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불확실성의 원인과 대응 방안

뭘 원하는지 묻기 전에 무엇이 옳은가를 말해보라

223호 (2017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마케팅 연구의 대상도 변해왔다. 특히 극도의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시대에 마케팅의 목표는 불확실성의 제거에 맞춰지고 있다. 마케팅 불확실성의 원천은 점차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처음에는 제품 속성의 효용이었고, 이후 구매 상황이었다가 이제는 구매와 관련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특히 과거에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던 도덕성과 자율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은 기업의 의사결정자가 어떠한 철학과 정치적 의견을 가지고 조직을 운영하는지에 관해서도 관심이 지대하다. 이제는 제품이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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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은 차별화를 목표로 한다. 여러 대안 제품이 존재하는 시장에서 우리 제품이 어떻게 다른지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목표다. 1970년대의 마케팅 연구는 속성에 따라 우열이 다른 제품이 있을 때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선택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존 하우저(John R. Hauser) 교수와 글렌 어반(Glen Urban) 교수는 1979년 복권의 효용을 계산하는 폰노이만-모겐스타인 이론을 응용해 제품이 가진 속성의 효용과 효용을 얻을 확률을 계산하면 소비자가 특정 제품을 선택하는지를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당시 마케팅에서 불확실성의 원천은 효용을 얻을 확률이 불확실하다는, 제품 내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1980년 이후, 제품 중심, 효용 중심의 접근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등장하면서 마케팅에서 불확실성의 원천이 제품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구매 상황에 있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와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 전 스탠퍼드대 교수는 1984년 연구에서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속성의 효용과 확률을 열심히 계산하는 대신 생각의 지름길인 휴리스틱(heuristics)을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듀크대 경영대학 조엘 후버 교수와 크리스토퍼 푸토 교수는 1983년 연구에서 의사결정 상황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시장에 존재하는 또 다른 대안에 따라 다른 속성이 중요해지고 제품 선택이 변함을 보여줬다. 이타마르 시몬스 스탠퍼드대 교수와 스테판 놀리스 워싱턴대 교수는 1997년 물어보는 방식의 중요성을 주장했고, 무엇을 선택하는지 또는 특정 제품의 구매 의도가 무엇인지를 물어보는가에 따라 최종 선택이 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로써 마케팅 연구자들은 점차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때 제품 속성에만 기대지 않는다는 교훈을 받아들였고 구매 상황이 제품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행동적 의사결정(BDT·Behavioral Decision Theory) 이론을 적극 받아들였다.

이후 마케팅 전문가들은 생각 방식, 대안 위치, 질문 방식뿐만 아니라 돈 계산을 머릿속으로 어떻게 하는가(Mental Accounting)와 어떠한 감정 상태인가를 고려하기 시작했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구매 전 선택뿐 아니라 구매 후 행동도 고려하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지난 수십 년의 마케팅 연구는 소비 전 선택과 소비 후 행동에 대해 소비자가 자신의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하는 모습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왔고, 제품 자체뿐 아니라 구매 상황을 변화시키면 판매를 증대하고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전략적인 결론을 이끌어냈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학문적 결과가 실무에서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하는 연구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최신의 마케팅 연구는 소비자의 이득을 극대화하는 데 최적화된 마케팅 활동만을 연구하지는 않는다. 이와 다른 주제를 고민하는 연구자들은 많은 정보로 무장해서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예전보다 제품 간 차이가 줄어든 시장에서 특정 제품 자체를 단독으로 평가하지도 않고 구매 상황이나 소비 상황만 단독으로 고려해서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제품 자체나 구매 상황보다 더욱 넓은 범위, 심지어 구매나 소비와 관련이 없는 상황도 마케팅 불확실성의 원천이 된다는 점을 이해했다. 이들에 따르면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속성을 이해하고 제품을 선택한 뒤 소비하는 ‘제품 위주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따르지 않는다. 이와 달리 제품이 생산, 판매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 제품을 선택하고, 선택한 제품을 소비하면서 만들어낸 경험을 적극 공유하는 ‘경험 위주의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 전, 소비 후의 모든 일상적 경험이 마케팅의 불확실성의 원천으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제품을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 보고 시장 내에서 우리 제품을 어떻게 차별화할지를 강조하는 전통 마케팅 접근법과는 달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 친환경, 공공 안전 등 마케팅과 다소 거리가 멀었던 이슈가 연구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한 연구는 호텔에 머무는 동안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문구에 “예”라고 약속하면 호텔 수건의 재사용률이 80%까지 증가하고 퇴실할 때 불을 끄는 비율도 15% 증가한다는 점을 밝혀냈고, 또 다른 연구는 어른과 아이가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의 표지판 대신 러시아와 폴란드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어른과 아이가 급하게 달려나가는 모습의 표지판을 사용하면 운전자가 표지판을 더 빨리 보고 주변을 더 자주 살핀다는 실험 결과를 보고했다. 이외에도 소비자들은 생산 과정이 환경이나 지역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지 살펴본 뒤 제품을 선택한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결론적으로 이제까지 거론돼온 마케팅 불확실성의 원천은 점차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처음에는 제품 속성의 효용이었고, 이후 구매 상황이었다가, 이제는 구매와 관련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본 글에서는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학계에서 주요하게 다루지만 국내 마케팅 실무에서는 두드러지지 않는 추가적인 불확실성의 원천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는 소비 전 제품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도덕(morality)이며, 또 다른 하나는 소비 후 경험 공유에 영향을 미치는 자율성(empowerment)이다.



첫째, 마케팅 연구자들은 도덕적으로 올바른 선택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선택이 종종 다른 결론에 다다른다는 점에 관심을 가졌다. 예를 들어, 최후통첩 게임(Ultimatum game)이라는 흥미로운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타인의 비도덕적인 행위를 처벌하려는 경향이 있음이 드러났다. 또한 공정한 보상은 쾌락을 담당하는 두뇌 부위를 활성화시키지만 공정하지 않은 보상은 기분 나쁜 감정을 다스려야 하는 두뇌 부위를 활성화시킨다는 실험 결과를 통해 공정함에 기반한 도덕적 의사결정의 위력이 뇌과학에서도 뒷받침됐다. 특히 최근에는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와 미국의 대선을 거치면서 각 사회의 구성원들의 정치적 의견이 사회 계층에 따라 양분된다는 사실이 발견되자 도덕은 큰 관심을 받게 됐다. 더 나아가 오늘의 소비자들은 기업의 의사결정자가 어떠한 철학과 정치적 의견을 가지고 조직을 운영하는지에 관해서도 관심이 지대하다. 즉, 이제는 제품이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이에 관한 논의가 부족하다.

둘째, 자율성이라는 개념은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마케팅 활동에서 강조돼 왔다. 하지만 온라인 환경에서 소비 후 경험을 타인과 공유하는 것이 제품 선택을 유도하는 구전(WOM·Word Of Mouth)으로서 강력한 무기가 되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긍정적이고 자발적으로 퍼나르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온라인 구전을 더욱 많이 생성하고 전달하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가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국내에서는 자율성에 관한 논의가 부족한 상황이다.



소비 전 제품 선택에 도덕이 미치는 영향 1

2017년 3월23일, <더애틀란틱(The Atlantic)> 온라인판은 ‘복음을 팔다(Selling what they preach)’라는 제목의 글을 소개했다. 이 글을 쓴 메간 가버(Megan Garber)에 따르면 아마존, 애플, 스타벅스, 하얏트, 인터콘티넨털 등 오늘날 많은 브랜드 광고가 우리에게 무엇을 사라고 강요하는 대신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라고 설교하고 있다. 그는 다양한 북미 광고를 예시로 들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인터콘티넨털호텔의 최근 광고는 일상에서의 공감이 보상을 안겨준다는 인터뷰 시리즈다. 그중 하나는 여성 최초의 수석 재단사로 런던의 고급 수제 양복점이 늘어선 세빌로(Savile Row)가에 자신의 가게를 연 캐스린 서전트(Kathryn Sargent)와의 인터뷰인데 광고에 등장한 이 여성은 “공감은 누군가를 위해서 아름다운 옷을 만드는 나의 경험에서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말한다. 심리학이나 윤리학에서 타인의 감정을 경험하는 능력으로 정의되는 공감은 이제 학문을 넘어서 사회의 불평등이나 인종적 민족주의를 거부하고 일상에서의 공손함이나 정치적인 포용성(Inclusivity, 성, 인종, 계층, 장애 등에 의거해 추방하지 않는다는 정책적 방향성)을 의미하는 포괄적이고 도덕적인 의미를 지니게 됐다. 공감이 핵심이 되는 광고는 이전과 이후에 연달아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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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2016년 연말 광고에 두려움을 주는 외모 때문에 동굴에서 혼자 사는 어두운 분위기의 프랑켄슈타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애플스럽지 않은 이 광고의 주인공인 프랑켄슈타인은 노래는 못하지만 친구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 크리스마스 캐럴을 열심히 연습하고 연주 음악을 아이폰에 녹음한 뒤 동네 사람들이 잔뜩 모인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 나와서 열심히, 하지만 어설프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의 흉물스런 외모에 프랑켄슈타인을 멀리하는 어른들과 달리 외모나 목소리에 편견이 없는 어린이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고, 결국 모두가 다 함께 합창하며 “모두에게 마음을 여세요(Open your heart to everyone)”라는 말로 마무리된다.



아마존은 서로 다른 종교를 섬기는 두 명의 성직자에 관한 TV 광고를 시행했다. 이 광고는 오랜 친구인 듯한 천주교 신부님과 무슬림을 섬기는 이맘(Imam)이 소파에 앉아서 차를 마시면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으로 시작하는데 이야기를 마치고 소파에서 일어서면서 두 성직자 모두 나이가 들어서 무릎이 시큰거린다는 점을 깨닫는다. 각자의 집에 돌아간 두 사람은 아마존 앱을 통해 상대방의 집에 무릎 보호대를 선물하고, 두 성직자는 각자의 종교 기관에서 무릎을 꿇고 편안하게 예배를 드리는 모습으로 끝이 난다.

하얏트호텔도 비슷한 메시지의 광고를 선보였는데 새로운 환경에 도착한 여행자가 현지인들에게서 의심의 눈길을 받는 모습으로 광고가 시작한다. 북미의 기차에 있는 히잡을 쓴 여성은 백인 여성의 의심을 받고, 중동의 한 도시에 도착한 흑인 여성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고, 자동차로 가득한 아시아 도시에 있는 백인 남자도 의심의 대상이 되며, 유럽의 선술집에 들어간 중국 남자도 백인들의 시선에 어색해 한다. 하지만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면서 함께 즐거운 경험을 하는 모습으로 끝을 맺으며 ‘지금 세상에 필요한 것은 사랑(What the World Needs Now is Love)’이라는 노래와 함께 “이해가 가득한 세상을 위해(For a World of Understanding)”라는 메시지로 끝을 맺는다.

그런가 하면 스타벅스의 TV 광고는 숫자와 직접적인 메시지를 통해 조금 더 선명하게 자신의 메시지를 설교한다. 2016년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커피와 차를 팔았는지를 수치로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곧이어 얼마나 많은 착한 일을 했는지를 숫자로 보여준다. 8000명의 참전 용사를 고용했고, 6535명의 바리스타에게 대학 입학의 기회를 제공했으며, 229명이 대학을 졸업했고, 1만 명의 젊은이에게 직장을 제공했고, 22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으며, 30만 명 이상의 윤리적인 농부를 지원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가 함께했기 때문에 어려운 시기를 이겨냈다는 말과 함께 “서로에게 잘합시다(Be Good to Each Other)”라는 구체적인 문구로 광고를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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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 주가 되는 광고는 이외에도 더 많다. 자동차 브랜드 캐딜락(Cadillac)은 TV 광고에서 “용기만 있다면 충분히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We can be one. And all it takes is the willingness to dare)”라고 시청자에게 직접 말하고, 2017년 슈퍼볼에 등장한 에어비앤비(Air B&B) 광고도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콜라주로 등장시키면서 “당신이 누구이든, 어디서 왔건,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를 섬기든 상관없이 우리는 하나입니다. 당신이 더 많이 받아들일수록 세상은 더 아름다워집니다(The world is more beautiful the more you accept)”라는 메시지를 화면에 띄웠다.



이제까지 소개한 여러 광고는 이전 광고들과 크게 다르다. 예전에는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더 나은 삶을 보여주거나 따뜻한 느낌을 전달하려고 했으나 최근 광고는 윤리적인 구호를 분명하게 외치고 있다. 예전 광고가 권력, 명성, 아름다움, 성적 매력을 통해 제품의 장점을 소구했다면 오늘날의 광고는 사람들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는지에 집중한다. 즉, 오늘날의 광고는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주는 대신 무엇이 옳은가에 관한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미국의 광고대행사 제이월터톰슨(JWT) 연구팀은 최근 미국의 인구 구성비와 동일하게 맞춘 1001명을 대상으로 정치, 미디어, 브랜드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78%는 사회가 처한 주요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했으며, 88%는 사회를 변하게 하는 데 있어서 기업이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했다. 심지어 SNS에 올라온 정치적인 내용에 관해서도, 정치인(41%)이나 유명인(45%)이 주장하는 것보다 브랜드 (60%)가 주장하는 것에 믿음이 간다는 사람이 많았으며, 응답자의 51%는 브랜드가 정치적 의사 표시를 분명히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즉, 오늘날의 브랜드는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도덕적인 의사 표현을 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지난 한 해 미국은 대선을 거치면서 정치적인 담론이 대중문화, 고급 문화, 상업 문화에 가릴 것 없이 강하게 침투했다. 미국 사람들은 자신이 믿는 정당에 따라 의견이 나뉘어졌고, 각 정당 내에서도 선호하는 인물이 엇갈렸으며, 마지막으로 정당의 소식을 전달하는 미디어에 대해서도 선호가 나뉘어졌다. 결국 정당이나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가 약화되는 동안 기업은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갖게 됐다. 페이스북은 한 국가의 국민 수보다 더 많은 사용자를 거느리고 있고 실제로 도덕에 기반한 정치적 의사를 분명하게 내세우고 있다.

사람들이 마케팅에 기대하는 것이 판매가 아니라 옳은 이야기(도덕)라는 사실은 최근의 마케팅 트렌드인 공정 무역, 친환경, 차별 금지 등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다이어트 펩시의 마케팅팀이 6년 전 겪은 사건은 이러한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2011년 2월, 다이어트 펩시는 뉴욕 패션위크에 맞추어 스키니 캔을 선보였다. 펩시 측은 아름답고 자신감 있는 여성을 위해서 기존 펩시보다 더 크고 더 대담한(taller and sassier) 형태의 음료수를 출시했다고 홍보했다. 같은 해 3월에 미국 전역에 판매할 계획이었다. 패션위크의 스폰서를 맡은 기업은 당시 새로운 캔의 홍보를 위해서 유명한 디자이너들과의 협업도 준비하고 있었다. 당시 펩시의 최고마케팅담당자(Chief Marketing Officer)인 질 베라드(Jill Beraud)는 “새로운 캔이 보여주는 날씬하고 매력적인 모습이 오늘날의 스타일리쉬함과 완벽하게 들어맞으며 혁신적인 디자인이 사랑받는 국제적인 행사에서 소개돼 영광”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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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새롭게 공개된 펩시 제품은 곧바로 역풍을 맞았다. 전미섭식협회(National Eating Disorders Association)는 캔의 명칭에서 삐쩍 마른(skinny) 모습이 좋다는 그릇된 고정관념이 생겨난다고 주장하며 펩시 CMO의 발표가 생각이 없고 무책임하다는 성명서를 냈다. 이에 대해 펩시는 캔과 캠페인 모두 디자인에만 집중했다고 대응하며 “다이어트 펩시의 새로운 모습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을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에도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몇 달 후 키 크고 날씬한 형태의 스키니캔(Skinny can)을 포기하고 키 작고 뚱뚱한, 점심 도시락에 어울리는 형태의 핸디팩(Handy pack)으로 바꿔 새롭게 출시했다.



소비 후 경험 공유에 영향을 미치는 자율성

2006년 자동차 회사 쉐보레(Chevrolet)는 온라인 사용자를 대상으로 자사의 2007년형 타호 (Tahoe) SUV에 관한 비디오 클립, 그래픽, 음악을 제공한 뒤 자신이 좋아하는 단어를 삽입해 자유롭게 광고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회사에서는 이러한 쌍방향의 노력이 많은 구전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참가자들이 나쁜 연비와 환경에 해가 된다는 메시지를 달아 풍자 비디오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타호 SUV 운전자는 비도덕적이라고 공격하거나 회사를 이라크전쟁과 연관시키기도 했다(Bosman, 2006). 부정적 비디오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자 마케팅팀은 캠페인을 그만둬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결론적으로는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 당시 캠페인의 대변인이었던 멜리사 테자노스(Melisa Tezanos)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브랜드를 일반에 공개하면 좋은 이야기뿐 아니라 나쁜 이야기도 들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나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일부이고 꼭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최종적으로는 400편의 부정적인 비디오에 비해 훨씬 많은 2만 편의 긍정적인 비디오를 얻으면서 자율성을 보장한 효과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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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연말 휴일을 겨냥해 코크제로(Coke Zero)는 독특한 제안을 했다. 모든 연령층을 겨냥해 모두가 참여할 수 있으며 상품이 따르는 스웨터 전쟁(Sweater battle)이라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이 이벤트는 예쁘거나 멋진 스웨터를 만들고 뽑는 이벤트가 아니라 못생긴 스웨터를 제작하고 뽑는 이벤트였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연말 휴일에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계신 집에 찾아가면 할머니가 오래된 못생긴 스웨터를 입고 있다는 점에서 창안한 이벤트로, 참가자는 색상, 패턴, 아이콘을 선택해 스웨터를 만든 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친구들에게 투표를 장려하고, 2013년 12월1일에 투표를 가장 많이 받은 100개의 스웨터는 실제로 생산돼 사용자의 집에 보내지는 형식이었다. 이 이벤트는 객관적인 우월함이 필요한 멋지고 잘난 것이 아니라 자율적이고 주관적인 평가가 주가 되는, 못생기고 모자란 것을 찾는 시합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1888년 설립된 카르멜(Carmel) 와이너리는 이스라엘 최대의 와이너리로 브랜드 노후화의 문제를 겪고 있었다. 카르멜 와인은 다른 와인에 비해 역사도 길고, 시장점유율도 높고, 판매량도 많고, 제품군도 다양하며 대중적으로도 익숙했지만 오래된 와인이라는 느낌이 함께 전달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2015년 2월부터 6월까지, 광고 에이전시(Baumann Ber Rivnay), 요리사(Chef Meir Adoni), 음식 사진작가(Dan Perez), 도자기 디자인 아티스트(Adi Nissani), 그리고 이스라엘의 텔아비브에 위치한 요리사의 식당(Catit)이 함께 음식(Food)과 사진(Photography)의 합성어인 푸도그라피(Foodography) 캠페인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 캠페인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맛있는 음식 사진을 찍어서 올린다는 현상에 주목한 것으로, 시간당 155달러를 내면 요리사가 만든 일류 음식을 먹으면서 사진작가가 진행하는 ‘음식 사진 찍는 법’에 관한 워크숍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음식은 도자기 디자인 아티스트가 만든 2개의 혁신적인 접시에 담겨서 나오는데 림보(Limbo)라는 접시는 끝이 구부러져 있고 휴대폰을 세우는 홈이 있어서 손 떨림 없이 최적의 각도에서 최적의 음식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돼 있었다. 또 360이라는 접시는 홈에 휴대폰을 끼운 뒤 동그란 피자판 같은 접시에 음식을 올리고 천천히 회전시키면 음식을 360도로 찍거나 동영상을 찍을 수 있게 고안돼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SNS와 이스라엘 현지 언론에서 큰 이슈가 돼 40만 달러 이상의 광고 효과와 함께 카르멘 와인의 매출을 13% 이상 증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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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경영 환경에서 불확실성은 피할 수 없다. 지속적으로 불거져 나오는 불확실성의 원천을 이해하고 소비자 선택을 더욱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 마케팅 학자들과 실무자들은 오랜 기간 동안 연구를 진행했다. 초기에는 제품 자체가 불확실성의 원천이었으나 이후에는 구매 상황이 불확실성의 원천으로 등장했으며 최종적으로 구매와 관련 없는 상황도 불확실성의 원천임이 드러났다. 밝혀진 불확실성의 원천에 관한 다양한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실무자들은 연구 결과를 실무에 적용해 불확실성을 줄이고 좀 더 정확도가 높은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본 글에서는 북미와 유럽의 마케팅 환경에서 종종 거론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심도 있게 고려되지 않은, 소비 전 제품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도덕(morality)과 소비 후 경험 공유에 영향을 미치는 자율성(empowerment)을 불확실성의 추가적인 원천으로 제안했다.

첫째, 종교인이나 정치인만큼이나 사회를 움직일 수 있게 될 미래의 마케터는 자사 브랜드의 도덕성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 이제 브랜드는 단순히 대중의 선택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때로는 대중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변화하고, 때로는 대중의 의견을 모아서 사회에 전달하는 좀 더 능동적인 대리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대리인은 권한도 크지만 책임도 막중하다. 국내 마케터들도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따라 자사 브랜드의 도덕성을 관리하고 공유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둘째, 자사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온라인 환경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하도록 장려하려면 고객의 경험이 진심으로 긍정적이 되도록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문제 해결식 공모전을 치르거나 부정적 의견이 두려워 제한된 참여 기회를 제공할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문제를 개진하고 스스로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는 ‘놀이터’가 필요하다. 국내 마케터들은 기업 입장에서 행사를 진행할 것이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공유할 만한 긍정적인 경험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최대한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결론적으로, 북미와 유럽의 소비자들과 마찬가지로 국내 소비자들도 도덕성이 결부된 사회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본인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할 준비가 돼 있으므로 국내 마케터들은 깊게 고민한 후에 조심스럽게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 충분히 공감하지 않고 단순히 “좋아요”를 모으거나 상위 부서에 보고하기 위해 급조한 캠페인은 회복하기 어려운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정부가 발표했다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았던 ‘가임 여성 인구수가 표시된 대한민국 출산지도’다. 우리가 보내려는 메시지가 도덕적으로 옳은지 먼저 확인하고, 우리가 전개하려는 마케팅 활동이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자율성을 담보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민감하고 똑똑해진 소비자들의 선택에 불확실성을 줄여주기를 기대한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designmarketinglab@gmail.com

필자는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캐나다 University of Toronto의 Rotman School of Management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동적 의사결정 심리학을 바탕으로 디자인 마케팅, 신제품 개발, 소비자 행동에 관해 주로 연구하고 있다.



참고문헌

1. Hauser, John R. and Glen L. Urban (1979), “Assessment of Attribute Importance and Consumer Utility Functions: von Neumann-Morgenstern Theory Applied to Consumer Behavior,”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5 (March), 251-262.

2. Kahneman, D and A. Tversky (1984). Choices, Values and Frames, American Psychologist, 39 (4), 341-350.

3. Huber, J & C. Puto (1983), “Market Boundaries and Product Choice: Illustrating Attraction and Substitution Effect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10, 31-44.

4. Nowlis, S. and I. Simonson (1997), “Attribute-Task Compatibility as a Determinant of Consumer Preference Reversals,”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34, 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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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비즈니스리뷰 331호 Data Privacy in Marketing 2021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