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부사장님! 부문장 선임을 축하드립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
“제가 오늘 찾아뵌 것은 부문장님께 우리 회사의 인적 자원 개발(Human Resource Develop-ment·HRD) 제도와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해드리고, 신임 부문장님과 구성원들의 만남의 장(場)인 어시밀레이션을 제안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좋습니다. 그런데 어시밀레이션이 뭡니까? 구성원들과의 만남이라면 팀별 면담 일정을 잡아놓은 게 있는데요.”
“물론 팀별 면담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어시밀레이션은 팀별 면담과 달리, 부문장님께서 조직 구성원 전체와 대화를 하시는 자리입니다. 구성원들이 궁금하거나 알고 싶은 것을 질문하고, 부문장님께 기대하는 것을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리며, 부문장님께서 그에 대해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합니다.”
“그래요? 재미있겠네요. 우리 부문의 직원들이 모두 몇 명이지요?
“540명 정도 됩니다.”
“540명과의 대화라, 한 번에 나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네요. 좋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일정을 잡아 실시하도록 합시다.”
이 내용은 필자가 몇 년 전 신임 A부문장과 어시밀레이션에 대해 나눴던 대화다. ‘어시밀레이션(assimilation)’은 우리 말로 ‘동화(同化)’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동화의 사전적 의미는 ‘개인 또는 집단이 다른 개인이나 집단의 태도 혹은 감정을 취득해 경험이나 전통을 공유(共有)하기에 이르는 사회적 과정, 또는 이런 사회적 과정에서 생겨나는 사회관계의 균형 상태’다. 기업에서의 어시밀레이션은 리더가 조직원과 상호작용을 해 새로운 업무와 조직에 잘 적응하도록 만드는 제도다.
이 글에서는 신임 리더의 성공적인 정착과 구성원과의 신뢰 형성에 도움을 주는 어시밀레이션의 필요성과 운영 방법, 기대 효과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신임 리더에게 어시밀레이션이 필요한 이유
우리는 간혹 유능한 인재로 알려진 사람이 새로운 직위에 부임한 지 몇 달 만에 ‘실패한 리더’로 전락하는 경우를 본다. 리더십 전문 연구기관인 CLC(Corporate Leadership Council)가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1997년)에 따르면, 신임 리더의 절반이 3년 이내에 실패에 이른다고 한다. 외부에서 영입한 신임 리더는 그 확률이 더 높다. 우리나라에서도 리더의 외부 영입이 늘어나면서 실패 확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기업의 비용 손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 할 수 있다.
신임 리더로 뽑힌 사람들은 대부분 탁월한 역량과 경험을 가진 핵심 인재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새로운 조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적 리더십 컨설팅 기관인 DDI(Development Dimensions International)는 이에 대해 “리더 자신의 역량 부족보다는 상사, 동료, 부하 등 타인과의 관계와 관련한 애로 사항이 그 원인인 경우가 더 많다”고 지적한다.(그림1) 사실 신임 리더는 부임 초기에 업무를 파악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 정작 자기 조직의 구성원들과 만날 여유가 거의 없다. 이것이 바로 신임 리더에 대한 조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다.
게다가 기업 입장에서는 탁월한 인재를 뽑아놓고도 그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조직에 정착하지 못하면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어시밀레이션은 이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직 차원의 노력, 즉 신임 리더를 위한 연착륙 프로그램이다.
이 개념은 1973년 미국 GE에서 최초로 만들어졌다. GE는 조직 책임자가 새로 부임한 후 1∼3개월 안에 그와 구성원이 함께 어시밀레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했다. 어시밀레이션은 △회사가 리더를 조직원들에게 소개하고 △리더가 조직원의 기대 사항과 관심, 궁금증에 대해 답변하며 △자신의 비전을 조직원들에게 밝힘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팀워크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현재 일부 국내 기업들도 어시밀레이션을 실시하고 있다. 어시밀레이션 프로그램의 대상은 팀장에서 사장까지 신임 리더라면 누구나 될 수 있다. 특히 해당 리더가 외부에서 영입된 사람이라면 꼭 실시해보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