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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ganizational Behavior

경력직 채용 때 왜 여성에겐 고스펙을 원하나

이용훈 | 384호 (2024년 1월 Issue 1)
Based on “He’s Overqualified, She’s Highly Committed: Qualification Signals and Gendered Assumptions About Job Candidate Commitment” (2022) by Elizabeth L. Campbell & Oliver Hahl in Organization Science 33(6): 2451-2476



무엇을, 왜 연구했나?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이직을 생각해본다. 이직은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뿐 아니라 연봉 상승의 가장 강력한 요인이기도 하다. 서양 국가에서 이직은 자연스러운 커리어 발전의 한 단계이며 한국에서도 과거와 다르게 이직이 더 이상 낯선 선택은 아니다.

다른 한편, 기업 입장에서 직원의 이직은 골칫거리일 수 있다. 직원이 이직하면 인재를 새로 채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은 능력 있는 사람을 최우선순위에 두는 것 못지않게 회사에 오래 남을 사람을 뽑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직위가 요구하는 것보다 더 나은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이 지원할 때 인사 담당자들이 고민에 빠지게 되는 이유이다. 실제로 기존 실험 연구에 따르면 채용 담당자들은 적정 수준의 자격을 갖춘 지원자보다 자격 수준이 과도한 지원자를 뽑을 확률이 낮은데 과도한 자격을 갖춘 지원자가 채용 후 불만을 갖고 좋은 조건을 제공하는 회사로 또다시 이직할 수 있음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결국 채용 과정에서 우선시되는 것은 최고의 스펙보다 적정한 자격 요건을 갖추고 있어 능력도 있지만 채용 후에 직장에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다.

사회적 통념에 따르면 여성은 직업과 직장에 대한 헌신도가 낮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결혼, 출산, 육아를 여성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 지원자들은 때때로 “결혼하고 그만두는 것 아니야?” 혹은 “아이 가지면 그만두겠지”라는 편견에 맞닥뜨릴 때가 많다. 그리고 이런 편견으로 인해 여성은 이직 과정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다.

본 연구는 이런 불리한 조건에서 “과도한 자격 요건을 갖춘, 소위 고스펙 여성도 과연 불합리한 대우를 받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특히 연구자들은 과도한 자격 요건을 갖춘 남성 이직 지원자들이 직장에 대한 헌신도에 대한 의구심으로 인해 채용 과정에서 제외되는 것과 달리 여성들은 과도한 자격을 갖춰야만 오히려 채용 담당자들에게 직업과 직장에 대한 헌신도가 높게 보인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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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와 카네기대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피실험자는 실제 기업에서 채용을 담당하는 사람들이다. 연구진은 그들에게 무작위로 성별과 자격 요건을 제외한 다른 조건은 모두 같은 한 이직 지원자의 이력서를 보여줬다. 채용담당자들이 받은 이력서는 다음 4가지 중 하나였다.

1) 적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남성(현재 채용하는 자리와 비슷한 직위를 가지고 있음)

2) 과도한 자격 요건을 갖춘 남성(현재 채용하는 자리보다 더 높은 직위에 있음)

3) 적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여성(현재 채용하는 자리와 비슷한 직위를 가지고 있음)

4) 과도한 자격 요건을 갖춘 여성(현재 채용하는 자리보다 더 높은 직위에 있음)

피실험자인 채용 담당자들을 이 중 무작위로 선택된 이력서를 보고 이들이 얼마나 능력이 있어 보이는지, 또 얼마나 직업(그리고 직장)에 대한 헌신도를 보이는지를 평가했다. 그리고 이 지원자를 채용할지 말지를 결정했다.

기존 연구 결과와 유사하게 채용 담당자들은 과도한 자격 요건을 갖춘 남성보다 적정한 자격 요건을 가지고 있는 남성을 채용하려 했다. 과도한 자격을 갖춘 남성이 직장에 대한 높은 헌신도를 보일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 채용 담당자들은 이 남성들이 직업에 대해 보이는 헌신도는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성 이직 지원자의 이력서를 봤을 때, 채용 담당자의 반응은 반대였다. 즉, 적정한 자격을 갖춘 여성보다 과도한 자격을 갖춘 여성을 뽑으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두 가지였다. 과도한 자격을 갖춘 여성은 (1) 직장에 대한 충성도와 (2) 직업에 대한 충성도가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도한 자격을 갖춘 여성이 직장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고 여기는 이유는 이런 여성들은 기존 직장에서 차별을 받아 이직하려는 동기가 크고, 따라서 이들이 우리 회사에 뽑히면 더 높은 헌신도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편 과도한 자격 요건을 갖춘 여성이 직업에 대한 충성도 역시 높을 것으로 예상한 이유는 커리어에 투자를 많이 했기에 쉽게 일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본 연구의 결과를 짧게 정리한다면 남성이 이직할 때는 자신이 쌓은 경력에 적정한 수준의 직위와 직무인 것이 더 유리하다. 하지만 여성이 이직할 때는 새로운 직장에 요구하는 자격 요건보다 더 많은 것을 갖춰야 한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우리는 심심찮게 비슷한 직위, 직무를 수행하는 여성 직원들이 남성 직원들에 비해 과도한 자격 요건을 갖추고 있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이는 보이지 않는 남녀 차별의 결과이지 않을까? 이는 직장에서 남녀 차별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사회에 큰 시사점을 줄 수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은 차별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여성이 남성 직원에 비해서 더 나은 자격을 갖춰야 한다면 여성 직원은 자신의 경력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이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서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함을 의미한다. 정부와 기업은 이런 남녀 차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본 연구가 지적하는 문제의 원인은 남녀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쉽게 고치기 어렵다. 다만 채용 담당자들이 여성의 직업과 직장 헌신도에 대한 우려는 제고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은 채용 담당자들이 사회적 편견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하며 직무 유연화를 통해 여성 직원들의 직업 헌신도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 정부는 다양한 사회 제도를 통해 여성의 경력 단절을 줄여 여성의 직업 헌신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 이용훈 | 텍사스 A&M대 경영대학 경영관리 교수

    필자는 고려대에서 경영/경제학 학사, 경영관리학 석사를 받고 인시아드(INSEAD)에서 조직행동(Organizational Behaviour)학 박사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경영대에서 조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미국 텍사스 A&M대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혁신을 요구하는 산업에서의 네트워크, 사회적 정체성(social identity), 사회적 불평등에 관해 주로 연구한다.
    yglee@tam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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