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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진단 4단계 프로세스

실행 없는 진단은 자원 낭비

박광서 | 53호 (2010년 3월 Issue 2)

바람직한 조직이란 과연 무엇을 뜻할까. 몇 가지 요건이 있다. 첫째, 중장기 전략, 경영 목표, 최고 경영층의 의지를 구현하고 그 변화 방향을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데 적합한 조직이어야 한다. 둘째, 기업을 둘러싼 외부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해 미래의 환경 변화에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가져야 한다. 셋째, 외부 환경에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는 관리 능력을 자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문제는 많은 기업들이 급격한 환경 변화에 생존하기 위한 혁신과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우리 회사의 문제점이 무엇이며 어느 정도로 문제인가?’ ‘무엇을 바꿔야 하며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가?’ ‘어느 정도 효과가 기대되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조직 진단이다.
 
조직 진단 방법론
조직 진단을 통해 지속적인 변화 및 혁신 역량을 강화하려면 상시적이고 전문적인 조직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조직 진단은 그 목적, 분야, 활용 방안에 따라 진단 대상 및 접근 방법 또한 엄청나게 달라진다. 따라서 조직 진단의 목적과 활용 방안을 분명히 하는 일이 조직 진단 전 단계에서 이뤄져야 한다. 조직 진단의 실제 작업은 크게 조직 역량 진단, 조직 구조 진단, 조직 운영 및 인사 체계 진단, 추진 계획 수립이라는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각 절차 및 방법을 알아보자.
 
1조직 역량 진단
조직 역량 진단은 기업 비전과 전략 실행 주체인 조직 구성원들의 축적된 역량을 진단하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기업 전략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또 성과를 가져오는 동인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 과정을 거쳐 조직에 필요한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를 정의해야 한다.
 
역량 진단은 크게 조직의 핵심 역량 정의와 핵심 역량 평가의 두 단계로 이뤄진다. 역량 진단은 조직 구조 진단, 운영 및 인사 체계 진단과 병행하여 진행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구조나 인사 체계 진단보다 먼저 진행하는 게 좋다. 회사가 바라는 핵심 역량과 실제 핵심 역량 차이를 발견하고, 차이별 원인에 대한 가설을 세워 조직 구조 및 운영 체계의 문제점과 연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 역량 정의는 해당 기업의 성공에 가장 핵심적인 역량이 무엇인지를 규정하기 위한 작업이다.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전략을 분석한 결과, ‘성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된다면 신시장 개척, 혁신 유도, 새로운 방식의 고객 대응법 등이 조직의 핵심 역량이 될 것이다. 자사의 핵심 가치가 제품 및 서비스의 차별화라면 전략적 리더십,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 개발 등이 핵심 역량으로 꼽힐 수 있다. 이렇게 도출한 몇 가지 핵심 역량들을 상대적인 중요성 및 현재 성과 수준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작업이 역량 평가다. 각 역량은 평가 기준별 5점 만점으로 점수를 부여한다. 자사 조직의 점수와의 차이를 통해 자사의 핵심 역량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표1) 역량 평가 분석표를 통해 전략적 중요도가 높거나, 전략적 중요도는 높지만 성과 수준이 낮은 핵심 역량을 파악해 집중 개발해야 한다.
 
평가 결과 매트리스에 각 핵심 조직 역량을 할당하면 각 영역별 정합 수준, 과잉 정도, 우호적 차이와 비우호적 차이를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핵심 역량을 개선하기 위한 조직 구조, 운영 및 인사 체계 관점에서의 진단 및 해결책도 찾아볼 수 있다.(그림1)

2조직 구조 진단
조직 구조는 기업의 내부 자원 및 정보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우리 조직이 핵심 역량에 적합한 구조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전략 적합성, 관리 구조 적합성, 업무 활동 적합성 등 3가지 관점에서 조직 구조를 진단해야 한다.(그림2)
 
1)전략 적합성 진단 전략 명확화와 조직 역량 진단을 통해 마련한 조직 변화 솔루션과 현재 조직의 구조가 잘 맞아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기존 사업에 안주함으로써 매출과 이익이 정체되는 위기를 맞이하던 휴렛팩커드(HP)는 위기 극복을 위해 제품 중심의 회사에서 인터넷 서비스 중심의 회사로 변신하기로 했다. 문제는 HP 내에 무려 130여 개 제품 그룹이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HP는 인터넷 서비스 중심 회사로 변신하려는 회사의 목표와 달리 조직 구조가 지나치게 방만하고 방대하다는 판단하에 130개 제품 그룹을 불과 4개 사업 부문으로 대폭 축소했다. 과거에는 각 그룹에서 각자 자신들의 개별 제품을 판매하는 데만 힘썼지만 조직 개편 이후 HP 직원들은 여러 제품 간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고객들에게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2) 관리 구조 적합성 진단 자사가 효율적인 관리 구조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진단하는 일이다. 일선 구성원에서 최고 경영층에 이르는 관리 계층 수를 의미하는 관리 단계, 한 관리자가 직접 감독하는 하위 직급자 수를 의미하는 통제 범위, 최종 의사결정이 진행되는 의사결정 과정이 적절한지를 분석하는 작업이다. 관리 계층이나 관리 범위는 업무 성격, 임직원의 역량 수준, 커뮤니케이션 및 정보 소통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타워스 왓슨이 세계 105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세계 기업들의 평균 관리 계층은 5.0개, 관리 범위는 평균 7.8명으로 나타났다. 현재 조직 구조보다 신속하고 유연한 대처가 필요한데 자사 관리 계층과 관리 범위가 각각 5.0개, 7.8명이라는 평균치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면 이 관리 계층과 범위를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 식품 업체인 N사를 사례로 들어보자. 최근 몇 년간 수익률 하락을 경험한 N사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었다. 특히 N사의 성공 기반이었던 기능 중심형 조직 구조 및 최고경영자(CEO) 중심의 리더십 체제에 대한 내외부의 비판이 커지자 조직 진단을 의뢰했다. 진단 결과, 몇 가지 문제점이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최고 경영층의 관리 범위가 다른 직급의 관리 범위에 비해 지나치게 넓다는 점이었다. N사 대표이사의 관리 범위하에는 무려 17명이 존재했다. 이는 본부장 4.8명, 부장 5명, 팀장 및 과장 4.3명이라는 다른 직급의 인원에 비해 평균 3배 이상 많았다. 때문에 의사결정 속도 또한 매우 느렸고, 각 부서별 조정이나 원활한 의사소통도 힘들었다. 성과 단위 구분 및 추적 역시 힘들어 각 시장별 수익 창출에 대한 책임과 보상도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대표이사에게 과도하게 쏠린 관리 범위와 의사결정 권한을 적절히 분배하는 게 N사 조직 진단의 핵심이었다. 이에 N사는 부서를 사업부 형태로 개편해 각 사업부를 관할하는 본부장에게 현재보다 훨씬 많은 책임과 권한을 부여했다. 사업부별 책임 소재가 명확해지자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가 놀랍도록 빨라졌고 손익 관리도 훨씬 분명해졌다. 특히 조직 진단 과정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지 않은 일상 업무를 과다하게 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 마케팅 부서의 변신이 두드러졌다. 이후 마케팅 부서는 N사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3) 업무 활동 적합성 진단 기업이 자원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있는지를 진단하는 작업이다. 전체 업무 활동 수행 현황을 분석해 업무 수행의 집중도 및 분산도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업무 활동 효율성을 분석해야 한다. 성장 전략을 핵심 가치로 삼은 기업이 신시장 개척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 대신 재무 부서에 더 많은 인재 및 내부 자원을 할당하고 있다면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거듭 말하지만 모든 조직 진단은 회사 핵심 가치와 전략과 일치해야 한다. 핵심 역량을 담당하는 기능이나 조직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자원과 인력을 배분하도록 해야 한다.
3운영 및 인사 체계 진단
조직 성과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인사 제도 및 운영 체계를 진단하는 작업이다. 인사 제도는 평가 및 보상, 직급 및 승진, 교육 및 훈련, 채요, 복리 후생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특히 회사가 현재 개인의 성과 관리 체계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으며, 현 체계가 회사의 핵심 가치와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진단하는 게 중요하다.(그림3)

타워스 왓슨이 성과 관리 체계 진단을 한 S사 사례를 보자. S사는 조직 규모가 커짐에 따라 회사의 전체 목표와 조직 구성원 개개인 목표가 가지는 연관성이 점점 약화되고 있었다. 진단 결과, 개개인의 성과 관리 지표의 개수가 지나치게 많아 조직 구성원이 회사에서 자신에게 요구하는 핵심 업무와 기대치가 무엇인지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부서 평가와 개인별 평가의 명확한 구분도 이뤄지지 않았고, 성과 결과를 진단하는 지표는 많았지만 과정을 관리하는 지표는 별로 없어 지속적인 개인별 성과 관리도 어려웠다. 평가 방식 또한 절대 평가에 기준한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S사는 개인별 성과 관리 지표 수를 줄여 각 개인이 반드시 성취해야 하는 핵심 목표에만 집중하도록 했다. 상대 배분율 도입을 통해 부서 간 형평성을 유지하고 우수 성과자의 판별력도 강화했다. 또한 평가 결과를 반영할 때 부서 평가 결과는 부서원들의 인센티브 지급률과 연계시키고, 개인 업적 평가 결과는 기본 연봉 인상률 및 승진, 개인 역량 평가 결과는 교육 기회와 연계시켰다.

4추진 계획 수립
영역별 진단에서 도출한 다양한 개선 과제의 우선순위를 선정하고 각 개선 과제별 소요 기간을 고려, 일정을 수립하는 단계다. 여러 개선 과제들을 동시에 빠른 시간 내에 진행할 수는 없다. 조직의 자원과 투자 가능한 시간은 제한되어 있으므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우선순위를 선정할 때는 시급성과 효과성을 기준으로 핵심 추진 과제, 전략 과제, 운영 과제 및 선택 과제로 구분할 수 있다. 4가지 과제 중 최우선 순위에 있는 건 당연히 핵심 추진 과제다. 이후에는 회사의 핵심 전략이 속도를 요하는 일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면 운영 과제를, 다양한 파급 효과가 필요한 일과 연관되어 있다면 전략 과제를 먼저 처리하는 게 좋다.

조직 진단의 핵심 성공 요인
첫째, 다양한 관점에서 조직 및 조직의 연계성을 이해해야 한다. 조직은 기업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된 집합체다. 급속한 경영 환경 변화로 조직의 구조나 조직이 당면하는 문제 또한 점점 복잡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이는 어떤 조직이나, 어떤 문제에서건 단 하나의 원인 때문에 해당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은 매우 드물다는 점을 뜻한다. 문제는 항상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때문에 한 문제에 관련된 여러 이슈, 여러 조직의 구성 요소들을 잘 이해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둘째, 기업의 전략과 특수성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 조직 진단을 하기 전에 기업이 속한 산업 환경 및 전략을 이해하는 게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기업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지, 어떠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는 다 다르다. 때문에 이에 따라 차별적으로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 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다면 기업이 가진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어려우며 해결 방안 또한 바르게 도출하기 어렵다. 기업의 전략 및 특수성 이해를 통해 기업에 따라 차별적 맞춤 해결 방안을 제공할 수 있고, 실행력도 높일 수 있다.
 
셋째, 진단은 실행을 위한 첫 단계다. 기업들이 개선 및 혁신 요구를 절감하고 이를 위해 대대적인 조직 진단 작업을 추진한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컨설팅 업체 또는 설문 조사를 통해 진단된 이슈 및 개선 과제에 대한 확인만으로 만족해할 때가 많다. 조직 진단의 역할을 조직 내부에서 예상했던 문제 및 원인 규명에 대한 확인 작업쯤으로만 여기는 기업들이 많다는 뜻이다. 이런 기업에서는 아무리 진단 주체를 바꾸어 다양한 조직 진단을 실시한다 해도 매년 동일한 문제점만 나타날 뿐, 문제의 개선은 이뤄지지 않는다. 진단 비용 등의 문제로 조직 진단에 대한 경영층의 불신은 깊어지고 조직원 또한 별 효과도 없는데 왜 귀찮게 이런 작업을 계속해야 하는지 의구심을 가질 뿐이다. 실행이 뒤따르지 않는 조직 진단은 무의미한 자원 낭비에 불과하다. 아무리 훌륭한 개선 과제와 실행 방안을 찾아내더라도 현업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시행하지 않는다면 백약이 무효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박광서 | - (현) 페이 거버넌스 아시아 총괄 부회장
    - (현) 이화여대 경영대 겸임교수
    - TOWERS PERRIN Managing Principal (Global)
    - 아모레퍼시픽과 고려제강 상임고문 역임
    - 한국 인사관리학회 부회장
    ryan.park@towersperr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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