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씨티은행(City Bank)의 한 직원은 고객들이 현금 인출을 위해 장시간 대기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금 자동 지급기’를 설치하자고 건의했다. 하지만 일부 은행 경영진은 철없는 건의라며 반대했다. 한 임원은 “예금을 도와주는 기계라면 몰라도, 출금을 도와주는 기계를 설치하면 돈이 빨리 빠져나가 예금액이 줄어들 텐데, 도무지 생각이 있는거냐”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나 직원의 생각은 달랐다. 고객은 빠르게 출금할 수 있는 편리한 은행에 돈을 더 맡기려 할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이 직원의 생각은 옳았다. 현금 자동 지급기를 도입한 후 씨티은행의 예금액은 단기간에 세 배나 불어났고 창구 직원도 줄어들었다.
씨티 은행의 이야기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드는 방법을 찾아보자. 이 이야기에서는 두 가지에 주목해야 한다.
먼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출금을 빠르고 손쉽게 한다’는 생각이다. 은행은 고객의 예금을 유치하는 곳이다. 일반적으로 은행원들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예금을 유치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춘다. 특정 부분에 초점이 맞춰지면 이 초점 근처의 일정 영역에서만 생각이 갇히게 된다. 일정 영역에 사고가 머물면 창의적 아이디어를 낼 수 없다. 따라서 정상적인 생각만으로는 아이디어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위해서는 비정상적인 생각을 활용해야 한다. 생각의 틀에서 의도적으로 벗어나야 한다.
‘어떻게 하면 예금을 더 빨리 나가게 할 수 있을까?’와 같은 비정상적 생각을 자유롭게 해보자.하지만 그냥 비정상적인 생각에만 그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비정상적인 생각을 정상적인 생각의 범위로 끌어들여야 생각의 폭이 그만큼 더 넓어진다. 이런 방법은 에드워드 드 보노(Edward de bono)가 이야기하는 수평적 사고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원한다면 당신의 업무와 관련해 먼저 비정상적인 생각들을 던져봐야 한다.
회사: 직급이 올라갈수록 월급을 적게 받는다.
슈퍼마켓: 더 많이 살수록 더 적게 깎아준다.
팀: 팀장이 고의로 실수한다.
광고: 제품의 결함에 초점을 맞춰 광고한다.
레스토랑: 손님이 내고 싶은 만큼 돈을 낸다.
이런 비정상적인 생각들만으로는 아무런 아이디어가 될 수 없다. 이 비정상적인 생각들을 이제 정상적으로 만드는 노력을 해보자.
회사: 직급이 올라갈수록 월급을 적게 받는다.
▶ 직급이 올라가면 월급을 줄이고, 성과급의 비중을 크게 하여 회사 경영에 책임을 지게 한다.
슈퍼마켓: 많이 살수록 적게 깎아준다.
▶ 두루마리 휴지에 적용한다. 10롤을 사면 2% 할인하고 1롤을 사면 10% 할인한다. 조금씩 자주 생필품인 휴지를 사게 해서 슈퍼에 자주 오도록 유도한다.
팀: 팀장이 고의로 실수한다.
▶ 팀장도 인간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팀의 화합과 인간미를 이끌어낸다.
광고: 제품의 결함에 초점을 맞춰 광고한다.
▶ 제품에서 발견되는 모든 결함을 착실하게 고쳐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고객에게 신뢰를 이끌어낸다.
레스토랑: 손님이 내고 싶은 만큼 돈을 낸다.
▶ 회원을 모집해 일정 금액을 미리내고 이용시 마다 만족도에 따라 손님이 내고 싶은 만큼만 돈을 내면 차별화가 가능하다다.
당신의 일에서도 엉뚱하고 비정상적인, 말도 안 되는 생각들을 던져보라. 그리고 자신의 상황을 고려해 정상적인 생각으로 연결하는 화살표를 찾아보라. 비정상적인 생각을 할 때에는 과감하게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해야 한다.
두 번째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의사결정에 관한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것을 채택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일반적으로 모두가 동의하는 의견은 파급효과가 크지 않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일수록 대부분 큰 반대에 부딪힌다. 이때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비정상적인 생각을 활용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이 머리의 작용이라면, 많은 아이디어들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여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것은 가슴의 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비정상적인 생각을 할 때에는 여유로운 성격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것을 현실적인 문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논리적이며 냉철한 머리가 필요하다
필자는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중앙연구소, PSI컨설팅, 이언그룹을 거쳐 현재는 창의력 컨설턴트로 문제해결과 리더십 및 자기계발 분야의 글을 쓰고 강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