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5. 그릭요거트 브랜드로 성장한 ‘스위트바이오’ 사례

첨가물 줄인 ‘건강한 요거트’는 없을까
트렌드를 읽고 새로운 식품 경험 만들다

338호 (2022년 0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그릭요거트는 약 6∼12%의 단백질을 포함하고 인공 첨가물 없이 건강한 원유만을 사용해 만든 요거트이자 세계 5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꼽히는 슈퍼푸드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중에서 파는 요거트는 탈지분유나 카세인산나트륨 등 여러 가지 첨가물을 포함하고 있어 건강식품이라 부르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서는 브랜드 ‘초바니’가 건강한 그리스식 제조 방식의 요거트를 선보여 포화 상태라고 여겨졌던 시장을 혁신했다. 이를 벤치마킹해 한국에서도 스위트바이오의 ‘그릭데이’를 필두로 선발주자 브랜드들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그릭데이의 성장은 1) 철저한 소비 트렌드 조사와 고객 기호에 맞는 제품 개발 2) 새로운 카테고리의 정의 3) 감각 기반의 아날로그 경험 등이 새로운 식품 브랜드의 성공에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제시한다.



“입에 재갈을 물리고 싶을 정도로 끊임없이 비전을 이야기해야 한다. 언젠가는 하루 내내 너무도 많이 이야기해서 나 자신조차 지겨웠던 적이 있다. 그러나 모두가 비전을 완벽히 공유할 때까지는 끝없이 계속 반복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전설적인 경영인이자 20년간 제너럴일렉트릭(GE)을 이끌었던 잭 웰치 전 회장은 구성원의 가슴을 뛰게 할 수 있는 ‘비전’의 중요성을 생전에 무척 강조했다. 이런 비전은 건강식품 비즈니스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장기적인 방향성과 철학을 구성원들과 고객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정말 수많은 식품 제조사 중 하나가 될 뿐 브랜드로서 성장하거나 차별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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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릭요거트 제품 ‘그릭데이(Greek day)’를 만드는 기업 ‘스위트바이오’의 오종민 대표 역시 건강한 식품을 사람들이 일상에서 접할 수 있게 하자는 비전을 지킨 것을 회사가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로 꼽는다. 현재 9개 오프라인 매장과 자사 몰을 보유하고 마켓컬리 등 온라인 채널에서 사랑받고 있는 그릭요거트 전문 브랜드로 성장했지만 노점 가판상에서 시작해 사업을 키워오기까지 건강한 먹거리를 많은 이에게 선보이겠다는 집념이 없었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기업명 ‘스위트바이오’에도 단순 식품회사가 아닌 건강과 웰니스를 생각하는 바이오테크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먹는 것만이라도 건강하게’
그릭요거트를 발견하다

서울대 경영대를 졸업한 오 대표는 큰 고민 없이 졸업 이후 인턴 경험을 했던 대기업 금융 계열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인턴 시절 근무했던 부서가 아닌 신설된 사업부서의 영업 담당으로 배정을 받았고 평소 낯을 가리던 성격과는 맞지 않는 업무에 버거움을 느꼈다. 그렇게 힘든 회사 생활을 이어가던 중 국내외 자수성가한 사업가들을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프로젝트에 파견되면서 맨손으로 굴지의 기업을 일군 창업가들을 동경하게 됐다.

1년간의 프로젝트가 끝나자 그는 다시 영업 업무로 복귀했다. 애초에 맞지 않는 옷이었던 만큼 업무 적응도 쉽지 않았지만 잦은 야근과 불규칙한 식습관까지 겹치면서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이대로는 정상적인 직장 생활은 물론이고 건강마저도 잃을 것 같다는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를 느끼고 퇴사를 결심했다. 그리고 안정적인 직장을 뛰쳐나와 들어본 적 없는 작은 기업에 취업과 퇴사를 반복하면서 여러 일터를 전전했다. 잠시 백수로 지내던 어느 날 점심 식사를 빨리 해치우려 라면을 끓이다가 돌이켜보니 3일 연속 라면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건강을 챙기겠다고 회사까지 박차고 나왔는데 라면만 먹고 있는 게 말이 돼? 먹는 것만이라도 건강하게 먹자.”

과거 직장에서 조사 보고서를 작성하던 이력을 살려 건강한 식단이 무엇이 있을지 검색하던 중 오 대표는 그릭요거트를 발견했다. 평소 마시는 요거트를 좋아했던 그는 그릭요거트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깊게 파고들면 들수록 다소 생소한 식품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요거트는 기원전 100년 전부터 그리스인이 즐겨 먹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애용돼 온 식품이다. 요거트란 단어는 ‘반죽하다’라는 의미의 터키어 ‘yourmak’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중에서도 그릭요거트는 천이나 기계 등을 이용해 유청을 걸러낸 것을 지칭하며 흔히 여과 요거트로 불린다. 그 덕분에 신맛은 줄고 질감이 꾸덕꾸덕해져서 잘 흘러내리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는 단백질이 5.6% 이상 함유된 요거트를 농축 요거트로 인정한다. 일반 불가리아식 요거트의 경우 단백질 포함량이 3∼4% 수준에 불과하지만 그릭요거트는 적게는 6%에서 많게는 12%까지 포함하고 있다. 인공 첨가물 없이 건강한 원유만을 사용해 만든다. 그 덕분에 지난 2006년 ‘헬스지’ 선정 세계 5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뽑혔을 정도로 몸에 유익한 슈퍼푸드로 인정받고 있다.

오 대표는 이 그릭요거트야말로 맛도 있고 간편하며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을 균형 있게 섭취할 수 있는 건강식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중에 파는 요거트는 탈지분유나 카세인산나트륨 등 첨가물이 많아 건강한 식품을 찾던 그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즉 순수하게 그리스 제조 방식을 따른 그릭요거트가 없었다. 소비자가 찾을 때 원하는 제품이 없다는 것은 곧 해당 시장이 비어 있음을 의미했다.

‘확신 있으면 작게라도 시작해봐’
길거리에서 팔다

딱 맞는 제품이 없다는 결론에 이른 그는 직접 그릭요거트를 만들어 보기로 하고 집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레서피를 찾았다. 집 안이 그릭요거트 냄새로 진동할 만큼 수백 번의 시도 끝에 발효 시간, 습도, 온도, 원유 및 유산균의 종류와 비율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최종 결과물이 달라진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여러 시행착오 끝에 입맛에 맞는 제조법을 찾았다. 이런 숱한 시도의 결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의 그릭요거트를 일정하게 제조할 수 있게 되면서 그릭요거트 생산에 대한 그의 애정과 관심은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해외 시장은 어떤지 눈을 돌려 보니 미국에서도 그릭요거트 수요가 급팽창 중이었다. 2008년 당시 미국 전체 요거트 시장의 4%를 그릭요거트가 차지했는데 6년 만에 13배 성장해 2014년 전체 요거트 시장의 52%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초바니(Chobani)’라는 그릭요거트 스타트업의 제품이 시장을 혁신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터키 이민자 출신이자 낙농가의 아들이었던 초바니 창업가 함디 울루카야 역시 시장에 자신이 원하는 요거트 제품이 없다는 데 착안해 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처음 미국에 와서 맛본 요거트는 맛이 없고 건강과 거리가 멀었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요거트는 줄줄 흘러내릴 정도로 묽고, 너무 단 것도 모자라 인공적인 향으로 가득했다. 설탕과 콜레스테롤은 낮추면서도 본연의 담백한 맛을 살린 그릭요거트를 선보인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초바니의 제품은 출시되자마자 시장 판도를 바꿔놓을 만큼 압도적인 성장세를 기록했고 2021년 예상 매출 약 20억 달러(약 2조3630억 원)의 거대 회사가 돼 곧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초바니의 성공이 흥미로운 것은 포화 상태의 시장, 즉 메이저급 업체들이 장악해 스타트업엔 가망이 없어 보이던 요거트 시장에서 새로운 카테고리를 생성해 비즈니스 기회를 개척했다는 데 있다. 미국인은 건강하고 달지 않은 요거트를 싫어할 것이란 편견을 배제하고 대기업들이 놓친 시장의 공백에 집중한 결과였다. 이렇게 미국 시장의 선례를 보며 오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도 그릭요거트의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국내 요거트 시장 규모 역시 초바니가 등장하기 전인 10여 년 전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국내 소비자 대다수는 요거트가 원래 묽고 달콤한 기호식품이라고 이해하고 있었고, 이를 큰 거부감 없이 섭취하고 있었다. 이런 소비자들을 상대로 꾸덕꾸덕한 식감과 영양 성분까지 고려한 그릭요거트를 선보인다면 충분히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생겼다. 그리고 본인처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일상에서도 건강한 식품을 더 쉽게 접하도록 하자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는 자본이 부족했다. 그렇게 고민하는 그에게 가까운 지인이 말했다. “그렇게 확신이 있으면 당장 할 수 있는 가판부터 시작해봐.”

자본을 완벽하게 갖춘 뒤 시작하려던 그에게 지인의 한마디는 정곡을 찔렀다. 그리고 그는 바로 가판대를 비롯해 최소한의 물품만을 구매한 뒤 며칠에 걸쳐 판매할 테스트용 그릭요거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과거 출근했던 대기업 금융 계열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를 첫 테스트베드로 삼고 길거리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신제품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전 시제품을 여의도에 선보여 미처 발견하지 못한 미흡한 부분을 밝혀내려 한 것이다.

길거리에서 막상 사람들에게 그릭요거트를 팔려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인적이 드문 곳에 자리를 잡았고 첫날은 단 하나도 팔지 못한 채 처량하게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둘째 날에는 미친 척하고 용기를 내보기로 하고 조금 더 번화가로 나아갔다. 그렇게 차츰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진출하자 그릭요거트에 호기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한두 명씩 생겼다. 집에서 직접 발효시켜 맛도 있고 건강에도 좋은 슈퍼푸드라 홍보하자 구매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전 직장 동료들이 알아보기도 하고 애처롭게 보는 눈길도 느껴졌지만 이런 감정 소모에 쓸 여유조차 없었다. 오늘 만든 그릭요거트를 최대한 많이 파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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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판상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어느 날, 전 직장 인사팀에서 찾아와 뜻밖의 제안을 했다. 판매하는 그릭요거트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이 좋으니 아예 사옥 내 직원 카페에 납품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였다. 이렇게 고정적인 납품처가 생기면서 생산에도 가속도가 붙었고 이후 여러 기업의 직원 카페로 정기 납품처가 늘어났다. 하지만 애초에 시장 조사를 목적으로 원가를 겨우 넘는 가격에 판매했던 터라 생산량이 늘어나도 수익성은 저조했다. 그는 결국 납품을 중단하겠다고 카페에 통보하고 세상과 단절된 하루하루를 보냈다. 명문대, 대기업 출신이 하루살이처럼 사는 모습에 스스로 자괴감을 느끼는 때도 많았기에 보람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납품을 중단하고도 직원 카페들의 연락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릭요거트 제품을 계속 찾는 직원들이 있어 다시 납품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처음 가판상을 추천했던 지인을 찾아가 혜안을 구하자 명쾌한 답변이 돌아왔다. “테스트베드에서 검증했으면 실전에 가야지.” 뭘 망설이냐는 꾸짖음이었다.

‘여대생을 잡아라’ 타깃 고객의 반응을 검증하다

이에 오 대표는 모텔에서 주차, 청소, 고객 응대 아르바이트까지 마다하지 않으면서 목돈을 모아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첫 매장을 내기에 앞서 입지 조건으로 유동 인구 중 여성의 비율이 높은 곳을 우선순위로 삼았다. 노점을 운영하고 카페에 납품해본 결과 주요 소비층에 여성과 외국인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기에 타깃 고객이 좁혀졌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그릭요거트의 가장 큰 강점이 기존 요거트 대비 당과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단백질을 높이는 등 건강을 챙겼다는 데 있다 보니 평소 다이어트와 건강한 식단 관리에 관심이 상대적으로 많은 여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홍대, 합정, 이대 상권에서 부동산 매물을 주로 찾았고, 예산에 들어맞으면서도 여성 고객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이대 앞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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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016년 이대 앞에 9.9㎡(약 3평) 남짓한 작은 가게 ‘그릭데이’를 오픈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릭요거트를 전문으로 제조하거나 전문 매장을 운영하는 브랜드는 전국적으로 찾아보기 힘들었다. 시장성은 좋았지만 반응은 차가웠다. 학생들은 호불호가 명확했고 트렌드도 빨리 변했다. 이에 오 대표는 같은 이대 상권에서도 장사가 잘되는 매장들을 방문해 분석에 나섰다. 그 결과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을 촉진하는 4가지 요인을 추려냈다. 맛, 양, 친절, 위생이었다. 4가지 요인 중 하나라도 빠지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건강이 우선인 제품이라도 실제 고객과의 접점에서 손님을 끌기에 더 직접적인 요인은 맛, 양, 친절, 위생이란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 조건들을 자각한 그는 약 6개월 동안 요거트의 맛과 양을 개선하고 메뉴를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일단 더 맛있고 포만감을 주는 제품을 더 싸게 제공함으로써 구매 빈도를 높여야 수익이 날 것으로 본 것이다. 이러한 노력 끝에 사람들이 줄을 서는 인기 매장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요거트를 포함한 일반적인 가공식품은 대부분 연구소에서 개발된다. 이에 반해 그릭데이는 이대 앞 작은 매장에서 대표가 직접 고객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살피고 얘기를 들으면서 완성한 제품이었다. 바이오테크 회사가 기술을 고도화하고 실험기기를 이용해 식품의 성분을 물리 화학적으로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구소에 갇혀 있으면 해당 식품을 먹는 주체가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 간과하기 쉽다. 식품을 개발할 때는 정확성을 기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을 갖춘 뒤 사람이 직접 관능 평가(sensory evaluation)를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즉, 사람들의 시각, 후각, 미각, 촉각, 청각 등 감각이 식품의 특성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평가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생산자 측면이 아니라 소비자 측면에서 감각 반응을 고려해 외관, 향, 맛, 조직감 등 감각 특성을 조절한 것은 그릭데이가 대중의 기호와 취향에 맞는 제품으로 진화하는 배경이 됐다.

여대생들의 입소문을 탄 덕분에 그릭요거트 가게는 일명 ‘핫플(핫플레이스)’로 등극했고 결국 인근 매장으로 확장 이전했다.

‘물량은 늘리되, 품질은 그대로’
대량 생산을 시작하다

매장이 확장되자 손님도 늘었다. 하지만 늘어난 매출에 행복한 것도 잠시, 늘어난 수요를 생산이 따라가지 못했다. 매장 내 제조 공간으로 한계에 봉착하자 오 대표는 결국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바로 그릭요거트 전문 제조 공장을 설립하는 것이었다. 공장을 설립하면서 그는 그릭요거트 제조 과정 중 자동화의 적용 범위를 고민했다. 공정을 자동화하면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맛이나 식감 등을 구현하는 과정은 어려울 듯했다. 기계가 전문가의 손길과 기술을 따라갈 순 없었기 때문이다. 대량 생산 과정에서 품질을 희생하지 않으려면 사람의 손길을 빌려야 한다는 의미였다. 오 대표는 인건비를 부담하더라도 이 비용을 아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제품의 품질은 결코 타협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자 신념이었고 작은 차이로 인해 브랜드가 훼손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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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릭요거트 생산을 위해 설립한 스위트바이오의 비전은 사람들이 건강한 식품을 매일같이 접하도록 하는 것이었고, 그러려면 동일한 품질을 구현하면서도 가격은 합리적이어야 했다. 이에 따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량 생산을 통해 규모의 경제가 달성됐다’는 가정하에 제품의 가격을 책정했다. 즉, 당장은 마진이 적더라도 대중 수요가 늘어나고 생산이 확대되면 단위 생산 비용이 낮아져 가격을 합리적 수준에서 유지해도 이윤이 남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안정적인 생산량이 확보된 뒤 온라인으로 판매 채널을 확장했다. 마침 신선 식품을 넘어 RMR(레스토랑 간편식)과 ‘극신선’ 식품 강화에 집중한 마켓컬리와 니즈가 맞아떨어졌다. 마켓컬리는 100% 직매입을 원칙으로 매주 상품위원회를 열고 해당 상품의 특성 등을 검토해서 입점 업체를 결정한다.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와 에디터 등 참석자가 만장일치를 해야 입점이 결정될 정도로 과정이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 대신 국내 이커머스 업체 중 재구매율은 유독 높은 편이다. 2021년 신규 고객 기준 재구매율은 71.3%로 10명 중 7명은 다시 마켓컬리를 찾아 구매한다고 한다.

오 대표는 마켓컬리 상품위원회를 앞두고 그릭데이가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다행히 마켓컬리에서 그릭데이가 건강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해 상품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그들의 판단은 옳았다. 마켓컬리 내 그릭요거트 판매량은 2021년 1월부터 9월까지 전년 동 기간 대비 241% 증가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그릭요거트의 경쟁 상품 수 역시 전년 대비 50% 늘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그릭데이는 마켓컬리 내 소비자들의 조회 수, 판매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추천 순위 최상위를 지키고 있으며 그릭요거트 카테고리의 판매 상위 3개 제품 중 2개가 그릭데이의 제품이다.

‘모든 경험이 브랜드가 되도록’
다음 단계를 고민하다

오 대표는 온라인 진출과 함께 그릭데이 오프라인 매장도 늘리면서 고객과의 접점을 더욱 확대했다. 하지만 다수의 매장을 관리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이대 본점을 직접 운영할 때는 매뉴얼 없이도 손님 한 명 한 명의 반응에 집중해 응대하고 이슈에도 임기응변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매장이 늘어나면서 고객과의 소통부터 정량 제공, 불편사항 접수 시 대응을 모두 매뉴얼화해야 했다.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요구하는 오프라인 확장을 줄이고 온라인 판매에 더 집중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그릭데이가 오프라인 매장에 뿌리를 두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에서 오감을 통해 전해지는 브랜드 경험은 온라인으로 대체될 수 없다는 게 오 대표의 생각이었다. 대가를 치르더라도 유지하고 계승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제품이 아닌 브랜드로서 각인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브랜드 경험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현함으로써 세계 최대 커피 체인이 된 스타벅스처럼 건강한 한 끼를 찾는 이들이 머무르다 갈 수 있는 공간의 운영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그릭데이가 국내에 거의 없던 시장에서 기회를 포착해 새로운 카테고리의 선두주자로 올라선 만큼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로서 각인되는 것도 머지않았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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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릭데이 사례가 주는 시사점

한순간 피고 지는 꽃이 되고 싶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자기만의 꽃내음을 전하며 계속 향기로운 꽃이 되기를 바란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식품을 개발하고 발품을 팔아 가게를 차리는 이들의 마음속에는 ‘고객들에게 잊히지 않는 경험이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 그런데 좋은 경험은 고사하고 생존하는 것조차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스위트바이오의 그릭데이가 전통 발효유 시장을 위협하는 브랜드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 시장을 너무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으면서 적절한 보폭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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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식품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 첫 번째는 트렌드를 읽고 건강 기능 자체뿐 아니라 소비자 기호까지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오 대표는 식품영양학과 출신도 아니고, 식료품 회사에서 근무한 적도 없었으며, 해외에서 생활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본인의 리서치 경력과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바쁜 현대인에게 건강한 식품이 필수라는 것을 느꼈고 건강한 먹거리가 존재감을 높여가는 흐름을 읽었다. 사실 국내에서도 건강식이나 몸에 좋은 기능성 식품에 관한 관심은 항상 있었지만 많은 제품이 가장 중요한 ‘맛’에서 소비자를 궁극적으로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일시적인 유행에 그쳤다. 오종민 대표는 건강한 재료가 있어도 맛을 놓치면 고객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고객들의 평가와 피드백에 따라 끊임없이 제품을 개선했다. 실험실에 갇힌 식품이 아니라 소비자 기호에 맞춘 제품을 통해 고객들의 입맛을 만족시킴으로써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브랜드가 됐다.

두 번째, 국내에 시장이 없으면 새로운 카테고리를 정의해야 한다.

식품산업통계정보의 발효유 세분 시장점유율을 보면 2016년까지만 해도 전통 강자인 드링크 요거트의 점유율이 45.6%로 떠먹는 요거트(42.9%)보다 2.7%p 높았다. 하지만 2021년에는 떠먹는 요거트의 점유율이 46.5%로 드링킹 요거트(41.9%)를 4.6%p 차이로 제쳤다. 이 떠먹은 요거트의 성장세를 견인한 주역이 바로 그릭요거트다. 그릭데이가 시장에 안착하기 전까지 국내에서는 그릭요거트란 카테고리에 대한 정의조차 불분명했다. 규모가 있는 식품 기업들은 여전히 대량으로 유통하기 쉽고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가공식품 위주로 선보였다. 심지어 요거트가 달콤하고 제형이 묽어서 흘러내리는 것이 당연시됐다. 그릭데이는 이런 시장에서 진정한 그릭요거트의 맛과 식감은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고 경험을 해볼 수 있게 했고,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카테고리를 각인할 수 있었다. 물론 시장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기존 대기업들도 그릭요거트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긴 하지만 처음 시장을 형성한 그릭데이 등 선발주자들이 브랜드로 인지되면서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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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오감을 자극하는 아날로그 고객 경험을 정립해야 한다.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강력한 것은 오감을 자극하는 아날로그의 경험이 사람들의 기억에 더 깊숙이 스며들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직접 보고, 듣고, 대화하고, 먹어본 것만큼 강력한 기억은 없다. 이제는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쉽게 팔리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다. 물론 사람들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구매한다. 그리고 그 무엇은 이제 제품이 아니라 경험이다.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느냐가 바로 고객의 구매 결정을 좌우한다. 요즘같이 빅데이터 등 디지털 자료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시대에 매장에서 고객들과 꾸준히 소통하려는 시도는 아날로그 감성이라는 비웃음을 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한 그릭데이의 성장은 오프라인 매장만큼 고객들의 경험을 증폭하는 데 효과적인 것은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조인후 작가 jimmycho1@live.com
조인후 작가는 세계 최대 식료품 전문 기업 네슬레에서 브랜드 매니저, 오픈 이노베이션 매니저로 일했으며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 플랫폼 사업 기획, 마케팅 총괄을 거쳤다. 이후 매일유업에서 고객경험팀장을 맡아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기획하고 운영했다. 현재는 브런치에 브랜드와 스타트업에 관련 글을 쓰며 모비인사이드, 창업진흥원 등 다양한 매체 및 기업과 협업하는 비즈니스 스토리텔링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