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케시 구라나, 니틴 노리아
지난 수십 년 동안 비즈니스계의 신뢰 실추와 자기 검열 붕괴로 경영자들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신뢰를 되찾기 위해 경영자들은 이제 자신의 사명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단지 주주에 대해서만 책임을 져야 하는 수준이 아니라 사회 제도를 수호해야 하는 사명까지 그들의 역할로 받아들여야 한다. 다시 말해서 경영이 하나의 전문직이 되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진정한 전문직은 행동 규약을 갖고 있으며, 조직 구성원들에게 공식 교육의 일환으로 그 규약의 의미와 결과를 가르친다. 또 구성원 가운데 존경 받는 인사들로 구성된 감독기관이 구성원들의 규약 준수 상황을 감독한다. 이 규약을 통해 전문직 업계는 다른 사회 구성원들과의 암묵적인 사회적 계약을 맺는다. 즉 자신들의 업종에서는 그들 스스로가 감독 권한을 관리하고 행사하겠다는 계약이다.
그에 대한 대가로 전문직 업계는 그 구성원들이 사회의 신뢰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주어진 업무를 수행할 뿐 아니라 높은 자격 요건과 정직성을 몸소 실천하겠다는 약속도 한다. 이를 감안할 때 우리는 원활한 기능을 수행하는 제도적 체계가 있을 경우 전문직 업계가 그릇된 행위를 스스로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도덕적 행위 역시 직업 구성원 대부분이 유지하고자 하는 자아상, 즉 그 직업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일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경영을 전문직으로 인식하는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는 커다란 기대 속에 미국 내 대학 부설 경영대학원이 설립되던 100년 전에 이미 태동한 개념이다. 당시 제도적 기업을 주창한 학자와 경영자들은 대기업 등장을 기존 사회 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평가했다. 대기업들이 그들의 주식을 대중에게 판매함으로써 기업 소유권은 분산됐다. 이에 따라 주주, 노동 단체, 정부 관료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모두 새롭게 등장한 강력한 조직, 즉 대기업에 대한 지배권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경영대학원은 이처럼 소유권이 공개된 기업을 관리할 권리가 경영자들이라는 새로운 집단에 있음을 정당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만들어졌다. 경영자의 권리를 정당화하는 전략으로 경영대학원을 주창한 경영자들은 진보적인 시대의 3대 주요 기둥으로 꼽히는 제도, 즉 과학과 전문직, 신규 미국 대학들과 동맹을 맺었다.
경영대학원 설립 운동을 이끈 경영자들은 정규 교육, 면허, 행위 규범 등을 토대로 경영이라는 업종을 진정한 전문직으로 전환함으로써 대기업이 사회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 이상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경영이 전문직이라는 주장은 의학계나 법조계와 같은 진정한 전문직과 비교해 볼 때 여러 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의사나 변호사와는 달리 경영자는 자격증은 고사하고 정규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을 필요가 없다.
또한 그들에게는 보편 타당한 행위 규범도 없다. 각각의 기업이 저마다 자사의 규범과 가치를 정해 놓고 있기는 하지만 업계 전반에 걸쳐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직업 가치가 없으며, 그 규범을 어긴 경영자를 견책할 권한을 가진 감독기관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경영이 전문직이 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제도적 체계가 잘 알려져 있어 정착시키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경영을 전문직화하는 방향으로 밀고 나가야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경영 교육을 정규화 하는 것이 경영자 개개인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
더욱 포괄적으로 말해 일관된 교육을 받은 경영자집단을 양성하는 것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기업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현실적으로 강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련의 규범을 도출하는 데 집단적인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
이어지는 내용을 통해 우리는 경영과 진정한 전문직 간의 차이점을 알아보고 경영을 전문화하는 제도가 어떻게 운영될 수 있는지, 과연 바람직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경영 교육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인가
TV 드라마, 영화, 소설 덕분에 의사와 변호사들의 교육 과정은 일반인에게 일종의 전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개 진정한 전문직 구성원들은 대학 졸업 후 3,4년 동안 강도 높은 교육 과정을 거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