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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옆자리 동료가 성격장애자라면?

129호 (2013년 5월 Issue 2)

 

 

편집자주

오랫동안 CEO들을 대상으로 심리클리닉 강좌와 상담을 진행해온 신경정신과 전문의 양창순 마인드앤컴퍼니 대표가 리더들에게 필요한 마음경영 방법을 제시합니다. 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는 경영자들이야말로마음의 힘이 중요합니다. 마음을 강하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통해 인생을 변하게 하는 마술 같은 힘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인간은 인간관계에서 행복을 추구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진실한 관계를 맺었을 때 행복하다고 느낀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업무가 세분화될수록 다른 사람의 존재를 더욱 필요로 한다. 수평사회에서는 개인의 의견이 중요하고 토론이나 비평도 활발하다. 수평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대인관계에서 더 능숙해질 필요가 있다.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대인관계 능력이 정신적 건강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는세계와 관계를 갖는 방식으로 가장 건강한 것은 사랑을 통해 관계를 맺는 것이라며 이것을 통해 안정감과 통합감, 개별감(individuality)을 느끼게 된다고 주장했다.

 

요즘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말 중의 하나가사이코패스란 단어다. 사이코패스를 가려내는 체크리스트의 인터넷 조회 수가 많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물론 간단한 체크리스트로 사이코패스 여부를 가려낼 순 없겠으나 우리 사회가 성격장애자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이코패스까진 아니라도 주변엔 분명 문제를 일으키는 성격장애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일터에서 보낸다. 직장에서 만나는 상사와 동료, 부하직원 등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문제는 이들 중 별의별 유형의 사람들이 다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상담할 때면 동료들과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털어놓는 환자들이 많다. 사례도 다양하다. 힘들게 기획안을 내놓으면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위에 올리는 상사가 있다.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멋대로 구는 부하직원도 있다. 아부에는 천부적인 소질을 타고나서 앞서 가는 동료들도 있다. 이래저래 하루에도 열두 번씩 울화가 치밀어서 견디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바로 옆자리에 붙어 앉은 부하직원 두 명이 일 년 이상 서로 말을 하지 않는 바람에 곤혹을 치른 상사의 사례도 있었다. 따끔하게 혼을 내고 술자리에서 화해도 시켰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들의 소통 부재로 프로젝트 하나가 엎어졌고 책임은 고스란히 상사에게 돌아왔다. 그는형편없는 녀석들을 부하직원으로 만난 운수를 탓해야 할지, 아니면 정말 자신이 무능한지 헛갈리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위에서 책임을 지라고 하니 어쩔 수 없었지만 억울함과 분노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흥미로운 것은 만약 문제의 두 직원에게 물어보면 이들도 분하고 억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경우에서는 대체로 자신은 잘못하지 않았고 동료직원의 성격이 이상해서 자신이 당했다고 주장한다. “더러운 성질에 맞추려고 참을 만큼 참았다. 끝장을 낼까도 싶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나만 손해다 싶어서 그저 말을 안 섞고 지내는 걸로 내 자신과 타협을 봤다. 날더러 어쩌란 말이냐? 나만 탓하는 건 너무 불공평하다.” 대체로 이런 식이다. 물론성질 더럽고 사이코 같은옆자리 동료 역시 비슷한 말을 할 것이다. 모든 조직에서는 이와 비슷한 내부 갈등으로 시간과 인력을 허비한다. 이런 경우 생산성 저하로 이어져서 결국 조직에 치명적인 경제적인 손실을 입힐 때도 있다.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하는 것이 있다. 나를 분노하게 만드는 형편없는 동료들이 과연 진짜 성질 더럽고 삐딱한 사람일까. 이들 중에는 단지 서로 소통되지 않기 때문에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술자리라도 만들어서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으면 서로 미안해하는 경우도 많다. 화해를 하고 잘 지내지는 못해도 그럭저럭 상대방을 받아들이게 된다.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단지 나와 다르기 때문이란 것을 인정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동료들이 아니다. 이들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도 치명적인 해를 입히는 일은 거의 없다. 진짜 문제는 병적인 성격장애자들이다. 반사회적인 인격 장애자가 여기에 해당된다. 성격장애자 중에는 의외로 차분하게 업무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결정적인 순간에 터무니없는 문제를 일으키기 전까지는 그의 진짜 모습을 알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지나치게 의존적이거나 병적인 강박증과 편집증을 가진 성격장애자들 중에는 매우 교묘한 방법으로 상대방을 괴롭히는 유형도 있다. 괴롭힘을 당하는 당사자는 미칠 것 같은데 주변에선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 없을 때도 많다.

 

그래서 자신이 놓인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내가 먼저 분노하고 감정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다. 이들의 행동에 대해 참지 못하는 이유는세상에 어떻게 저렇게 형편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나하는 분노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세상엔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다 존재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성격장애자들 역시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을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되 내가 먼저 감정적으로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상대방의 결점을 고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상대방이 잘못된 길로 가면 올바른 방향을 가르쳐 주고 싶어 한다. 그리고 상대방은 대부분 이런 지적을 선의로 받아들여 방향을 바로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성격장애자들은 이런 것을 선의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비난이나 충고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비난이나 충고는 성격장애자가 아니라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가 있다. 성격장애자들에겐 내면의 악을 더 키우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세 번째 방법은 상대방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가능하면 시시비비를 가릴 수 없을 정도로 간격을 벌린다. 그런데도 상대방 때문에 피해를 당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럴 때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 물론 현실이 만만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과 마찰이 생길 때는 직접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대신 상황에 맞는 적절한 방법을 찾아서 대처하는 길밖에 없다.

 

 

 

양창순 마인드앤컴퍼니 대표 mind-open@mind-open.co.kr

양창순 대표는 정신과, 신경과 전문의로 현재 마인드앤컴퍼니 대표다. 연세대 의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성균관대에서 주역과 정신의학, 리더십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두 번째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정신의학회 국제회원, 미국의사경영자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마음을 읽다> <미운 오리새끼, 날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등 자기계발, 대인관계, 리더십을 주제로 한 책들을 10여 권 넘게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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