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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의 지능, IQ만 있는게 아니다

문용린 | 50호 (2010년 2월 Issue 1)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자인 하워드 가드너는 천재와 두뇌 연구로 유명하다. 그는 지능지수(IQ) 중심으로 인간의 우수성을 파악하려는 전통적인 관행을 깼다. 지능은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라는 ‘다중지능 이론(Multiple Intelligence Theory)’을 제기한 것이다. 이는 인간의 잠재 능력을 바라보는 관점에 혁명적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평가된다.
 
 

 
다중지능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강점 지능과 약점 지능이 각기 다르다. 강점 지능을 활용하면 학습 속도가 빨라지고 적응력이 강해져 결과적으로 그 분야에서 성공 또는 출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약점 지능은 그 반대다.
 
인간의 지능은 언어, 음악, 논리수학, 공간, 신체 운동, 인간 친화, 자기 성찰, 자연 친화 등 8가지 다중지능으로 나눌 수 있다. 피아노 연주를 잘하는 사람은 음악 지능이 높아서 그런 것이고, 운동을 잘하는 사람은 신체 운동 지능이 높아서 그런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천재라고 생각하는 아인슈타인도 자세히 살펴보면 논리수학 지능은 뛰어났지만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는 장애가 많았다. 다중지능 이론으로 본다면, 아인슈타인은 논리수학 지능은 뛰어났지만 언어 지능은 낮았다. 소설가 이광수는 언어의 마술사라는 칭송을 들을 정도로 언어에는 천부적인 능력을 지녔지만 인간 친화나 신체 운동 지능은 그리 높지 않았다. 이러한 사례를 볼 때 자신의 다중지능 중 강점 지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계발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8가지 지능을 모두 갖고 태어난다. 그러나 이 지능들의 강약에는 차이가 있다. 개인에 따라 강점 지능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시인으로, 어떤 사람은 음악가로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언어 지능이 비슷하게 높더라도 인간 친화 지능의 강약에 따라 괴테는 문학의 천재가 되었고, 괴벨스는 히틀러의 하수인으로 선전 선동의 명수가 됐다.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빛이 한 가지 색깔인 것 같아도 자세히 살펴보면 다양한 색이 담긴 무지개 빛이다. 사람들도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각기 다른 독특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땅속에 귀한 광맥이 통째로 묻혀 있어도 그것을 찾아내고 발굴하지 않으면 그냥 자연의 일부에 그친다. 인간의 지능도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계발하지 않으면 성공적인 삶을 사는 데 보탬이 되지 못한다.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 내면에 숨겨져 있는 광맥을 찾아서 개발해주는 일은 그 개인이나 그가 속한 조직의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다중지능 이론이 기업의 인적 자원 관리와 개발(HRD·Human Resource Develop-ment) 즉, 조직이나 인사 관리 그리고 리더십과 창의성 문제에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첫째, 구성원들 속에 잠재된 다양한 능력의 계발과 활용이 조직의 경쟁력을 높인다.
 
둘째, 구성원들은 누구나 저마다 자기가 속한 조직에 유용한 독특한 강점 지능을 갖고 있다.
 
셋째, 구성원들의 강점 지능과 약점 지능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 강화되고 보완될 수 있으며, 숙성되고 훈련될수록 효용 가치가 더 커진다.
 
넷째, 구성원들의 강점 지능의 발휘를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조직 문화와 인간관계 유형이 존재하며, 이런 요소들을 갖고 있는 조직이 경쟁력을 갖는다.
 
이 네 가지 시사점을 기업 상황과 관련지어 자세히 살펴보자. 오늘날 기업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HRD의 핵심 화두는 인재의 적재적소 배치, 창의성 개발, 리더십 함양이다. 이 화두들이 기업의 생존과 발전에 핵심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이를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은 분명하지 않다.
 
예컨대 적재적소 배치라는 원칙은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그 준거가 분명치 않다. 적재적소 배치를 무슨 기준으로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곤 한다. 그래서 인재 선발이나 인사 배치는 학벌이나 경력, 성적이나 IQ, 또는 상급자의 경험이나 느낌으로 결정하곤 했다. 창의성이나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좋은 점은 알겠는데, 선발을 위한 구체적 준거는 매우 애매하다. 다중지능은 이에 대한 지혜와 통찰을 준다.
 
다중지능은 ‘적재적소 배치’라는 화두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주는가. 적재적소 배치는 구성원들의 강점 지능을 진단하고 거기에 알맞은 영역에서 훈련시킨 다음, 훈련받은 기술과 지식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 직무에 배치하여 일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는 뜻이다. 따라서 HRD는 인재 선발에만 집중하면 안 된다. 조직은 그 구성원들에게 소질과 계발시킬 영역과 종사 분야를 적절하게 연결시켜 강점 지능을 최대로 가동시킬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는 기업 규모가 크든 작든 민간 기업이든 공기업이든 조직 목표가 있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서 다수의 구성원이 일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적용된다.
최고경영자(CEO)나 인사 담당자들은 나름대로 다양한 선발 기준과 채용 방법을 알고 있음에 불구하고 “사람 뽑기 힘들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돌 더미 속에서 옥(玉)을 바로 찾아내겠다는 생각만을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원석을 가져다가 연마해서 보석으로 만들겠다는 쪽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창의성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은 저마다 창의성이 높은 사람을 선발하고 싶어 하는데, 그런 사람을 변별해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창의성은 내용 특수적(content-specific)인 능력이다. 따라서 모든 일에 창의적인 사람은 매우 드물다. 예를 들어, 모차르트는 음악 분야에서, 피카소는 미술 분야에서, 아인슈타인은 물리 분야에서, 마사 그레이엄은 무용 분야에서 창조적인 위인들이었다. 그들도 결코 삶의 모든 분야에서 창조적이지 않았다. 따라서 창조성은 구체적 내용을 전제로 발견되는 능력이고, 그 분야의 내용에 친숙하거나 숙달되었을 때 비로소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다.
 
창의성은 8가지 다중지능 영역별로 존재한다. 소질과 업무 분야가 일치되어 주어진 문제에 대해 열정적으로 몰입할 때 나타나는 문제 해결력이다. 강점 지능의 발휘에 몰입할 때 창의성이 나타난다는 게 정설이다. 따라서 창의성을 가진 인재를 고르려는 노력보다는 구성원들이 자신의 강점 발휘에 몰입하게 조직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더 효과적이다. 창의성 발휘 여부는 개인의 창의성 수준보다는 조직의 HRD 유형과 질에 더 많이 영향을 받는다.
 
리더십도 개인이 타고나야 하는 소질이나 특성만으로 볼 게 아니다. 리더십은 자신을 비롯해 많은 구성원들이 조직 목표에 헌신하게 만드는 힘이다. 창의성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소질과 업무 분야가 일치해 몰입이 자주 일어날 때, 몰입이 대인 관계에 끼치는 영향력이 커진다. 우리는 이러한 영향력이 큰 사람을 리더십이 있다고 부른다. 개인 특성보다는 조직 특성과 풍토에 따라 리더십 발휘가 억제되거나 고무된다. 따라서 리더십을 고양하기 위해서는 개인 자질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리더십 발휘를 촉진하고 지원하는 기업 문화 개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결국 다중지능은 기업과 조직의 HRD 측면에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인간을 노동 효율성만으로 보지 않고, 조직이 필요로 하는 잠재 능력, 창의성, 리더십을 광맥처럼 품고 있는 주체로 본다. 그 광맥을 발견하고 캐내서 활용하는 조직과 기업은 번성할 것이고, 그렇게 하지 못하면, 쇠퇴할 것이다.
 
편집자주 ‘공부를 못 했던 친구가 사업에 성공했다’ ‘우등생이었는데 지금은 별 볼일 없다’ 등의 얘기를 접해보셨을 겁니다.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자인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에 따르면 특정 영역의 지능이 나빠도 다른 영역의 지능이 높으면 사회적인 성취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인간의 지능은 지능지수(IQ)로만 규정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다중지능 전문가이자 <지력혁명>의 저자 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의 글을 연재합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인사 담당자가 다중지능 이론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실전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필자는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로 제40대 교육부 장관을 지냈다. 서울대와 미네소타대에서 교육심리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한국HRD협회 부회장, 긍정심리학회 회장, 국제학술지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지력혁명> <EQ를 높이려면 이렇게 하자> <부모가 아이에게 물려주어야 할 최고의 유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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