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일부 근로자는 저성과자 성과 향상 프로그램(PIP)의 목적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실제 저성과자들의 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고용 불안만 초래한다는 의심이 컸던 것이다. LG전자는 2022, 2023년 초 PIP를 진행했다. 사무직 노조인 ‘사람중심’은 PIP의 투명성, 유효성에 문제를 제기했고 대상자들에게 노무적, 실무적 도움을 제공했다. 노조원들이 코칭에 나서 보고서 작성부터 목표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전수한 것이다. PIP가 직원들의 반감을 덜고, 이름 그대로 취지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려면 직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고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보완돼야 한다.
감원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처음에는 유동성이 컸던 팬데믹 기간 중 과도하게 몸집을 불렸다 현재 그 규모를 감당하지 못하는 벤처 업계의 이야기인 듯했다. 그러나 제조업이 주축을 이루는 대기업들에도 반도체 한파, 수출 감소 등의 여파로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고용이 유연하지 않은 한국에서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는 대기업은 인력 조정에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기업의 미션은 당연히 인건비에 걸맞게 직원의 성과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목적으로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성과 향상 프로그램, 일명 PIP(Performance Improvement Program)를 시행하는 기업들이 있다. 보통 3∼6개월 정도 회사가 적극 개입해 저성과 직원의 업무를 모니터링하고 관련 교육을 이수하게 하는 식이다.
그런데 PIP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늘 의문이 제기됐다. 과연 이 프로그램이 이름 그대로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함인지, 혹은 적법하게 계약을 종료하기 위해 마련한 하나의 절차인지에 물음표가 따랐다. PIP에서 미진한 성적을 거둔 직원들은 해고 처리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에 의심은 확신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수차례 소송도 진행된 바 있다. 현대차에선 2011년, PIP와 관련해 소송을 제기한 퇴사 직원들이 있었지만 법원은 해고 과정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판결했다. 그런데 2020년에 통상 해고된 직원이 제기한 소송에서는 “PIP를 진행해도 개선의 여지가 없었다”는 현대차 측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통상 해고가 위법으로 결론 나기도 했다. 한편 2022년 9월에는 SK하이닉스의 PIP가 적법하다는 판결이 선고된 바 있다.
최근 PIP로 관심을 모은 대기업이 또 있다. 바로 LG전자다. LG전자는 2022년과 올해 초 희망퇴직을 신청받는 동시에 PIP 대상자를 발표했다. 대상자 중 일부는 LG전자의 사무직 노조 ‘사람중심’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이에 사람중심은 노조원들에게 PIP 통과를 위한 코칭, 법적 자문 등을 제공했다. 도움을 준다 하니 점점 더 많은 대상자가 노조의 문을 두드렸다. 그 결과, 작년 하반기 노조원 20명 중 18명이 PIP를 무사히 졸업했다. 그해 상반기 80명 중 1명이 통과한 것과는 큰 차이가 나는 결과였다.
노무적 이슈에서뿐만 아니라 구성원 간 멘토링식 업무 경험 전수 등으로 사람중심의 사례는 노조의 새로운 역할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조가 어떻게 PIP에 기여할 수 있을까. LG전자 사무직 노조 사람중심을 이끌고 있는 유준환 위원장과 이들을 자문 중인 정명아 법률사무소 새날 공인노무사에게 지원 방식 등에 대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