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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에게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법 -1

현명한 자들에게만 직언의 자유를

구본형 | 19호 (2008년 10월 Issue 2)
사람을 앞에 두고 마음속에 품은 바른 말을 하기는 어렵다. 특히 상대방이 자신보다 높은 직위에 있는 상사이거나 자신에게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바른 말, 즉 직언(直言)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자리를 걸고 말해야 할 때도 있다.
 
직언은 호랑이 꼬리를 밟는 것과 같다
주역(周易)에서는 직언을 ‘호랑이 꼬리를 밟는 일(履虎尾)’에 비유한다. 호랑이 꼬리는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하나는 꼬리를 내려 항문을 가리니 구리고 냄새나는 것의 덮개이며, 다른 하나는 치켜세워 맹수의 왕임을 보여 주는 용맹과 힘을 상징한다. 직언은 상사의 잘못이나 부족한 점, 심지어 비리를 지적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과정에서 권위에 도전하게 되는 것이니 호랑이 꼬리를 밞는 것처럼 대단히 위태로운 일이라는 뜻이다.
 
직언은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늘 힘을 가진 사람의 주위에는 직언하는 사람보다 좋은 말로 아부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역사는 쓴 소리와 충언을 아끼지 않은 사람들의 충절을 기리기도 하지만 직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거나 목숨을 잃은 사람의 이야기도 무척 많다.
 
춘추전국시대 한비자는 ‘세난(說難)’에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설득할 때의 어려움을 다음과 같이 설파했다.

상대가 명예를 중히 여기는데 이익에 대하여 말하면 비천한 자라 생각하여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이익을 중히 여기는데 명예에 대하여 말하면 세상 물정을 모르는 융통성 없는 자라고 배척당하게 된다. 속으로는 이익을 바라면서 입으로 명예를 중히 여기는 사람에게 명예에 대하여 이야기하면 겉으로는 받아들이는 척하다가 결국 버리고 말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심리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설득에 성공하려면 호흡을 살펴 상대의 의중을 파악해야 한다.”
 
직언이 어려운 일이라 하여 잘못된 것을 그대로 두고 비리를 묵인하며 과거의 관행에 절어 살 수만은 없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어려운 것을 고치는 직언은 일상에서 꼭 필요하지만 매우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적절한 때와 방법을 가려 익혀두는 것이 좋다. 이를 터득하지 못하면 직언을 하기 어렵고, 직언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관계만 위태로워질 뿐이다.
 
불편한 진실을 말할 때 갖춰야 할 세 가지 조건
직언이 받아들여지는 조건은 크게 세 가지다. 이 세 가지가 갖춰지면 불편한 진실을 상사에게 말해도 괜찮을 것이다. 받아들여지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오해가 없다.
 
첫 번째, 서로가 불편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관계인지 아닌지 분별해야 한다. 즉 자신과 상사의 사이가 직언이 가능한 거리인지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직언의 거리는 신뢰의 거리와 동일하다.
한비자’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떤 마을에 부자가 살고 있었다. 비가 많이 와서 담이 무너졌다. 담이 무너진 것을 보고 어느 날 그 집 아들이 아버지에게 담을 고치지 않으면 밤에 도둑이 들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잠시 후 같은 동네의 다른 사람이 또 똑같은 말을 했다. 공교롭게도 그날 밤 도둑이 들어 많은 것을 훔쳐 달아났다. 이 사람은 아들의 말이 맞은 것을 대견해 하며 아들의 현명함을 칭찬했다. 그러나 똑같은 충고를 해 준 이웃 사람에 대해서는 의심했다. 두 사람이 같은 내용의 조언을 해 주었지만 한 사람은 현명하다는 소리를 듣고 또 한 사람은 의심을 받게 되었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한마디로 직언이 그 내용보다 관계에 더 민감한 함수임을 보여 준다.
 
따라서 상사와 적절한 신뢰의 관계 속에 있을 때만 직언하는 것이 현명하다. 적절한 신뢰의 범위 안에 있지 않다면 직언은 통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오해를 불러 두 사람은 함께 하기 어려운 관계로 치닫게 될지도 모른다. 가깝지 않으면 아무 말도 하지 마라. 신뢰 관계를 확보하지 못하고 행하는 직언은 불리할 뿐이며, 현명치 못한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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