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겸의 Sports Review

팀워크 갉아먹는 ‘감독 아빠-선수 아들’

257호 (2018년 9월 Issue 2)

허웅(25)의 소속팀과 포지션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허훈(23)이 어떤 스타일로 플레이하는지 아는 사람은 또 얼마나 있을까? 이들이 농구선수라는 것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허웅, 허훈 선수 아버지가 허재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언론과 대중의 관심으로만 보면 아버지 덕분에 두 선수는 초라한 성적으로 돌아온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대표팀 최고 스타(?)가 됐다.

이 두 선수에 대한 특혜 논란은 아시안게임 전부터 예고된 것이다. 허재 감독이 대표팀 감독이 된 이후 이 둘은 사실상 붙박이로 대표팀에 발탁됐다. 허웅은 KBL 올스타에 뽑힌 적도 있고 허훈은 KBL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프로에 진출한 선수이니 이들이 실력이 형편없는 선수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과연 이들이 대표팀에서 항상 기회를 독점해야 할 만큼 각자 포지션에서 경쟁 선수들보다 좋은 기량을 보여줬다고 생각하는 전문가나 팬들은 많지 않다. 이 선수들에 대한 평가는 좋게 봐야 국가대표팀 후보 선수 정도다.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도 매끄럽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구성 당시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포워드진 보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허훈을 교체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허재 감독이 ‘책임지겠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두 선수 모두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부진했다. 특히 허훈은 8강전 이후부터는 아예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대표팀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것에 비해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는 동메달 획득에 그쳤다. 결국 아시안게임 직후 허재 감독은 대표팀에서 물러났으며 허웅, 허훈 형제도 나란히 대표팀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미국 NBA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오스틴 리버스(Austin Rivers)가 로스앤젤레스 클리퍼스(Los Angeles Clippers)와 3년간 3300만 달러에 FA(Free Agent) 계약을 맺었다. 그의 아버지 닥 리버스(Doc Rivers)가 GM(General Manager) 겸 감독이었다. 오스틴 리버스가 이런 계약을 맺을 만한 자격이 있는 선수인지 논란이 불거졌다. 오스틴 리버스는 계약 당시 FA 시장에 나와 있던 동급 선수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평균 득점과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공격 기여도가 비교 대상들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으며 필드골과 3점 슛 성공률이 평균 이하로 공격의 효율성도 뒤떨어지는 선수 중 하나였다. 그렇다고 수비력을 높이 평가받는 선수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하거나 조금 더 나은 기량을 보여준 선수들보다 많게는 5배 이상 높은 금액에 계약을 맺은 것이다. 오스틴 리버스가 비교적 어린 선수이고 5년 차에 들어서는 그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2년 연속 NBA MVP를 받은 최고의 선수 스테판 커리(Stephen Curry)의 5, 6년 차 연봉이 각각 900만 달러와 1000만 달러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약하다. 따라서 오스틴 리버스는 아버지 덕분에 막대한 직업적·금전적 혜택을 누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계약 후 오스틴 리버스는 그저 그런 선수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선수들도 ‘감독님 아들’과 한 팀에서 뛰는 것에 대해 못마땅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오스틴 리버스는 재계약 2년 만에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됐다. 아버지 닥 리버스가 사장직에서 물러난 후에 말이다.



이와 같은 네포티즘(Nepotism), 즉 자식이나 친인척에게 특혜를 주는 일은 스포츠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치, 경영, 연예, 종교 등에 걸쳐 쉽게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김삼환, 김하나 목사의 명성교회 부자 세습은 해당 교단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딸, 사위를 비롯해 일가친척들을 주요 공직에 임명했다. 최근에는 2세 연예인들이 부쩍 늘어났는데 긍정적인 여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배우 조재현의 딸 조혜정이 누린 방송 출연 기회가 공정한 것인지, 걸그룹 소녀시대 써니가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의 조카가 아니었으면 소녀시대 멤버가 될 수 있었을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 한다. 갑질과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지르면서 자격 논란을 빚고 있는 대한항공 총수 일가문제를 비롯해 경영 분야 사례는 셀 수도 없을 지경이다.

이런 네포티즘은 그렇게 나쁜 것인가? 그렇다. 캘리포니아주립대의 존 피어스(Jone, L. Pearce) 교수(2015)는 지난 70년간 연구를 종합해 네포티즘은 매우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 모두에게 항상 나쁘다는 결론에 이르렀으며 증거가 도저히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많고 확실하다고 말했다. 네포티즘은 조직의 성과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구성원들 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보상과 평가에 대한 불만을 높이며, 업무 동기를 저하시키는 등 수많은 문제를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돼 있다. 또한 연구 결과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이 이런 네포티즘의 폐해를 피부로 느낀다. 『How the mind works』의 저자 스티브 핑커(Steve Pinker) 교수는 네포티즘은 조직을 무너뜨리는 파괴적인(subversive) 불온한 행동으로 인류가 무리(band) 사회를 이룬 이후 언제나 제거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고민은 이러한 네포티즘이 우리 사회에서 줄어들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1980년대 초반만 해도 우리의 과거, 특히 조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미개한 유물로 여겼던 것이 조선시대의 신분제도다. 부모에 의해 양반, 상놈의 신분이 결정되고 그 신분에 따라 직업과 미래가 결정되는 조선의 반상제도는 많은 사람의 조롱의 대상이었으며, 불합리한 신분제도를 극복하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대한민국 사회를 자랑스러워하는 근간이 됐다. 신분제도의 역사적 진보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은 우리 사회 발전의 핵심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최근 흙수저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미개한 신분의 세습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네포티즘은 본능에 해당한다. 사람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무조건적인 사랑과 헌신을 베푸는 존재다. 자식을 위해선 뭐든지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허재 감독과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자신이 해 줄 수 있다면 욕을 먹더라도 해주고 싶지 않겠는가? 자신의 자식이 다른 선수들보다 가능성이 없어 보일 수가 있겠는가? 이해는 가지만 네포티즘의 폐해는 너무도 분명하다. 가장 단순한 대책은 부모에게 자식을 선발하거나 평가할 자격을 주지 않는 것이다. 같은 조직에서 일하지 않으면 된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차녀가 아버지 기업에 취직하지 않고 군대에 갔다가 중국 회사에 취업한 것을 많은 이가 칭찬하는 이유가 있다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ykim22@snu.ac.kr
필자는 서울대 체육교육과 학사와 석사를 거쳐 플로리다대에서 스포츠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플로리다주립대에서 7년간 재직하며 종신교수직(tenure)을 받았다. 현재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등 국제 저명 학술지 편집위원과 대한농구협회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European Sport Management Quarterly』 등 국제 저명 학술지에 8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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