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겸의 Sports Review

잠재력 위주의 선발이 능사는 아니다

274호 (2019년 6월 Issue 1)

NBA 구단주는 다음 두 선수 중 어떤 선수를 드래프트에서 선택할 가능성이 높을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NBA팀은 A 선수를 B 선수보다 선호한다. 실제 NBA 드래프트에서도 A 선수가 B 선수보다 높은 순위로 지명됐다. 연봉도 4년간 50억 원 정도 더 받았다.

대학시절 기록을 근거로 보면 대부분의 수치에서 B 선수가 월등하지만 구단들이 A 선수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잠재력 때문이다. A 선수는 나이도 어리고 타고난 신체조건(큰 키)과 운동 능력(리바운드)이 뛰어나다. 현재는 B 선수에 비해 실력이 부족하다 해도 결국 더 뛰어난 선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믿는 것이다.

해마다 30명의 백만장자가 탄생하는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수의 가치를 결정하는 절대적 기준이 바로 이 잠재력이다. 각 구단 지도자와 스카우터들은 잠재력이 높은 선수를 발굴하기 위해 모든 자원과 노력을 쏟아붓는다. 일단 잠재력이 높은 선수에 꽂히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카이리 어빙(Kyrie Irving)은 유망주였지만 대학시절 부상으로 10경기밖에 뛰지 않았다. 20살도 채 안 된 1학년 어린 선수의 잠재력을 믿고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2011년 수천만 달러가 들어가는 전체 드래프트 1번으로 뽑기도 했다. NBA에서 잠재력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인 최고 자질이다.

그런데 최근 NBA에 퍼져 있는 잠재력에 대한 과도한 집착 때문에 구단들이 좋은 선수를 놓칠 뿐 아니라 리그 전체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잠재력만 믿고 뽑은 선수에 대한 구단의 모험은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이른바 폭망한 드래프트 사례(draft bust)는 무수히 많다. 드래프트 상위로 NBA에 화려하게 입성했지만 지금은 이름을 대봐야 누군지 모를 선수들이 많다.

서두에서 익명으로 비교한 선수들을 보자. 선수 A는 샬럿 밥캐츠의 마이클 키드-길크리스(Michael Kidd-Gilchrist)고, 선수 B는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의 에이스 데미안 릴라드(Damian Liliad)다. 이 두 선수 중 누가 더 나은 NBA 경력을 쌓고 있는지는 기록(표 3, 표 4)을 보자. B 선수, 즉 릴라드는 2013년 데뷔 때부터 맹활약을 펼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올스타 4회 선정, 2018년 베스트팀 선정 등 포틀랜드를 이끄는 슈퍼스타로 활약하고 있다. 2018-2019시즌에도 팀을 웨스턴 컨퍼런스 결승에 진출시켰다. 반면, 선수 A인 길크리스트는 약체 샬럿 밥캐츠 소속이며 거기서도 주축 선수가 아니다. 다만 이 선수 이름이 제법 알려져 있긴 한데 잘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슈팅 자세가 워낙 우스꽝스럽기 때문이다.



잠재력 과신의 부작용

잠재력으로 판단하는 선수 선발이 크게 실패하는 일이 많은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두 선수를 비교하면서 A 선수가 B 선수보다 잠재력이 높다고 얘기할 때는 보통 A 선수의 현재 기량이 B 선수에 못 미친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즉, A 선수가 앞으로 이르러야 할 곳에 B 선수는 이미 가 있는 셈이다. 평범한 사람들 간의 비교라면 모를까, NBA 드래프트에 참가할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춘 선수들 간의 경쟁에서 현재 기량이 뒤떨어져 있는 선수가 기량이 앞서는 선수를 ‘잠재력을 발휘해’ 따라잡고 뛰어넘는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것은 합리적 기대이기보다는 요행수를 노리는 것에 가깝다.

잠재력이라는 말의 의미와 평가 기준도 애매모호하다. 잠재력이 높은 선수는 어떤 선수인가? 우선 스포츠계에서는 나이가 어릴수록 잠재력이 더 크다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서류상 나이와 신체 나이는 다를 수 있다. 사람마다 신체가 성숙하는 속도가 다르고 정신연령도 다르기 때문이다.

신체조건과 운동능력도 마찬가지다.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춘 선수들, 즉 NBA 드래프트에 참여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서는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을 가지고 그 선수가 성공할지 아닐지를 예측하기 어렵다. NBA 선수 300명을 대상으로 한 막슬리(Jerad H. Moxley)와 타운(Tyler J. Towne)의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키, 팔 길이, 수직 점프력, 민첩성 등의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은 신인 드래프트 순위와 상관관계가 있었지만 리그 데뷔 후 팀 승리 기여도(Win Shares)와는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잠재력 기준의 선수 가치평가는 거품이 많다는 이야기다.





나이나 신체 능력 같은 ‘잠재력’ 위주의 선수 선발은 팀 성적에 별 도움도 안 되는 데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우선 더 잘하는 선수를 놔두고 엉뚱한 선수에게 수백만 달러를 낭비하니 팀 전력과 재정에 악영향을 끼친다. 어린 나이가 잠재력과 동일시되다 보니 프로선수로 일하기엔 아직 정신적, 사회적으로 준비가 덜 돼 있을 가능성이 큰, 너무 어린 선수들이 대거 NBA에 진입하는 것도 계속되는 논란거리다. 세계 최고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겪어야 하는 베테랑 선수들과 끊임없는 경쟁, 긴장과 갈등은 나이 어린 선수들에게 견디기 힘든 가혹한 시련이다. 어린 선수들의 정신적, 사회적 부적응은 경기력 저하와 (성)폭력, 마약 남용 등 다양한 경기 외적 사고의 원인이 된다.

게다가 잠재력 위주의 선수 선발은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은 메시지를 전파한다. 앞서 소개한 선수 B(데미안 릴라드)는 4년간 대학에서 열심히 노력해 기량을 키운 후 NBA에 진출했다. 그런데 요즘은 1, 2학년 때 NBA에 가지 않고 대학을 오래(?) 다닌 릴라드 같은 선수를 열등생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현상이 말하는 바는 분명하다. 타고난 재능이 노력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노력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메시지다.

이렇게 고착 마인드셋(fixed mindset)을 가지고 보면 사람의 가치는 애초에 정해져 있다. 천재는 날 때부터 천재고 바보는 아무리 애써봐야 바보라는 사고방식이 만연한 조직이나 사회는 무기력하다. 한 번 실패나 실수도 바꿀 수 없는 무능함의 증거로 여겨지니 수치심을 느끼고 좌절하기에 십상이다. 이런 환경에서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쉽게 단정하고, 굳이 노력할 의욕을 느끼지 못한다. 우울하고 힘 빠지는 조직과 사회의 특징이다.


잠재력 과신은 인지적 오류일 뿐

잠재력이 과잉 대접받는 것은 NBA 같은 스포츠계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스탠퍼드대와 하버드대 공동연구팀(Tormala, Jia, & Norton, 2012)이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포츠, 기업 경영, 엔터테인먼트, 대학원, 요식업 등 연구에 포함된 모든 분야에서 잠재력을 기존의 성취보다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향은 기업의 채용/승진/연봉, 대학원 합격자 결정, 예술적 재능에 대한 평가, 광고 선택, 스포츠팬들의 태도, 음식점 방문 의도 등 다방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업에서는 이미 필요한 능력을 갖춘 지원자보다 앞으로 뛰어난 능력을 보여줄 것 같은 지원자를 채용하고, 이미 성과를 낸 사람보다 앞으로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먼저 승진시키고 연봉도 더 준다는 말이다. 대학원에선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보다는 학업적 재능이 엿보이는 학생을 뽑는다는 말이다.

이런 잠재력에 대한 선호는 인간의 인지적 오류일 가능성이 크다. 잠재력은 불확실성이 높고 모호하다. 사람은 불확실성을 해소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이미 드러난 성취보다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잠재력에 더 호기심을 느끼고 좀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즉, 인간은 우수한 성과를 냈지만 지루한 사람보다 성과가 상대적으로 열등하지만 흥미를 유발하는 사람을 더 높이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곤 한다.

최근 국내 주요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스펙이 아니라 잠재력을 보고 인재를 채용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동안의 인사 관행이 출신학교나 토익점수 같은 실제 업무 능력과 상관관계를 알 수 없는 평가 기준에 의존해 부작용이 많았던 데다가 과거보다는 미래에 일 잘할 사람을 뽑겠다는 것이니 그 취지는 그럴듯하다.

하지만 아직 구현되지 않은 숨은 미래의 직무역량과 적성을 도대체 어떻게 잴까? 지금은 좀 부족하지만 앞으로 잘할지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 잠재력 위주 선발을 통해 더 우수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다고 입증하는 증거를 찾긴 어렵다. 잠재력 평가는 기준도 불분명하므로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논란과 불만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동안 열심히 스펙을 쌓았다가 취업에 실패한 취업준비생들의 입장은 어떤가. 죽으라고 노력해서 필요하다는 능력을 갖춰놓았더니 잠재력이 부족해서 자격 미달이라는 판정을 받는다고 생각해보자. 이보다 기운 빠지고 막막한 일이 또 있겠는가?

지나친 입시 위주 획일화 교육과 무분별한 스펙 쌓기 경쟁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 그 대척점에 있는 잠재력 중시 선발이 합리적인 대안으로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잠재력 맹신은 득보다 실이 많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 타고난 재능과 잠재력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 농구에서조차 잠재력 위주의 선수 선발은 구단과 리그 모두에 손해다. 이는 기업의 인사평가 역시 성과 중심에서 잠재력 중심으로 단순 대체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알려준다. 잠재력 위주 평가, 잠재력 위주 선발은 인지적 오류에 취약하며 조직원들의 자기 계발 의욕 및 근로 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 이런 사회문화적 한계를 극복할 방법을 신중하게 모색하며 점진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ykim22@snu.ac.kr
필자는 서울대 체육교육과 학사와 석사를 거쳐 플로리다대에서 스포츠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플로리다주립대에서 7년간 재직하며 종신교수직(tenure)을 받았다. 현재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등 국제 저명 학술지 편집위원과 대한농구협회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European Sport Management Quarterly』 등 국제 저명 학술지에 논문 80여 편을 발표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6호 Leadership for the New Era 2019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