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치유와 연결’ 시대정신 담은 시몬스 마케팅

“무슨 광고야? 멍 때리게 하네”
팬데믹 힐링 메시지에 MZ세대 팬덤 화답

342호 (2022년 0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그간 ‘침대 없는 침대’ 광고로 호응을 받았던 시몬스 침대는 올해 더 과감한 광고 캠페인으로 돌아왔다. ‘멍 때리기’라는 소재를 활용해 팬데믹 시대, 우울감을 겪는 사람들에게 힐링과 치유를 선사하겠다는 포부를 세웠다. 오프라인에서는 거리 두기 등의 사회 분위기로 단절된 지역들을 잇는 ‘소셜라이징(socializing)’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팝업스토어를 선보이고 있다. 침대를 뺀 자리에 ‘치유’와 ‘연결’이라는 키워드를 넣은 시몬스의 마케팅이 특히 요즘 젊은 MZ세대로부터 호응을 받는 비결은 다음과 같다.

1. 제품 홍보보다 시대정신이 앞서는 광고

2. MZ세대를 겨냥한 트렌디한 비주얼과 공간

3. 가구 업계 최초로 꾸린 ‘디자인 스튜디오’

4. 굿즈를 통한 팬덤 확보



#1. 눈이 시릴 정도로 쨍한 초록색 치마를 입은 여자들이 발을 첨벙거린다. 영상 속 그녀들의 발동작으로 시선이 향한다. 그녀들이 첨벙이는 물가는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하고 조용하다.

#2. 누군가 나무 골프채로 공을 친다. ‘툭’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빨강, 파랑, 하양… 색색의 공들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오렌지 하나가 초록색 잔디밭 한가운데의 스프링클러로 굴러간다. 별안간 스프링클러가 켜지고 잔디밭에 물을 흩뿌린다. 더 이상의 이벤트는 없다. 지루하지만 그 지루함이 오히려 묘한 중독성을 낳는다.

강남 일대를 디지털 아틀리에로

“강남 일대를 우리 브랜드 아틀리에로 만들어보면 어때?” “미술관에서만 전시하란 법 있어? 도로에서 해보자!”

그들의 발칙한 아이디어는 현실이 됐다. 2022년 2월,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일대 1.6㎞의 대로변은 디지털 아트로 물들었다. 무려 11개의 전광판에서 비슷한 콘셉트의 영상 8편이 흘러나오며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도심에서 쉽게 보기 힘든 원색의 이미지는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의아해하며 눈길을 준 사람들은 곧 영상에 빠져들었다. 영상에는 공이 굴러가거나 물이 흘러나오고, 발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단조로운 모습들이 담겼다. 별다른 의미나 메시지는 없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묘하게 편안한 ‘느낌’만 전할 뿐이다. 정신을 ‘멍하게’ 만드는 이 단조로운 영상은 2분 동안이나 지속됐다.

통상 이 거리의 전광판에서 흔히 보이던 광고는 10∼15초 남짓의 짧은 영상이 대부분이었다. 그마저도 행인들에게 짧은 시간 동안 자신들의 브랜드를 인식시키기 위해 브랜드부터 제품 이름까지 모두 쏟아내느라 바빴다. 제품도, 브랜드도 크게 생략된 ‘멍 때리기’ 영상이 신선하게 느껴진 이유다.

강남 도산대로를 자신들의 아틀리에로 만들어버린 이 독특한 광고의 주인이 누구인지 추측할 단서는 딱 하나였다. 영상 하단에 박힌 일곱 글자의 타이포그래피, ‘SIMMONS(시몬스)’다. 하나의 브랜드가 강남 일대의 빌보드를 ‘장악’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리빙 제품 업체로서는 더욱 찾아보기 힘든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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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회사 시몬스는 왜 ‘멍 때리기’라는 소재로 강남 일대를 물들였을까? 지난 몇 해간 ‘침대 없는 침대 광고’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시몬스 침대는 올해 팬데믹이 지속되는 시대에서 ‘힐링’과 ‘치유’라는 콘셉트로 또 한 번 과감한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시몬스의 혁신적인 마케팅 현장을 DBR가 취재했다.

팬데믹 시대의 휴식처, ‘멍 때리기’ 영상

시몬스는 2019년부터 ‘침대 없는 침대’ 광고 캠페인을 선보여 왔다.(DBR minibox Ⅰ: 시몬스의 ‘침대 없는 침대 광고’ 히스토리 참고.) 150년이 넘는 전통을 지닌 브랜드인 만큼 ‘품질의 우수함은 모두가 이미 알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선택이었다.

당시 시몬스 침대의 TV 광고는 침대가 등장하지 않음에도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핵심적인 메시지를 절제된 영상미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성공해 화제가 됐다. 시몬스는 제품 없는 제품 광고로 ‘제17회 서울영상광고제’ 은상을 수상하는 등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 때문에 매년 광고 캠페인이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하는 팬들마저 생겼다.

1월부터 시작할 새 캠페인을 앞두고 브레인스토밍이 한창이던 시몬스에서는 온갖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다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강조한 요소가 있었다. “광고는 시대와 함께 호흡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시몬스의 브랜드 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브랜드전략부문장 김성준 상무는 DBR와의 인터뷰에서 “시대정신이 빠진 광고는 반짝 하고 사라질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브랜드가 세상을 향해 ‘나 좀 봐 달라’고 일방적으로 소리치는 마케팅은 더 이상 효과가 없다”면서 “사회가, 대중들이 브랜드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려면 사람들이 살며 호흡하는 지금 사회를 제대로 담아내야 했다.

시몬스가 올해 광고에 녹인 시대상은 어쩔 수 없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한 답답한 사회 분위기다. 햇수로는 ‘코로나 3년 차’인 2022년은 처음 이 감염병이 세상에 퍼지기 시작하던 2020년 무렵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두려움을 넘어 완전히 지친 기분이 든다는 사람들이 많다.1 시몬스 침대는 긴장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힐링과 치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멍 때리기’라는 소재로 캠페인을 전개한 가장 큰 이유다.

반복적인 영상을 보며 지친 심신을 달래는 ‘멍 때리기’는 최신 사회 현상이기도 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2 에서도 한국 사회의 이런 분위기를 소개할 만큼 어느덧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워싱턴포스트는 ‘Hitting mung : In stressed-out South Korea, people are paying to stare at clouds and trees(멍 때리기: 스트레스로 가득 찬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은 구름과 나무들을 바라보는 데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는 제목으로 사람들이 힐링 장소를 찾아 자연이나 카페 등을 찾는 트렌드를 소개했다.

시몬스는 팬데믹 초기부터 ‘멘탈 헬스’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뒀다. ‘불멍(모닥불 영상을 보며 마음의 평화를 얻는 행위)’이나 ‘ASMR(자율감각 쾌락 반응)’이 이슈가 되고, ‘정신적 건강’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수면과 이를 통한 건강한 삶을 강조하는 침대 회사에 솔깃한 키워드였다.

하지만 유튜브와 TV에선 쉴 새 없이 자극적인 영상이 쏟아진다. 더욱이 경쟁사들은 MZ세대를 겨냥해 유명 아이돌을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멍 때리기’라는 잔잔한 소재로 한 해의 가장 중요한 광고 캠페인을 끌고 나가기엔 큰 고민과 결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시몬스 침대는 1960년대 중후반 미국에서 ‘히피 문화’가 탄생한 배경에 주목했다. 히피 문화를 꽃피운 데는 답답한 사회 분위기가 있었다. 암울했던 시대적 상황에서 사람들은 음악과 명상 등 정신적인 활동에 집중했다. 답답한 현실에서 정신적으로나마 자유로움을 추구하며 위안을 얻었다. 그 문화는 사람들의 삶에 스며들어 지금도 시대와 호흡한다.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 남을 캠페인을 하자.’ 시몬스가 내린 결론이었다. 김 상무는 “당장 제품을 알리는 광고 캠페인보다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치유의 시간을 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게 결과적으로 오래 잔상이 남는 캠페인이라고 봤다.

DBR mini box I

시몬스의 ‘침대 없는 침대 광고’ 히스토리

매번 새 광고를 공개할 때마다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 시몬스 침대 TV CF는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가 만들어 내는 또 하나의 브랜드 자산이다.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는 2019년부터 벌써 4년째 TV 광고에서 제품을 의도적으로 노출하지 않고 있다. 대신 그 빈자리는 크리에이티브한 비주얼 요소와 위트 있는 스토리, 감성적인 배경음악, 스타일리시한 패션이 채웠다.

1. 침대 없는 침대 광고의 첫 등장(2019년): 3편의 짧은 광고에는 각각 자동차의 보닛 위, 해먹, 선베드에 편안히 누운 모델과 ‘SIMMONS’ 타이포그래피만이 등장한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핵심 메시지를 감각적으로 전달했다는 평을 받았다.

2. 공익 메시지로의 확장(2020년): 브랜드 창립 150주년을 맞아 영국의 격언 ‘Manners Maketh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을 차용한 공익 광고 캠페인을 선보였다. ‘슈퍼마켓’ 편, ‘지하철’ 편 총 2편으로 공공장소에서의 새치기, ‘쩍벌남’ 등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들을 유쾌하게 짚었다. 톱 모델 ‘팀 슈마허(Tim Schuhmacher)’가 주인공을 맡아 주목받았고, 화려한 스타일링에서 묻어나는 레트로 무드, 치밀하고 섬세하게 연출된 소품 구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3. 개성 있게 표현한 ‘숙면의 가치’(2021년): 릴레이하듯 하품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에너지가 넘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잠을 잘 잔 사람은 일상에서 에너지가 넘친다’는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하나의 메시지를 ‘칠(chill) 버전’과 ‘디스코(disco) 버전’ 두 편으로 제작했다. 패션디자이너 에디 슬리먼의 셀린 컬렉션과 안토니 바카렐로의 생로랑 컬렉션을 활용한 패션 스타일링과 신예 모델 프릭 아이벤의 출연으로 영상미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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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만족감을 주는 영상

시몬스의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Oddly Satisfying Video: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3 라는 제목처럼 영상은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만족감을’ 안겨줬다.

광고는 공개된 지 한 달도 채 안 돼 유튜브에서 누적 조회 수 2000만 뷰를 기록했다. 브랜드 광고가 이 정도 수치를 기록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TV 광고 역시 론칭과 동시에 2월 둘째 주 TV 광고 시청률 1위에 올랐다. 2019년 앞서 화제를 모았던 ‘침대 없는 침대 광고’가 유튜브에서 수백만 누적 조회 수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대중들의 호응이 한층 커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몬스 광고의 의미와 제작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룬 자체 제작 콘텐츠에 대한 조회 수만도 100만 뷰를 넘어섰다. 시몬스 광고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상당하다는 의미다. 중독성 있는 영상 때문에 “못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이렇듯 시몬스 침대의 광고는 단순 제품 홍보를 넘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 “대중들이 먼저 시몬스를 이야기하게 하자”는 목표가 이뤄진 것이다.

올해는 광고 캠페인을 공개하는 전략도 기존과 다르게 했다. 통상적으로 TV를 통해 먼저 공개하거나 TV와 유튜브에 동시에 캠페인을 공개하던 기존 틀에서 벗어나 이례적인 브랜딩 전략을 택했다. ‘멍 때리기(Hitting Mung)’ 콘셉트의 광고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먼저 공개한 것이다. 1월27일 유튜브 첫 공개를 시작으로 2월1일에는 TV, 이후 강남 일대의 빌보드 광고로 플랫폼을 확대했다. 빌보드(전광판) 광고는 이번 캠페인의 화룡점정 격인 셈이다. 모든 플랫폼을 총동원해서 시몬스가 전달하고 싶었던 건 메시지가 아니었다. 브랜드 고유의 ‘느낌’이었다.

그간 탄탄하게 확보된 시몬스의 팬덤을 중심으로 먼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그다음에 일반 대중에게 캠페인을 노출하는 전략은 주효했다. 유튜브를 통해 먼저 퍼지기 시작한 디지털 아트 영상은 온라인의 높은 접근성을 발판삼아 단시간에 대중과의 친밀감을 높였다.

특히 이번 영상 제작 과정에서는 소재가 생소하고 소박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영상미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아르 누보’ 모티브를 극대화하기 위해 20세기 건축양식을 대표하는 재즈 팝의 거장 프랑크 시나트라의 생전 저택이 있는 캘리포니아까지 가서 촬영했다. 사람들에게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디테일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고 봤다.

여기에 한 가지 새로운 도전을 더했다. ‘백색 소음’이다. 앞선 광고들에서 시몬스는 감각적인 배경음악으로 ‘브금(BGM) 맛집’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하지만 올해는 광고의 필수 요소처럼 꼽히는 배경음악을 과감하게 뺐다. 대신 바람 소리, 새소리, 물소리 등 자연의 백색소음을 입혔다. 팬데믹 탓에 지친 사람들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고 싶었다는 게 시몬스의 의도다.

오히려 잔잔한 ‘ASMR(백색소음)’이 수면의 질을 강조하는 침대 회사 이미지와 더욱 잘 어울린다고 봤다. 실제 시몬스 광고 영상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잠들거나 긴장을 풀어야 할 때 습관처럼 이 영상을 보러 온다”고 털어놓는 이들이 적잖다. 유튜브 광고 댓글 창에는 “처음엔 이상했는데 계속 찾아보게 된다” “영상을 보면 긴장감이 사라진다” “영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이라는 경험담이 쏟아진다.

사람들에게 휴식을

올해 2월 말 열린 서울리빙디자인페어(리빙페어)에서도 시몬스는 그동안 해본 적 없는 독특한 마케팅을 펼쳐 주목받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라이프스타일 박람회인 이 페어에는 올해는 240개 기업이 참석했다. 시몬스는 이들 업체 중 최대 규모로 참여했다.

시몬스 침대는 리빙페어 660㎡(약 200여 평)을 ‘도심 속 파크’ 콘셉트로 꾸몄다. 넓은 공간이지만 제품이 차지하는 자리는 최대한 줄였다. 침대 대신 도심 속 공원 콘셉트로 부스를 꾸몄다. 초록 잔디와 벤치를 설치해 도심 속 자연이 함께하는 휴식 공간을 만들었다. 관람객들이 ‘멍 때리기’ 시간을 더욱 편안하게 누릴 수 있도록 했다.

관람객들의 호응은 대단했다. 아침부터 입장을 위해 대기하는 팀만 700팀이 넘었다. 입장 대기 시간이 3시간이 넘게 걸렸을 정도다.

이번 전시회를 주최한 디자인하우스 전시사업부문장 조상연 이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일상으로의 회복을 앞둔 시점에서 도심 속 쉼을 전하는 시몬스의 부스 콘셉트는 매우 인상적이었다”면서 “라이프스타일과 리빙을 다루는 이번 행사의 취지와 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

이런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또 구현해낸 데는 2016년부터 운영된 시몬스의 크리에이터 그룹인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의 공이 크다.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는 ‘수면 전문 브랜드’라는 시몬스의 본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매 시즌 혁신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적인 기획을 도출하고 실행한다. 이들은 TV 캠페인, SNS 홍보, 지면 광고부터 오프라인 매장인 시몬스 맨션과 경기도 이천의 복합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 등 브랜드와 연관된 모든 영역을 아우른다.

김 상무는 “브랜드가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언어와 톤 앤드 매너, 대중이 원하는 스타일에 접목해 매 시즌 최전방의 트렌디한 비주얼을 선보이는 크리에이티브 집단”이라고 이들을 소개했다. 출범 초기인 2016년만 해도 패션도 아닌 침대 브랜드가 ‘디자인 스튜디오’라는 집단을 만든다는 것을 다들 의아하게 여겼지만 이제는 여러 성과 덕에 시몬스만의 혁신적인 시도로 인정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튜디오는 시몬스의 브랜딩 캠페인 전반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통상 콘셉트 결정부터 제작, 납품까지 광고대행사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것과 대조적이다. 2019년 시몬스 침대가 광고제에서 은상을 차지했을 때도 시몬스만 유일하게 광고주와 프로덕션이 함께 제작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4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에는 고정된 인원이 없다. 한국 조직문화에서 보기 드문 ‘셀’ 형태로 뭉치고 흩어지길 반복한다. 요즘 MZ세대들의 일하는 방식인 일종의 ‘크루 컬처’를 지향하며 유연하게 운영된다. ‘크루’들은 자유롭게 프로젝트를 구성하고 실현한다. 예컨대 이전 프로젝트에는 15명이 모였지만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상황에 따라 50명이 달라붙기도 한다.

내부 조직만으로 팀을 꾸리지도 않는다. 그때그때 수요에 맞춰 외부 인력과도 손을 잡는다. 최근 몇 해간은 애플, 나이키 등과 작업한 LA에서 활동 중인 비주얼 아트디렉터 듀오 싱싱 스튜디오와 광고 작업에서 협업했다.

다만 이 조직에서 무엇보다 중요시되는 게 있다. 얼마나 ‘젊은 시각’을 갖췄는지다. MZ세대를 겨냥한 광고를 만든다면 실무자도 그 또래여야 한다는 게 이들의 철학이다. 그래야 억지로 고민한 결과가 아닌 그들의 트렌드가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콘텐츠와 플랫폼이 도출된다고 본다. 유명한 디자이너 영입에도 큰 관심이 없다. 자신만의 캐릭터가 뚜렷한 유명 디자이너는 스튜디오의 방향성을 제한할 수도 있어 오히려 영입을 지양한다.

업계에서도 시몬스 침대의 이러한 시도를 높이 평가한다. 시몬스 광고 제작에 외부 인력으로 참여한 이현지 디렉터는 “함께 일해보니 시몬스는 모델, 의상, 룩 등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모든 장치를 마련해 놓고 숨 쉬는 박자까지 맞출 만큼 완벽한 광고를 만든다”며 “이는 브랜드 고유의 오리지널리티와 느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에선 ‘소셜라이징’ 마케팅

시몬스는 온라인에서 ‘침대 없는 침대 광고’ 캠페인을 전개하는 한편 오프라인에서는 ‘침대 없는 팝업스토어’를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마케팅에서 모두 ‘침대’를 빼고 브랜드 고유의 느낌과 이미지만을 전달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최근 몇 해간 지속된 팬데믹 시대를 맞아 오프라인 팝업스토어에는 ‘소셜라이징(socializing)’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하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팬데믹으로 지역 상권은 침체됐다. ‘거리 두기’ 분위기 속에 지역과 지역은 단절되고 있다. 그런 만큼 시몬스 침대가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지역의 명소를 만들어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을 잇겠다는 것이다.

공익적인 내용이나 취지를 요즘 스타일에 맞춰 톡톡 튀게 구현해내는 건 시몬스의 특기다. 2020년, 브랜드 창립 150주년을 맞아 진행한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comfort)’ 공익 광고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시몬스는 공공장소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재치있게 표현하면서 ‘공익적인 메시지는 지루하다’는 공식을 깼다.

이번에도 시몬스는 ‘상생’ ‘지역사회 살리기’ 같은 고전적이고 거창한 접근은 일부러 피했다. 그런 말은 내부 회의에서 사실상 금기어가 됐을 정도다. 회의 때마다 “힘 쫙 빼고 요즘 걸 하자”는 게 일종의 구호처럼 쓰였다. 팝업스토어에 묵직한 의도가 씌워지는 순간 ‘재미’는 사라진다. 대신 MZ세대를 겨냥한 개성 넘치는 굿즈와 지역의 유명 맛집, ‘힙 한’ 인기 브랜드를 유치하는 데 공을 들였다. MZ세대는 자신들 취향이 제대로 ‘저격’된 곳에 그저 놀러왔다가 시나브로 지역 상권을 살리는 일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올해 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문을 연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은 시몬스의 소셜라이징 프로젝트의 하이라이트 격이다. 2018년부터 서울 성수동, 경기 이천, 부산 전포동 및 해운대 등에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연 경험을 발판삼아 올해는 서울 강남으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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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은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대한민국 트렌드를 선도하는 대표적인 ‘문화 허브’였다. 이후 경기 침체와 상권 이동으로 예전의 명성을 잃어갔다. 그랬던 청담이 최근 압구정동, 도산공원 일대와 함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이 일대는 ‘크루 컬처’5 를 내세운 다양한 F&B 브랜드와 리테일 스페이스가 연이어 문을 열며 젊은 세대들을 다시금 불러들이고 있다. 여기서 시몬스는 자신들의 전매특허인 ‘그로서리 스토어’를 내세워 청담의 ‘제2 전성기’를 이끄는 데 보탬이 되겠다는 포부다.

앞서 시몬스 침대는 서울 성수동과 부산 전포동에 오프라인 팝업스토어인 ‘하드웨어 스토어’를 열어 주목받았다. 성수동에서는 수제 공업이 발달한 지역 특성을 살려 스패너와 점프슈트 작업복, 안전모 등으로 매장을 꾸며 화제를 모았다. 공구점과 카페 거리로 유명한 부산 전포동에서는 부산의 로컬 패션 브랜드인 ‘사운드샵 발란사(SOUNDSHOP BALANSA)’와 손잡고 부산 지역의 특성을 담은 아이템들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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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두기 여파로 입장 대기 시간이 1시간이 넘는데도 일 평균 200여 명이 이곳을 찾았다. 누적 방문객은 팝업스토어가 운영된 9개월간 6만 명을 기록했다. 이들 하드웨어 스토어에는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마케터나 백화점 바이어 등 업계 관계자의 방문도 줄이었다. 새로우면서도 핫 한 장소를 찾아다니는 매거진들의 화보 촬영 요청도 끊이질 않았다.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 사업부의 박기종 사업부장은 “침대 이야기는 의도적으로 생략하되 고객이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에 들어선 순간의 접점과 그때의 느낌을 요즘의 트렌드로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문을 연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에서도 이 전략은 그대로 유지했고, 또 통했다. 문을 연 지 한 달 만에 하루 평균 500여 명이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곳에 대한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는 벌써 1만6000개를 넘어섰다. “위트 있는 굿즈에 힐링과 미식, 미디어까지 결합된 완성체”(인스타그램 아이디 tw****) “아이디어며 패키지며 압도적이어서 신선한 충격”(so****)이라는 멘트들이 담겼다. 인스타그램에서의 이런 ‘핫 한’ 반응은 또다시 또래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그로서리 스토어에서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두 지역을 이어 눈길을 끌었다. 청담 스토어 2층에 자리 잡은 부산의 유명 수제버거 브랜드 ‘버거샵’이 대표적이다. 실제 부산 버거샵의 인테리어를 그대로 재현한 덕분에 이곳에 들어서면 여기가 서울인지, 부산인지 헷갈릴 정도다. 명품거리로 잘 알려진 청담 한복판에서 부산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다. 이를 통해 청담동과 부산을 잇고, 사람들에게는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선물하겠다는 것이다.

이천과 해운대

시몬스 침대는 2021년 6월, 부산 해운대 해리단길에 팝업스토어인 ‘해운대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열었다. 역시 이 공간에도 침대는 없었다. 지역에서 40년 넘게 존재해 온 상징적인 건물 우일맨션 1층, 눈에 띄는 오렌지색 시몬스 영문 간판만이 이 공간이 시몬스의 기획이라는 걸 짐작하게 할 뿐이었다.

해운대 그로서리 스토어는 부산과 시몬스의 본사가 있는 경기 이천 두 지역의 문화를 이었다. 이천 지역 농가에서 수확한 ‘Made in 이천’ 농산물을 적극 활용했다. 이천 농민들 사이에서는 “해운대 그로서리 스토어는 부산의 이천 직거래 장터”라는 소리가 나왔을 정도다. 특히 이천 특산물로 유명한 쌀을 시몬스만의 감성을 입혀 브랜딩한 ‘이천 쌀 캔 패키지’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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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시몬스는 주변 상점들과 손잡고 해리단길 인기 장소를 소개하는 지도 ‘앨리 맵(Alley Map)’을 배포하기도 했다. 지도에는 개성 있는 카페와 음식점은 물론, 오랜 시간 해리단길을 지켜온 상점들에 대한 정보를 담았다. 특산품을 판매하는 건어물 가게부터 돼지국밥, 소품 가게까지 현지인이 아니면 지나치기 쉬운 흥미로운 장소들이 깨알같이 담겼다.

실제 해운대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는 운영하는 4개월 동안 SNS를 통해 MZ세대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매장 오픈 전부터 긴 줄을 늘어서는 지역 명소가 됐다. 코로나19로 신음하는 주변 소상공인과 방문객을 잇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MZ세대들의 성지로

시몬스의 오프라인 소셜라이징 프로젝트의 시초 격은 ‘시몬스 테라스(SIMMONS Terrace)’다. 시몬스 테라스에서의 성공 경험을 토대로 더 과감하게 ‘그로서리 스토어’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었다.

2018년 9월,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에 시몬스 테라스가 문을 연 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그간 45만 명에 가까운 방문객이 다녀갔다. 인스타그램 내 #시몬스테라스 누적 게시물은 8만6000여 건에 달한다.

시몬스 테라스의 역할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이천 시민들에게는 다양한 공연 등 양질의 문화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타 지역 방문객들에게는 다양한 볼거리로 지친 일상 속 해방구가 됐다. 시몬스 침대는 2018년 9월 시몬스 테라스 오픈을 기념해 선보인 세계적인 아티스트 장 줄리앙의 전시 ‘장 줄리앙 : 꿈꾸는 남자’를 시작으로 아날로그 디지털로 대변되는 게임을 다룬 ‘RETRO STATION: 레트로 스테이션’, 서핑을 주제로 유스 컬처를 담은 ‘Reality Bites: 리얼리티 바이츠’, 힙합 문화와 패션을 요즘 세대의 소통 방식으로 풀어낸 ‘HIP-POP: 힙팝’을 연이어 선보였다.

시몬스 테라스에서는 지금도 매년 두 차례씩 직거래 장터인 ‘파머스마켓’을 연다. 해운대와 청담의 그로서리 스토어는 시몬스 테라스에서 열리던 ‘파머스마켓’의 확장판이다. 이천 지역 농가를 지원하고 농특산물을 알리자는 취지로 열기 시작했다. 시몬스 측은 집기 제작과 전시 비용 등 농가별 판매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지원하고 일정 금액의 농산물을 선구매하는 등의 노력으로 참여 농가의 경제적 부담을 줄였다. 특히 지난 2020년에는 ‘서포트 이천’을 주제로 한 파머스마켓을 개최하면서 코로나19와 역대 최장 기간 장마로 피해를 입은 이천 농가의 판로 개척에 힘을 실었다.

단돈 ‘1000원’으로 브랜드를 사보는 경험

이렇듯 지역과 지역을 잇자는 취지는 살리되 MZ세대의 호응을 보다 폭발적으로 이끌어낼 요소가 필요했다. 시몬스는 단순 인기를 넘어 브랜드에 대한 ‘팬덤’을 만들고 싶었다. 팬덤은 지금 상황이 팬데믹이든 무엇이든, 어떤 위기에서도 브랜드의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것이 시몬스 침대가 각 지역의 특색을 곁들여 이색적인 ‘굿즈’를 만들게 된 계기다.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 고나현 디자인 디렉터는 “시몬스는 로컬과 협업하는 가치를 고집스럽게 중시하고 있다”면서 “굿즈를 바탕으로 로컬과 협업하면서 그들에게 다양한 사례를 배우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천 쌀 패키지’처럼 지역성을 오롯이 담은 굿즈는 단순히 하나의 상품을 넘어 시몬스 브랜드와 지역(로컬)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시몬스는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에서도 140여 가지의 굿즈를 선보였다. 컵과 소주잔, 고무장갑, 장바구니 같은 주방용품부터 포스트잇, 노트패드, 펜, 지우개 등 문구류, 장난감 요요, 핸드폰 케이스, 얌체공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굿즈 판매량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시몬스에 따르면 해운대 그로서리 스토어에서는 3개월 동안 1억 원어치 이상의 매출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1000원짜리 수세미, 2000원짜리 문구류를 팔아 얻은 매출치고는 상당한 금액이다.

시몬스 측은 “브랜드 홍보를 위해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선물을 나눠줄 수도 있겠지만 단돈 1000원, 2000원이라도 직접 브랜드 제품을 구매해보는 경험을 주고 싶었다”고 굿즈 판매 배경을 설명했다. 작게나마 브랜드의 제품을 실제로 구매한 소비 경험이 잠재 고객과 브랜드 간의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전략은 실제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침대는 비싼 가격 탓에 자주 바꿀 수 있는 제품이 아닌 만큼 젊은 층에서 신규 고객을 유입하는 게 업계의 큰 숙제다. 김 상무는 “굿즈 프로젝트를 통해 90년생들에게까지 어필할 수 있었다고 본다”면서 “2030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좋은 인식과 경험이 각인되면서 경쟁이 치열한 혼수 가구 시장에서도 입지가 넓어지는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장선희 객원기자 sunheechang01@gmail.com


DBR mini box II : Interview: 시몬스 브랜드전략부문장 김성준 상무

“감각적 마케팅으로 ‘흔들리지 않는 팬덤’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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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스의 ‘침대 없는 침대’ 광고 캠페인은 브랜드 전략을 총괄하는 브랜드전략부문장 김성준 상무(45)를 주축으로 전개되고 있다. 김 상무는 “몇 가지 ‘Not to do list’ 정도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내부 시몬스 크루들이 자유롭게 창작하도록 두니 개성 있는 결과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DBR가 김 상무를 만나 시몬스 침대의 마케팅 전략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침대 없는 침대 마케팅’을 펼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팬덤을 만들고 싶었다. 침대는 구매 주기가 매우 길다. 그런 만큼 비구매 시기에도 젊은 소비자들이 우리를 잊지 않고 계속 상기시켜주길 바랐고, 이런 노력이 잠재적인 소비 심리를 자극해 결국 우리의 고객이자 팬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중장년층에게는 앞서 오래 진행해 온 시몬스의 ‘품질 강조’ 마케팅이 주효했지만 젊은 세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더 감각적인 마케팅이 필요했다. 마케팅을 통해 MZ세대에게 확실하게 어필하고자 했다.

팬덤을 강조하는 이유는?

팬덤은 브랜드 소비로 이어진다. 일반인 100명 중 10명만 브랜드의 팬이어도 브랜드는 죽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10명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는 바이럴에 참여한다. 브랜드가 사람들의 머리에서 잊히지 않게 한다. 광고 이상의 홍보 효과를 내는 셈이다. 시몬스 역시 매출로 보면 매해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몬스의 ‘침대 없는’ 캠페인은 90년생들에게까지 호응을 얻고 있다. 이를 통해 팬덤이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본다.

팬덤을 어떻게 실감하나?

얼마 전 시몬스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켜보며 ‘나는 숙면의 힘을 믿는다’는 홍보 문구를 ‘나는 평화의 힘을 믿는다’로 바꿔 SNS에 게재했다. 인스타그램 공식 프로필 사진도 우크라이나 국기로 바꿨다. 평화에 대한 뜻을 MZ세대 감각에 맞게 표시한 것이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이런 것들이 젊은 층 사이에서 이슈가 되면서 지지와 응원이 이어졌다는 거다. MZ세대는 내가 놀든, 소비하든 나의 모든 행동이 세상에 이롭기를 바란다. 그런 점을 겨냥한 시몬스의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고 팬덤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침대 회사와 언뜻 어울리지 않는 ‘소셜라이징’이란 키워드에 집중한다.

코로나로 우리의 발이 일상에 묶여버렸다. 상생이나 지역 발전 같은 커다란 의미보다는 ‘부산 햄버거 가게가 서울 가서 한번 놀다온다’는 신나는, 가벼운 즐거움으로 접근하길 원했다. 그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발전은 덤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하드웨어스토어부터 그로서리스토어까지 모든 콘셉트가 재미를 우선시하면서도 그 과정에서의 사회적 의미는 추구하는 MZ세대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고 본다.

다음 광고에도 침대는 출연하지 않나?

아무도 모른다. 정해진 건 없다. 소셜 트렌드는 너무 빨리 변한다. ‘우리는 어떤 것만 한다’고 정해두는 순간 틀에 박힌다. 다음 계획을 너무 진지하게 세우지 않는 것이 시몬스 마케팅이 호응받는 비결인 것 같다.

코로나19가 라이프스타일 업체들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사실 가구 업체들은 그간 코로나19로 인한 특수를 누렸다. 사람들이 집에 발이 묶이면서 가구며 침대며 바꾸길 원했던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가 잦아드는 순간,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다들 집 밖으로 여행하길 원하지 침대에 머무르지 않는다. 올해는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매출 상승 여지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본다. 그럴수록 브랜드에 중요한 것은 앞서 강조했던 ‘팬덤’이다. 단기적인 매출의 출렁거림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은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의 믿음이자 애정이기 때문이다. ‘흔들리지 않는 팬덤’을 유지하는 것이 코로나 이후에도 시몬스 침대가 견지해야 할 목표가 될 것이다.



DBR mini box III: 성공 요인 및 시사점

“정해진 답이 없는 가치 지향적 비즈니스 시대, ‘느슨한 마케팅’에 주목하라”

최근 들어 주목받는 브랜드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상식과 틀을 깨는 것이다. 곰표 맥주, 곰표 패딩, 곰표 팝콘 등 이색적 상품으로 MZ세대들의 시선을 끌며 곰표 신드롬을 일으킨 사례가 틀 깨기의 대표적인 예다. 올드한 브랜드를 중심으로 ‘뉴(new)’와 ‘레트로’를 합성해 뉴트로 스타일로 변신하며 성공하는 틀 깨기 사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세상이 변해가고 있다. 기존에 우리가 알던 상식과 틀이 깨지는 과정에서 가치가 탄생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

요즘 마케팅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시몬스는 ‘곰표=밀가루’ 등식을 깬 것처럼 ‘시몬스=침대’라는 등식을 깨고 있다. 경계를 허물고, 영역을 모호하게 하고, 무엇이 먼저이고 나중인지 모르게 하는 파괴적 발상이 현시대를 관통하고 미래를 겨냥하고 있다. 이전 주류 세대가 틀을 만들고, 순서를 지키고, 감시하는 것에 익숙했다면 미래의 주류 세대는 자라온 사회 환경과 받은 교육 특성 때문에 틀 깨는 자유로움에 익숙할 것이다. 정형화된 틀은 더 이상 미래 세대를 향한 마케팅 포인트가 될 수 없다. 틀 깨기가 미래 마케팅과 브랜딩의 핵심이 되고 있다.

침대만 잘 만드는 회사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편안하고, 기분 좋고, 즐거운 느낌을 만들어주는 브랜드가 되겠다는 시몬스의 마케팅 혁신에서 몇 가지 성공 요인과 시사점을 찾아볼 수 있다.

‘제품 지향적 틀 잡기’에서 벗어나 ‘가치 지향적 틀 깨기’로

그동안 기업 마케팅의 핵심은 타깃이 되는 제품의 부각이었다. 고객의 가치를 오로지 자사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만족감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물질주의에서 경험주의로의 전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는 유형의 물리적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만능인 시대가 아니다. 제품을 둘러싼 환경, 즉 특정 제품의 영역을 뛰어넘어 일상생활 속 전방위적 경험을 통한 가치 지향의 시대다.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고, 틀을 깨는 신선한 경험을 통한 가치 획득이 소비의 핵심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특히 미래 세대인 MZ세대에게는 더 말할 필요 없다.

가치지향적 비즈니스로의 전환이 미래 경영의 핵심이고 마케팅의 지향점이 돼야 한다. 그동안 정형화된 물리적 틀을 갖추고 정답을 요구하는 규격화된 제품 지향적 비즈니스를 해왔다면 이제는 물리적 형상을 뛰어넘어 틀을 깨고, 유연해지고, 정해진 답이 없는, 비규격화된 가치지향적 비즈니스로 전환해야 한다. 즉, 제품과 서비스라는 정형화된 틀, 준거에서 벗어나 그냥 가치에만 집중해야 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가치다. 어떤 제품, 서비스, 브랜드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결국 마음속에서 느끼는 가치다. 시몬스의 핵심 가치는 ‘편안함’이다.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것이다. 잠잘 때의 침대뿐만 아니라 24시간 일상생활 내내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비즈니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꼭 제품일 필요도 없다. 편안함이라는 가치를 줄 수 있는, 편안하게 하는 것이라면 유형의 제품이든, 무형의 서비스든, 어떤 형태든 상관없는 것이다. 광고와 공간 마케팅에서 물리적 제품을 들어내고 핵심 가치만 독특하고 재미난 방식으로 유연하게 전달하는 시몬스의 시도는 전통적 사고방식의 기업에 상식을 깨는 파괴로 인식될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많은 기업에 시사점을 줄 것이다. 특히 오래된 브랜드와 전통 브랜드에 미래 사회, 미래 세대와 어떻게 호흡하며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던져준다. 틀을 깨라는 것이다. 물리적 강박에서 벗어나 관념적 자유도를 가지고 마음껏 상상하고 혁신을 해보라는 것이다. 그것도 MZ세대 구성원이 주도하고 그들의 목소리가 기업의 주가 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가면서 말이다. 딱딱해서 뜻하지 않은 외부의 충격에 산산조각으로 부서지고 마는 고체가 아니라 어떤 충격에도 그 충격을 흡수하면서 형태를 유연하게 바꿔 가며 새롭게 적응하는 액체를 떠올리면서 기업 미래 방향성을 고민하면 좋을 것이다.

공격적 푸시에서 벗어나 느슨한 전달로

너무 많은 것을 알고, 그래서 쉽게 알아버리는 시대가 됐다. 인터넷, 모바일의 발달로 정보가 넘쳐나며 정보를 과잉 섭취하는 시대다. 그래서 요즘은 장황하게 읽을 필요가 없다. 키워드만 보면 대충 다 알아차릴 수 있는 시대다. 뻔히 속이 보이는 시도는 더 이상 흥미를 끌지 못하고 회피만 가져올 뿐이다.

기술 발달과 이로 인한 정보 과잉이 역설적으로 ‘마케팅 회피 시대’를 낳고 있다. 마케팅을 전통적 방식으로 하면 소비자는 적극적으로 회피한다. 재핑(zapping, 채널 돌리기)을 통해 스킵하고 다른 곳으로 쉽게 옮겨갈 수 있는 시대다. 그러다 보니 뻔한 얘기보다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신선함을 전달해야 시선을 머무르게 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 때리기보다는 우회적, 간접적으로 전달하면서 나중에 은근히, 넌지시 느끼게 해야 회피 없이 자신의 핵심적 가치를 잘 전달할 수 있다. 위트 있는 은유와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마케팅 회피를 방지하는 기술이 되고 있다.

시몬스의 느슨한 전달은 마케팅의 새로운 키워드가 되고 있다. 도심 속에서 편안히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디지털 아트, 강압적 메시지와 자극이 없는 조용한 광고, 공원 같은 안식처 느낌의 전시회 부스, 일상생활 속 희로애락이 녹아들어간 오프라인 팝업스토어에서는 긴장감이 아니라 느슨함만 느껴질 뿐이다. 이러한 마케팅 작품들을 민첩하게 만들어내는 부서 또한 타이트함보다는 오히려 유연함만 느껴진다.

공격, 압도, 과장의 색깔을 지워야 한다. 편안하게 즐기고, 옆에 두고 내내 즐길 수 있는 마케팅 자극이 필요하다. 그동안 불황과 저성장의 사회, 경제적 분위기가 이어져왔고 최근에는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갈수록 정서적으로 지치고 정이 메말라가는 상황이다. 정서 결핍 상황에 대한 저항으로 더욱 정을 찾게 되고, 좋은 감정을 느끼고 공유하고 싶은 시대로 가고 있다. 그래서 감정적 자극이 중요하고 좋은 감정 유발을 위한 감각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부담감을 주는 과잉 메시지의 요란한 먹방보다는 조용히 즐기는 소식 먹방이 힐링이라는 시대적 요구와 함께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위적 푸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너지(nudge,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를 원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 마케팅이라 하면 흔히 요란한 자극을 떠올린다. 이러한 고정관념,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케팅스러워 보이지 않는 마케팅이 진정한 마케팅’이라는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슬쩍, 넌지시, 티 나지 않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느슨한 마케팅이 긴장에서 벗어나려는 미래 소비자에게 진정으로 다가갈 것이다.

‘당장의 제품 구매자’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브랜드 애드버킷’ 만들기

제품 구매가 중요한가? 브랜드 경험이 중요한가? 요즘 기업에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일 것이다. 프로모션을 걸어 지금 바로 사게 할 것인가, 당장 사지 않더라도 브랜드에 대한 좋은 심리적 경험을 심어 미래에 더 큰 잠재력을 끌어낼 것인가의 문제다. 전자는 손익계산서에 기반한 현재 가치라면 후자는 대차대조표의 무형자산에 기반한 미래 가치다. 전자는 고객을 우리 제품에 대한 구매자 관점으로 보는 것이고, 후자는 고객을 우리 브랜드에 대한 애드버킷(advocate), 즉 옹호자 관점으로 보는 것이다. 전자가 물리적 관점이라면 후자는 심리적 관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제품 구매는 당장 돈이 되지만 그 구매가 심리적 충성으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브랜드 경험은 당장 구매는 일어나지 않더라도 미래 언제든 나에게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결국 이 논의의 핵심은 시간이다. 시간을 짧게 볼 것인가, 길게 볼 것인가의 문제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단기적 매출 관점이라면 당연히 당장의 제품 구매가 중요하다. 하지만 여유를 가지고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 관리 관점에서 본다면 구매가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즐거운, 의미 있는 경험 전달이 핵심이 될 것이다.

시몬스가 그동안 행한 일련의 마케팅은 탈제품, 탈구매 성격을 띠며 재미나고 멋진 경험을 브랜드와 연결해 장기적 팬덤 문화와 브랜드 옹호자(advocate)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본다. 당장 돈이 되는 고객인가, 당장 우리 제품을 살 고객인가라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당장은 제품을 사지 않더라도 나중에 결국 우리 브랜드에 록인(lock-in)되고, 팬덤이 돼 브랜드의 자연스러운 옹호자가 되게 해야 한다. 브랜드 애드버킷은 단순히 브랜드를 알리고 홍보하는 브랜드 인플루언서보다 더 큰 개념이다. 단순히 그 브랜드를 소유하고, 좋아하고, 알리려는 고객의 단계를 뛰어넘어 그 브랜드와 소비자 자아가 일치되는 고차적 개념이다. 자신과의 강한 케미(화학적 결합)를 경험하게 되면 브랜드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 옹호자가 돼 그 브랜드의 위기 때 빛을 발하게 된다. 구매자는 그 브랜드에 문제가 생겼을 때 변심하고 떠나지만 브랜드 옹호자는 브랜드가 위기 상황을 마주할 때 대변자가 되고 옹호자가 돼 그 브랜드를 지키려고 한다. 돈 되는 고객만 좇을 것이 아니라 열렬한 브랜드 옹호자를 키워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즉 한 치 앞을 먼저 더 내다볼 줄 아는, 한 수 높은 혜안이 필요한 때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marnia@dgu.edu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사단법인 서비스마케팅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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