형 식품 유형’을 ‘식단형 식품 제조 기준’에 고시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현대그린푸드는 기존의 ‘저당식단’을 ‘당뇨식단’으로 표기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그리팅은 2022년부터 기존에 판매되던 제품을 단백질 18g 이상, 나트륨 1350㎎ 이하 등 신설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당뇨환자용 식단형 식품 표준 기준에 맞춰 수정해 ‘당뇨식단’을 판매하고 있다. 2021년 11월엔 암환자용 영양 조제 식품 제조 기준 역시 고시돼, 이달 초 암환자용 식단 제품을 출시했다. 식약처가 추후 만성질환자를 위해 고혈압 환자용 등 지속적인 식단형 식품 유형 신설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된 식단 라인도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현대그린푸드는 그리팅을 활용해 ‘토털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다. 우선 첫 단계로 그리팅몰에 적용 중인 세이프티 스코어를 현대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되는 일부 제품에도 도입해 대중들에게 상품에 대한 영양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키, 몸무게, 질병 등 개인 인적 사항에 따라 달라지는 적정 섭취 기준치를 반영해 1대1 개인 맞춤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 상담 결과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그리팅 식단뿐 아니라 시중 가공식품, 식재료까지 추천해 실질적인 건강관리 서비스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역량을 십분 활용해 시너지도 내겠다는 구상이다. 건강기능식품의 원재료를 생산하는 ‘현대바이오랜드’, 가정용 의료기기 렌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현대렌탈케어’, 최근 노인 등 사회적 여행 약자를 위한 여행 상품 운영에 나선 ‘현대드림투어’ 등이 그 대상이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DBR mini box III : interview: 박주연 현대그린푸드 그리팅사업담당(상무)

시니어, 건강 트렌드 담은 케어 식단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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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현대그린푸드 그리팅사업담당은 TF팀 초기 멤버로 합류해 현재 그리팅팀의 기획을 총괄하고 있다. 박 담당에게 그리팅의 성과와 향후 과제에 대해 들었다.

케어푸드의 가능성을 언제 확인했나?

2016년 일본 케어푸드 시장 조사를 위해 도쿄에서 35㎞ 떨어진 다마 뉴타운을 방문했을 때였다. 다마 뉴타운은 분당과 일산처럼 우리나라 1기 신도시를 개발할 당시 모델이 됐던 지역으로 70년대 입주가 이뤄져 65세 이상 인구가 절반이 넘는다. 이곳에서 노인들이 식사를 배달해 먹는 곳을 보게 됐다. 이 지역을 기반으로 케어푸드 비즈니스를 이어가고 있는 기업들을 방문한 성과로 ‘정기구독형 케어 식단’의 사업 모델이 구체화됐다.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제품 표기에 대한 규정이 가장 까다로웠다. 제품의 효과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광고 표시를 할 수 없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타깃 고객과 소통할 길이 사라지는 큰 문제다. 특화된 상품일수록 비슷한 고객군을 공유하는 제휴사와 협업하기 위해서라도 잠재 고객을 아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표현을 쓸 수 없어 답답한 순간이 많았다. 다행히 식약처에 조금씩 관련 제도가 마련되고 있고 이에 맞춰 상품 라인을 확대할 계획이다.

케어푸드 시장에 남아 있는 법적 제한은 없는가?

2020년부터 특수의료용도식품에 대한 법규가 개정되면서 고객과의 소통이 조금 더 편해지고 있다. 케어푸드는 개발과 운영에 일반 식품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병원에서 보험이 적용된 식사를 하던 환자들이 퇴원 후 상대적으로 비싼 제품을 구입하는 데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일본의 경우 고령자를 대상으로 제도적 지원을 통해 식사를 공급하는 사례들이 있는데 국내에서도 이러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팅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

케어푸드 시장을 선도적으로 만들어 나갔다는 것이다. 케어푸드라는 용어 자체가 정의가 명확하지 않았던 2018년부터 특별한 영양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식품, 즉 건강기능식품, 환자식, 고령친화식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를 자체적으로 정의한 뒤 라인업을 늘려 나갔다. 경쟁사의 경우 케어푸드 사업을 검토한 적은 있으나 식품 유형 표기의 어려움이나 당장의 실버 시장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사업을 포기했다. 이제는 점차 대중들의 케어푸드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정부가 고시하는 기준이 생겨나다 보니 경쟁사들도 이 시장에 끼어들어 시장 규모 자체가 확대되는 상황이다. 현대그린푸드가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들보다 앞서 빠르게 시장 진출을 결정했던 것에서도 기인하는 것 같다.

내부적으로는 비전에 맞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내부 직원들이 주축이 돼 신규 사업을 성장시켜 왔다는 보람이 있다. 대기업 직원들이 스타트업처럼 열정을 바쳐가며 이런 사업을 진행하기 쉽지 않은데 경영자의 확고한 의지와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전 직원 대상 비전 공유, 여러 조직의 도움으로 집단지성이 발휘됐다. 이를 통한 의사결정이 곧 역량이 됐다고 생각한다.


DBR mini box IV: 성공 요인 및 시사점

건강-케어식품 키워드로 간편식 틈새시장 파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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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출범한 ‘그리팅’은 케어푸드 영역에서는 선두 주자이지만 간편식을 취급하는 제조 기업 중에서는 후발 주자다. 간편 식품 제조 산업은 CJ, 오뚜기, 동원F&B 등 쟁쟁한 경쟁사들이 이미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진입하기 쉽지 않은 산업이다. 그리팅은 경쟁이 치열한 간편식 시장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이미 잘 굴러가고 있는 산업에 후발 주자가 진입하는 방법 중 하나는 틈새시장을 노리는 잘 계획된 포지셔닝(Positioning) 전략이 있다. 마케팅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후발 주자의 포지셔닝 사례로는 미국의 ‘세븐업(7up)’이 있다. 코카콜라가 장악하고 있던 탄산음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un-cola(콜라가 아닌)’ 개념을 새롭게 만든 결과, 미국의 탄산음료 시장에서 업계 3위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었다. 그리팅 또한 이러한 후발 주자 포지셔닝 전략이 주효했다. 경쟁의 틈을 케어푸드와 건강이라는 차별화된 핵심 아이덴티티로 파고들었다.

사실 간편식 영역에 케어푸드 및 건강과 같은 핵심 가치를 부여한 것은 큰 모험이다. ‘건강’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소비자들은 맛에 대해 편견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건강한 맛’이라는 표현은 몸에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긴 했지만 맛이 없다는 뜻을 에둘러 사용한다고 다들 생각하는 것처럼 건강과 맛이라는 단어는 그리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간편식 시장에서 경쟁사들의 틈을 비집고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그리팅의 선택은 의미가 있었다.

또한 그리팅은 경쟁사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에도 타깃 소비자를 확장하면서 성장을 꾀하기 위해 ‘매스티지(Masstige)’ 전략을 잘 활용하고 있다. 매스티지 마케팅이란 매스(Mass, 대중)와 프레스티지(Prestige, 명품)의 합성어로 흔히 럭셔리와 대중 브랜드, 그 사이에 놓이면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잃지 않는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뜻하는 말이다. 중산층 소비자도 구입 가능하도록 ‘합리적 프리미엄’ 가격으로 제품을 제시해 기존의 명품 브랜드가 갖고 있는 프리미엄 가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좀 더 많은 소비자층으로 타깃을 확장할 때 사용한다.

매스티지 마케팅의 핵심은 4P 전략으로 설명될 수 있다. 먼저, 제품(Product) 자체가 명확하게 차별화돼 소비자에게 확실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 판매되는 장소(Place)는 통제 가능한 소수의 프리미엄 채널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가격(Price)은 비교적 높게 책정되며 가격 할인과 같은 프로모션(Promotion)은 되도록 피한다. 그리팅의 매스티지 마케팅을 4P 전략으로 자세히 살펴보자.

• 제품(Product): 그리팅은 판매하는 제품을 ‘케어식단’과 ‘건강마켓’의 투 트랙으로 나누고 있다. 케어식단은 특정 질병을 갖고 있거나 다이어트 등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좀 더 심도 있는 식단을 찾는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한다. 이 중에서도 메디케어 라인은 아산병원과 협업하는 등 신뢰도를 쌓는 데 주력하면서 확실하게 신경을 쓴 식단이라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한다. 여기서 쌓인 프리미엄한 가치가 건강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대중화된 ‘데일리케어’ 제품들이나 ‘건강마켓’에서 판매되는 반찬에까지 후광 효과(Halo effect)를 실어줄 수 있었다. ‘메디케어’ 라인 없이 ‘건강마켓’이나 ‘데일리케어’ 메뉴들을 운영했다면 어땠을까? 소비자들은 간편식에 ‘건강 한 스푼’ 더한 제품 정도로 여겼을 것이고 더 나아가 다른 유통 채널에서 판매하고 있는 간편식 제품들과의 가격 경쟁으로 차별화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메인 브랜드(메디케어)의 후광 효과를 받는 서브 브랜드(데일리케어 및 건강마켓)라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

• 유통(Place): 현대그린푸드의 그리팅 제품들은 여러 유통 채널을 통해 유통시키지 않고 그리팅몰이라는 단일 온라인 채널에서만 판매한다. 이는 매스티지 마케팅 전략의 ‘프레스티지함’을 유지하는 데 적절한 형태다.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이 가능한, 즉 소비자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매장도 온라인 그리팅몰을 알리기 위한 팝업스토어 형태로 열렸다. 2022년 4월 오픈한 오프라인 팝업 매장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마련돼 일반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 이미지를 각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특히 영양사가 상주하며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 주는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케어식품이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소비자들에게 건넨 점도 주목할 만하다.

• 가격(Price) 및 프로모션(Promotion): 그리팅의 케어식단 제품들은 타 브랜드, 동일 카테고리의 제품들보다는 비교적 높은 가격대가 설정돼 있다. 하지만 카드사와의 할인 이벤트 등 공격적인 가격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프로모션은 매스티지 마케팅 전략에서는 피해야 할 방식이다. 다만 식품은 경험재(experience good)이기 때문에 초기 경험을 유도하는 프로모션 방식이었을 수 있다. 건강과 케어식품이란 키워드로 치열한 간편식 시장을 파고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직 성장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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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성적표를 보면 그리팅은 경쟁자들의 틈에서 존재감을 알리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제는 그 틈새를 벌리고 시장을 더욱 확장시켜야 할 과제가 놓여 있기에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중요하다. 확장 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초기에 그리팅이 선택한 ‘건강 및 케어푸드’라는 핵심 가치를 어떻게 지켜내는지다. 간혹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회사들이 더 많은 소비자층을 공략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품 및 유통의 측면에서 다양성을 꾀하곤 하는데 이 같은 결정을 내릴 때는 무척 신중해야 한다. 특히 그리팅은 온라인 채널인 그리팅몰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다 보니 마켓컬리, 쿠팡, SSG와 같은 기존의 온라인 간편식 유통 기업들과의 경쟁을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리팅은 간편식을 직접 제조해 판매하는 제조 기반의 서비스이기 때문에 태생이 유통 기업인 이들과는 시작점이 다르며 더불어 침투하려는 소비 영역 또한 상이하다. 따라서 이들과는 전면적인 경쟁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을 확고히 해야 한다. 이들과 경쟁한다면 오히려 차별화 요소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들과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욕심에 식품뿐만 아니라 비(非)식품 영역까지 성급히 다루게 된다면 브랜드 정체성이 흐려질 것이다. 현대그린푸드, 그리고 그리팅이 잘하는 것이 무엇이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고민하고, 그 기반을 더 단단히 한 뒤 확장 가능성을 고민해도 늦지 않다.


이동민 강릉원주대 식품가공유통학과 교수 dongminlee@gwnu.ac.kr
필자는 고려대 식품공학부를 졸업하고,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랩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생산 단계에서 농식품의 가치가 구매 및 소비 단계로 잘 이어지지 못하는 점에 주목해 농업과 식품 산업 간 전략적인 협력 등 농식품 산업 및 마케팅 전략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푸드트렌드 No.4 집밥2.0』 『2022 푸드트렌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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