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위험은 개인 아닌 시스템이 흡수
엔지니어, 사업 기획부터 의사결정 참여
Article at a Glance
중국의 기술 굴기는 국가가 기술 전문성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성취의 경로로 만들고, 대학과 기업이 함께 그 역량을 길러내며, 선도 기업이 축적된 역량을 다시 전략적 가치로 전환하는 하나의 시스템이 작동한 결과에 가깝다. 중국 선도 기업이 기술 인재를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는 핵심은 다음과 같다.
1. 개인의 전문성을 조직의 시야로 바꿔라: BYD는 핵심 부품의 약 70%를 사내에서 설계·생산하는 수직 통합으로, CATL은 논문 편수가 아닌 파일럿 라인의 수율을 성과 지표로 삼는 산학 연구원으로 전문 영역의 경계를 넘는 역량을 조직 구조에 내재화했다.
2. 실패의 부담을 개인이 아닌 시스템에 지워라: CATL은 실험 데이터와 설계 노하우를 플랫폼에 자산화해 실패의 부담을 데이터 인프라가 흡수하게 했고 막힌 과제에서는 불이익 없이 빠져나올 출구를 열어 뒀다.
3. 엔지니어를 의사결정의 앞단에 배치하라: 딥시크는 프로젝트의 성격이 위에서 확정되기 전에 엔지니어가 먼저 시급한 문제를 제안하도록 했고, 하이얼은 직무가 아닌 과제를 중심으로 소규모 팀을 꾸려 4000여 개의 사내 스타트업을 만들었다.
‘엔지니어의 나라’가 된 중국 중국을 바라보는 우리의 질문이 바뀌고 있다. 한때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지, 낮은 비용의 생산 기지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심사였다. 그러나 이제 그 질문의 초점이 바뀌어가고 있는 듯하다. 특히 작년과 올해 연이어 방영된 KBS 다큐 인사이트 ‘인재전쟁’의 ‘공대에 미친 중국’ ‘차이나 스피드’ 편을 기점으로 대중의 관심은 중국의 공대 열풍과 엔지니어 양성 전략으로 옮겨갔다. 기술 발전의 토양이 되는 인재들을 중국은 어떻게 이토록 효과적으로 길러내고 또 그 인재 전략을 미래 중국 산업 발전의 방향과 일치시킬 수 있는 걸까?
전기차 한 대가 빠르게 출시되고, 배터리 성능이 몇 달 간격으로 개선되며, 공장 프로세스가 로봇으로 빠르게 대체되는 장면들을 보며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래, 중국에는 워낙 엔지니어들이 많으니까.”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긴 어렵다. 단순히 인재가 많다는 사실로 성과의 원인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을지라도 그 성과를 만들어낸 시스템의 작동 원리까지 설명해주진 못한다. 인재의 숫자는 출발점에 불과하다. 진정한 경쟁력은 인재의 규모를 넘어 국가가 처한 상황과 맥락을 바탕으로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결정에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