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극한 환경일수록 기본이 중요하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마케팅에서 기본은 무엇일까. 바로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극한 환경에서 고객의 심리는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크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불확실성에 우연 좇기(luck-seeking)
2) 억압에서 벗어나려 다양성 좇기(variety-seeking)
3) 낮아진 자존감에 희소성 좇기(scarcity-seeking)
4) 복잡함에 전능자 좇기(almighty-seeking)
요즘 우리 사회가 겪는 경험 중에는 이전에 보고 느끼지 못한 새로운 것들이 많다. 생산하고 제공하는 기업의 입장뿐만 아니라 사용하고 소비하는 소비자 개개인의 입장에서도 급속도로 바뀌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다. 나만, 우리 기업만 그렇다고 생각할 필요 없다. 모든 사람이, 모든 기업이 겪고 있는 그야말로 극한 환경이 상시적인 시대다.
극한 환경이라는 것은 이제껏 접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낯선 환경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존의 생각, 사고방식, 관점으로는 해답을 찾을 수 없다. 고정관념, 편견, 선입견은 고착화된 버릇 같아서 새로운 환경에 답을 내지 못하고 방해만 될 뿐이다. 기존 관점을 완전히 버리고 전혀 다른 생각지 못한 발상을 내놓아야 극한 환경을 헤쳐갈 수 있다.
극한 환경에서는 기본을 생각해야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기존과 다른 생각지 못한 발상은 ‘가장 기본을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서 기본이란 ‘basic’, 즉 모든 발전과 전개의 시작점인 기초를 얘기한다. 다른 말로는 ‘본질(essential)’이라고 할 수 있다. 무슨 결과든 그 결과가 나오는 데는 시작점이 있다. 그 시작점이 진정한 기초, 즉, 본질을 담고 있지 못하면 참담한 결과를 맞게 된다. 화려하게 지었지만 기초 부실로 인해 나중에 무너지고 마는 ‘모래 위의 화려한 누각’과 같다. 이미 우리가 하고 있는 수많은 발상은 기본이 아니라 기본 위에 화려한 무늬가 더해진 변형에서 출발하고 있는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호황과 함께 인플레이션이 생겨나면서, 경쟁으로 더 많은 것을 차지하고자 무리하게 힘주는 과정에서, 우리의 시작점은 기본이 아니라 이미 기본 위에 많은 포장과 옷 입힘, 임기응변이 더 해진 ‘비(非)기본’이 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바로크시대에 반발로 고전주의가 나타난 것은 지금의 시대적 상황과 맥을 같이한다. 포장과 기교로 넘쳐나던 보여주기식의 바로크시대 음악은 너무 많이 가버렸고 그래서 음악의 본질을 찾기 힘들다는 반성에서 기본으로 돌아가는 고전주의가 태동한 것이다. 음악 본성, 본질을 찾자는 고전주의는 지금까지도 음악의 기본이 되고 있는 모차르트, 베토벤이라는 걸출한 음악가를 낳았고 그 영향이 후대에 이어지고 있다. 운동에도 기본의 중요성을 찾을 수 있다. 골프를 비롯해 공을 사용하는 구기 종목에는 회전이라는 단순한 기본 메커니즘이 있다. 하지만 더 멀리 보내겠다는 욕심이 들어가고 더 멋있게 보이겠다는 기교가 들어가면 회전이라는 단순한 기본이 무너진다. 극한 상황에서 더욱 잘해보고자 힘을 바짝 넣고 상대를 의식하면 기본은 더 무너진다. 반면 절체절명의 위기에도 간결하지만 정확한 회전이라는 기본에 충실하면 흔들림 없이 지나갈 수 있다.
극한 환경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너무 많은 힘이 들어간 나머지 기본을 놓치고 있지 않은지 반문해야 한다. 현재 나의 마케팅에 불필요한 힘이 많이 들어가 있는지, 군살이 많이 들어가 있는지, 약점을 커버하고자 너무 화려한 옷을 켜켜이 입고 있지 않은지, 그래서 가볍게, 간결하게, 날씬하게 스윙해야 하는 상황에 억지로 스윙해 헛스윙이나 파울로 물러나는 건 아닌지 체크해야 한다.
마케팅의 기본은 우리에게 값어치를 느껴 지갑을 여는 소비자, 즉, 고객에게 있다. 그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늘 찾고 발견해 제공하는 것이 기본이다. 때문에 나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고객에게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늘 질문해야 한다. 마케터는 가만히 있으면 제공자 관점으로 가게 된다. 특히 지금 같은 극한 환경에는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기본에 대한 예외를 만들면서 상황과 타협한다. 자기정당화를 해가면서 다분히 자기중심적인 ‘비(非)기본’으로 가고 만다. 마케팅은 철저히 자신을 버리고 자신을 소비하는 고객 입장으로 가야 한다. B2B 기업의 경우 당장 부품이나 설비를 사가는 기업 고객뿐만 아니라 그 기업 고객의 고객인 최종 소비자가 값어치를 매기는 것이 무엇인지 늘 탐지하고 그 값어치 실현에 집중해야 한다.
‘나에게는 고객이 있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마케팅의 대명제다. 고객이 원한다면 분명 이유가 있으며, 현재 내가 충족시키지 못하기에 고객으로부터 그 요구가 나오는 것이다. 비록 나에게 어려움과 제약이 따를지라도 고객이 원하는 것이면 거기에 답이 있고, 기회가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촉망받는 두 기업으로부터 우리는 ‘한계 상황에서도 고객이 답이다’는 어쩌면 너무 당연해 보이는 기본을 찾을 수 있다.
고객이 원한다면 위협요인을 기회요인으로 봐야‘사막에서 낙농업을 한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대부분은 생산자, 제공자 관점에서 바라보고 ‘왜 하는 거야’ 하면서 현실적 제약 요인으로 부정적 답을 할 것이다. 중동에서 낙농을 일으켜 세계적 혁신기업으로 인정받는 ‘알마라이’는 반대로 갔다. ‘고객이 원하면 기회가 있을 거야’는 생각으로 중동에 낙농시설을 만들어 신선한 유제품을 공급하면서 중동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중동의 기후는 낙농업에 있어 극한 환경이다. 하지만 이런 극한 환경을 고객 관점에서 오히려 기회로 보고 남들이 하지 않는 시도를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많은 중동 국가에서 낙농제품 수요가 많아지는데 현지 기반의 신선한 낙농제품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여기에 알마라이는 신선한 냉장 유제품을 원하는 중동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객지향성을 발휘했다. 그래서 비록 사막의 불모지이지만 수요 많은 대도시 인근에 신선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두고 그동안 만나지 못한 신선한 유제품의 빠른 만남이라는 소비자 가치를 실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