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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애자일 코치의 역할

비즈니스 전문성+변화 역량 갖춘
애자일 코치가 전환의 핵심

조승빈 | 259호 (2018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으로서의 애자일이 각광을 받으면서 애자일을 다른 분야에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결과가 시원치 않다. 애자일을 실행하는 태도를 모방하기보다는 단순히 성공한 애자일 모델만을 모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자일 문화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중요한 것이 ‘애자일 코치’다. 애자일 코치는 내부 컨설턴트(in-house consultant), 변화 에이전트(change agent), 문제 해결사(trouble-shooter), 교사(teacher), 리더(leader) 등 다양한 역할을 하며 애자일 문화를 조직에 확장시킨다.


애자일의 탄생과 확산
‘애자일(Agile)’이라는 용어는 2001년 탄생했다. 그해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 구루 17명은 미국 유타주의 한 스키 리조트에 모여 더 나은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에 대해 논의했고 그 결과를 선언문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 선언문 1 에 애자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애자일은 빠르게 확산되며 전 세계 소프트웨어 개발에 큰 영향을 미쳤고 개발자들이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더 훌륭한 소프트웨어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새로운 개발 패러다임이 됐다.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애자일의 가치와 다양한 실천 방법은 이미 대중화됐다고 할 수 있다.

애자일이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 혁신에 기여하면서 애자일 철학이 꼭 소프트웨어 분야에만 적용 가능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그러면서 애자일 철학이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만 머무를 필요가 없고 머물러서도 안 된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됐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초기 애자일은 더 좋은 소프트웨어를 더 좋은 방법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일종의 풀뿌리 운동이었다. 하지만 팀이라는 경계를 벗어나면 금세 한계에 부딪히고 말았다. 제품 또는 서비스 개발은 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다. 제아무리 애자일을 훌륭하게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팀이라 할지라도 외부와의 협력 없이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이뤄낼 수는 없다.

애자일 관리 소프트웨어 판매 기업인 버전원(VersionOne)이 발표한 ‘State of Agile 2018’ 2 보고서를 보면 애자일 적용과 확대가 어려운 주요 원인으로 ‘조직 문화와 애자일 가치와의 불일치’(53%), ‘변화에 따르는 조직 내 저항’(46%), ‘경영진의 지원 부족’(42%) 등이 꼽혔다. 전부 팀 차원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조직 전반의 문제다. 그래서 애자일 실천가들은 팀에 개발 방법론이나 실천 방법을 적용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애자일에 적합한 리더십, 조직 구조, 인사관리(HR), 물리적 업무 환경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큰 획을 그은 것이 ‘스포티파이(Spotify)’라는 스웨덴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다. 스포티파이는 2012년 미국에서 열린 애자일 콘퍼런스에서 ‘Scaling Agile @ Spotify’ 3 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그동안 자신들이 실험해왔던 것들을 외부에 공개했고 많은 이가 스포티파이의 일하는 방식에서 큰 영감을 얻었다. 진정한 애자일을 실현하려면 개발 방법의 변화 이외에도 조직 차원의 혁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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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오늘날 우리는 VUCA라는 단어로 규정되는 변덕스럽고(volatility), 불확실하고(uncertainty), 복잡하고(complex), 모호한(ambiguity) 경영 환경에 놓여 있다. 글로벌 전략혁신 컨설팅 그룹 이노사이트(Innosight)가 발간한 『Corporate Longevity: Turbulence Ahead for Large Organizations』 :4 를 보면 1965년 S&P 500 기업들의 평균 수명은 33년이었으나 1990년에는 20년으로 줄어들었고, 2026년에는 14년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향후 10년 동안 현재 S&P 500 기업의 약 절반가량이 다른 기업으로 교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급격한 시장 변화에 대응해서 핵심 제품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탈바꿈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66%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애자일 선언을 읽어본 적이 있든 없든, 애자일의 가치와 원칙에 동의를 하든 안 하든, 시장은 앞으로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워질 것이며 지금까지의 경영 방식으로는 미래의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많은 경영자가 인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생존 전략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애자일’이라는 단어는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실제로도 얼마 전부터 개발 방법론으로서의 애자일에서 벗어나 소위 ‘애자일 경영(Agile Management)’ 또는 ‘엔터프라이즈 애자일(Enterprise Agile)’이라는 이름으로 조직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혁신하려는 기업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스포티파이 모델을 배워라?
하지만 애자일의 가치와 원칙을 기업에 성공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Scaling Agile @ Spotify’를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다른 훌륭한 애자일 회사들처럼) 스포티파이는 빠르게 진화하는 중입니다. 이 글은 우리가 현재 일하는 방식을 찍은 스냅숏일 뿐입니다. 우리의 여정은 현재진행형이며 결코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있을 무렵에는 이미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겠죠.”

지금도 전 세계 많은 기업이 스포티파이 모델을 그대로 따라 하려고 노력 중이다. 특히 조직 구조만 바꿔서 거기에 스쿼드(Squad), 챕터(Chapter), 트라이브(Tribe) 따위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대유행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방식은 전혀 애자일하지 못하며 성공 가능성이 극히 희박할 수밖에 없다. 조직을 애자일하게 변화시키고 싶다면 스포티파이의 모델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스포티파이의 태도(attitude)를 따라야 한다. 5  스포티파이 모델은 스포티파이가 자신들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 자신들이 처해 있는 환경, 자신들이 갖고 있는 경험과 역량에 맞게 오랫동안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발전시켜 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모든 문제에 적합한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스포티파이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그들의 모델이 아니라 끊임없이 실험하고 거기에서 얻은 교훈을 학습하려는 태도다.

애자일 트랜스포메이션에 실패하는 이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애자일 트랜스포메이션에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대부분의 애자일 변화 계획과 실행이 애자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애자일이란 ‘예측-탐색-적응’의 끝없는 반복이다. 그러나 우리는 탐색과 적응보다 예측에만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애자일한 조직 문화란 예측(계획)만큼이나 탐색(실패를 통한 학습)과 적응(계획의 조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애자일 변화 계획에 이러한 요소가 없다면 이미 실패한 거나 마찬가지다.

바람직한 변화라 할지라도 모든 변화 앞에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나의 의지가 아닌 변화, 그리고 변화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변화에서는 특히 그렇다. 변화를 추진하기 전부터 지속적으로 목적과 방향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구성원들을 변화의 대상이 아닌 변화의 주체로 참여시키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애자일 변화는 계획보다 실행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 실패를 통한 학습과 조정을 미리 계획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경영진을 포함한 구성원들의 역량이 축적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자일 변화는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며 그 과정에서 조직은 필연적으로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저항에 직면한다. 모든 구성원이 이러한 과정을 보다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이 조직 내에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애자일 변화는 경영진에게 미션을 받은 태스크포스(TF)가 비밀스럽게 계획을 수립해서 하향식으로 단기간 진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스포티파이처럼 기업이 소멸하는 그 순간까지 구성원 모두가 지금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아 떠나는 끝없는 여정이 돼야 한다. 애자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이러한 여정에서 필요한 모든 활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을 ‘애자일 코치’라고 부른다.

애자일 코치의 역할과 필요한 이유
‘State of Agile 2018’ 리포트를 보면 애자일을 조직에 성공적으로 적용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조직 내부의 애자일 코치(Internal Agile Coaches)’다. 아직 국내에는 애자일 코치라는 타이틀을 갖고 풀타임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아 다소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보다 한참 앞서 있는 북미나 유럽에는 이미 많은 애자일 코치가 활발히 활동 중이다. 6

애자일 코치를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어렵다. 소프트웨어 개발팀에서 생각하는 애자일 코치의 역할과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애자일하게 변화시키고자 하는 기업에서 생각하는 애자일 코치의 역할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주로 후자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애자일 코치는 내부 컨설턴트(in-house consultant)다. 애자일 코치는 조직을 진단하고, 이슈를 찾아내고, 변화 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을 실행한다. 외부 컨설턴트와 다른 점은 내부 조직을 훨씬 더 잘 이해하고 있고 단기가 아닌 장기적 안목을 갖고 활동한다는 점이다.

애자일 코치는 변화 에이전트(change agent)다. 애자일 코치는 조직의 변화를 실행하고 관리한다. 대부분 제한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기존 변화 에이전트와 다른 점은 일회성 이벤트나 캠페인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사고와 행동 과학을 활용해 일하는 방식의 개선에 적극 개입한다는 점이다.

애자일 코치는 문제 해결사(trouble-shooter)다. 애자일 코치는 조직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갈등을 조정하며, 정보의 흐름을 투명하고 원활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구성원과의 1대1 면담 등을 통해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증상이 아닌 원인을 해결한다. 직접 해결할 수 없는 일은 그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계층까지 단계적으로 끌어올린다.

애자일 코치는 교사(teacher)다. 애자일 코치는 다양한 애자일 실천법뿐만 아니라 애자일의 가치와 원칙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추고, 사람들이 그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구성원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은 애자일 코치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애자일 코치는 리더(leader)다. 애자일 코치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리더십을 발휘한다. 직접 실행해 보임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따라 할 수 있는 모델이 되고,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관리해 구성원들이 그 시스템 안에서 자발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애자일 코치가 갖춰야 할 역량
그렇다면 애자일 코치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까. 애자일 코치는 개인, 팀, 조직 전체에 이르기까지 애자일 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애자일 코치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스킬이 필요하고 어떤 일을 하는지는 해당 조직에 무엇이 필요하고 그 조직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미국 애자일코칭연구소(Agile Coaching Institute)가 만든 Agile Coaching Competency Framework 7 를 살펴보면 대략적인 사항들을 파악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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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애자일 실천
애자일 코치에게 가장 기본적인 역량이다. 애자일 코치는 애자일의 가치와 원칙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책에서 얻은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애자일을 실천해보면서 애자일 조직에서 일한다는 것이 구성원에게 어떤 의미로 와닿는지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 실천 경험이 있는 애자일 코치만이 팀 또는 조직과 진정으로 연결될 수 있다.

2. 교육/멘토링
이 두 가지는 콘텐츠를 전달하는 역량이다. 애자일 코치는 다른 이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도록 적시에 자신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그것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올바른 방식을 훌륭하게 가르쳐 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3. 코칭/퍼실리테이션
이 두 가지는 프로세스를 다루는 역량이다. 코치 또는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전문성이나 의견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이 직접 방향을 결정하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애자일 코치는 직접 답을 제시하기보다 인내심을 갖고 사람들이 스스로 올바른 해답을 깨달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4. 기술/비즈니스/변화 전문성
이 세 가지는 일종의 선택 과목이다. 소프트웨어 개발팀의 애자일 코치라면 기술 전문성이 좀 더 중요할 수 있다. 개발에 대한 전문 지식, 비즈니스 가치에 대한 이해,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촉진하는 방법 등은 훌륭한 애자일 코치에게 중요한 역량이다.


DBR mini box I: 애자일코치vs. 스크럼 마스터
다양한 애자일 방법론 중 현재 가장 인기 있는 것이 ‘스크럼(Scrum)’이다. 스크럼 프레임워크에는 애자일 코치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포지션이 있는데 이를 ‘스크럼 마스터(Scrum Master)’라고 부른다. The Scrum Primer i 에는 스크럼 마스터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스크럼 마스터는 팀, 제품 책임자, 조직을 도와 성공을 거두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하는 사람이다. 스크럼 마스터는 팀원의 관리자도 아니고, 프로젝트 관리자도 아니며, 팀 리더도 아니고, 팀 대표자도 아니다. 대신 팀을 도와 장애물을 제거하고, 외부 간섭으로부터 팀을 보호하고, 새로운 개발 방식을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스크럼을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품 책임자, 팀, 조직을 교육하고 코칭하고 안내한다. … 이슈를 해결하려면 활발히 활동하는 스크럼 마스터의 참여가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 기존 관리자와 달리 스크럼 마스터는 작업을 지시하거나 할당하지 않으며, 프로세스를 촉진하고 팀이 스스로 조직화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스크럼이 인기를 얻으면서 스크럼 마스터 역할을 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는데 애자일 팀은 자신들에게 가장 적합한 일하는 방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방식이 스크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다. 스크럼 마스터라는 이름은 팀이 일하는 방식을 무의식적으로 스크럼의 틀 안에 가둬버리는 단점이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스크럼 마스터와 애자일 코치가 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필자는 스크럼 마스터보다 애자일 코치라는 표현을 더 선호한다.



애자일 코치, 육성 vs. 영입
북미나 유럽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애자일 환경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고 활동 중인 애자일 코치의 숫자도 극소수다. 그래서 시장에서 손쉽게 애자일 코치를 채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 때문에 내부 애자일 코치 육성이 당분간은 거의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영입할 만한 애자일 코치가 있다고 해도 영입이 꼭 능사는 아니다. 애자일은 문화에 가깝기 때문에 해당 기업의 문화를 이해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외부에서 성공적으로 애자일 전환을 완수한 애자일 코치라고 해도 우리 회사에는 안 맞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애자일 코치 육성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일단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시간과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조직 변화를 직접 드라이브하는 경영진, 또는 그 경영진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시드 역할을 해 줄 내외부의 애자일 코치가 이 일을 진행해야 한다.

육성을 하기로 했다면 첫 단계는 일단 직원들에게 애자일의 원칙과 실천법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스크럼, 칸반 워크숍이든, 조직 문화에 대한 강연이든 최대한 많은 자리를 마련해 외부 교육 및 커뮤니티 참여를 적극 권장한다. 이 부분은 애자일 코치의 육성뿐만 아니라 구성원 간 변화와 혁신의 공감대를 이루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두 번째로는 이러한 기회를 제공하면서 애자일에 특별히 관심을 갖는 이들이 누구인지 세심히 관찰하는 것이다. 교육 중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거나 교육 이후에도 계속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사람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세 번째로는 애자일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을 계속 주시하면서 1대1로 대화를 나눌 기회를 만든다. 대화를 하면서 이들에게 조직에 대한 비전과 고민을 묻고 경청하면서 적절한 애자일 코치 후보자들을 찾아내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한다. 적절한 인원을 선별한 다음 꾸준한 지원과 관심을 보여준다면 이들은 애자일 코치로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 자기조직화(self-organizing)해낼 것이다.


DBR mini box II: 애자일 코치의 일주일 (예시)
해외에 소개된 여러 자료를 참조해 애자일 코치의 일주일을 시간표 형태로 재구성해보았다. 당연히 이 시간표는 한 가지 예시일 뿐 조직에서 애자일 코치가 맡는 역할에 따라 달라질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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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일 코치,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세계적인 경영 석학 게리 하멜(Gary Hamel)의 『경영의 미래(The Future of Management)』 8 를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앞으로 다가오는 수십 년은 사회, 조직, 개인 모두가 전에 없던 새로운 방법으로 적응력을 시험받게 될 것이다. … 그러므로 21세기의 모든 기업에 가장 중요한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당신은 세상이 변하는 만큼 빨리 바뀔 수 있는가? 이미 살펴봤듯이 대부분의 기업은 그럴 수 없다.”

기업이 기민한 적응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는 아니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검증된 방법 중 하나는 역량 있는 애자일 코치들을 채용하고, 육성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가 올해 5월에 공동으로 발표한 ‘한국 기업 문화의 근본적 혁신을 위한 제언’ 9 을 보면 애자일 조직으로의 변화를 위한 4가지 필러(Pillar) 중 하나가 ‘직접 뛰며 구성원의 업무를 지원하는 플레잉 코치형 리더’라고 말한다. 애자일 변화의 핵심으로 애자일 코치를 직접적으로 지목하고 있다.

어떤 역할이 새롭게 탄생하는 초기에는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현재로서는 애자일 코치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일관성 있게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각 기업이 애자일을 바라보는 관점, 애자일을 통해 얻고자 하는 가치, 조직 내부 역량과 상황에 따라 애자일 코치가 해야 할 일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품 또는 서비스 개발의 혁신을 이루고자 한다면 기술 전문성이 탁월한 애자일 코치가 필요하다. 본디 애자일은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애자일 실천가가 이 영역에 속해 있다. 다만 풀타임 애자일 코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조직은 많지 않으며, 이들 역시 개발자로서의 본래 커리어를 유지하면서 팀에 소속돼 애자일을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반면, 기업 전반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애자일하게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애자일 코치에게는 비즈니스 전문성이나 변화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좀 더 중요하다. 이들이 팀에 속해서 일하는 경우도 많지만 조직 문화는 항상 최고의사결정권자 스스로의 변화로부터 시작되며 이들이 직접 드라이브를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CEO 직속 조직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그렇게 해야 인사, 전략, 재무 등과의 긴밀한 협력이 가능하다.

별도의 애자일 코치를 두지 않고 경영진을 포함한 관리자들이 해당 역량을 갖추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창업자들이 초기부터 수익 창출만큼이나 일하는 방식도 중요하게 다뤄온 회사가 아니라면 실천하기 가장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다.

지금은 다소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풀타임 애자일 코치의 중요성은 날로 늘어가고 있으며 다양한 역할로 분화돼 갈지, 하나의 큰 역할로 통합돼 갈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과 현재 활동 중인 1세대 애자일 코치들이 이룩한 성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먼 훗날 우리 기업들이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이뤄 지금보다 훨씬 건강한 조직문화로 바뀌게 된다면 그때는 애자일 코치라는 역할이 더 이상 필요치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시대가 그렇게 빨리 다가오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는 모든 것이 연결돼 있고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오늘 최선의 방식이 내일도 최선의 방식일지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결국 인류가 석기 시대로 되돌아가지 않는 한 ‘예측-탐색-적응’을 지속적으로 반복할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오랫동안 애자일 코치의 역할은 점점 중요해질 것이다. 이제 애자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다.

필자소개 조승빈 삼성전자 애자일 코치 selfothercontext@gmail.com
필자는 애자일 확산을 통한 일하는 방식 및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다양한 회사에서 애자일 코치로 근무했다. 현재는 삼성전자에서 애자일 코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주요 번역서로는 『테크니컬 리더(Becoming a technical leader, 제럴드 M. 와인버그 지음)』 『칸반(kanban, 데이비드 J. 앤더슨 지음)』 등이 있고, ‘Self, Other and Context(http://selfothercontext.com)’라는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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