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초경쟁의 21세기

창조경영의 시작 스스로를 파괴하라

2호 (2008년 2월 Issue 1)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GM, 포드, 코닥, 시어스, 씨티 등의 위기 원인은 무엇일까? 대학원생 두 명이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세운 구글은 어떻게 불과 5년여 만에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먼저 내놓았던 MP3플레이어를 후발 주자인 애플이 아이팟(iPod)을 통해 가볍게 독식해버린 비결은 무엇일까? 핵심역량 개념이 1990년대 중반 이래 급속하게 관심을 끌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기업들이 최근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창조경영은 왜 갑자기 등장한 것일까?
 
필자는 1990년대 중반이후 글로벌 경쟁 환경이 100여년 만에 대변화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즉 경쟁 환경의 대변동으로 기존 강자들이 가지고 있던 경쟁우위의 기반이 더 이상 통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대량생산-대량소비’ 중심의 20세기적 산업사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21세기 글로벌 초경쟁환경, 즉 ‘하이퍼 컴피티션(hyper-competition)’의 도래 원인과 그 본질에 대해 설명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창조 경영의 필요성을 소개한다.
 
강자들의 몰락
우리는 지난 100여년 간의 현대기업사에서 일찍이 보지 못했던 현상들을 1990년대 중반 이래 목격하고 있다. 최근까지 세계 경제를 주도하던 초우량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GM이나 포드가 무너진다는 가능성은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현재 이 두 위대한 기업은 붕괴 직전에 있다. 또 초우량 기업의 상징으로 존경 받던 코닥도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으며, 1980년대만 해도 모든 업종을 통틀어 세계 최대 기업으로 꼽히던 시어스는 요즘 모습을 찾아보기조차 힘들게 됐다. 프라임(Prime), DEC, 몬산토(Monsanto) 는 이미 무너져 버렸다. 또 세계 기업사의 또 다른 전설인 씨티그룹이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 기간 동안 더욱 극심한 변동을 경험하였다. IMF 관리체제와 구조조정 과정에서 흔히 ‘대마불사의 신화’로 통하던 30대 재벌 그룹 중 16개가 사라져 버렸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흔히 이런 기업들이 방만한 경영 때문에 위기에 빠졌다고 쉽게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실제 방문해보면 일반 기업보다 훨씬 더 바쁜 경우가 대부분이며, 경영진과 구성원들은 밤새워 필사적으로 일하느라 피로에 지쳐있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업들은 결국 쓰러지게 된다. 즉 한때 위대했던 기업들이 무너지는 것은 ‘열심히 한다’ 혹은 ‘방만하다’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열심히 노력하되, 그 노력하는 방법이 틀렸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경의 본질이 근본적으로 바뀌면 과거에 성과를 창출했던 경영방식이 더 이상 쓸모없어지게 되는데, 이 때 과거 방식으로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생존이 불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급진적이고 불연속적인 환경변화가 발생할 때는 ‘열심히 노력하는 것(work hard)’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바뀐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올바른 방식으로 노력하는 것 (work smart)’이 필요하다.
 
100년만의 대변동

1990년대 중반에서 현재에 이르는 기간이 바로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대변동의 시기라는 것이 경영학자, 역사학자, 정치경제학자, 사회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세기말 현상’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한 세기가 끝나고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무렵에는 세계적 대변동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 대혁명과 미국 혁명 등을 통해 수천 년을 내려오던 왕정과 봉건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시민사회의 문을 열었던 18세기 말이 그랬고, 또 위대한 문명사학자 폴라니(Polanyi)가 ‘대전환(great transformation)’이라고 불렀던 현대 산업사회로의 전환이 일어난 19세기 말도 예외가 아니었다. 바로 지금 또 다시 글로벌 경제를 송두리째 뒤흔들 엄청난 대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경 이런 대변동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등장한 ‘신경제(new economy)’나 ‘신경쟁(new competition)’, ‘지식경제(knowledge economy)’, ‘무한경쟁(boundaryless competition)’ 등의 개념은 모두 이런 대변동을 지칭하는 명칭들이다. 이 가운데 필자가 볼 때 21세기 환경의 핵심을 가장 잘 표현하는 개념이 바로 ‘초경쟁환경(hyper-competition)’이다. 초경쟁환경이라는 말에서 ‘초(hyper)’라는 표현이 뜻하는 것은 단순히 경쟁이 심해졌다는 것이 아니라, 비정상적이라는 뜻이다. 영어로 ‘hyper’는 극도로 강하나 도가 지나쳐서 정상으로 볼 수 없다는 뉘앙스가 있는데, ‘초경쟁환경’이라는 표현은 21세기 환경이 20세기 환경에 비해 단순히 경쟁이 심해졌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지난 100여 년간 익숙하게 알고 있던 20세기 대량생산-대량소비 중심의 산업사회의 기준에서 봤을 때 거의 비정상으로 보일 정도로 경쟁의 본질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따라서 과거 환경에서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 기반이 됐던 지식, 역량, 노하우 등의 상당부분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필자의 개인적 경우를 보더라도 10여 년 전에 강의했던 내용들 중 거의 60∼70%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낡은 지식이 됐다. 기업 실무에서 종사해 온 경영자들도 마찬가지다. 수십 년의 기업경영 경험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도 마찬가지로 거의 대부분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무용지물이 됐다.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바로 ‘선택과 집중’에 대한 강조다.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가 핵심 경쟁원리이던 20세기의 경우 제한된 자원을 분산투자하기보다는 특정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경쟁우위 창출의 당연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불연속적 환경변화가 빈번하고 예측가능성이 극도로 낮은 21세기 글로벌 초경쟁환경에서 섣부른 선택과 집중은 매우 위험한 전략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도대체 21세기 글로벌 초경쟁환경이 왜 도래하였으며, 그 본질은 무엇이며, 이 새로운 환경에서 기업이나 개인이 생존하고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 실행해야 할 근본적 경영패러다임 전환의 방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초경쟁환경의 도래 원인

21세기 글로벌 초경쟁환경 이 도래한 원인은 다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경계파괴와 세계화 △상시 기술혁신 △디지털 지식경제가 그것이다. 이 세 가지 환경변화는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 걸쳐 거의 동시에 발생하면서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지난 100여 년 간 지속되어온 20세기형 산업사회를 끝내고 21세기 초경쟁 환경을 가져왔다.
 
이 세 가지 중에서 단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세계화라고 불리는 신자유주의적 경계 파괴다.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는 1980년대 이래 전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확산된 극우파 정치경제이념으로 시장에 대한 완벽한 믿음에 기반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이 세상을 ‘완전경쟁시장의 원리에 따라 운영되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시장질서에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인식된 모든 종류의 ‘경계’를 타파하는 것을 핵심 전략으로 추진했다. 전 세계를 하나의 완전경쟁시장으로 만드는 세계화가 급속히 추진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1988년 상품시장 개방과 1994년 자본시장 개방을 시발로 세계무역기구(WTO)체제, 그리고 최근의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해 무경계 세계화체제로 급속하게 이행하고 있다.
 
초경쟁환경의 두 번째 도래 원인은 급속하고 급진적인 기술발전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상시 기술혁신 현상이다. 1980년대 중반경 가속화된 정보기술, 생명공학기술, 통신기술 등 기반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그 자체의 발전으로 그치지 않고 주변 응용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불러왔다. 그 결과 기술발전 속도가 급속하게 빨라져 혁신적 신기술이 거의 일상적으로 출현하는 상시 기술혁신 현상이 나타났다. 기술에서 뒤떨어지면 아예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채택하더라도 오래 유지되지 않고, 금세 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 급속하게 진부화되기 때문에 기술의 라이프싸이클이 극도로 짧아졌고, 기업들의 기술에 대한 투자회수율은 급속하게 낮아졌다.
 
마지막으로 초경쟁환경을 완성시킨 환경변화가 바로 1995년을 기점으로 완성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지식경제다. 전통적으로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는 기업경영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그런데 이제는 무한대의 정보를 무한대의 사람들과 동시에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경쟁우위 창출의 기반도 자본이나 규모가 아니라 무한대의 가능성을 활용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이나 프로세스,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내는 지식과 아이디어로 바뀌게 되었다. 이에 따라 자본과 규모를 갖춘 기존 거대 기업들은 급속하게 위기에 빠졌지만 자본 한 푼 없이 아이디어 하나로 대학원생들이 세운 구글은 불과 몇 년 만에 단숨에 세계 정상급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21세기 초경쟁환경의 3대 특징
21세기 글로벌 초경쟁환경은 무경계성, 급변성, 불확실성이라는 세 가지 중요한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초경쟁환경은 궁극적으로는 국가 간, 지역간, 산업 간, 시장 간 모든 경계를 없앨 것이다. 이것이 바로 21세기를 흔히 무한경쟁 시대라고 부르는 이유다. 경계가 없어지는 거시적 변화는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기업이나 개인들에게는 생각하지도 못한 엄청난 위기를 초래한다. 먼저 기업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던 경쟁력이 과연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자신의 경쟁력을 ‘우리 산업에서 몇 등’이라든가 혹은 ‘국내에서 몇 등’ 등 기존 경계를 전제로 평가해왔는데 이제 이런 경계들이 사라지면서 모든 기업들이 경계 없이 글로벌 리더와 직접 경쟁해야 한다. ‘국내 1위’라는 말은 국내외 경계가 사라지면 아무 의미가 없는 표현이 된다. 아무리 국내 1위라도 글로벌 플레이어보다 약하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또 경계가 없어지면 자신을 치명적으로 위협할 경쟁자가 누구인지 모호해진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경쟁자를 산업이나 지역의 경계 내에서 자신과 유사한 지위를 가진 기업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제 경계가 사라지면서 생각조차 못했던 엉뚱한 기업들이 자신을 치명적으로 위협한다. 예를 들면, 방카슈랑스라는 산업간 경계의 파괴로 인해 은행들이 보험업체와 경쟁하게 되었으며, 최근 우리나라 금융업계의 초미의 관심사인 자본시장통합법이 통과되면 금융관련 부문의 모든 기업들은 업종의 경계를 넘어 모두 서로 경쟁하게 된다. 또 대표적 초우량기업 중 하나이던 코닥을 위기에 빠트린 것은 필름기업이나 카메라기업이 아니라 정보기술 발전의 결과로 등장한 디지털카메라였다. 정유업계에서 가장 치명적 위협은 다른 정유업체들이 아니라 도요타 등이 선도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카나 대체에너지 자동차 등 자동차산업과 환경산업이다. 따라서 모든 경계를 하루라도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경계 너머 가시권 밖에서 엄습해오는 위협에 허를 찔려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물론 모든 잠재적 위협들에 대해 방어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보면 경계가 사라진다는 것은 자신의 기존 경계 안으로 새로운 경쟁자들이 들어오기 쉬워졌지만, 자신이 다른 영역으로 나가기도 쉬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과거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어마어마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제 자신이 현재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하는 20세기적 사고를 넘어서서 초경쟁의 원리에 따라 경계 너머로 끊임없이 나가는 것이 핵심 전략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최근 글로벌 경제를 선도하고 있는 창조적 기업들은 모두 이런 공격적 경계파괴의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애플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주도했던 글로벌 MP3시장을 아이팟으로 단숨에 제패했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전통적인 음향재생기기 산업의 경계 내에서 MP3플레이어를 생각한데 반해, 애플은 콘텐츠산업, 네트워크산업, 음향재생기기산업, 그리고 영상재생기기산업 등의 경계를 한꺼번에 넘어서서 이들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허브로서의 아이팟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둘째, 초경쟁환경은 끊임없이 급변하는 환경이다. 경계파괴로 인한 무한경쟁, 빨라진 기술발전 속도, 그리고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리얼타임 커뮤니케이션 등은 모두 환경변화의 속도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만들었다. 어지러울 정도로 급변하는 초경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과 행동의 속도다. 과거 20세기 대량생산에서는 효율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했으므로 신중한 의사결정과 리스크관리가 중요했다. 하지만 이제 신중함은 더 이상 경영의 미덕이 아니라 가장 위험한 약점이 됐다. 급변하는 초경쟁환경에서 모든 대안들을 고려해 신중하게 의사결정하려다 타이밍을 놓쳐버리면 아무리 뛰어난 선택을 해도 소용이 없다. 따라서 경영의사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을 잘 하느냐 못하느냐가 아니라, 환경변화의 속도에 늦지 않게 제 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초경쟁환경에서 모든 기업의 가장 중요한 제1 경영원칙은 ‘속도’다. 속도에서 뒤떨어지면 아무리 좋은 상품이나 아이디어도 가치를 창출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초경쟁환경의 세 번째 특징은 한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성이다. 모든 기업들이 경계 없이 뒤섞여 싸우고, 불연속적으로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미래 예측이 매우 힘들다. 1980년대에 비해서 각자 자신이 속한 산업을 어느 정도까지 예측할 수 있을지 실험해보면 이를 즉시 알 수 있다. 과거에는 10년, 20년을 자신 있게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이제는 전문가들조차 10년을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극도의 불확실성은 계획기반 경영이라는 20세기적 기업경영의 핵심 기반을 파괴해버렸다. 계획은 미래에 대한 예측을 기반으로 수립되나, 이제 예측이 불가능하므로 정확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 자체가 어렵게 되었다. 전략경영학자인 민츠버그(Minzberg)는 심지어 전략 계획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초경쟁의 본질과 경쟁원리

무경계, 급변, 불확실이라는 초경쟁환경의 세 가지 특징은 우리가 지난 100년간 의지해왔던 기업경영의 지식과 노하우을 뿌리째 뒤흔들었다. 그 결과 과거 환경에서 막강한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었던 초우량기업들의 상당수가 급속히 위기에 빠졌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아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글로벌 리딩 기업들은 1990년대 중반 이래 근본적인 경영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초경쟁환경은 계속 급변하기 때문에 특정 사업분야나 경쟁우위가 장기간 지속되기 어렵고, 또 불연속적이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장기 로드맵에 기초해 미리 치밀한 전략과 계획을 세워 대비하기도 어렵다. 유일한 생존 방법은 이런 환경변화의 요구에 발맞춰 기업도 끊임없이 새로운 경쟁우위를 신속하게 창출하는 것뿐이다. 이제 경영의 초점은 기존 경쟁우위의 방어가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경쟁우위를 경쟁자보다 먼저 신속하게 만드는 것으로 바뀌게 됐다. 이것이 바로 초경쟁 패러다임의 핵심원리이다. 즉, 기존 사업 분야나 상품군에 선택과 집중해서 이를 유지하고 방어하는 경영이 아닌,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경쟁우위를 계속해서 창출하는 혁신경쟁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또 끊임없이 급변하는 초경쟁환경에서는 기회가 일시적으로만 존재하므로 단순히 새로운 경쟁우위를 창출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경쟁우위를 남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창출하는 속도 경쟁도 반드시 필요하다. 다시 말해 혁신과 속도 경쟁이 바로 초경쟁의 핵심 원리이며 이를 줄여서 ‘창조경영’이라고 부른다.
 
혁신과 속도라는 초경쟁의 두 가지 핵심 원칙을 적용해보면 최근에 급속하게 무너지고 있는 과거의 강자들과 여전히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거나 또는 급속하게 부상하고 있는 기업들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GM이나 포드는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에 근거한 대량생산 경쟁에서는 여전히 뛰어나다. 하지만 그 누구도 GM이나 포드가 혁신과 속도, 창조에 뛰어난 기업이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은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비해 같은 자동차산업이라도 현재 세계시장을 제패하고 있는 도요타는 혁신과 속도에 뛰어난 기업이다. 혁신과 속도경쟁에 대해 경영학자 다브니(D’Aveni)는 기존 사업 분야나 상품의 라이프사이클을 최대한 연장하고 방어하는 것이 20세기적인 경쟁전략이라면, 초경쟁에서는 그 라이프사이클을 누가 먼저 단축시키느냐의 경쟁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애플의 아이팟 출시 전략을 보면 이 패턴을 쉽게 알 수 있다. 애플은 아이팟이 선풍적 인기를 끌며 한창 시장을 주도하고 있을 때 스스로 그 후속 제품인 ‘아이팟 나노’를 출시했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팟 나노 2세대 제품을, 그리고 채 1년도 되지 않아 3세대 제품을 내놔 경쟁자들의 추격을 원천적으로 배제했다.
초경쟁시대에 반드시 더 고려해야 할 것은 바로 속도다. 초경쟁환경은 계속해서 급변하기 때문에 어떤 기회도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또 경계가 없기 때문에 기회가 지역적으로 분할되어 있지 않고 글로벌 시장 전체가 통째로 열려있다. 따라서 가장 먼저 이 기회를 선점하는 퍼스트 무버(first-mover)가 기회를 독식하게 된다. 초경쟁을 표현하는 경제학 용어 중 ‘승자독식경제(winner takes it all economy)’라는 개념이 말하듯, 세컨드 무버(second-mover)나 신속한 추격자(fast-follower)가 누릴 수 있는 경쟁우위는 급속하게 줄어들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이 지금까지 의존해왔던 선진 기업 벤치마킹도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며, 선두 주자를 따라 잡으려는 추격전략(catch-up strategy) 또한 초경쟁 속도경쟁에서는 빛을 잃게 된다. 초경쟁은 어떤 사업이나 상품이건 가장 신속하게 최초로 출시하는 ‘퍼스트 무버’ 기업들만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일단 퍼스트 무버가 되면 2, 3위 기업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경쟁우위를 누리게 된다. 어떤 상품을 세계 최초로 출시해 블루오션을 창출하면 다른 경쟁자나 대체제가 아직 출현하지 않았으므로 고가격 정책을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다. 추격자들이 따라오면 창조적 퍼스트 무버는 또 다른 블루오션으로 옮겨가며 기존 시장에서는 가격경쟁전략으로 추격을 따돌릴 수 있으므로 엄청난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가 지난 10년간 세계시장을 석권해온 비결이 바로 이 퍼스트 무버 전략이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내 기업들은 그 동안 벤치마킹을 통한 모방을 강조하는 세컨드 무버(second-mover) 전략에는 익숙하나, 세계 최초로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상품이나 기술을 개발하는 혁신과 속도, 즉 창조경쟁에는 그리 익숙하지 않았다. 따라서 국내기업은 역시 신속한 추격자(fast-follower)전략에 강하므로 이런 강점에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는 말을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 종종 듣는다. 이런 경향은 최근 1, 2년간 우리나라 CEO들 사이에서 유행이 되었던 두바이 벤치마킹 붐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얼마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 특위 공동위원장인 데이비드 엘든 두바이국제금융센터 회장이 경고했듯 한국이 두바이를 그대로 벤치마킹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두바이의 경쟁력은 사막 한 가운데 그런 현대적 기업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시도를 세계 최초로 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두바이의 경쟁력은 퍼스트 무버 전략에서 나오며 이를 섣부르게 벤치마킹하는 것으로는 절대 유사한 경쟁우위를 누릴 수 없다. 베스트 프랙티스 벤치마킹은 20세기에는 충분히 합리적인 전략이었으나 무경계성, 급변성, 불확실성을 특징으로 하는 21세기 글로벌 초경쟁의 혁신과 속도경쟁에서는 더 이상 통할 수 없는 낡은 전략이다. 
 
일부 한국 기업들은 이미 이런 초경쟁의 혁신-속도경쟁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좌우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를 비롯해 세계 최초로 지상 선박건조기술을 개발해 세계조선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조선업체들, 할인점의 본산인 미국과 영국에서도 벤치마킹을 할 만큼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한 이마트와 삼성테스코 등은 모두 초경쟁 원리에 충실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개인, 기업, 도시, 국가를 막론하고 이제는 자신의 기존 강점이나 사업영역에 선택과 집중하여 이를 방어하고 유지하는 20세기적 경영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새로운 경쟁우위를 남 보다 먼저 창출하는 혁신과 속도, 즉 창조경영으로의 패러다임 전환만이 21세기를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글로벌 리딩 기업들은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이런 창조경영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해왔다. 이들이 실제로 혁신과 속도 경쟁을 실행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창조경영의 방법론은 다양하다. 불확실성과 급변성이 공존하는 21세기 초경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이들은 치밀한 전략과 계획을 수립한 이후에야 실행하던 과거의 전략경영 프로세스를 탈피했다. 대신 신속하고 과감한 실험과 시도, 그리고 행동을 통해 거꾸로 전략과 계획을 발견해나가는 행동 선행적 경영, 극도의 불확실성 하에서 전략적 의사결정과 행동의 방향을 제시하는 ‘비전’을 중심으로 한 경영, 외부와의 활발한 네트워킹을 통해 내부 자원과 역량의 한계를 극복하는 네트워크 경영 등을 도입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세계 많은 기업들이 가장 자주 사용한 개념인 핵심역량 또한 초경쟁의 관점에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핵심역량의 개념은 이미 오래 전에 등장했지만 최근 10여년 간 집중적인 관심을 끌었다. 핵심역량이 초경쟁적 창조경영의 중요한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핵심역량은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기존 핵심 사업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기준이 아니다. 핵심역량은 기업의 다양한 사업 분야나 상품군에 공통의 경쟁우위를 제공하는 기술역량이나 경영역량을 뜻한다. 따라서 다양한 새로운 사업 분야와 시장에 핵심역량을 적용할 수 있다. 핵심역량기반 경쟁에 대한 가장 대표적 저술인 프라할라드(Prahalad)와 하멜(Hamel)의 책 제목이 ‘미래지향적 경쟁(Competing for the Future)’인 것은 바로 핵심역량이 기존 경쟁우위의 방어가 아니라 새로운 경쟁우위를 끊임없이 그리고, 신속하게 창출하는 뿌리이기 때문이다.

위협과 기회의 공존
우리가 현재 맞이하고 있는 21세기 초경쟁환경은 무시무시한 위기와 무한한 기회가 공존하는 모순의 시대다.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명작 ‘두 도시 이야기’는 18세기말 프랑스 대혁명 시기를 민주적 시민사회의 문을 여는 희망과 피비린내 나는 단두대의 공포가 뒤섞인 ‘최선의 시대이자 최악의 시대(the best of time and the worst of time)’로 규정하고 있다.
 
21세기 초인 현재가 그런 바로 시기다. GM과 같은 기존 거대 강자들이 위기에 빠지기도 하지만, 구글 같이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신흥 기업이 급속히 성장하기도 하는 것이 바로 이런 대변동기의 특징이다. 따라서 이 대전환기의 본질과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기업이나 국가, 개인은 엄청난 기회를 맞을 수 있는 반면, 이에 대해 무지한 자는 영문도 모르고 시대의 파도에 휩쓸려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 격변의 시기가 기회가 되느냐 혹은 위기가 되느냐 하는 것은 바로 각자가 이 새로운 시대의 본질과 원리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신속하게 이에 대처하느냐에 달려있다. 21세기 초경쟁에 대한 정확하고 깊이 있는 이해와 초경쟁 패러다임으로의 신속한 전환은 바로 21세기 초의 대변동기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필자는 연세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조직이론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직이론 분야의 세계 최고 학술지인 ‘Administ - rative Science Quarterly’를 비롯한 다수의 저널에 논문을 실었으며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8호 Future Mobility 2020년 6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