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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로이어 브랜딩’시대

황희승 | 183호 (2015년 8월 Issue 2)

인재 영입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국내 대기업 채용 웹사이트를 살펴보면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한 포지션을 채용 중인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만큼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서 많은 국내 기업이 헤드헌팅 회사를 쓴다. HR팀만으로 인재를 영입하는 데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의 인재 채용 과정은 다음과 같다. 헤드헌팅사가 후보자를 찾는다. HR팀이 검증한다. 각 분야 임원과 직원이 동원돼 여러 차례 후보자를 면접한다. 이 과정에서 드는 노력은 어마어마하다. 단순히 참여자들의 시간 급여만 따져도 수백만 원 이상 나간다. 고용에 성공한 경우 헤드헌팅 사에 지불하는 해당 임직원 연봉의 30%에 해당하는 비용은 별도다.

 

경총이 발표한 ‘2014년 신입사원 채용 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 비율은 25%를 넘는다. 전년도보다 더 높아진 수치다. 기업들은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 점점 입사 절차에 공을 들인다. 그러나 신입사원이 1년도 일하지 않고 퇴사하는 비율은 점점 높아진다. 시간과 돈, 심지어 외부 전문가까지 써도 떠날 사람은 떠난다는 거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남의 눈에 티끌은 봐도, 제 눈에 들보는 못 본다는 속담을 떠올렸다. 기업은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후보자에 대해 고민한다. 기업의 인재 평가 제1 기준은이 사람이 지금 우리 회사의 사업을 수행하기에 이상적인 인물인가. ‘인재상이란 이름으로 회사 문화에 맞는 사람인지도 따져본다. 하지만 인재상에 꼭 맞는 사람이 입사했다 해도, 그가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회사가 갖췄는지는 알 수 없다.

 

인재 채용 과정에서 자사의 문화와 환경을 돌아보는 기업은 흔치 않다. 회사에는 모두 고유한 문화와 환경이 존재한다. 작게는 사내 업무용 프로그램, 호칭, 복장 규정, 사무용품 같은 것부터 시작해 크게는 직급 체계, 인사 평가, 보상 방식 등이 있다. 모두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 환경이다. 아무리 훌륭한 인재라 해도 기업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성과를 낼 수 없다.

 

국내외 기업 3∼4곳에서 훌륭한 성과를 낸 임원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유독 국내 한 대기업에서만 별 업적을 이루지 못하고 금세 퇴사했다. 그는 그 대기업의 문화를 자신이 저성과를 낸 원인으로 지목했다. 해당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가너무 꼼꼼해서 외부 영입 인재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아무리 훌륭한 인재라 해도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면 채용에 들인 돈과 시간은 투자가 아니라 낭비가 된다.

 

잡플래닛 창업 이전, 그루폰 코리아 대표로 일할 때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 그때 채용한 A란 직원은 최고의 인재였다. 과거의 기록도, 면접 경험도 모두 좋았다. 하지만 그 인재는 회사에서 별 역할을 하지 못하고 단기간에 회사를 떠나버렸다. 회사가 그의 일하는 방식이나 성격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의 인재 영입은 뿌리부터 달라져야 한다. ‘최고의 인재를 뽑으면 잘하겠지’ ‘우리가 뽑아주는데 당연히 오겠지란 생각으론 안 된다. ‘우리와 잘 맞는 사람을 뽑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기업과 후보자의궁합을 보는 것이다. 예컨대, 채용 과정을연애, 재직 기간을결혼으로 보는 식이다. 결혼을 전제로 한 연애가 무조건 좋은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내게 맞는 사람을 찾는 과정인 것처럼 기업의 인재 영입 방식 역시 좋은 짝을 찾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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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희승

    - 2009년 고급 레스토랑 전문 소셜커머스 ‘베스트플레이스’를 창업
    - 독일 창업 전문회사 로켓인터넷 한국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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