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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체적 관점의 조직 진단법

기업은 살아 있다: 유기적 진단을 잊지 말라

정지영 | 53호 (2010년 3월 Issue 2)

“지금 우리 조직이 사업하는 데 적합한가? 별 문제가 없나?” 언제나 경영자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들이다. 특히 연말 연초에는 임원 인사나 조직 개편과 맞물려 이 고민의 깊이가 더해간다. 때문에 어떤 회사들은 정기적으로 조직 진단을 실시하고 그에 따른 후속 작업들을 추진한다. 설사 정기적인 조직 진단을 실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조직 진단이라는 작업을 해보지 않은 회사는 단 한 곳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회사들이 하고 있는 조직 진단 작업에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는 회사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일부를 제외하면 원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회사들이 훨씬 많다. 그 이유는 다음 3가지다.
 
조직 진단 후에도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
첫째, 조직 내부의 정치적, 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공식적인 조직 구조 및 업무 프로세스에만 지나치게 집중한 조직 진단을 실시한다. 실제 직원들의 업무 수행 방식이나 내부 구성원들의 역량 수준에 대한 철저한 진단 없이 외적으로 드러나는 조직 계층, 보고 체계, 업무 분장 방식 등에서만 문제를 찾으려 한다는 뜻이다. 결국 이런 조직 진단을 통해 도출할 수 있는 해결책의 한계 또한 명확하다. 겉으로는 매우 논리적이며 선진적인 해결책으로 보일지 모르나 실제 이 해결책을 실행하다 보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나거나 아예 실행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도 나타난다. 최근 많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화를 추진하면서 외국 회사를 인수하거나, 현지 인력들과 함께 해외 조직을 만든다. 이럴 때 첫 번째 문제점이 종종 나타난다.
 
최근 중국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한 회사의 예를 보자. 진출 초기, 이 기업은 특히 중국 현지 인력들로 구성된 조직의 업무가 잘 진행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조직 진단 결과, 명시적인 업무 분장의 불명확성이 주된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단위 조직별 업무 분장서를 작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 진행의 효율성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당연하다. 기존 업무 분장서나 신규 업무 분장서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 중국 직원에게 효과적인 업무 수행 메커니즘에 대해 철저히 이해시키지 못한 게 주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을 효과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메커니즘이 명시적인 업무 분장서에 나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매일 일어나는 업무에 대한 상세한 지시, 철저한 규칙에 의한 세밀한 관리가 더 필요하다. 즉 공식적이고 명시적인 업무 분장서보다 관리자의 리더십 유형에 초점을 맞춘 조직 진단이 이뤄지고, 이에 따른 해결책을 도출했어야 했다. 

둘째, 지나치게 사람 중심으로 조직 문제를 파악한다. 특히 한국 기업에서 종종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 조직은 부사장급 인력이 7명인데 사업부 조직은 3개밖에 되지 않아 윗사람들끼리 서로 싸우는 문제가 발생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나머지 4명의 부사장이 맡을 수 있는 부서나 업무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식의 진단과 해결책을 내놓는 식이다. 위인설관(爲人設官·특정인을 위해 필요도 없는 벼슬자리를 새로 마련함)의 대표적인 예다. 사람을 중심으로 조직의 문제점을 진단하거나 조직을 구성하는 방식은 해당 조직의 핵심 사업 전략과는 무관한 조직을 구성하거나, 불필요한 업무 프로세스 및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발생시키는 문제를 야기한다.
 
셋째, 지나치게 시대 조류를 의식한 조직 진단법을 쓴다. 즉, 우리 조직에 내재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이 아니라 해당 시점에 가장 유행하는 경영 방식이나 방법론 등에 근거해 문제 아닌 문제를 만들어내는 상황이다. 한때 우리나라에도 프로세스 혁신이나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이 경영 화두로 떠올랐던 적이 있다. 이러한 개념의 도입으로 많은 회사들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조직 내부의 역량 수준, 정보 시스템의 완성도, 투자 여력을 고려하지도 않고 위 개념에만 근거해 조직 문제를 진단하고 프로세스를 바꾼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실제로 무턱대고 위 개념만 도입한 상당 수 조직들이 매우 오랫동안 성과 향상은 거두지도 못한 채 업무 혼란만 늘어나 큰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굴지의 한 금융업체는 몇 년 전 프로세스 혁신 개념을 도입해 전반적인 업무 개선 작업을 수행했다. 인사 분야에서도 업무 개선 및 전사적 자원 관리(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대면 접촉 등 사람의 비중이 큰 인사 업무의 특성이나 관행을 일률적인 ERP 시스템으로만 처리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국 이 회사는 엄청난 투자를 해서 구축한 ERP의 인사관리(HR) 모듈을 제거하고, 자체 시스템을 개발하는 경험을 겪었다. 당시 ERP 시스템의 준비도 미진했고 인사 혁신 프로세스를 운영할 만한 내부 인적 역량이 뒷받침되지도 못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자사 조직의 진정한 문제에 대한 고민보다 시대 조류에 부응해 조직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도출하려는 태도에 있다. 결국 의도와 달리 오히려 투자 손실만 입고 만 셈이다.

그렇다면 어떤 영역이 조직 진단의 핵심 영역이고, 어떤 관점과 틀(framework)을 가지고 진단해야 효과적일까? 조직 진단을 해야 할 핵심 영역은 ‘조직의 전략 목표 달성을 위해 각 부서별로 업무를 구조화하고, 구성원의 동기를 강화하는 독특한 방식’에 있다. 기술력, 품질, 가격, 지리적 근접성 등 과거 개별 회사들이 자사 경쟁 우위의 원천으로 여겼던 요소들은 현재의 글로벌 경쟁 시대에서는 더 이상 독보적인 경쟁 우위 원천이 아니다. 쉽게 모방할 수 있고,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다른 회사와 달리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근본 토양은 바로 조직 고유의 구조화 및 동기부여 방식에 있다. 우리 회사가 조직 구성원을 진정 각각 속한 조직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체계를 갖췄는지, 갖추지 못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엇인지에 관한 포괄적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 또 각 구성 요소들이 서로 합치(fit)되고 있는지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조직은 하나의 유기체다. 조직 구성 요소 하나하나도 중요하지만, 각 구성 요소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게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이런 관점에서 조직을 진단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개념 틀을 하나 소개한다.(그림1) 유기체라는 관점에서 해당 조직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려면 투입(Input) 요소인 환경, 자원, 역사에 대한 이해 및 진단이 필요하다. 또 주어진 투입 요소를 바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하고, 자사 조직이 보유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고 운영할지에 대한 사업 전략 진단도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 전략이 해당 조직 내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그 활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총체적인 회사 성과가 어떠한지를 단위 조직 및 개인별 성과를 통해 점검해야 한다. 조직을 구성하는 4가지 핵심 요소와 이에 따른 조직 변화 프로세스(Organizational transformation process)의 개념을 통해 올바른 조직 진단 및 해결책 도출 과정을 알아보자.
 
적합성 모델(Congruence Model)로
분석한 조직 진단의 4요소
조직을 구성하는 4가지 요소는 업무, 이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 업무의 구조와 방향성을 제시하는 공식적 조직, 조직 문화로도 칭할 수 있는 비공식적 조직(조직의 가치, 신념, 조직원의 행동 패턴 등을 포괄할 개념)이다. 4가지 요소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작용해야 궁극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1)업무 어떤 관점, 어떤 방식의 조직 진단이 이뤄진다 해도 그 출발은 업무 진단에서 시작한다. 업무의 성격, 복잡도, 흐름 등이 구체적인 진단 대상이라는 뜻이다. 업무를 진단할 때 두 가지 관점의 진단이 유용하다. 하나는 조직 역량(organizational competency) 관점의 진단, 다른 하나는 프로세스 관점의 진단이다. 조직 역량 관점의 진단은 해당 사업을 수행하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한 조직 역량을 먼저 규명한 뒤, 해당 역량과 관련 있는 업무를 어떻게 강화하고 효율화시킬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이는 핵심 사업 전개를 위해 어떤 업무를 중점 지원하고, 육성할지를 판단하는 데 유용하다.(그림2)
 
2)사람 사람을 진단하는 일은 앞서 언급한 업무 진단과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사람은 측정하고 관찰하기 쉬운 대상이 아니다. 이러한 한계점 때문에 과거 사람에 관한 진단은 조직 관리 방식, 보상, 복리 후생, 근무 조건 등에 대한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측정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특정 시점의 상황을 단편적으로 파악하는 데 지나지 않았다. 때문에 경영자에게 진단 결과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어떤 측면에 우선순위를 두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지에 대한 답을 주지 못했다. 이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경영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인정하는 핵심 요인에 대한 직원들의 인식을 체계적으로 진단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는 직원들의 업무 몰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검증된 모델을 가지고 진단해야 한다.

세계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최근 한국 기업들도 세계화의 관점에서 전 세계 직원들의 몰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무엇이고, 이 요인들에 대해 구성원들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이해하려고 애쓴다. 조직 운영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 중요성에 비추어볼 때 사람 진단에 쓰이는 모델은 충분한 연구를 통해 풍부한 사례와 시사점을 확보하고 있는 기법이어야 한다. 그중 한 가지가 바로 ‘6-Wheel 모델’이다.(그림3)
 
이 모델에서 설명하고 있는 6가지 요인은 구성원의 몰입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다. 따라서 6가지 요인들에 대한 직원들의 인식도를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개선책을 실행하는 것은 조직의 성과에 많은 영향을 준다. 이때 한 가지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이 모델을 통한 진단 결과는 반드시 진단 대상 구성원이 처해 있는 맥락(context)과 결부시켜 이해해야 한다. 특히 기업의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해당 국가에 대한 이해는 사람 진단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Wheel 모델에 근거하여 머서가 실시한 조를 보자. 조직 구성원들의 업무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에 관한 순위 조사 결과가 국가별로 완전히 달랐다.(표1) 동서양의 문화 차이야 그렇다 쳐도 영미권에서조차 판이한 결과가 나왔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한 국가, 특히 본사가 위치한 지역에서 조사한 결과에 근거해 글로벌 인사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여러 지역으로 검증 없이 전파하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진단 결과로 도출한 숫자를 숫자 그대로 해석하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업무 환경에 대한 글로벌 만족도 조사를 나타낸 <표2>를 보자. 이를 단순히 해석하면 인도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 환경에 가장 만족하고 있으며, 몰입도 또한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일본 직원들이 업무 환경에 대한 불만이 가장 높기에 몰입도 또한 낮을 거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해석은 현상을 정확하게 파악했다고 볼 수 없다. 더욱 엄격하고 정확한 해석을 위해서는 각 국가별 표준 및 역사적 데이터와의 비교를 통해 격차가 얼마나 나는지를 비교 분석하여 최종적인 해석을 해 내야 한다. 또한 그 격차를 보고 어디에 우선순위를 둘지 결정해야 한다.
 
조직 구성원의 몰입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한 검증된 모델을 가지고 조직 진단 작업을 수행해도 한 가지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즉, 이러한 진단은 직원들의 인식(perception)에 기반한 진단이라는 점이다. 직원들의 인식은 실제 직원들의 경험과 대체로 일치하긴 하지만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사람’에 대한 진단을 한 단계 발전시키려면 실제 직원들이 경험하고 있는 사안(employee experience)을 진단하는 작업을 추가해야 한다. 직원 경험을 정확히 이해하고 진단하려면 다양한 정량 데이터 분석을 통해 특정 현상에 대한 진단과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필자 역시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서 실제 직원들이 인식하고 있는 내용과 실제 데이터를 통해 검증한 결과가 상이한 사례를 여러 차례 경험한 바 있다. 국내 한 금융 회사 직원들은 자신들의 급여 수준이 경쟁 회사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직원 만족도 조사를 해보면 언제나 급여에 대한 만족도가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급여 수준은 동종 업계 회사나 유사 수준의 회사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 부분에 대한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경영층의 해명 노력도 없었기 때문에 직원들은 부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급여 경쟁력이 낮다고만 인식했을 뿐이다. 이처럼 특히 인식 조사를 통해 도출한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해결책을 도출하고자 할 때는 반드시 직원 경험에 대한 분석 작업을 병행하여 최종적인 해결책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그림4)

3)공식적 조직(외적으로 드러나는 공식적인 조직 구조)최고 경영층이나 조직 진단 및 설계 담당자들이 가장 주안점을 두는 영역이다. 실제 공식적인 조직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구성원의 행동이 쉽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을 진단하고 재설계하는 가장 현실적인 목적은 바로 이 공식 조직을 만들어내고 실행하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측면을 점검해서 조직 변경 여부를 결정하는 일이 필요할까? 현실에서 매우 다양한 관점과 방법이 존재한다. 따라서 특정 방법이 다른 어떤 방법보다 유용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아래 6가지 요인은 공식적 조직을 점검하고 진단할 때 꼭 필요한 요소다.
 
사업 전략과의 적합도 자사의 조직 구조가 현재 자사의 사업을 추진하는 데 적합한지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업 전략의 큰 변화가 있다면 조직 구조의 변경이 불가피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고객 가치 향상에 모든 사업 수행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전략을 가진 조직이라면 조직 구성 역시 고객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과거 한국 은행들은 여수신 기능 중심의 조직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이제 거의 대부분의 은행들이 기업 고객, 개인 고객 중심의 조직으로 변모했다. 이는 핵심 사업 전략과의 적합도를 위해 공식적 조직을 변경한 대표적인 사례다.
 
업무 수행 환경과의 적합도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거나 가용 자원의 변화가 불가피할 때, 현재의 조직 구성으로 해당 변화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ERP가 붐을 이룬 후 많은 회사들이 프로세스의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프로세스 중심 조직으로의 변화를 시도했다.
 
조직 문화 변화의 용이성 사업 환경이 변화하고 그에 적합한 조직 문화의 변경까지 필요할 때, 현재의 조직 구성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많은 조직들이 위계 질서가 분명한 조직 구조를 팀제로 전환하거나 현장에 많은 권한을 위임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강력한 성과주의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사업부제 형태로 조직을 전환하는 사례는 이제는 하나의 고전이다.
 
성장 규모 및 범위와의 적합도 사업 규모와 범위가 늘어나면 조직 구성의 적합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업이 성장함에 따라 새로운 업무가 늘어나고, 조직 간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부서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때 공식적 조직의 구성 현황을 점검하고, 문제가 있다면 바로 시정해야 한다.
조직 구성원의 적합도 신규 사업을 위해 새로운 간부가 부임했다면 조직 구성원의 적합도도 반드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기존 조직 구성원으로는 신규 사업 수행이 충분치 않아 새로운 임원이 부임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는 상당 부분 사실이다. 최근 LG 등 국내 대기업에서 최고위급 임원으로 외국인을 속속 영입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자사 조직을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는 기업으로 만들려면 한국인 100%의 임원진으로는 부적합하다는 판단하에 역량 있는 외국인 임원을 대거 영입한 셈이다. 당연히 외국인 임원에 따라 해당 기업 내에 새로운 조직들도 많이 만들어진다.
 
조직 구성의 비효과성 앞서 언급한 5가지 요소는 새로운 조직 역량의 발현이나 사업 성과의 촉진에 초점을 맞춘 조직 진단과 관계가 있다. 하지만 현 조직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이를 제거함으로써 성과를 개선하려는 목적을 가진 진단이다. 이를 위해 진단이 필요한 영역은 협업 체계의 효과성, 부서 간 불필요한 갈등 요인 존재 여부, 업무 분장의 명확성, 자원 낭비 요소, 업무 흐름의 효율성, 과도한 태스크포스 팀이나 위원회와 같은 불필요한 조직 및 업무 존재 여부 등이다.
 
4)비공식적 조직 공식적 조직과 별개로 조직 구성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하고 암묵적인 가이드라인이다. 조직 구조나 업무 분장보다 이런 비공식적인 요소들이 조직 구성원의 행동이나 성과 창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때가 많다. 특히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일상적인 업무 활동을 지배하는 가치(value in use)와 회사가 표방하는 가치(espoused value)가 항상 일치하는 건 아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진단을 통해 회사가 표방하는 가치와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일치시킬 방안을 반드시 모색해야 한다. 회사가 표방하는 가치와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일상적인 업무 활동을 지배하는 가치 사이의 격차를 진단하려면 회사가 지향하는 핵심 가치에 대한 직원들의 인식 경향(긍정 vs. 부정)과 해당 인식 경향의 공유도를 함께 분석하는 게 좋다.(그림5) 인식 경향 및 응집도의 패턴에 따라 적합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면 비공식적 조직 문제를 손쉽게 진단하고 관리할 수 있다.

비공식적 조직에 관한 더욱 심도 있는 진단을 하고 싶다면 사회 연결망(social network) 개념을 활용한 진단을 시행해도 좋다. 조직 내에는 다양한 형태의 연결망이 존재한다. 정보 지식 네트워크(업무 성과 향상과 관련된 정보 및 조언 흐름의 연결망), 사교 네트워크(업무 활동 이외 사내 비공식 활동 및 사교 활동의 연결망), 업무 네트워크(공식 업무 수행 시의 관계 연결망) 등이 대표적이다. 우선 이런 연결망의 밀도, 즉 집단 내 구성원 개개인이 얼마나 많은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연결망의 밀도가 높은 집단이나 구성원은 대부분 빈번한 정보 교류 및 강한 확산 역량을 보유했고, 규범/가치/행동 패턴의 공유도도 높으며, 감정 변화가 적고 안정적이다. 조직 문화를 바꿀 때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할 존재이므로 조직 변화를 위한 시사점을 얻기에 적합하다.(그림6)

둘째, 각 연결망의 집중도 즉 하나의 집단 전체가 특정 개인에게 집중되어 있는 정도를 분석해야 한 다.(그림7) 이 분석은 실질적인 조직의 중앙 집권화 및 분권화 정도를 파악하게 해준다. 따라서 그 결과를 활용해 조직 활성화 및 리더십 발휘 방안 해법을 파악할 수 있다.

4가지 요소의 문제를 진단한 후
각각의 해결책을 일치시켜야
지금까지 업무, 사람, 공식적 조직, 비공식적 조직이라는 4가지 개념을 통한 조직 진단법을 분석했다. 거듭 강조하고 싶은 점은 4가지 요소를 진단한 후 각 요소들이 얼마나 연계되어 있는지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각 영역을 진단하고 그에 따른 최선의 해결책을 실행한다고 해서, 조직의 성과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건 아니다. 각 구성 요소들이 서로 적절히 일치하고 맞아떨어져야 한다. 시스템 이론의 대가이자 전설적인 경영학자로 유명한 러셀 애코프 전 와튼스쿨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드림카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재규어의 스타일, 포르쉐의 엔진, BMW의 서스펜션, 롤스로이스의 인테리어를 따다가 한 차에 모두 붙여 넣는다면 과연 어떤 차가 나올까? 답은 아무것도 안 나온다(Nothing)!” 애코프의 말은 4가지 요소의 연계가 왜 중요한지를 잘 설명해준다.
 
제록스의 혁신 사례에서도 조직 구성 요소 간 연계와 합치의 중요성을 파악할 수 있다. 제록스는 오랫동안 세계 복사기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했다. 그러나 일본 업체의 앞선 기술, 새로운 제품, 일관된 품질로 인해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잃고 ‘도큐먼트 컴퍼니(The Document Company)’라는 새로운 비전을 세웠다. 분리된 기기가 아닌 통합 시스템에 대한 시장의 욕구를 파악해낸 제록스는 점차 잃었던 시장점유율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새로운 비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제록스 조직은 여전히 관료주의에 빠져 있었으며, 새로운 기술 혁신을 창출하는 역량도, 고객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는 역량도 부족했다. 즉 적절한 전략은 수립했지만 제록스의 조직은 그 전략을 수행하기에 역부족이었다.
 
결국 1991년 제록스는 사업별로 개발, 생산, 마케팅을 책임지는 단위 조직(Business unit) 체계로 조직 구조를 개편했다. 4가지 조직 구성 요소의 하나인 공식적 조직을 개편한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성과 향상 속도는 더뎠다. 문제 파악에 나선 제록스는 4가지 요인 중 사람과 비공식적 조직이라는 2가지 요인이 새로운 조직 구조에 일치되지 않았음을 파악했다. 이에 제록스는 단위 조직 리더들에게 더욱 강력하고 독립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추진하라고 독려하기 시작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사업 운영 환경의 변화, 새로운 임원들의 외부 수혈, 새로운 직원 교육 및 훈련, 보상 정책 변경 등을 광범위하게 시행했다. 즉 먼저 공식적인 조직을 개편하고, 그에 걸맞게 비공식 조직, 사람, 업무를 총체적으로 변화시켜 4가지 요소가 서로 맞아떨어지게 만든 셈이다. 이에 걸맞은 성과 향상이 나타났음은 물론이다.
 
조직을 진단하고, 조직 변화를 추진하는 일은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예기치 않은 장애물과 방해 요인도 많다. 하지만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지나치게 지름길만을 찾는다거나, 단편적인 증상만 치유하려 한다면 결코 근본적인 성과 향상을 이뤄낼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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