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비즈니스

착한 술 소비 시대, 와인이 달아올랐네

338호 (2022년 0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는 홈술 시장의 성장을 불러왔다. 그리고 홈술 시장의 성장은 와인의 인기를 견인했다. 그 결과, 국내 와인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와인의 고급스러운 느낌과 상대적으로 건강에 해롭지 않다는 이미지가 홈술에 잘 맞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세법 개정과 와인에 대한 심리적 진입 장벽을 낮춘 다양한 저가 와인의 등장 등이 맞물리면서 국내 와인 시장은 2년 사이 200% 이상 성장했다. 이에 반해 와인과 함께 대표적인 고급술로 꼽히는 위스키는 코로나19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위스키의 주요 소비처인 유흥업소들이 코로나19로 영업에 지장을 받은 원인이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주류 시장 트렌드 변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주류의 주 소비 시장이 외식 시장에서 홈술 시장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홈술은 더 이상 단순히 집에서 술을 마신다는 개념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홈술의 인기는 ‘취하려고 마시는 음주’에서 ‘술 자체를 즐기려는’ 방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이런 패러다임 변화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술과 관련된 액세서리들의 인기를 들 수 있다. 최근 홈술의 인기로 다양한 술잔이나 술잔을 진열하는 장식장, 와인용 디캔터 등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고 와인 저장용 와인 셀러 및 냉장고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홈술을 즐기기 위한 ‘홈바’가 유행하면서 최근 신축 아파트들의 경우 대부분 홈바 형태의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홈술 인기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주종을 꼽자면 와인과 위스키를 들 수 있다. 두 품목 모두 고급 주류를 지향하는 술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판매량 추이를 보면 극과 극이다. 와인은 코로나19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데 반해 위스키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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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와인 시장의 성장 이유

와인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수입 금액 기준으로는 2억5925만 달러에서 5억4909만 달러로 2년 만에 211% 성장했고(그림 2) 출고량 기준으로도 4만3495t에서 7만6092t으로 174% 이상 늘었다. (그림 1) 특히 출고량에 비해 수입 금액이 더 많이 늘어난 것은 국내 시장에서 고급 와인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 관세청이 조사한 1리터당 와인 수입가를 살펴보면 2019년 당시 1리터당 평균 수입 원가는 5.96달러였는데 2021년에는 7.2달러로 높아졌다. 소득 수준의 증가에 따라 프리미엄 와인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면세점이나 해외에서 고급 와인을 구매하던 소비자들이 어쩔 수 없이 국내에서 고급 와인을 구매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로 인해 고급 와인 구매처가 면세점 및 해외 구매에서 국내 시장으로 옮겨 온 것이다.

1. 주세법 개정

여기에 더해 국내 시장의 와인 소비를 늘리는 계기가 된 것이 2020년 초에 시행된 주세법 개정이다. 개정된 주세법에 따라 온라인으로 주류를 구매하면 매장이나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주류를 수령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편의점 등에서의 고급 와인 판매가 촉진되는 효과가 있었다. 주세법 개정 이전에는 전통주를 제외한 주류의 온라인 판매가 금지돼 있었다. 즉, 주세법 개정 이전, 편의점 매대에는 저렴한 와인들만 전시돼 있었지만 주세법 개정 이후부터 편의점을 통한 고가 와인 판매가 가능해졌고 이는 백화점이나 주류 전문 소매점을 가지 않고도 퇴근길에 집 근처 편의점을 들러 와인을 픽업하는 소비자의 증가를 불러왔다. 특히 평소 구하기 어려운 초고가 와인도 발품을 팔지 않고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내수 시장에서 고가 와인의 수요가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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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가에서 저가까지 선택의 폭 넓어져

고가 와인의 인기와 함께 와인 시장에서 나타난 또 다른 특징은 최근 1∼2년 사이에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5000원 미만의 초저가 와인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이마트의 도스 코파스(Dos Copas), 롯데마트의 레알 푸엔테(Real Fuente), 홈플러스의 카퍼 리지(Copper Ridge) 등이 있다. 이 같은 초저가 와인의 등장은 와인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 초심자도 부담 없이 와인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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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들 초저가 제품의 대부분은 대형마트에서 현지 와이너리에 OEM 방식으로 제작을 의뢰해 수입한 제품이라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와인이다. 대형마트들이 이 같은 전략을 구사하는 이유는 와인을 통한 수익 창출보다는 와인을 미끼 상품으로 한 부가적인 매출 증대를 꾀하려는 데 있다. 와인은 음식과 함께 즐기는 대표적인 주류다. 따라서 소비자는 마트에 가서 와인만 사 오지 않는다. 함께 먹을 수 있는 관련 식료품도 함께 구매한다.

3. 와인 취향의 다양화

국내 와인 시장의 성장 원인 중 또 하나는 바로 와인의 종류 및 다양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넓고 깊어졌다는 것이다. 과거 국내 시장에서는 레드 와인 판매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홈술의 인기와 그로 인한 와인의 대중화로 최근에는 레드 와인 외에도 화이트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 포트 와인 등 다양한 와인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성장세가 빠른 와인은 화이트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이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부터 빠르게 수입 물량이 늘고 있으며 스파클링 와인 역시 지난해 수입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림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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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가족끼리 즐기기 좋아 홈술에 딱

와인은 과음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가족끼리 즐기는 자리에 잘 어울린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홈술이 늘어나고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와인이 더욱 많이 선택을 받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특히 와인은 적당량만 마시면 항산화 효과 등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코로나19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 와인에는 호재였다고 볼 수 있다.

5. 풍부한 애프터 마켓 시장, 취미의 영역으로 확대

와인은 기타 주류에 비해 애프터 마켓이 가장 활성화됐다. 와인 글라스만 수백 가지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으며 여기에 고급 오프너, 거치대, 디캔터, 와인 셀러까지 와인 하나로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이 무궁무진하다. (그림 7)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굿즈는 와인을 단순히 술이 아닌 놀이이자 취미로까지 확장시킨다. 또한 와인 외에 와인 관련 굿즈 등을 사면서 소비자는 더욱 깊숙이 와인에 빠져든다. 이를테면 와인 셀러를 사면 결국 그 안에 채워 둘 와인을 더 사게 되는 식이다. 이렇듯 애프터 마켓이 발전했다는 와인의 특징은 와인 마니아들의 양성에 기여하고 결국 이는 와인 인구의 확대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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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고급술인 위스키의 인기가 떨어진 이유

반면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주종은 위스키라고 할 수 있다. 관세청 수출입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만9836t에서 2021년(추정) 9414t으로 반 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1. 코로나19로 인한 접대 문화의 변화

한국 위스키 소비는 90%가 유흥 시장에서 이뤄졌다. 즉, 가정 내보다는 철저히 외식 시장에서 소비하던 시장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유흥 업소의 영업이 제한되면서 자연스럽게 위스키 판매에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윈저, 임페리얼 등으로 대표되는 국산 위스키들의 판매가 급감했다. 이러한 위스키는 대부분 스코틀랜드에서 원액을 대량으로 수입한 후에 한국에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블랜딩한 제품이다. 그리고 유흥 시장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흥 시장의 축소에 따라 2011년 1954였던 국산 위스키 출고량이 2020년 56로 무려 95% 이상 시장이 쪼그라들었다.

2. 위스키 시장의 양극화 심화

흥미로운 점은 국산 위스키의 위기 속 전체 위스키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지만 프리미엄 제품들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소장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싱글 몰트위스키들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위스키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블렌디드 위스키와 싱글 몰트위스키가 그것이다. 블랜디드 위스키는 몰트위스키와 그레인위스키를 배합해 만든 제품이다. 이에 반해 싱글 몰트위스키는 100% 보리(맥아)만을 증류해 만든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다 보니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맛과 향을 음미하며 즐기는 소비층이 많다.

이러한 싱글 몰트위스키 중 가장 가격이 높은 제품은 ‘맥켈란 파인엔레어 1926’ 60년 숙성 제품으로 무려 150만 파운드(약 22억6000만 원)에 지난 2019년 10월에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됐다. 일본의 야마자키 위스키 55년산도 지난해 홍콩 경매에서 무려 79만5000달러(약 9억 원)에 낙찰됐다. 제품 자체가 귀하다 보니 빈 병마저도 200만 원 이상에 거래된다.

일본에선 귀한 위스키를 전당포에 맡기면 대출까지 해준다. 이 경우 전당포에서 관련 제품을 맡기면 대출을 해주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위스키 진품을 구분해 낼 수 있는 위스키 감별사라는 직업도 생기게 됐다. 다이코쿠야라는 전문 매입 회사는 매달 위스키 매입 가격을 올려놓는다. 마치 금이나 주식 시장과 같은 모습이다. (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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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이렇게 싱글 몰트 위스키를 수집하는 마니아층이 있다. 그래서 국내 유명 바(Bar)들은 희귀 위스키 구매에 여념이 없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더라도 꼭 사 놓는다. 한 잔에 수백만 원에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프리미엄 위스키의 인기는 위스키 가격 상승을 불렀다. 2021년 글로벌 부동산 회사 나이트프랭크가 발표한 자료 1 에 따르면 럭셔리 제품 중 희귀 위스키 상승률이 483%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프리미엄 위스키는 대개 오크통째로 구입을 한다는 점이다. 프리미엄 위스키의 경우 숙성 기간이 길어질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대신 병입을 한 이후에는 시간이 지나도 이를 숙성 기간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위스키를 대체 투자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까? 현실 상태로는 어렵다. 주류의 개인 간 거래를 법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 목적이 아닌 음용 행태로만 봐도 국내 위스키 시장이 더욱 확대될 반전의 기미는 있다. 스카치위스키만 추구했던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미국 버번위스키를 필두로 색다른 위스키를 찾는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위스키를 탄산과 섞어 마시는 ‘하이볼’ 트렌드가 2030세대를 사로잡으면서 ‘위스키=중년 이상의 음주 문화’라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는 점도 위스키 시장에 고무적인 조짐으로 평가되고 있다.


명욱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vegan_life@naver.com
필자는 일본 릿교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일하다 한국 전통주에 빠져 주류 전문가의 길을 가게 됐다.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 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의 공식 자문을 맡기도 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