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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과 조직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면
성공의 아버지는 무엇인가?

박선웅,정리=김윤진 | 403호 (2024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실패에 대한 세상의 시각이 많이 바뀌면서 많은 조직이 실패를 성공의 필수 과정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혁신을 도모하는 기업만이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가 그 자체로 축하할 만한 일인 것은 아니다. 실패가 가치 있는 과정이 되려면 진정성 있는 노력,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목표, 실패로부터 얻는 교훈 등이 전제돼야 한다. 그리고 조직의 실패가 진정 성공의 어머니가 되려면 성공의 아버지가 필요하다. 흔히들 조직이 실패를 거쳐 성공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심리적 안전감과 성장 마인드셋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가 효과적으로 기능하기 위한 더 근본적인 전제가 있다. 바로 방향성이다. 조직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명확한 방향성이라는 아버지를 만날 때 실패는 비로소 성공의 어머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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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실패에 대한 세상의 시각이 많이 바뀌고 있다. 구글은 실패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구성원에게 보너스를 주고, 3M과 슈퍼셀에서는 실패한 사람에게 파티를 열어주며, 혼다는 정기적으로 실패왕을 선발한다. 핀란드에서는 매년 10월 13일에 교수, 학생, 벤처사업가 등이 모여 ‘실패의 날’ 행사를 열기도 한다. 더 이상 실패를 피해야 할, 자신과 분리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성공의 필수 과정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실패에 대한 이런 인식의 변화는 긍정적인 동시에 필연적이다. 산업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과거 산업혁명 이후 이어진 산업화 시대에는 결핍의 충족이 중요했다. 사람들은 TV, 냉장고, 자동차 등 생활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줄 많은 제품을 사고자 했고 기업들은 이런 제품을 생산하기에 바빴다.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목표가 비교적 명확했던 이 시기에 중요한 것은 효율성이었다. 그래서 실패란 성공의 반대말이었고, 실패의 부재가 곧 성공이었다.

문제는 오늘날 우리가 뷰카(VUCA)와 빅블러(Big Blur)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즉 기업 환경이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이 증대되는 방향으로 변해 변화의 속도와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워졌고, 과거에 명확히 구분된다고 여겼던 업종 간의 경계가 흐려지고 뒤섞이고 있다. 이제 어디에서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자신의 경쟁 기업이 어디인지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래서 어떤 제품을 어떤 경쟁 기업보다 더 빠르고 좋게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목표 설정 자체가 어려워졌다. 빠르게 자주 시도해 보고 계산된 실패를 하는 것이 필수적인 과정이 된 것이다.

나아가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될 만한 영역은 엄청난 난도의 기술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스페이스X가 2022년 민간인에게 제공했던 우주여행 가격은 1인당 675억 원이었다.1 향후 우주여행에 대한 수요는 엄청나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이 사업에 뛰어들 기술력을 갖춘 기업은 전 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다. 우리에게 익숙한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반도체 강자인 삼성전자이지만 엔비디아에 납품할 5세대 HBM의 품질 테스트 통과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2 과거 한 회사가 만든 냉장고를 비슷하게 따라 만드는 것은 비교적 쉽게 가능했지만 오늘날에는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그만큼 힘들어진 것이다. 기술의 장벽이 높은 만큼 실패 횟수도 자연히 늘어난다.

결국 오늘날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 기업은 남들은 잘 생각하지 못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거나 경이로운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해야 한다. 그에 따라 이제 실패는 성공에 다다르기 위해 거치지 않을 수 없는 과정의 일부가 됐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를 업무의 일환으로 적극적으로 끌어안아야만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실패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는 이유다.


실패는 그 자체로 축하할 일인가?

실패에 대한 이런 인식의 변화는 일단 환영할 만하다. 실패를 기피하고 두려워했던 문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하다면 실패를 축하하는 파티를 열고 실패한 사람에게 상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실패는 분명 해도 되는 것이고 오늘날과 같이 이뤄야 할 목표가 어려워진 세상에서는 할 수밖에 없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패는 그 자체로 좋은 것도 아니고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도 아니다.

2023년 4월 20일, 스페이스X가 유인탐사용으로 제작한 대형 우주선 스타십이 첫 궤도 비행 실험에서 발사된 지 4분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다. 자칫 우울하고 의기소침할 수 있는 이 상황에서 스페이스X의 대표인 일론 머스크가 발사팀을 향해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는 이야기는 실패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언급할 때 단골처럼 등장한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에 남긴 메시지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축하한다는 말에 이어 그는 “몇 달 뒤에 있을 다음 테스트를 위해 많이 배웠다”고 적었다. 바로 이것이 핵심이다. 실패를 축하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실패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지 실패가 그 자체로 아름답고 가치 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래서 실패가 가치 있는 과정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진정성 있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는데 세월아 네월아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다가 맞닥트린 실패에서는 아무런 아름다움이 묻어나지 않는다. 둘째,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일론 머스크가 스타십의 폭발을 축하할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축하에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스페이스X가 전 인류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대장정의 여정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업체가 최고의 AI 목소리 변조 기술을 사용해 대규모 보이스피싱을 하려다 실패했다면 그 실패를 기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실패로부터 얻는 교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곰곰이 생각해야 할 질문이 있다.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이 전제돼야 할까? 그 교훈을 활용할 수 있는 다음 기회다. 이런 상상을 해보자. 스페이스X는 지금까지 10번의 비행 실험을 했는데 모두 실패했다. 그간의 실패 때문에 모아뒀던 자본금도 다 사라지고, 투자자들도 이제 이 사업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번 마지막 한 번의 발사로 스페이스X는 우주비행 사업을 영구적으로 접을지 말지가 결정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주선은 또다시 공중에서 폭발했고 그와 함께 스페이스X도 파산했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일론 머스크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실패를 축하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도 없다. 그 교훈을 활용할 수 있는 다음 발사는 이제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패가 가치 있는 과정이 되기 위해서는 실패로부터 배운 교훈을 활용할 수 있는 ‘다음 기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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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아버지를 찾아서

흔히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보통 대부분의 사람이 서른 살이 되기 전에 대인관계와 일에서 한두 번의 큰 실패는 경험했을 것이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면 서른이 넘은 사람 대부분이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어야 할 터인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사업에서의 실패도 마찬가지다. 어제 사업에 실패했다고 해서 내일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실패,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이 성공의 어머니일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성공을 이루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성공이라는 자식을 낳기 위해서는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도 필요하다. 성공의 아버지는 무엇일까? 실패로부터 배워 성공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요건을 말할 때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심리적 안전감과 성장 마인드셋인데 이들은 성공의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심리적 안전감이란 조직 내에서 자신의 솔직한 의견, 때로는 대다수의 구성원과 반대되는 의견을 낼지라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리킨다. 심리적 안전감이 있을 때 사람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조직에 위험이 될 만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도 있고 나아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공유될 수도 있다. 실패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도전이 실패로 끝나더라도 조직으로부터 따가운 눈초리를 받지 않을 것이라 믿을 때 구성원은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어려운 업무에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심리적 안전감은 달성해야 할 목표가 복잡하고 어려워진 이 시기에 조직이 마련해야 할 중요한 장치임에 틀림없다.

성장 마인드셋은 자신의 역량이 노력에 의해 발전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역량은 태어날 때 이미 결정돼 후천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고정 마인드셋과 반대된다. 고정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실패를 경험하게 되면 실패는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해당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역량이 없다고 여겨 다시 도전하지 않는다. 반면 성장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실패는 자신의 노력 부족이나 접근 방식의 실수라고 여기고 노력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키우면 성공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도전한다. 실패를 딛고 성공으로 나아가야 하는 어려움을 고려하면 성장 마인드셋 역시 조직과 구성원이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실패라는 과정을 통한 성공으로의 여정에서 심리적 안전감과 성장 마인드셋은 분명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들이 성공의 아버지라 말하기는 어렵다. 심리적 안전감과 성장 마인드셋이 효과적으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더 근본적인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방향성’이다. 어떤 사람이 다섯 명의 구성원과 함께 스타트업 회사를 만들었다고 생각해 보자. 모두 함께 회의실에 모여 대표로서 구성원에게 말을 한다. “여러분, 이제 우리가 회사를 만들었으니 어떤 제품을 만들지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절대적으로 존중하니 마음 편하게 말해도 됩니다.” 그렇게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하기만 하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올까? 그럴 리 없다. 맹목적으로 좋은 아이디어라는 것은 없다. 아이디어란 항상 ‘무언가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어느 방향으로 화살을 쏘아야 할지는 알 때 심리적 안전감이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조직의 방향성이 전제되지 않은 성장 마인드셋도 공허한 노력일 뿐이다. 필자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심리학자’다. 필자는 성장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림 그리기에 노력을 기울이면 지금보다 훨씬 더 그림을 잘 그리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심리학 교수로 살고 있는 필자가 지금 이 시점에서 그림 그리기에 자원을 투자할 이유는 없다. 필자가 삶에서 추구하는 방향성에 전혀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력하면 성장할 수 있다고 해서 무엇이든 노력할 필요는 없고 실은 그래서도 안 된다. 조직의 목표는 무엇이고, 이를 이루기 위해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알 때 성장 마인드셋은 그 빛을 발한다.

구글은 출시했다가 실패한 제품이나 프로젝트를 모아 구글 묘지를 만들었고, 스웨덴에는 글로벌 회사들의 실패 사례를 모아 놓은 실패박물관이 있다. 그러나 구글 묘지나 실패박물관을 둘러본다고 해서 누구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맥락 없는 실패는 성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패 사례 모음집은 실패를 경험한 사람에게 위로가 되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도전할 용기를 심어줄 수는 있어도 그 자체로 성공의 발판이 되지는 않는다.

실패가 성공의 다리가 되기 위해서는 방향성이 전제돼야 한다. 에디슨이 백열전구의 필라멘트를 만들기 위해 1000개가 넘는 재료로 실험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만약 에디슨이 필라멘트 재료로 100개를 실험했다가 실패하고, 이번에는 전기장판의 전열선 재료로 100개를 실험했다가 실패하고, 다시 전화선의 재료로 100개를 실험했다가 실패했다면 이런 실패의 모음은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백열전구를 만들겠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1000번의 실패를 했기 때문에 끝내 성공한 것이다.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1만 가지 방법을 알아냈을 뿐이다”라는 에디슨의 말은 방향성을 전제했을 때에만 비로소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조직의 정체성을 바로 세워야 하는 이유

앞서 실패가 가치 있는 과정이 되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노력과 가치 있는 목표, 그리고 다음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이 세 가지를 꿰뚫는 개념이 방향성이다. 구성원의 열정을 끌어낼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 방향성에 대해 구성원이 진정으로 공감할 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두가 노력할 것이다. 설사 그 노력의 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실패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다음 도전을 준비할 수 있다. 종국적으로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어디인지 알고 계속해서 그 길을 가고자 할 때 과거의 실패는 성공을 위한 교훈이 된다.

이는 연구를 업으로 하는 필자에게도 적용된다. 과거 필자가 평소에 매진하는 연구 주제는 아니지만 흥미로운 연구에 대해 읽을 때 그 주제와 관련된 연구를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연구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 그 연구에 대한 모든 동력이 사라진다. 원래 매진하던 연구 주제라면 어떤 연구가 실패했을 때 그 실패를 설명할 수 있는 문헌을 찾기도 쉽고 실패한 부분을 고쳐 다시 연구를 해보고 싶은 의욕도 생긴다. 그러나 스치듯 생긴 관심으로 시작된 연구가 실패하게 되면 다시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잘 생기지 않고 설사 성공했다고 해도 후속 연구로 이어지지 않는다. 위대한 업적을 남긴 학자 중에 서로 다른 여러 연구 주제를 가지고 있는 학자는 거의 없다.

하루하루의 목표 설정이 아니라 삶을 두고 긴 호흡으로 설정한 방향성을 심리학에서는 정체성이라 부른다. 정체성이 있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즉 자신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자신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에 대해 결단을 내리고 실천하는 것이다. 성공을 추구하기에 앞서, 실패를 축하하기에 앞서 먼저 이뤄야 할 것이 바로 정체성을 세우는 것이다. 그랬을 때 자신의 삶을 어떤 길로 이끌지 결정할 수 있고 그 길 위에서 겪게 되는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가 하나의 점으로 수렴해 위대한 성공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조직의 리더가 자신의 조직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하기 위한 모임인지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할 때 성공과 실패 모두 더 나은 성과를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성공과 실패는 언제 결정되는가?

“해피엔딩을 원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어디에서 이야기를 끝내는지에 달려 있다.” 미국 영화 연구소가 선정한 미국의 ‘100대 영화’에서 1위를 차지한 영화 ‘시민 케인’의 감독 오손 웰스가 한 말이다. 많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생각해 보면 이 말의 의미를 쉽게 알 수 있다. 두 사람이 서로 티격태격하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우다가 어떤 갈등이 발생하고 위기에 봉착하지만 결국 이 갈등을 해결하고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하며 영화가 끝난다.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만약 영화가 두 사람의 결혼에서 끝이 나지 않고 20년 이상 지속된다면 어떨까? 물론 어떤 부부는 여전히 행복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부부는 권태로운 삶을 참아내고 있을 수도 있고, 또 어떤 부부는 이미 갈라선 지 오래일 수도 있다. 만약 영화가 부부가 이혼하는 장면에서 끝난다면 그건 새드엔딩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성공과 실패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건인 것 같다. 스페이스X의 우주선 스타십이 발사된 지 4분 만에 폭발했다는 사건은 스페이스X의 실패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가 멈추지 않고 더 진행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스타십은 불과 1년 뒤인 2024년 6월 6일 궤도 비행은 물론 지구로 무사히 귀환하는 데도 성공했기 때문이다.3 그래서 성공과 실패라는 것 역시 객관적인 사실로 존재한다기보다는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말을 하는데 어쩌면 이 말은 선후관계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실패라는 사건이 미리 존재하고 그로부터 어떤 교훈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더 이상 배우기를 포기하는 순간, 그래서 과거의 경험이 미래와 단절되는 순간, 바로 그 순간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실패의 순간일 수 있다.
  • 박선웅sunwpark@korea.ac.kr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박선웅 교수는 성격심리학자로서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심리적인 개인차가 개인의 삶과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정체성 형성이라는 개인차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는 『정체성의 심리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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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김윤진truth311@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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