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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평가보다는 관리

김수욱 | 31호 (2009년 4월 Issue 2)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당당히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 야구 대표팀의 노고를 치하하고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선수들의 병역 혜택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무분별한 병역 혜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올림픽이나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을 주자는 논의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결과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보상은 구성원들의 사기를 높여 조직 및 개인의 현격한 업적 향상을 낳기 때문이다. 특히 선수 개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려면 성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에서도 구성원들의 업적을 분석하고 이에 부합하는 보상 및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성과 평가를 종종 시행한다. 대부분의 공기업들도 나름의 성과 평가 체계를 갖추고 이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공기업의 성과 평가에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우선, 다른 사람에게 의도하지 않은 혜택이나 손해를 주면서도 이에 대한 대가를 받거나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상태를 뜻하는 ‘외부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이 문제다. 공기업은 조직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고, 의사결정 과정에 반드시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는 않는 곳이다. 때문에 정확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목표 달성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특히 공기업의 내부 구성원들은 자신과 자신이 속한 부서가 달성해야 할 목표를 상당히 보수적으로 책정하는 편이다. 경쟁력 있는 경영 활동을 촉진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기가 본질적으로 어려운 구조다. 때문에 공기업은 이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방식의 전략적 성과 관리가 필요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필자는 공기업 조직원의 공격 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성과 평가가 아닌 성과 관리 체계로의 전환을 주문하고 싶다. 그렇다면 과연 성과 평가와 성과 관리는 어떻게 다른가? ‘성과 평가’는 특정 시점의 성과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부서 및 조직원들의 서열을 매기고, 단순히 그 서열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주는 방식이다. 반면 ‘성과 관리’는 부진한 부서나 조직원들에게 단순히 네거티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아니라, 부진한 결과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지속적인 컨설팅과 지원을 실시해 그들이 회사가 원하는 목표 수준에 도달하도록 관리하는 방식이다.
 
즉 치열한 경쟁 분위기를 조성해 결과 지향적인 평가를 하는 대신, 장기적 관점에서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과정과 방법을 조직원들이 이해하고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 지향적 관리법이 필요하다. 그래야 조직원들이 자신의 실적이 부진하더라도 나쁜 결과에 따른 부정적 평가를 무조건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의 부진을 만회하고, 회사로부터 이에 대한 지원을 얻어내려 애쓸 것이다.
 
전략적 목표 먼저 제시해야
최근 많은 공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첨단 경영 혁신 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 혁신법을 도입하기 보다 성과 관리 체계부터 갖춰야 한다. 중요한 점은 성과 관리 체계를 마련할 때는 명확한 전략 목표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략 목표가 없는 상황에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결과를 창출하라고 강조하는 일은 성과 평가의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6시그마나 균형 성과표와 같은 경영 혁신법을 도입한 많은 기업들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성과 평가 체계와 보상 체계의 성급한 연계, 조직의 혁신 피로감 때문이었음을 명심해야 한다.
 
과정 지향적인 성과 관리 체계를 제대로 정착시키려면 다음 3가지 과제가 필요하다. 일단, 단기간의 개별 성과를 강조하지 말고 이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평가 체계를 갖춰야 한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정부투자기관의 평가 기준은 미국 말콤 볼드리지의 평가 기준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말콤 볼드리지의 기본 철학은 접근 방법(approach), 전개(deployment), 학습(learning)의 3단계 반복 수행과 피드백을 통해 지속적인 성과 창출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둘째, 지금처럼 매년 이뤄지는 연간 실적 위주의 평가 체계를 피해야 한다. 어떤 제도건 도입 초기에는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 그래야 조직원들이 공격적이고 과감한 경영 활동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지금처럼 매년 평가가 이뤄지면 단기 실적에 대한 지나친 부담 때문에 몸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고, 멀리 보는 경영도 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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