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GM, 포드, 코닥, 시어스, 씨티 등의 위기 원인은 무엇일까? 대학원생 두 명이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세운 구글은 어떻게 불과 5년여 만에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먼저 내놓았던 MP3플레이어를 후발 주자인 애플이 아이팟(iPod)을 통해 가볍게 독식해버린 비결은 무엇일까? 핵심역량 개념이 1990년대 중반 이래 급속하게 관심을 끌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기업들이 최근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창조경영은 왜 갑자기 등장한 것일까?
필자는 1990년대 중반이후 글로벌 경쟁 환경이 100여년 만에 대변화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즉 경쟁 환경의 대변동으로 기존 강자들이 가지고 있던 경쟁우위의 기반이 더 이상 통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대량생산-대량소비’ 중심의 20세기적 산업사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21세기 글로벌 초경쟁환경, 즉 ‘하이퍼 컴피티션(hyper-competition)’의 도래 원인과 그 본질에 대해 설명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창조 경영의 필요성을 소개한다.
강자들의 몰락
우리는 지난 100여년 간의 현대기업사에서 일찍이 보지 못했던 현상들을 1990년대 중반 이래 목격하고 있다. 최근까지 세계 경제를 주도하던 초우량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GM이나 포드가 무너진다는 가능성은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현재 이 두 위대한 기업은 붕괴 직전에 있다. 또 초우량 기업의 상징으로 존경 받던 코닥도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으며, 1980년대만 해도 모든 업종을 통틀어 세계 최대 기업으로 꼽히던 시어스는 요즘 모습을 찾아보기조차 힘들게 됐다. 프라임(Prime), DEC, 몬산토(Monsanto) 는 이미 무너져 버렸다. 또 세계 기업사의 또 다른 전설인 씨티그룹이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 기간 동안 더욱 극심한 변동을 경험하였다. IMF 관리체제와 구조조정 과정에서 흔히 ‘대마불사의 신화’로 통하던 30대 재벌 그룹 중 16개가 사라져 버렸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흔히 이런 기업들이 방만한 경영 때문에 위기에 빠졌다고 쉽게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실제 방문해보면 일반 기업보다 훨씬 더 바쁜 경우가 대부분이며, 경영진과 구성원들은 밤새워 필사적으로 일하느라 피로에 지쳐있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업들은 결국 쓰러지게 된다. 즉 한때 위대했던 기업들이 무너지는 것은 ‘열심히 한다’ 혹은 ‘방만하다’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열심히 노력하되, 그 노력하는 방법이 틀렸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경의 본질이 근본적으로 바뀌면 과거에 성과를 창출했던 경영방식이 더 이상 쓸모없어지게 되는데, 이 때 과거 방식으로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생존이 불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급진적이고 불연속적인 환경변화가 발생할 때는 ‘열심히 노력하는 것(work hard)’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바뀐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올바른 방식으로 노력하는 것 (work smart)’이 필요하다.
100년만의 대변동
1990년대 중반에서 현재에 이르는 기간이 바로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대변동의 시기라는 것이 경영학자, 역사학자, 정치경제학자, 사회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세기말 현상’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한 세기가 끝나고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무렵에는 세계적 대변동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 대혁명과 미국 혁명 등을 통해 수천 년을 내려오던 왕정과 봉건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시민사회의 문을 열었던 18세기 말이 그랬고, 또 위대한 문명사학자 폴라니(Polanyi)가 ‘대전환(great transformation)’이라고 불렀던 현대 산업사회로의 전환이 일어난 19세기 말도 예외가 아니었다. 바로 지금 또 다시 글로벌 경제를 송두리째 뒤흔들 엄청난 대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경 이런 대변동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등장한 ‘신경제(new economy)’나 ‘신경쟁(new competition)’, ‘지식경제(knowledge economy)’, ‘무한경쟁(boundaryless competition)’ 등의 개념은 모두 이런 대변동을 지칭하는 명칭들이다. 이 가운데 필자가 볼 때 21세기 환경의 핵심을 가장 잘 표현하는 개념이 바로 ‘초경쟁환경(hyper-competition)’이다. 초경쟁환경이라는 말에서 ‘초(hyper)’라는 표현이 뜻하는 것은 단순히 경쟁이 심해졌다는 것이 아니라, 비정상적이라는 뜻이다. 영어로 ‘hyper’는 극도로 강하나 도가 지나쳐서 정상으로 볼 수 없다는 뉘앙스가 있는데, ‘초경쟁환경’이라는 표현은 21세기 환경이 20세기 환경에 비해 단순히 경쟁이 심해졌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지난 100여 년간 익숙하게 알고 있던 20세기 대량생산-대량소비 중심의 산업사회의 기준에서 봤을 때 거의 비정상으로 보일 정도로 경쟁의 본질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따라서 과거 환경에서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 기반이 됐던 지식, 역량, 노하우 등의 상당부분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필자의 개인적 경우를 보더라도 10여 년 전에 강의했던 내용들 중 거의 60∼70%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낡은 지식이 됐다. 기업 실무에서 종사해 온 경영자들도 마찬가지다. 수십 년의 기업경영 경험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도 마찬가지로 거의 대부분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무용지물이 됐다.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바로 ‘선택과 집중’에 대한 강조다.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가 핵심 경쟁원리이던 20세기의 경우 제한된 자원을 분산투자하기보다는 특정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경쟁우위 창출의 당연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불연속적 환경변화가 빈번하고 예측가능성이 극도로 낮은 21세기 글로벌 초경쟁환경에서 섣부른 선택과 집중은 매우 위험한 전략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도대체 21세기 글로벌 초경쟁환경이 왜 도래하였으며, 그 본질은 무엇이며, 이 새로운 환경에서 기업이나 개인이 생존하고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 실행해야 할 근본적 경영패러다임 전환의 방향을 소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