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는 홈술 시장의 성장을 불러왔다. 그리고 홈술 시장의 성장은 와인의 인기를 견인했다. 그 결과, 국내 와인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와인의 고급스러운 느낌과 상대적으로 건강에 해롭지 않다는 이미지가 홈술에 잘 맞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세법 개정과 와인에 대한 심리적 진입 장벽을 낮춘 다양한 저가 와인의 등장 등이 맞물리면서 국내 와인 시장은 2년 사이 200% 이상 성장했다. 이에 반해 와인과 함께 대표적인 고급술로 꼽히는 위스키는 코로나19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위스키의 주요 소비처인 유흥업소들이 코로나19로 영업에 지장을 받은 원인이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주류 시장 트렌드 변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주류의 주 소비 시장이 외식 시장에서 홈술 시장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홈술은 더 이상 단순히 집에서 술을 마신다는 개념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홈술의 인기는 ‘취하려고 마시는 음주’에서 ‘술 자체를 즐기려는’ 방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이런 패러다임 변화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술과 관련된 액세서리들의 인기를 들 수 있다. 최근 홈술의 인기로 다양한 술잔이나 술잔을 진열하는 장식장, 와인용 디캔터 등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고 와인 저장용 와인 셀러 및 냉장고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홈술을 즐기기 위한 ‘홈바’가 유행하면서 최근 신축 아파트들의 경우 대부분 홈바 형태의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홈술 인기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주종을 꼽자면 와인과 위스키를 들 수 있다. 두 품목 모두 고급 주류를 지향하는 술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판매량 추이를 보면 극과 극이다. 와인은 코로나19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데 반해 위스키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코로나19 시대 와인 시장의 성장 이유
와인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수입 금액 기준으로는 2억5925만 달러에서 5억4909만 달러로 2년 만에 211% 성장했고(그림 2) 출고량 기준으로도 4만3495t에서 7만6092t으로 174% 이상 늘었다. (그림 1) 특히 출고량에 비해 수입 금액이 더 많이 늘어난 것은 국내 시장에서 고급 와인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 관세청이 조사한 1리터당 와인 수입가를 살펴보면 2019년 당시 1리터당 평균 수입 원가는 5.96달러였는데 2021년에는 7.2달러로 높아졌다. 소득 수준의 증가에 따라 프리미엄 와인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면세점이나 해외에서 고급 와인을 구매하던 소비자들이 어쩔 수 없이 국내에서 고급 와인을 구매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로 인해 고급 와인 구매처가 면세점 및 해외 구매에서 국내 시장으로 옮겨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