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의류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3년 차 사원입니다. 최근 팀에 육아휴직자가 생겼는데, 팀장님이 저와 별다른 상의도 하지 않고 휴직한 상사가 맡던 업무를 전부 제게 배정했습니다. 급여가 오르는 것도 아니고, 별다른 인센티브도 없는데 사실상 2인분의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함께 업무를 분담할 다른 상사도 있지만, 워낙 ‘베짱이’ 스타일이라, 시킨 일을 제대로 안 하거나 싫은 티를 낼 게 뻔한 사람이라, 묵묵히 일하는 ‘예스맨’인 저한테 업무를 일방적으로 배정한 것 같습니다. 제일 만만한 게 저였던 셈이죠.
처음엔 월급 받고 일하는 직장인이니 어쩔 수 없다고 되뇌며 열심히 해보려고 했습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밤 10시넘어 퇴근하고, 주말에도 노트북을 가져와 잔업을 처리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칼퇴’하는 팀장님과 팀원들을 보며, 어느 순간 나만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일과 시간에 표정 관리가 잘 안되고, 일에 능률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용기를 내 팀장님께 면담을 신청했습니다. 과중한 업무에 버거운 상황을 토로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황당했습니다. "언제 이렇게 열심히 일해 보겠냐"며, "사수가 없을 때 업무를 도맡아 오히려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라"는 것이었죠. 업무 조정 없이 면담은 허무하게 끝나버렸습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몸과 마음은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신경이 엄청 예민해진 데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갑자기 두근대는 경우가 잦아졌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밥을 잘 챙겨 먹지 않는 편이라 체중도 2~3키로 줄었습니다. 주말에도 집으로 일을 들고 오다 보니 활동적인 생활은 할 수 없고, 남는 시간에는 침대에 누워 잠만 자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정말 우울증에 걸릴 것 같아 인사팀에 건의할 것도 고려해 봤습니다. 이렇게 일방적이고 과도한 업무 배정도, 일종의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인사팀에 건의했다가 오히려 제가 나약하고 무능한 직원으로 낙인찍힌다면, 더더욱 회사 생활이 어려워질 것 같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업계에 소문이 나면 추후 이직조차 여의치 않게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고요. 그렇다고 이대로 과중한 업무를 버티기엔 이젠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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