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노동자 힐링 방안
힐링 열풍 어떻게 볼 것인가?
바야흐로 ‘힐링’의 시대가 도래했다. 힐링이라는 제목이 들어간 TV 프로그램에는 수많은 유명인들이 나와 자신이 과거에 경험한 아픔과 한을 이야기하고, 서점에는 힐링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힐링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최근 급작스럽게 ‘힐링 열풍’을 겪으면서 이와 관련된 일련의 사회적 현상과 이슈들을 이끌어내고 있다.
기업 차원에서 힐링 열풍은 힐링 코드를 활용한 마케팅 기법이나 새로운 고객 접근법으로 발전되고 있다. 특히 조직 내부적으로는 조직 구성원들이 경험하는 업무 스트레스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부 조직원, 특히 콜센터 직원이나 항공승무원처럼 직업상 어떤 상황에서도 친절해야만 하는 감정노동자들의 심리적 힐링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접근법이나 해결책이 미흡한 상황이다.
TV 예능프로그램 중 하나인 개그콘서트의 ‘정여사’라는 코너는 고객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쓰지만 ‘을’일 수밖에 없는 점원이 결국 눈물을 머금고 ‘갑’인 고객의 요구를 들어줘야만 하는 상황을 잘 묘사해 인기를 얻고 있다. 시청자들은 과장된 고객의 요구와 희화화된 점원의 행동을 보면서 웃음을 짓긴 하지만 내심 쓴웃음과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동병상련’을 느끼며 이를 시청하는 감정노동자들은 아마도 자신이 겪었던 수많은 에피소드와 더불어 자신의 입장에 대한 마음 아픔을 느낄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고객의 힐링과 정서적인 만족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이에 따라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와 고객 만족을 강조하다 보니 정작 힐링에 대한 열풍이 조직 내부 구성원들이나 서비스 관련 직무 수행자에게는 더 많은 업무적 부담과 요구를 부과하는 등 반(反)힐링적 현상을 유발하고 있기도 하다.이에 본 글에서는 조직의 가장 일선에서 기업의 가치와 성과를 담당하는 과정에서 강한 감정노동과 다양한 당위적 요구에 희생되고 있는 감정노동자들의 힐링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즉 서비스직과 같이 강한 감정노동을 경험하는 내부 직원들을 힐링하는 일의 중요성과 더불어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힐링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마음이 힘들고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보다 즐겁고 만족감을 찾으면서 덜 힘들게 일하는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힐링의 개념과 정의
힐링은 사실 새롭거나 혁신적인 개념은 아니다. 최근에 부각되고 있는 힐링 현상은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미 유사한 여러 개념들이 있어왔으나 힐링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힐링의 사전적 의미는 ‘건강한 심리적/신체적 상태로 회복하기 위한 치유 혹은 복원과정’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최근의 힐링 현상은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했던 심리적인 측면의 치유와 복원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와 같은 점들을 고려해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조직 관리 차원에서 힐링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의한다면 ‘업무적 및 개인적 생활상에서 받은 심리적 상처나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해결해 원래의 건강하고 긍정적 심리상태가 되도록 치유함으로써 높은 업무 수행의 질을 유지하고 궁극적으로 긍정적 성과를 도출하는 과정’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이때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두 가지다. 첫째, 힐링이란 신체적 문제뿐 아니라 심리적인 측면을 포괄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개념이라는 점이다. 이는 최근의 힐링 열풍이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여겨져 왔던 심리적인 측면에 대해 더욱 강조되고 있다는 앞의 설명에서 이미 지적한 바 있다. 두 번째 핵심적 고려 사항은 예방 차원의 힐링이다. 힐링은 비록 치유와 회복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정의되지만 보다 적극적인 측면에서는 상처에 대한 치유와 회복을 넘어 상처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적 차원에서의 활동들까지 포괄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서비스직 종사자를 위한 감성관리 모형
서비스직의 경우 업무상 자신뿐 아니라 항상 고객이라는 외적 변인이 존재한다. 서비스직 수행자들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이고 일반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만 서비스의 질이나 만족도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고객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그때그때 고객의 기분이나 상태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서비스직의 경우 업무 수행의 성과나 결과가 본인의 노력 여부와는 별개로 고객이 느끼는 주관적인 만족도나 정서적 상태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이와 같은 업무 특성 및 고객과의 관계를 기초로 해 서비스직을 위한 감성관리 모형(Emotional Management Model for Service Job·EMM-S)을 구성할 수 있다. 이는 저명한 심리학자인 대니얼 골만(Daniel Goleman)의 정서지능(Emotional Intelligence) 모형을 기초로 재구성한 모형이다. (그림 1) 우선 정서지능은 감정을 효율적으로 파악해 상황에 맞게 행동하고 대응하는 능력으로 ‘자기(Self) vs. 타인(Other)’ 및 ‘인식(Awareness) vs. 관리(Management)’라는 기준에 따라 크게 1) 자기 인식(Self-Awareness, 정확한 자기 진단) 2) 자기 관리(Self-Management, 감정 제어) 3) 사회적 인식(Social Awareness, 감정 이입) 4) 관계 관리(Relationship Management, 팀워크/협동)라는 네 가지 역량으로 구분된다. 이 틀에 따라 EMM-S를 재구성해 보면 우선 자기(Self) 차원은 서비스직 업무 수행자(Self-Oriented) 차원으로, 타인(Other) 차원은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Customer-Oriented) 차원으로 각각 치환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인식(Awareness) 차원은 서비스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신 및 고객의 정서적인 상태에 대한 인식 및 통찰(Awareness & Insight)로, 관리(Management or Regulation) 차원은 고객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자기감정관리 및 고객감정관리로 대응시켜 볼 수 있다.
즉 EMM-S는 대상자 차원과 솔루션 차원으로 나눠 볼 수 있으며 대상자 차원은 본인(Serving Person)과 고객(Serviced Person)으로, 솔루션 차원은 정서적 단서들에 대한 인식과 통찰 정도 및 정서적 상태에 따른 대처와 관리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개념적 분석틀에 따라 서비스직 종사자들이 수행해야 하는 주요 감성관리 영역을 구분하면 1) 자기감성인식 2) 고객감성인식 3) 자기감성관리 4) 고객감성관리 등 4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그림 2) 즉 자기감성인식 능력은 업무 중 발생하는 고객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부정적 혹은 긍정적 정서를 인지하고 파악하는 능력을 말하며, 고객감성인식 능력은 업무 중 고객의 부정적 혹은 긍정적 정서를 인지하는 역량이다. 한편 자기감성관리 능력은 자신의 부정적 정서를 해결하고 긍정적 정서를 향상시키기 위한 능력을 가리키며, 고객감성관리 능력은 고객의 감성적 상태에 따른 적절한 대응 및 고객과의 갈등이나 대립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능력과 관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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