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그간 ‘침대 없는 침대’ 광고로 호응을 받았던 시몬스 침대는 올해 더 과감한 광고 캠페인으로 돌아왔다. ‘멍 때리기’라는 소재를 활용해 팬데믹 시대, 우울감을 겪는 사람들에게 힐링과 치유를 선사하겠다는 포부를 세웠다. 오프라인에서는 거리 두기 등의 사회 분위기로 단절된 지역들을 잇는 ‘소셜라이징(socializing)’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팝업스토어를 선보이고 있다. 침대를 뺀 자리에 ‘치유’와 ‘연결’이라는 키워드를 넣은 시몬스의 마케팅이 특히 요즘 젊은 MZ세대로부터 호응을 받는 비결은 다음과 같다.
1. 제품 홍보보다 시대정신이 앞서는 광고
2. MZ세대를 겨냥한 트렌디한 비주얼과 공간
3. 가구 업계 최초로 꾸린 ‘디자인 스튜디오’
4. 굿즈를 통한 팬덤 확보
#1. 눈이 시릴 정도로 쨍한 초록색 치마를 입은 여자들이 발을 첨벙거린다. 영상 속 그녀들의 발동작으로 시선이 향한다. 그녀들이 첨벙이는 물가는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하고 조용하다.
#2. 누군가 나무 골프채로 공을 친다. ‘툭’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빨강, 파랑, 하양… 색색의 공들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오렌지 하나가 초록색 잔디밭 한가운데의 스프링클러로 굴러간다. 별안간 스프링클러가 켜지고 잔디밭에 물을 흩뿌린다. 더 이상의 이벤트는 없다. 지루하지만 그 지루함이 오히려 묘한 중독성을 낳는다.
강남 일대를 디지털 아틀리에로“강남 일대를 우리 브랜드 아틀리에로 만들어보면 어때?” “미술관에서만 전시하란 법 있어? 도로에서 해보자!”
그들의 발칙한 아이디어는 현실이 됐다. 2022년 2월,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일대 1.6㎞의 대로변은 디지털 아트로 물들었다. 무려 11개의 전광판에서 비슷한 콘셉트의 영상 8편이 흘러나오며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도심에서 쉽게 보기 힘든 원색의 이미지는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의아해하며 눈길을 준 사람들은 곧 영상에 빠져들었다. 영상에는 공이 굴러가거나 물이 흘러나오고, 발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단조로운 모습들이 담겼다. 별다른 의미나 메시지는 없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묘하게 편안한 ‘느낌’만 전할 뿐이다. 정신을 ‘멍하게’ 만드는 이 단조로운 영상은 2분 동안이나 지속됐다.
통상 이 거리의 전광판에서 흔히 보이던 광고는 10∼15초 남짓의 짧은 영상이 대부분이었다. 그마저도 행인들에게 짧은 시간 동안 자신들의 브랜드를 인식시키기 위해 브랜드부터 제품 이름까지 모두 쏟아내느라 바빴다. 제품도, 브랜드도 크게 생략된 ‘멍 때리기’ 영상이 신선하게 느껴진 이유다.
강남 도산대로를 자신들의 아틀리에로 만들어버린 이 독특한 광고의 주인이 누구인지 추측할 단서는 딱 하나였다. 영상 하단에 박힌 일곱 글자의 타이포그래피, ‘SIMMONS(시몬스)’다. 하나의 브랜드가 강남 일대의 빌보드를 ‘장악’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리빙 제품 업체로서는 더욱 찾아보기 힘든 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