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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금쪽이

“옆자리 휴직자의 업무
혼자 떠안아 너무 힘들어요”

최호진,고인선,김명희 | 381호 (2023년 11월 Issue 2)
편집자주

직장인이라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린 경험이 있을 겁니다. 단순한 스트레스를 넘어 잦은 야근으로 인해 정신적, 신체적 이상 신호가 나타난다면 직장인의 숙명이라 생각하고 버티기보다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이번 ‘직장인 금쪽이’에서는 육아휴직자의 업무를 모두 떠맡게 돼서 과로에 시달리는 사례를 재구성해 다뤘습니다. 직원 개인 차원에서 실행할 수 있는 솔루션과 함께 이렇게 일방적이고 과도한 업무 배정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이 있는지 등을 법률 자문가 등 전문가의 조언을 담아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직장 내 자존감과 자신감 회복을 위해 DBR의 마음 전문가들이 ‘처방’해드립니다. QR코드 또는 e메일(dbr@donga.com)을 통해 상담을 의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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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의류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3년 차 사원입니다. 최근 팀에 육아휴직자가 생겼는데 팀장님이 저와 별다른 상의도 하지 않고 휴직한 상사가 맡던 업무를 전부 제게 배정했습니다. 급여가 오르는 것도 아니고, 별다른 인센티브도 없는데 사실상 2인분의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함께 업무를 분담할 다른 상사도 있지만 워낙 ‘베짱이’ 스타일이라 시킨 일을 제대로 안 하거나 싫은 티를 낼 게 뻔한 사람이라 묵묵히 일하는 ‘예스맨’인 저한테 업무를 일방적으로 배정한 것 같습니다. 제일 만만한 게 저였던 셈이죠.

처음엔 월급 받고 일하는 직장인이니 어쩔 수 없다고 되뇌며 열심히 해보려고 했습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밤 10시 넘어 퇴근하고 주말에도 노트북을 가져와 잔업을 처리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칼퇴’하는 팀장님과 팀원들을 보며 어느 순간 나만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일과 시간에 표정 관리가 잘 안 되고 일에 능률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용기를 내 팀장님께 면담을 신청했습니다. 과중한 업무에 버거운 상황을 토로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황당했습니다. “언제 이렇게 열심히 일해 보겠냐”며 “사수가 없을 때 업무를 도맡아 오히려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라”는 것이었죠. 업무 조정 없이 면담은 허무하게 끝나버렸습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몸과 마음은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신경이 엄청 예민해진 데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갑자기 두근대는 경우가 잦아졌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밥을 잘 챙겨 먹지 않는 편이라 체중도 2~3㎏ 줄었습니다. 주말에도 집으로 일을 들고 오다 보니 활동적인 생활은 할 수 없고 남는 시간에는 침대에 누워 잠만 자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정말 우울증에 걸릴 것 같아 인사팀에 건의할 것도 고려해 봤습니다. 이렇게 일방적이고 과도한 업무 배정도 일종의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인사팀에 건의했다가 오히려 제가 나약하고 무능한 직원으로 낙인찍힌다면 더더욱 회사 생활이 어려워질 것 같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업계에 소문이 나면 추후 이직조차 여의치 않게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고요. 그렇다고 이대로 과중한 업무를 버티기엔 이젠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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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lution I 

육아휴직자의 업무를 혼자 떠맡으며 과중해진 업무를 처리하고 야근과 주말 근무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보니 신체적, 심리적으로 많이 지치셨군요. 이미 혼자 감당하기 버겁다고 팀장님께 말씀드렸지만 업무를 경감해주려는 노력 대신 설득과 합리화하려는 말만 돌아오니 답답하고 좌절감이 느껴질 듯합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태라고 하셨는데 말씀하신 예민함과 무력감, 가슴 답답, 체중 감소 등의 신체 증상을 고려했을 때 번아웃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보이네요.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 매우 시급하고 중요해 보입니다.

성 사원님이 이미 시도했듯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은 팀장님을 만나 상황을 설명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팀장님은 면담에서 상황에 대한 해결책 없이 설득의 말만 반복하셨네요. 그렇다고 성 사원님이 당장 인사팀을 찾아가 해결하는 것도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우려하시는 것처럼 인사팀에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할 경우 업무는 조정될지 모르지만 회사 안에 소문이 퍼질 수 있고, 진상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상사와의 관계가 어색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무엇보다 거절을 잘 못하는 성 사원님의 태도를 미뤄 봤을 때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시는 것 같습니다. 그럴수록 관계나 대외적 평판을 최대한 유지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여러 우려 사항을 고려했을 때 아직까진 팀장님과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해 보이고, 회사 내 공식적인 절차를 밟는 것은 최후의 보루로 여기는 것이 좋겠네요.

그렇다면 팀장님의 도움을 받아 업무를 조정할 수 있는 보다 현명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첫째, 상대방, 즉 팀장의 ‘진짜 니즈’에 집중합니다. 일반적으로 타인에게 요구나 요청을 할 때 본인의 입장에 치우쳐서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 역시 자신의 니즈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본인의 니즈가 충족될 수 없는 타인의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성 사원님이 처한 상황에 대입해 설명드리자면 팀장님은 육아휴직자의 공백이 발생한 상황에서 팀의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되길 원할 것입니다. 그런데 ‘베짱이’ 같은 다른 직원에게 업무를 할당하면 반발하거나 일을 대충 처리할 가능성이 높고, 다른 직원들은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어쩔 수 없이 성 사원님에게 일을 두 배로 맡긴 것으로 보입니다.

팀장님 입장에서는 현재 다른 대안이 없기에 업무량을 줄여 달라는 성 사원님의 요구에 당장 부응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성 사원님은 팀장의 니즈를 존중하다 보니 현재 상황에 이르렀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팀장님 역시 육아휴직자의 업무를 성 사원님에게 전부 떠맡겨 고생시키는 것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바가 아닐 수 있습니다.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선의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사람은 팀장님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려면 성 사원님도 팀장님의 ‘진짜 니즈’를 충족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예를 들어 육아휴직자의 업무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성 사원님이 다른 팀원들과 업무를 어떻게 분담하면 좋을지, 어떻게 개별 과업을 배분하면 좋을지, 육아휴직 대체자가 필요한지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먼저 제공해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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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본인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전달합니다. 거절을 잘 못하는 ‘예스맨’이라고 표현하신 것을 미뤄 봤을 때 성 사원님은 관계를 중시하고, 타인에게 거부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 같습니다. 거절을 잘 못하는 분들의 특징은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비치고자 자신의 욕구나 불편한 감정 등을 억누르고 최대한 타인의 기대나 원하는 바에 맞춥니다. 직장인의 경우 상사나 동료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다 보니 늘 과도한 업무량에 허덕이고 시간에 쫓기죠. 향후 리더가 되면 팀 전체를 힘들게 할 수 있습니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혹은 버림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고 희생하는 심리적 기제를 ‘착한 아이 증후군(Good boy syndrome)’이라고 합니다. 착한 아이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타인에게 맞춰져 있어 자신의 니즈나 호불호를 알아차리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착한 아이 증후군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이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자신의 니즈에 따라 선택하고 행동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 사원님은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으면서도 과도한 업무에서 벗어나고, 대외적으로 성실하고 유능한 사람으로 보이길 원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팀장님의 걱정과 우려에 대해 충분히 공감해주면서도 본인이 감당 가능하고 잘 해낼 수 있는 업무량에 대해 명확히 전달하고, 원하는 업무 분장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팀장님이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데는 성 사원님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특별히 이야기하지 않고, 표정이나 말로 거부 의사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의 상황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무엇을 원하고, 원하지 않는지 명확히 이야기하는 것은 오히려 타인이 좋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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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거절을 어렵게 만드는 비이성적 사고를 객관화합니다. 착한 아이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거절 이후의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큽니다. 이들이 거절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거절 이후 불편한 상황을 감당하는 것보다 거절하지 않고 고생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예스맨으로 살고 싶지 않다면 유일한 해결책은 지금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먼저, 거절 이후 일어날 상황에 대한 본인의 상상 또는 예측이 합리적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거절하고 나면 상대방과의 관계가 정말로 많이 불편해질까요? 아마 실제보다 과장된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은 업무를 함께 나눴어야 할 베짱이 상사도 싫은 티를 내며 평소 시킨 일을 제대로 안 하고 있음에도 회사를 잘 다니고 있고 팀장님 역시 업무를 조정해 달라는 성 사원님의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거절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업무 부담이 줄어 자신의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업무 효율이 높아졌을 것입니다.

타인의 요구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면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무조건 수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업무량 이상을 요구받으면 가능한 업무와 가능하지 않은 업무에 대해 명확히 알려주세요. 업무량이 소화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탁월한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또한 거절한다고 관계가 나빠지는 것도, 거절하지 않는다고 관계가 좋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성 사원님의 경우 거절하지 않아 당시에는 어색한 순간을 모면할 수 있었지만 사실상 현재는 팀장님과의 관계가 더 불편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모든 노력에도 팀장님의 태도나 행동에 변화가 없다면 사내 공식 절차를 밟아 문제를 해결합니다. 성 사원님은 육아휴직 대체자의 업무를 전부 떠안아야 할 책임이나 의무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초과 근로 수당 없이 야근과 주말 근무를 강요하는 것은 명백히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사측의 잘못입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은 무능한 태도도, 이직에 있어 불이익을 받을 만한 행동도 아닙니다. 오히려 용기 있는 태도이며 많은 사람의 공감과 지지를 얻는 행동일 수 있습니다. 물론 철저히 준비한 뒤 합리적으로 공식 절차를 밟을 때를 전제로 합니다.

팀장님과 면담하든, 인사팀에 이야기하든 성 사원님이 고민하고 두려워하는 만큼의 극단적인 상황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두려움은 우리의 이성이 차분히 작동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가장 먼저 본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데 집중하세요. 혼자 감정 통제가 안 된다면 주위 사람들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감정이 가라앉았을 때 문제 해결 방법이나 절차에 대해 차분히 생각하고 진행한다면 큰 무리 없이 고민이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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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lution II 

이렇게 과도한 업무가 배정된 경우 당사자로서는 혹시나 조직에서 이 정도 업무도 감당 못하는 무능력자로 여겨지지 않을지, 평판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지 등이 두려워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을 겁니다. 과도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당사자의 어려움과 괴로움은 심각하지만 외부에 드러나는 폭언, 폭력, 성희롱, 따돌림 등에 비해 회사 업무와 관련한 사항만으로 책임자를 특정하기는 어렵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업무 배정도 ‘직장 내 괴롭힘’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이란 ①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② 업무의 적정 범위를 넘어 ③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입니다. 성 사원님의 경우 육아휴직자로 인해 업무 공백이 발생한 이후 팀장님이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업무를 배정했습니다. 그런 일방적인 업무 배정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성 사원님이 과도한 업무를 수행하느라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물론 장기간의 과로로 신체적 이상이 나타나고 있으므로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근무 환경의 악화도 비교적 분명해 보입니다. 업무 추가 배정 전후 성 사원님의 의견을 듣거나 협의하는 과정이 없었을뿐더러 추가 업무를 언제까지 수행해야 하는지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심리적 고통이 더욱 가중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도한 업무 배정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는 데는 해당 업무 배정이 ‘업무의 적정 범위를 초과한 것인지 여부’가 핵심입니다. 업무를 배정한 회사나 상사 입장에서는 해당 근로자가 충분히 수행 가능한 업무라거나 인력 운용 과정에서 일시적인 과부하가 걸린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가피한 사정이 없음에도 과도한 업무를 배정하고,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조차 확보되지 않는다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행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성 사원님의 경우 휴직자의 업무 전체를 성 사원님에게 몰아주면서 다른 상사의 기존 업무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이로 인해 근로시간 내 업무를 마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업무의 적정 범위를 넘어선’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실관계 조사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성 사원님의 근로계약서 혹은 근로계약 전 채용 공고문, 취업 규칙 등을 자세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성 사원님이 새로 맡게 된 업무가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업무 범위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의 적정 범위를 넘어선’ 행위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한 취업 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사항으로 어떤 내용이 규정돼 있는지도 확인해 보시면 회사의 관련 대응 절차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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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내 공식 절차를 통해 문제 제기를 원하신다면 우선 객관적 자료를 준비하시길 권합니다. 성 사원님의 근로계약서상 업무 범위 및 업무시간 등을 확인하시고 실제 근무하신 시간 및 업무 내용을 정리해 보십시오. 단순히 야근과 주말 근무가 잦았다고 이야기하기보다는 초과 근무시간을 날짜별로 상세하게 기록한 자료를 토대로 문제 제기해야 설득력이 높아집니다. 또한 업무 추가 배정 전후 근로시간의 증가 추이, 업무 결과물, 과도한 업무로 인한 성 사원님의 피해 상황에 대한 의사 소견서 등의 객관적 근거도 준비하시는 게 좋습니다. 실제로 제가 법률 자문을 제공한 의뢰인이 신규 업무 배정 전후 업무량 증가를 객관적 자료로 정리해 회사에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한 결과, 업무가 재조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성 사원님이 과도한 업무 배정과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한다면 관련 법에 따라 사용자는 지체 없이 당사자들을 상대로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피해 근로자를 위해 근무 장소 변경, 유급 휴가 등의 조치를 하고,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면 피해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 가해 행위자에게 징계, 근무 장소 변경 등의 조치를 해야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것은 관련 법에 따라 엄연히 금지돼 있고,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조사자나 참여자, 조사 내용을 보고받은 사람은 비밀 유지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직장 내 괴롭힘 신고로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거나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법이 모든 불이익을 보호하긴 어렵습니다. 법의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고, 성 사원님이 우려하시는 불이익이 위법적인 수준이 아니라면 개인이 일일이 법적으로 대응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사내에서 익명 신고를 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런 제도나 절차를 갖고 있지 않은 회사라면 외부 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고용노동부 민원 신청을 통해 기명 혹은 익명으로 진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익명으로 진정할 경우에도 성 사원님과 회사 모두 외부 기관의 조사 절차에 응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사안에 대해 설명하다 보면 당사자가 특정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이런 절차가 부담스러우시다면 앞서 말한 근무 관련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팀 내부에서 조정 방향을 논의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일 수 있습니다. 성 사원님의 사례와 같은 과도한 업무 배정은 실제로 직장 내에서 많이 일어나는 일이지만 안타깝게도 과도한 업무 배정만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공식 인정받은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실제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기보다는 그 전에 조직 내에서 시정하거나 종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현실을 고려했을 때 회사에 공식 신고하기 전 우선 팀 내에서 해결책을 다시 한번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갖은 노력에도 내부 조정이 어렵다면 회사 공식 절차를 통한 신고를 먼저 생각해보시고 혼자 이런 절차를 감당하기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변호사, 노무사 등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도 고려할 만합니다.
  • 최호진 | 동아일보 기자
    h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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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인선 | 법무법인 원 변호사

    법무법인 원 변호사로 기업 법무와 ESG를 주요 업무 영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기업이 내부에서 다루기 어려운 고충 상담 신고 센터를 운영 대행하는 법무법인 원 ESG 센터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기업 컴플라이언스 및 ESG 경영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isgo@onelaw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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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명희 | 인피니티코칭 대표

    필자는 독일 뮌헨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석사,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고려대, 삼성경제연구소,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강의와 연구 업무를 수행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코칭 리더십, 정서 지능, 성장 마인드세트, 커뮤니케이션, 다양성 관리, 조직 변화 등이다.
    cavabien1202@iclou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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