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전문가 이한규 IBM GBS Korea 상무 인터뷰

“문제를 느끼면 즉시 말하는 세대
열심히 들어보라. 거기에 답이 있다”

269호 (2019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Z세대를 ‘어린 밀레니얼’ 혹은 ‘밀레니얼의 막내’ 정도로 인식하고 접근하면 제대로 공략할 수 없다. 그들은 밀레니얼에 비해 경제 관념이 투철하며 공정성과 정의 등의 가치를 중시한다. 밀레니얼이 ‘가성비’와 ‘과시적 소비’를 동시에 추구한 반면 Z세대는 ‘실속형 소비’와 ‘가심비’를 추구한다. 놀랍게도 철저한 ‘모바일 네이티브’인 Z세대는 밀레니얼이 외면했던 오프라인 매장을 다시 찾기도 한다.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해 조직으로 들어온 Z세대는 산만해 보이지만 사실은 항상 뭔가를 검색하고 궁금한 걸 물어보려 한다. 그들이 제기하는 질문과 불만, 문제점에만 귀 기울여도 기업이 가진 많은 문제를 풀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동영상 편집, 스트리밍, 게임 등으로 돈을 벌어온 그들 특유의 기업가정신을 활용하면 혁신에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지우(서강대 경영학과 2학년) 씨와 양성식(경희대 경제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태어나보니 세상은 연결돼 있었고, 엄마아빠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 있었다. 그들이 울 때 부모는 휴대폰, 스마트폰을 켜서 음악을 틀거나 동영상을 보여줬다. 초등학교 때 숙제를 하기 위해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손에서 폰을 놓아본 적이 별로 없기에 마치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사용한다고 해서 ‘포노사피엔스’라 불리기도 한다. 그들이 태어나자마자 맞닥뜨린 ‘연결된 세상’은 실제 정치·경제적으로도 연결된 세계였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2009년부터 유럽의 재정위기로 이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국가, 그리고 신흥국들까지도 영향을 받았다. ‘동조화된 세계’는 그 세대 전체에게 ‘공통의 경험’을 선사했다. 한편 SNS와 유튜브를 통해 짤막한 텍스트와 동영상으로 서로 소통하는 이들에게 인종, 국적, 성별, 성 정체성 등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문제였다. 각기 처한 상황과 사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분화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이들 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지구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한 듯하다. 디지털 네이티브를 넘어 ‘모바일 네이티브’인 세대, 바로 Z세대 얘기다.

사람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대략 1990년대 중후반 출생자부터 2010년 출생자까지를 Z세대로 분류하고 있다. 사실 1∼2년 전까지만 해도 이들 세대는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들 세대 중 상당수는 10대였고, 20대라 하더라도 아직 본격적으로 경제 활동을 시작한 나이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한 수년 전까지 기업의 경영진, 마케터, HR 담당자들을 당황시켜왔던, 그래서 한동안 기업의 최대 관심사이자 연구대상이었던 밀레니얼세대(대략 1980년대 초중반 이후 출생자부터 1990년대 초중반 출생자까지가 포함되는 세대)와 큰 차이가 없는 세대, ‘밀레니얼의 막내 세대’ 정도로만 인식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1∼2년 전부터 기업에서도 이들이 뭔가 밀레니얼과 다르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이들은 밀레니얼과 상당 부분 비슷한 정서와 행태를 공유하면서도 명백하게 다른 성향과 행동패턴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1





그리고 IBM 기업가치연구소 조사 결과에도 나오듯 Z세대는 소비를 위해 직접 지출하는 능력은 제한적이지만 가족의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림 1) IBM 리포트 ‘유일무이한 Z세대’에 따르면 이들 세대는 더 나이 많은 가족 구성원보다 월등한 디지털 지식을 갖고 있기에 가족의 구매 경로, 즉 제품평가와 구매방법론, 구매 후 활동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영향력의 범위는 가정용품, 식품, 음료 구매로 확장된다. 심지어 가구, 여행 등 Z세대의 개인 예산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고가의 품목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Z세대 자녀가 가족의 소비 및 구매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93%에 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밀레니얼 연구에 힘을 쏟던 마케팅 전문가들은 정신이 번쩍 들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Z세대의 선두주자인 1990년대 중후반생들은 이미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 조직생활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래도 3년은 버텼던 밀레니얼과 달리 1년도 채 되지 않아 조직을 떠나는 일이 다반사다. HR 담당자를 비롯한 관리자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제 겨우 밀레니얼 소비자 공략법과 밀레니얼 직원 대응법을 깨달은 기업들의 고민은 다시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한 각종 Z세대 관련 서적과 컨설팅사 보고서 등은 모두 미국의 Z세대를 다루고 있어 ‘비슷하면서도 다른’ 한국의 Z세대를 연구해야 하는 마케터와 인사 담당 직원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한국의 미디어에서도 최근 Z세대에 대한 논의를 하기 시작했으나 아직 밀레니얼과 한데 묶어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도 IBM 기업가치연구소와 전미소매협회가 함께 발간한 보고서 ‘유일무이한 Z세대’의 데이터와 통찰을 바탕으로 한국의 Z세대를 연구하고 기업들에 제언하고 있는 유통, 소비재 전문가이자 디지털 전환 전문가가 한 명 있다. 이한규 IBM GBS(Global Business Services) Korea 상무다. DBR이 그를 만나 한국의 Z세대는 어떤 이들인지,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물었다. 또 소비자로서의 Z세대, 미래 직원으로서의 Z세대는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답을 들었다. 다음은 이 상무와 나눈 2시간여의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한 내용.


Z세대 이해하기: 정체성과 가치관
Z세대가 최근 갑자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아마 IBM 보고서에서도 지적한 바 있는 ‘가족의 구매 여정에 미치는 큰 영향력’ 때문인 거 같다. 한국에서도 그런 것인지 궁금하다.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을 때 꽤 놀랐다. 나는 소비재/유통 분야에서 컨설팅을 하고 많은 고객사를 돕고 있는데 사실 2018년까지도 주로 ‘밀레니얼’을 화두로 얘기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올해(2019년)부터는 Z세대 얘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최근 한 고객사에 가서 Z세대와 관련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그런데 그 고객사 임직원들의 관심이 정말 폭발적이었다. 다들 뭔가 ‘아, 밀레니얼 하고는 좀 다른데…’라고 막연히 느끼면서 답답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정말 곧바로 ‘Z세대가 궁금하다’며 DBR에서 인터뷰 요청이 또 들어온 거다.

질문에 답해보자면 우리(IBM) 기업가치 연구소에서 만든 자료에도 나와 있듯 이 세대가 아직 본격적으로 소비에 나선 세대는 아니라 할지라도 분명 가족 전체 구매 패턴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 같긴 하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사실 이건 구매 데이터 자체로 잡히는 건 아니라서 좀 생각을 해봐야 하는 문제인데, 내가 볼 때 그 부모인 X세대가 자녀 Z세대를 어떻게 키웠는지 떠올려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X세대는 베이비붐세대와 달리 자신의 자녀들이 각종 디지털, 모바일 디바이스에 노출되는 걸 ‘막을 수 없다’고 분명히 인식했고 유년시절을 지나는 자녀들에게 스마트폰과 각종 디바이스를 안겨줬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특히 그렇고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는데 부모와 자녀가 이 디바이스를 매개로, 또한 디바이스에서 구동되는 각종 앱과 소프트웨어, 그리고 게임을 매개로 대화를 굉장히 많이 했다. 베이비붐과 밀레니얼(혹은 Y세대)과의 관계와 달리 X세대 부모와 Z세대 자녀는 좀 더 친근한 관계다. X세대는 디지털 세상을 청년기에 접하며 처음으로 디지털 세상으로 전격 이주한 이들이기에 자신의 동생이나 조카뻘인 Y세대, 자녀뻘인 Z세대보다 확실히 더 능숙하진 않지만 충분히 ‘디지털 전환’에 열려 있고 거부감도 없다. 궁금한 게 있으면 자녀와 나란히 앉아서 검색을 한다. 그런데 이 부모세대는 사실 Z세대 자녀들이 자신들보다 훨씬 더 검색에 능숙하고 실력이 좋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니 뭔가 인터넷, 모바일을 통해 구매하려고 할 때, 요새 대부분 그렇게 구매하긴 하지만, Z세대의 감각을 믿고 물어보게 되는 것 같다.

Z세대는 X세대 부모와 연결시켜보면 밀레니얼과의 차이부터 그들이 갖는 가치관과 정체성을 분석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경제 호황기에 상당한 부를 축적했던 베이비붐세대와 달리 X세대는 한국에서는 IMF 외환위기 취업난부터 시작해 상시적 구조조정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까지 견디면서 살아야 했고 이는 유년기의 Z세대 자녀와 함께 겪어야 하는 ‘생존투쟁’이었다. 그럼에도 이른바 ‘서태지 세대’로서 자유주의 성향이 강했던 이들 X세대는 자녀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의견을 굉장히 존중하는 형태로 키웠다. Z세대는 부모를 통해 세상이 녹록지 않다는 걸 봤고,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지만 자신의 생각과 의사결정을 존중받으면서 컸기에 현실감이 뛰어나면서도 동시에 자립심이 강한 세대가 됐다.


방금 강조하셨듯 밀레니얼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분명 차이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맞다. 기업인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절대 Z세대를 ‘어린 밀레니얼세대’ 정도로 봐선 안 된다는 거다. 두 세대 다 자기 취향이 뚜렷하고 디지털, 모바일 디바이스에 능숙하다는 점에서 유사한 면이 많지만 결정적인 부분에서 큰 차이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 둘이 뭐가 다르겠냐’는 마음으로 연구를 시작하면 절대 안 된다. 일단 밀레니얼과 Z세대 스스로도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고, 내가 컨설팅을 제공하는 고객사와 함께 기업 입장에서 소비자로서의 그들을 봐도 분명 소비 패턴, 행동과 사고방식이 정말 다르다. 소비 패턴 얘기는 어차피 인터뷰 내내 계속해야 되니까 먼저 가치관 차원에서 보자. 밀레니얼은, 아니 밀레니얼까지는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라도 대학을 가려고 했고, 졸업 후에는 MBA 등을 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IBM의 각종 조사 자료를 봐도 그렇고 내가 컨설팅 현장에서 만난 많은 밀레니얼의 생각도 그랬다. 그런데 Z세대는 그런 생각이 별로 없다. Z세대는 ‘대학에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 들어가는 비용’을 본인이 직접 계산해서 부모한테 ‘이 비용을 그냥 한 번에 나한테 투자하시는 게 어떠냐?’고 되묻는다. 굳이 대학을 갈 필요 없이 자신이 뭔가 하고 싶은 일이나 비즈니스 혹은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있으니 바로 거기에 투자해달라고 요청한다. 재밌는 건 이전 베이비붐세대와 달리 X세대 부모는 이걸 듣고 ‘안 돼!’라고 자르지 않고 실제로 같이 고민해본다는 거다. 예전 세대는 어린 자녀, 아직 성인이 안 된 자녀 혹은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하지 않은 자녀가 경제 문제나 미래에 대한 얘기를 하면 ‘아직 경험도 없는데 뭘 아느냐’며 면박을 주기가 일쑤였다. 실제로도 젊은 세대가 다들 돈 벌어서 써 본 경험이 없고, 있다 하더라도 그런 경험이 일부 아르바이트에 한정돼 있던 건 사실이었기에 제대로 반론을 펼치지 못했다. 그런데 Z세대는 청소년기 때부터 간단한 스트리밍, 동영상 촬영이나 소셜네트워크상에서의 이런저런 활동으로 돈을 벌고 경제활동을 해본 경우가 아주 많다. 또 자신은 경험이 없더라도 주변 친구 한두 명은 반드시 온라인 활동을 통해 큰돈을 번 경우가 있기에 생각보다 지금 이 시대에 무엇이 돈이 되는지,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말 잘 알고 있다. 더군다나 부모 세대는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직업군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기에 오히려 부모에게 얘기할 때 더 힘이 생기기도 한다.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Z세대는 밀레니얼보다 부모 세대랑 가깝게 지내는데 현실적인 감각과 독립심이 강하다 보니 밀레니얼에 비해서도 10대에 방황을 훨씬 덜한 편이다. 미국에서도 Z세대는 10대에 ‘사고 치는 일’ 즉 성적 문란함이나 마약 중독 문제 등을 많이 일으키지 않은 세대로 여겨진다. 단적으로 미국 기준으로 10대의 음주운전 비율도 현격히 낮다. 기존 젊은 세대가 일종의 ‘반항’ 차원에서 했던 그 ‘일탈’을 많이 안 한다. 그러니 이들이 뭔가 부모를 설득하고자 하면 더 잘 통하는 면도 있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나타난다.


Z세대는 특히 ‘공정성’과 ‘정의’에 집착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재밌는 게 Z세대는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는 걸 확실히 인정한다는 거다. 이건 밀레니얼이 다소 이상주의적이었던 것과 대비된다. 그렇다고 그걸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일상에서 겪는 여러 부당함과 불공정성’ 등을 빠르게 인식하고 자신들의 미디어로 공유하면서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도 꽤 강한 것 같다. 세계적으로 Z세대는 거의 그런 성향을 띠는데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한국의 Z세대가 갖는 공통의 경험 속에서 이런 성향은 더욱 강해진 것 같다. 앞서도 말했듯 이들은 어차피 대학의 효용 자체가 없어진 시대를 살았고, 한국의 경우 대학 입학 정원보다 입학해야 할 시기의 동년배 수가 더 적어진 시대를 살았다. 대학 갈 유인이 크지 않았기에 과감하게 고등학교 혹은 2년제 대학 졸업과 함께 사회생활을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 자신의 꿈을 위해, 기술을 익히기 위해 세상에 뛰어들었는데 비슷한 또래의 친구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사망했고, 또 다른 동년배가 발전소에서 사고로 처참하게 죽었다. 이런 ‘젊은이의 죽음’을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분노한다. 또 여성들은 ‘성차별 구조’에 일찍 눈을 떴고 Z세대가 거의 처음 성인이 되던 그때 ‘강남역 살인사건’이 터지면서 ‘안전에 대한 요구’ ‘성차별 시정에 대한 요구’가 폭발했다. 그러면 이제 기업들이 뭘 해야 할지 보일 거다. 예전처럼 ‘좋은 게 좋은 것’ ‘어쩔 수 없는 희생’ 같은 말은 통하지 않는다. Z세대를 소비자로서 잡으려 하든, 아니면 인재로서 채용하려 하든 이런 부당함, 불공정성, 불의함 등의 문제를 기업이 고민한다는 걸, 그것도 진정성 있게 고민하고 개선하려 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Z세대는 미국,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할 것 없이 모두 ‘거북이 코에 꽂혀 있는 플라스틱 빨대’를 뽑는 동영상을 본 세대다. 환경, 성 평등, 인종 차별 금지 등의 이슈에 대해 그 누구보다 예민한 이들이다. 밀레니얼은 이걸 텍스트 속에서 공유했지만 Z세대는 동영상으로 공유하고 공부했다. 민감성이 더 크다. 한국의 Z세대는 앞서 말한 몇몇 사건들 속에서 ‘자기 세대에게 부여된 차별이나 자신들의 세대가 입는 피해’에 대해 더욱 민감해졌다고 보면 된다.

아, Z세대를 상징하는, 한국의 Z세대 특성을 제대로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지난해 말 한 게임대회에서 우승한 Z세대 게이머가 자신의 우승상금 전액 5000만 원을 이국종 교수팀에 기부했다. 좀 멋지지 않은가? 정말 ‘Z세대스럽게’ 돈을 벌었고, ‘Z세대스럽게’ 사용한 거 아닌가 생각한다. 또 사회에 일찍 뛰어든 Z세대 중 일부는 20대에 노조위원장도 한다. 이념적이어서가 아니라 부당한 대우가 있으면 그냥 거기에 맞서는 그런 개념이다. 잘못된 거 잘못됐다고 그때그때 얘기하는, 바로 그런 세대임을 보여준다.


소비자로서의 Z세대: 오프라인 매장의 부활
앞서 가치관과 정체성을 정리했으니 이제 소비자로서의 Z세대 특징에 대해 얘기해보자.
우선 밀레니얼과 가장 다른 부분, 바로 ‘오프라인 매장’과 관련된 얘기부터 하면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 리테일 분야, 소비재 부문에서 이 세대를 연구하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바로 Z세대, 철저한 ‘모바일 네이티브’인 이들 세대가 오프라인 매장을 꽤 즐겨 찾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소비를 많이 하고 있다는 거다. 2 한 뷰티 회사의 예를 들어보겠다. 이 회사는 연령대별로 브랜드를 세분화해 관리하고 있는데 그중 10∼20대를 위한 브랜드 오프라인 매장이 밀레니얼이 주류였던 시절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최근 Z세대 10∼20대는 이 오프라인 매장을 이전 세대에 비해 더 많이 찾고 오프라인에서 직접 결제하고 구매한다. 처음엔 나도 이상했다. 단순히 ‘신용카드가 없어서 현금으로 사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면 10∼20대를 타깃으로 한 매장 자체가 왜 활성화되는지는 설명되지만 그 이전 세대보다 왜 더 활성화되는지는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더 분석을 해봤다. 핵심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빠르게 원할 때 사는 것’에 이들 세대가 큰 가치를 두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당일 배송, 새벽 배송이 있더라도 ‘내가 사고 싶을 때, 갖고 싶을 때 그걸 가져야겠다’는 마음이 밀레니얼에 비해 강하다. 아무래도 밀레니얼보다 유년기에 부모세대의 어려움을 더 많이 봐 왔기 때문인지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 경험하는 것’을 생각보다 더 중시한다. 의심도 더 많다. 그런데 이것뿐만 아니라 몇 가지 밀레니얼과 Z세대가 구분되는 지점이 있고 이게 오프라인 매장 이용 차이를 가르는 것처럼 보인다.


꽤 흥미로운데, 어떤 부분인가?
밀레니얼의 소비 행태를 잘 생각해보자. ‘가성비’가 중심에 있고 종종 SNS에 올리는 ‘과시형’ 소비가 있다. 평소에는 쿠폰 모으고, 인터넷 최저가 찾아서 ‘가성비’ 소비에 매진하다가 또 뭔가 ‘힙하고 쿨한 것’은 그냥 지르는 습성이 있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가성비 추구’와 ‘과시형 소비’는 그렇게 동전의 앞뒤와 같았다. 그래서 이들은 주로 온라인 최저가 모바일 결제를 소비 행태의 중심에 두면서 동시에 ‘힙한 밀레니얼만의 브랜드’를 찾고 소비했다. 밀레니얼의 소비 행태 중에서 굉장히 재밌던 게 ‘나이키’나 ‘삼성’ 같은 다소 올드한 브랜드를 외면했다는 거다. ‘힙하지 않은’ 브랜드로 그들에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간혹 힙합 좋아하는 밀레니얼이 아디다스 정도를 신었을 뿐이었다. 전자제품의 경우, 또 다소 가격이 비싸더라도 애플 위주로 소비했고, 한국에서는 몇몇 브랜드가 새롭게 선호됐다. 그런데 Z세대는 좀 다르다. 일단 소비 행태의 중심에는 ‘실속’이 있고 ‘가성비’ 대신 ‘가심비’가 있다. ‘실속형 소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들이 ‘삼성 노트북’을 산다는 거다. 밀레니얼은 ‘아저씨 브랜드’ ‘회사 지급품 이미지’ 때문에 외면했던 이 노트북 브랜드를 이 Z세대는 ‘어차피 PC 성능 거기서 거기면 할인 혜택 많을 때 그게 무슨 브랜드이든 그냥 산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른바 ‘간지’를 위해 맥북을 반드시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이러면 그냥 밀레니얼의 ‘가성비 추구’와 비슷한 느낌인데 밀레니얼은 ‘가성비’와 ‘과시형 소비’를 동시에 추구했기에 이런 실속형 소비는 잘 하지 않았다. 이렇게 잘 아끼고 실속 있는 구매를 하지만 ‘사고 싶을 때 반드시, 그 즉시 내가 갖고 싶어 하던 그걸 사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 ‘이걸 샀다’고 어딘가에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그냥 그걸 갖고 만족하기 위해서다. 이걸 ‘가심비’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이 ‘가심비’ 충족을 위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그들은 과감하게 결제를 한다. 비록 며칠 뒤 인터넷 오픈 마켓에서 더 싸게 나온 걸 살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내가 사고 싶은 그 타이밍에 구매하는 그 자체의 가치를 더 크게 생각한다는 거다. 주관적인 만족도, 이게 가심비 소비의 핵심이다.



과시형 소비 대신 실속형 소비, 가성비 대신 가심비를 추구한다는 얘기가 흥미롭다.
더 흥미로운 건 바로 그게 밀레니얼과 Z세대의 SNS 이용 행태 차이와도 맞물린다는 거다. 밀레니얼이 본격화한 SNS 시대의 대세는 트위터, 페이스북, 최근의 인스타그램에 이르기까지 ‘나의 정보를 거의 다 공개하는’ 형태였다. 그런데 Z세대는 밀레니얼과 달리 ‘스냅챗’으로 상징되는 폐쇄적이고 휘발성이 강한 미디어를 주로 쓴다. 페이스북 자체는 안 해도 페북 메신저는 많이 쓰는 게 Z세대, 특히 한국 Z세대의 특징이다. (마침 페이스북은 이 인터뷰가 끝난 며칠 뒤, 폐쇄적인 커뮤니티형 서비스로의 전환을 추진한다는 발표를 했다. Z세대에게 ‘공개형’ 소셜미디어로는 어필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편집자주) 그들은 자신의 정보를 공개하고 누군가 그 정보를 활용하는 걸 매우 싫어한다. 굳이 사방팔방 나를 공개하고 나의 사생활을 과시적으로 보여주는 것, 그런 거에 의미를 별로 두지 않는다. 그렇게 휘발성 있는 SNS, 다소 폐쇄적인 SNS에 상당히 많은 일상을, 특별히 과시할 것도 없는 그냥 일상을 습관처럼 찍어 올린다. 누구 말마따나 Z세대에게 사진 찍히지 않은 건 존재하지 않았던 일인 듯하다.

어쨌든 이들 세대가 가진 이런 ‘사생활에 대한 중시’와 ‘안전감 확보 성향’은 ‘개인정보 제공’에 대해 갖는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사실 개인정보 보호 이슈가 이들 유년기 때부터 꽤 중요해지면서 학교 내외에서 관련 교육이 많이 진행된 탓도 큰 것 같다. 하여튼 이들은 자신들의 개인정보를 절대 함부로 내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세대별로 특징을 보면 처음 개인정보 제공 동의 창에 클릭을 시작했던 Z세대의 부모, X세대는 ‘뭐 이렇게 동의하라는 게 많지?’ 정도의 느낌으로 어쩔 수 없이 ‘클릭 클릭’ 하면서 자신의 정보를 내줬고, Y세대는 ‘음, 이걸 동의하면 내게 어떤 혜택이 있겠군’이라고 계산하면서 정보를 내줬다. 그런데 Z세대는 ‘나한테 이걸 왜 묻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몇몇 할인 혜택을 포기하거나 특정 사이트 가입을 포기하더라도 자신의 정보를 내주지 않는다. 그러면 기업들, 특히 디지털 마케팅을 전개하는 기업들은 밀레니얼을 상대할 때와 또 다른 관점에서 고민을 해야 한다. 일단 밀레니얼을 상대로 했던 것만큼 ‘개인화 마케팅’ ‘개인 맞춤형 추천’ 등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좀 더 발전된 알고리즘과 기법을 동원하면 될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동의’하에 개인정보를 모아서, 혹은 공개된 SNS상에서 취향을 추적해서 다소 쉽게 마케팅을 하는 건 어려워질 거다. 밀레니얼을 상대로 했던 디지털 전략, 마케팅 방법론을 다시 점검해야 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기업의 고민이 또다시 깊어질 것 같다.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가심비’ 성향 때문에 Z세대가 오프라인 매장에 다시 등장하는 건 기업 입장에서 꽤나 좋은 징조다. 그들을 다시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까 ‘밀레니얼이 외면했던 나이키가 Z세대에서 부활했다’는 취지로 얘기했는데 나이키 얘기를 좀 더 해보면 기업들에 도움이 될 거 같다. 뉴욕 소호 쪽에 있는 나이키 매장을 올해 1월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거기에서 굉장히 큰 통찰을 얻었다. 그 나이키 매장에서는 아무런 디자인이 가미돼 있지 않은 흰색 바탕의 나이키 운동화에 사람들이 와서 직접 자신이 디자인을 하고, 그렇게 컴퓨터로든, 손으로든 디자인한 걸 넘겨주면 그 자리에서 운동화를 만들고 색깔까지 입혀서 그날 그걸 신고 갈 수 있도록 했다. 돈은 흰색 기본 운동화값만 받았다. 정말 뉴욕의 Z세대가 열광하는 모습을 봤다. 앞서 내가 언급한 ‘가심비’와 ‘오프라인 매장의 부활’이 그대로 보였다. 그런데 나이키는 도대체 뭘 얻었을까? 바로 사람들의 취향, Z세대의 취향을 그 자리에서 지켜보고 현장에서 데이터를 모은 거다. 사람들이 많이 그리는 디자인 패턴을 봤고 그게 기록됐다. 그 이전까지는 공개된 SNS를 추적하고, 개인정보 동의를 얻어서 열심히 알고리즘 돌려 취향을 파악했는데 오프라인으로 사람들이 나오니 또 다른 방식으로 취향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거다. 솔직히 ‘정말 기발하다, 진짜 나이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희망적인 얘기를 하나 해보자. 한국의 밀레니얼이 잘 안 가던 오프라인 매장이 하나 있는데, 혹시 아는지 모르겠다. 바로 ‘휴대폰 매장’이다. 이미 ‘할부원금’이 얼마인지 계산할 줄 아는 밀레니얼은 모든 걸 인터넷에서 사고 통신사와 계약했다. 이런저런 관련 사이트를 드나들며 가격 할인이 터지는 이른바 ‘대란’을 노리면서 그렇게 스마트폰을 구매하고 사용했다. ‘스마트폰을 사러 오프라인 매장을 간다’는 건 밀레니얼의 선택지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Z세대가 오프라인 매장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과 같은 휴대폰 판매점의 구조로는 그들을 잡기가 어려울 거다. 들어가면 한참을 걸어가 마치 은행 창구 같은 곳에 앉아 있는 직원에게 말을 걸어야 하고, 그렇게 말을 하게 된 직원은 다시 고객에게 많은 정보를 주며 계속 떠드는 게 지금의 휴대폰 매장 구조인데, 그건 Z세대에 맞지 않다. 이걸 그냥 놀이터 같고 이것저것 만지면서 놀다가 궁금한 걸 물어보면 와서 답해 주는 정도의 애플스토어 같은 느낌으로만 만들면 Z세대는 반드시 휴대폰 매장으로 돌아갈 거다.


가장 극단적인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는 왜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거부감이 없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글쎄, 아마 온·오프라인 개념 자체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들에게 세상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나뉘는 게 아니다. 온라인은 가상이 아니고 그들에게 현실이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현실, 물리적 경험을 역시나 온라인과 다른 것으로 여기지도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실물을 좀 만져보러 매장에 잠깐 들르는 것은 그들에게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연결되는 경험일 뿐이다. 그걸 오히려 기업의 마케터들이 괜히 온라인 경험이네, 오프라인 매장 경험과 어떻게 다르네 하면서 머리 싸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그냥 온·오프라인 구분 말고 그들의 구매 여정과 각종 경험이 언제 어디에서 벌어지든 부드럽게, 걸림돌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짜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게 좋을 거 같다. 몇 번 언급했듯 Z세대는 ‘직접 경험’을 해야 한다. 근데 그 경험에 온·오프 구분이 있는 게 아니다. 그들에게 모든 세상은 항상 ‘On’ 돼 있었다. ‘Off’ 돼 있던 적이 한 번도 없는 이들에게 온·오프라인을 구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기업들에 ‘소비자로서의 Z세대’를 공략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한다면?
많은 얘기를 이미 했는데 다시 처음에 얘기했던 그들의 가치관과 정체성 얘기로 돌아가보자. 일단 그 이국종 교수팀에게 상금을 기부했던 Z세대 게이머를 다시 떠올려보자. 그들은 그렇게 진정성 있게 자기 가치관, 취향대로 뭔가 세상에 올바른 일을 한다. 기업이 그런데 그냥 ‘Z세대는 저런 가치를 중시하니까 우리가 마케팅 차원에서, 홍보 차원에서 돈을 좀 쓰자’라고 하면 그게 먹힐까. 진정성 없으면 정말 턱도 없다. 보통 경쟁이 치열한 소비재, 유통 분야에서 한 번 이탈한 고객은 다시 마음을 돌려놓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Z세대는 이게 그냥 불가능한 수준일 것 같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고, 환경에 친화적이고, 소수자를 보호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 비즈니스의 본질에 그걸 넣고 생각하는 기업만이 진짜 Z세대를 제대로 공략할 수 있을 거다. 혹시 ‘올버즈(all birds)’라는 미국 운동화 제조업체를 들어본 적 있는지 모르겠다. 신소재 개발 과학자와 스타트업을 몇 번 해본 경험이 있는 경영자 둘이 창업을 했는데, 이미 베어져서 활용되고 버려지는 나무에서 더 활용할 건 없을까 고민하다 그 나무들에서 새로운 소재를 뽑아내 운동화를 만들었다. 나무에서 섬유를 뽑아내는 건데 어쩔 수 없이 인간이 나무를 베어냈다면 또 다른 자원을 낭비하기보다 거기에서 또 인간에게 필요한 무엇인가를 최대한 활용해보자는 취지였다. 셀럽들이 이걸 신으면서 자연스럽게 홍보가 됐는데 미국 Z세대들도 ‘의미 있는 소비’, 내가 만족하는 ‘가심비 소비’라고 느끼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한마디 더 조언하자면 Z세대가 가진 ‘소유’ 개념, 그들의 ‘소유 취향’을 잘 파악하라는 것이다. Z세대는 아마 자동차나 집을 소유하려 하지 않을 것 같다. 자동차도 ‘구독’하는 방식으로 소비할 거다. 뭐 하러 10년 동안 ‘내 명의’의 차를 굳이 비싼 돈 내며 지겹게 굴리겠는가. 집도 마찬가지다. 단지 ‘돈이 없어서’ ‘미래가 불투명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 소유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기업들에는 또 다른 기회가 열린다. 집이나 자동차 같은 고가의 물건을 소유하기 위해 투자하지 않는 돈을 ‘가심비’를 충족하기 위해 쓸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서적마저도 소유가 아니라 리디북스나 밀리의 서재처럼 ‘무제한 구독’ 형태로 가는 것 등을 보면서 이들에게 ‘소유하도록 자극하고 팔아야 할 것’ ‘구독 형태’나 ‘공유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받아야 할 것을 잘 판단해보면 좋겠다.

Z세대 직원과 함께 일하는 법: “그들이 평소에 하는 얘기에 답이 있다”
Z세대는 1995년 이후 출생자를 기준으로 잡아도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한 경우가 많지는 않다. 2018년부터 대학 졸업자 중 일부가 취업을 하기도 했다. 이들과 함께 일하는 법에 대해 얘기해보면 좋겠다.
아마 길게 얘기하기는 어려운 부분일 거다. 밀레니얼처럼 다수가 경제활동, 조직생활, 즉 이른바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게 아니기에. 그럼에도 나 스스로 경험한 IBM에서 일하는 대학생 인턴이나 최근 1∼2년 새에 겪은 첫 Z세대 직원들을 토대로 얘기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Z세대랑 처음 같이 일해 보면 ‘뭔가 산만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회의 중에도 자꾸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밀레니얼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던 거 같다. 그렇다 보니 그 이전 세대 관리자들은 그런 모습을 보며 ‘예의 없는 친구들’ ‘집중력 없는 스마트폰 중독자들’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게 상당히 큰 오해다. 그들은 대부분 회의 중에 스마트폰을 보며 딴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지금 회의에서 오가는 얘기 중 어렵거나 이해 안 되는 걸 검색하고 있거나 동료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있는 상황 혹은 그냥 스마트폰 메모장으로 메모 중인 경우가 많다. 유년시절부터 스마트폰을 만져온 그들은 뇌 구조가 달라서 사실 멀티태스킹이 된다. 더 재미난 건 검색해도 잘 안 나오고 모르는 게 있으면 또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물어본다는 거다. 예전에 내가 처음 컨설턴트 시작할 때는 물론 비교적 최근까지도 ‘컨설턴트는 잘 모르면 함부로 얘기하지 말고 일단 다 듣고 나중에 공부해야 한다’ ‘논리적으로 한 치의 오차도 고객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는 걸 철칙으로 여기고 살아왔다. 그런데 요새 인턴, 그러니까 Z세대는 같이 프로젝트하다가, 회의하다가 누군가에게든 모르면 물어보고, 그 자리에서 검색하고, 이상한 건 이상하다고 바로바로 말한다. 이게 Z세대의 특성이다. 이런 세대가 이제 여러 조직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다. 이들을 오해하고 예의 없다 생각하지 말고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할 거 같다.


HR 측면에서 밀레니얼과는 어떻게 다를까?
밀레니얼 세대는 일종의 과도기적 세대였던 것 같다. 물론 덕분에 조직도 새로운 세대, 디지털 세대는 어떻게 사고하는지 많이 공부할 수 있었다. 밀레니얼은 어쨌든 적응하는 척하다가 결국 3년 만에 조직을 떠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기업들이 갑작스럽게 이를 받아들이고 당황했다. 최근 수년간 밀레니얼 연구 열풍이 HR 분야에서 불어닥친 건 별 불만 없어 보이던 밀레니얼이 정말 몇 년만 일하고 훌쩍훌쩍 조직을 떠났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Z세대는 밀레니얼과 좀 다른 게 아예 1년도 안 채운다는 거다. 조직이 맘에 안 들면 그냥 바로 떠난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밀레니얼보다 좀 좋은 게 Z세대는 분명하게 말을 한다는 거다. 왜 싫고, 뭐 때문에 떠나는지를 평소에 말하고 있다. 그러면 조직 내에서 개선책을 찾기가 좀 쉽지 않겠나.

인터뷰 사전 질문지를 받고 HR 측면에서 기업들에 해줄 수 있는 조언을 좀 생각해봤는데 다음 몇 가지로 정리되더라.

먼저 동기부여 측면이다. ‘너희가 하고 싶은 일을 여기서 하면 된다’가 그들에게 최고의 동기부여다. 그리고 절대 ‘여기에서 소모품으로 쓰이고 있다’는 느낌을 주면 안 된다. 물론 입사하자마자 굉장히 엄청나고 중요한 일을 할 수는 없고, 늘 하고 싶은 일만 할 수는 없다. 다만 ‘하고 싶은 일’과 연결되도록 돕고 최대한 어떤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리드해 나가면 분명 잘 따라오고 즐겁게 일할 것이다.

두 번째로 그들의 ‘기업가정신 활용’ 측면이다. 앞서 Z세대는 어릴 때부터 경제관념이 확실하고 스트리밍, 동영상 촬영 혹은 게임 등 기존의 세대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꽤 어린 시절부터 경제활동을 해왔고, 일부는 큰돈을 벌어본 경험도 있다는 얘길 했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겠지만 기성세대 입장에서 볼 때 이들은 ‘기업가정신’이 분명 있다. 뭔가 새로운 걸 과감히 시도하고 실행하며, 잘 안 돼도 크게 좌절하지 않는다. 이들의 ‘사업(?)’ 아이템 혹은 돈벌이 아이템은 ‘놀이’와 ‘취향’의 관점에서 진행됐기에 비장하지 않고 유쾌했다. 바로 이 점을 기존 조직이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항상 채팅하고, 항상 뭔가에 대해 묻고 답하며 공유하고 있는 그들만의 커뮤니티, 그들의 세계로 들어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밀레니얼처럼 오픈된 공간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이들이라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그들의 커뮤니티로 들어가 그들의 얘기를 듣고 그들 특유의 기업가정신을 조직에 활용할 수만 있다면 분명 큰 혁신의 동력이 될 수 있을 거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거리낌 없이 하는 질문, 주저하지 않고 제기하는 불만 혹은 문제점에 대한 얘기를 잘 들어야 한다. Z세대가 좋은 건 이들이 평소에 모든 문제를 별다른 눈치 안 보고 얘기를 하고 있다는 거다. 그들이 항상 하고 있는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 조직의 문제도 보일 것이고, 개선 방안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 관료주의, 오래된 위계조직의 문제는 Z세대가 대거 조직에 들어오면 오히려 풀릴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생각하는 이유다. 그들은 정말 놀랍게도 문제를 느끼면 즉시 ‘이건 이런 문제가 있다’고 말해버리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Z세대와 기존 조직문화가 충돌할까 봐 두려워하지 말고 그냥 평소에 그들이 하는 얘기를 열심히 들어라. 거기에 답이 있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285호 AI on the Rise 2019년 1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