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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es

대학에선 왜 ‘세일즈’를 가르치지 않을까

김진환 | 356호 (2022년 11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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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Sales Education in the United States : Perspectives on Curriculum and Teaching Practices” (2020) by Lisa D. Spiller, Dae-Hee Kim, and Troy Aitken, Journal of Marketing Education, 42(3), 217-232.

무엇을, 왜 연구했나?

세일즈는 기업의 핵심이다. ‘비즈니스’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 중 하나가 바로 영업이다. 기업의 실적은 곧 영업 실적을 말하며, 매출의 증가와 감소는 기업 가치와 고용 안정성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다. 얼마 전까지 바이오를 중심으로 한 일부 기술 기반 스타트업 기업이 매출을 내지 않는데도 높은 기업 가치를 평가받기도 했지만 기업은 역시 매출을 내는 것이 존재의 의미를 증명하는 길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학에서 세일즈를 가르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필자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 시내 4년제 대학 중 경영학 과목명에 ‘세일즈’ 혹은 ‘영업’ 이름이 들어간 수업은 없다. 대신 마케팅이나 유통 분야 수업에서 세일즈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떨까? 미국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1454만 명이 세일즈 관련 업무에 종사한다. 또한 세일즈 관련 업무는 2016년부터 2026년까지 매년 3%대 성장을 기록해 약 46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예측된다.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따르면 전공과 무관하게 미국 대학 졸업생의 50% 이상이 세일즈를 첫 커리어로 삼는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4800개가 넘는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 중 3% 이하에서만 세일즈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대학에서 세일즈 훈련을 받지 못한 채 사회에서 갑자기 관련 업무를 맡게 된 이들의 60%가량은 이내 보직을 변경한다. 하지만 세일즈 프로그램을 이수했던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50% 높은 생산성과 30% 낮은 이직률을 보여줬다.

미국의 크리스토퍼 뉴포트 대학 연구진은 능력을 갖춘 세일즈맨에 대한 기업의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세일즈 교육이 대학에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를 진단하고, 논문 및 각 대학 강의 계획서 분석, 교수진 인터뷰 등을 통해 세일즈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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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대학에서 세일즈를 가르치지 않는 이유는 ‘세일즈를 가르칠 적절한 교육자가 없어서’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세일즈 분야의 적절한 교육자는 왜 부족한가? 현재 마케팅 분야 주요 저널에서 세일즈를 잘 다루지 않기 때문에 학계 진출에 많은 어려움이 있고 그로 인해 경영학 전공 박사 과정 학생들 가운데 이를 전공으로 하는 학생들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마케팅 영역에서 세일즈를 높이 평가하지 않는 것은 세일즈맨과 세일즈 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시각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프랭크 세스페데스(Frank Cespedes) 하버드대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많은 대학 역시 여전히 세일즈를 직업 학교에서나 배워야 할 과목으로 간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학에서의 세일즈 교육은 1980년대 이후 조금씩 성장해왔다. 1980년에 세일즈 분야의 전문 학술지 『Journal of Personal Selling and Sales Management』가 창간된 데 이어 1984년, 미국마케팅협회가 세일즈 분야 컨소시엄을 후원하면서 학계의 관심이 고조됐다. 80년대 중반부터 몇몇 대학에 세일즈 센터가 설립되다가 2002년에 대학 세일즈센터연합이 결성되기도 했다. 2007년에는 세일즈 교육 재단이 설립돼 학술 연구, 콘퍼런스 개최, 현장 문제해결 등이 본격화됐다. 결국 2015년 기준, 132개 대학에서 세일즈 관련 수업이 진행되고, 대학 세일즈 센터 연합에 참가한 대학의 수도 52개로 증가했다.

세일즈 프로그램은 주전공(Major), 부전공(Minor), 비학위 과정(Certification), 세부 전공(Concentration), 결합 과정 등에서 이뤄진다. 분석 대상인 49곳의 대학 중 11개 학교는 주전공과 부전공 과정 모두를 운영했으며 14개 학교는 주전공만, 21개 학교는 부전공 과정만 운영했다. 세부 전공은 12개 학교, 비학위 과정은 13개 학교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스 기준으로는 96.3%가 학부 과정, 37%는 대학원 과정, 28.4%는 비학위 과정에서 세일즈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설문에 참여한 교수들의 90% 이상은 세일즈 입문 강의와 심화 과정 강의가 필수적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이어서 세일즈 관리, 협상, 세일즈 분석, CRM,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과목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앞으로 필요성이 커질 과목으로는 디지털 세일즈와 세일즈 기술(Sales Technology)이 꼽혔다.

세일즈 교육 논문들이 가장 많이 다룬 주제는 ‘체험 학습’으로 57.4%를 차지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세일즈 분야만큼 잘 어울리는 곳은 없다. 학자들은 새로운 체험 방법에 대해 다양하게 제안했다. 현직 영업사원과 동행하기, 세일즈 프로젝트에 참가하기, 영업 상황을 가정한 롤플레이(Role Play) 연습, 즉흥적인 영업 활동 등이 그것이다. 이어서 성과 평가와 커리어 개발 등도 세일즈 교육 분야의 중요한 연구 대상 주제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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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미국에서도 아직 3%의 대학만이 세일즈를 가르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주요 대학이 정규 과목으로서 ‘영업’을 도입하는 날이 당장 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대학생들이 세일즈 분야 현직자의 특강을 듣는 것만으로도 세일즈에 대한 호감도와 이해도가 크게 상승한다는 연구도 있다. 앞서 말했듯 대학생들은 학교에서 세일즈를 접해볼 경험이 많지 않다. 따라서 강의와 프로젝트 등을 통해 세일즈 업무에 대한 선입견을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은 영업 관련 커리어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기업 입장에서도 더 나은 인재를 영입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B2B 비즈니스에서는 세일즈가 마케팅 이상으로 중요한 경우가 많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바이오, 메타버스,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이 거래 대상이라면 더더욱 일반 소비자가 아닌 기업이 영업 상대가 된다. 창업계에서 많이 쓰여 젊은이들에게도 익숙한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 ‘스케일업(Scale-up)’ ‘사업 개발(Business Development)’의 수단과 목표는 결국 ‘세일즈’라는 한 단어로 수렴될 수 있다. 따라서 세일즈가 금기어처럼 여겨지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선 더욱더 세일즈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김진환 서울산업진흥원 창업정책팀 수석 siberian@sba.seoul.kr
필자는 고려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서 기술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외국계 대기업과 국내 스타트업 기업에서 13년 이상 세일즈와 사업 개발 업무를 담당했으며 세일즈맨 40명을 인터뷰해 『팔자생존』이라는 책을 펴냈다. 현재 서울산업진흥원 창업정책팀에서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스케일업 방안을 연구 중이다.
  • 김진환 | 서울산업진흥원 창업정책팀 수석

    필자는 고려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서 기술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외국계 대기업과 국내 스타트업 기업에서 13년 이상 세일즈와 사업 개발 업무를 담당했으며 세일즈맨 40명을 인터뷰해 『팔자생존』이라는 책을 펴냈다. 현재 서울경제진흥원 창업정책팀에서 딥테크 스타트업의 스케일업 방안을 연구 중이다.
    siberian@sba.seou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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