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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화 최명화&Partners 대표 인터뷰

마케팅, 한 방으로 끝내는 건 불가능 “착한 브랜드” 고객들이 떠들 때까지

장재웅 | 223호 (2017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변화의 속도를 가늠하기 어렵고 변화의 방향 또한 짐작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 변화에 가장 민감한 분야 중 하나인 마케팅 분야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기업들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고객 니즈에 직면했다. 그러나 과거의 마케팅 이론들은 해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극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진정성’을 갖고 장기적 관점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쳐나가야 한다. 또 혼자 모든 것을 하려는 것보단 합종연횡을 통해 완성된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조규원(홍익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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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의 발달이 촉발한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더 파편화됐으며 마케팅 채널은 더 다양해졌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기업의 제품 홍보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나 인터넷에 올라오는 제품 리뷰를 더 신뢰한다. 때문에 기업들이 마케팅에 큰돈을 들여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있다. 반대로 고객들이 나서서 제품의 장점을 찾아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적극 홍보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과거 마케팅의 기본 공식으로 여겨졌던 전통적 이론들은 갈수록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마케팅 분야가 발전하면서 다양한 마케팅 솔루션이 넘쳐나고 있지만 교통정리가 잘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마케터들은 새로운 마케팅 접근법과 전략을 찾지 못해 현장의 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마케팅 현장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DBR은 LG전자, 두산그룹, 현대자동차 등 국내 3개 대기업에서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일한 마케팅 전문가 최명화 최명화&파트너스 대표를 만나 극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어떤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지 물었다. 최 대표는 맥킨지앤컴퍼니 마케팅 컨설턴트로 시작해 B2B와 B2C 기업 마케팅 담당으로 일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LG전자 상무 시절에는 직접 마케팅한 냉장고가 인도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또 현대자동차에선 제네시스 론칭을 성공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과거의 마케팅 공식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고 있다. 현재 마케팅 패러다임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불확실성 시대에 마케팅의 역할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분들도 있지만 내 생각에는 오히려 다시 마케팅의 부흥기가 오는 것 같다. 마케팅의 역사에 대해 살펴보면 60년대 GE가 전략 마케팅(Strategy Marketing)이라는 말을 처음 썼다. 그 이전에는 마케팅이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 그러다가 70∼80년대 소위 말하는 STP라는 것이 처음 나왔다. 시장을 세분화(Segmentation)하고, 제대로 된 타기팅(Targeting)을 하고, 제품을 포지셔닝(Positioning)하는 등 기업이 계획하에 제품 마케팅을 할 수 있다는 이론들이 등장했다. 이전에는 마케팅을 프로모션 활동 정도로 생각했다가 이때부터 마케팅을 계획할 수 있고 생각보다 넓은 개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확산됐다. 이후 90년대에는 창의성(creativity)이 인기를 끌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지 못한 창의성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마케팅이 각광을 받았다. 그때는 그게 가능했다. 매스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 맥킨지(Mckinsey)가 이야기한 개념이기도 한 미디어 확산(media proliferation) 현상이 나타난다. 정보를 주는 사람에게 있던 주도권이 받는 사람에게로 이전되는 단계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면서 마케팅이 덜 중요해졌다는 말들이 나왔다. 굉장한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덜 중요해진 것이 아니라 마케터들이 변화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 듯하다.

2010년을 전후해서 최근까지 계속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3월29일에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구글 콘퍼런스 ‘Think 2017 with Google’을 다녀왔다. 여기서도 나온 이야기지만 어떻게 보면 기존의 이론적인 부분이 지금의 기술적인 부분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허둥대고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다. 기존 기업들의 경우 채널 등이 고착화돼 있고 커스터마이징이 쉽지 않은 구조를 갖고 있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마케터로서 이런 변화와 위기가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새로운 르네상스를 가져올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 일단 기술의 발전으로 정밀한 타기팅이 가능해질 것이고 지금까지는 블랙박스처럼 여겨지던 투자자본수익률(ROI·Return on Invest)의 개념도 훨씬 측정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그룹이 수년간 올림픽에 엄청난 돈을 썼고 현대자동차가 월드컵에 수천억을 썼지만 얼마만큼의 수익(Return)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내가 직접 현대자동차에서 그 일을 하면서도 정확한 수치를 내놓기가 어려웠다. 내부적으로 추산을 하지만 이 활동이 실제 소비자들의 구매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소비자들을 우리 브랜드에 유입시켰는지에 대해서는 항상 물음표가 붙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이런 부분이 개선되고 있다. 즉, 정교한 타기팅이 가능해지고 ROI에 대해서 더 정확하게 측정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그리고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과 같은 부분에서 커스터마이제이션을 더 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마케팅 측면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요즘같이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마케팅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며칠 전 책을 한 권 읽었다. 책에 ‘마케팅은 고객과 조직을 연결하는 능력’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굉장히 공감했다.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들 사이에서 몇 년 전부터 나오는 얘기가 “기업의 마케팅은 내가 무엇을 한다는 주도성의 개념이 아니라 기업이 드러나는 모든 활동 자체가 마케팅”이라는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제품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이 하는 모든 활동들은 기업의 매출에 영향을 끼치는 마케팅의 일부다. 내가 최근까지 자동차 회사를 다녔으니까 자동차 산업의 예를 들어보자. 테슬라는 자동차 회사일까? 나는 마케팅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테슬라가 많은 투자를 받는 이유도 테슬라가 마케팅 기업이기 때문이다. 또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모터스 CEO 자체가 엄청난 마케터다. 단순히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마케터가 아니라 자신들의 제품, 그리고 테슬라라는 기업 자체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떤 꿈을 심을 것이냐를 고민하고 이를 잘 수행한다. 일론 머스크가 탁월한 마케터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캘리포니아의 부유층들로 하여금 테슬라를 몰고 다닌다는 행위가 하나의 의미 있는 행위라고 생각하게끔 만들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사실 이용하기에 불편한 점도 있고 테슬라의 주 구매층들은 테슬라 자동차를 세컨드카나 서드카로 산다. 테슬라가 꼭 필요하지 않지만 소유한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테슬라를 소유한다는 것은 재력과 동시에 기술의 얼리어댑터임을 드러낼 수 있게 하고 또한 클린 재생 에너지를 지지하는 ‘미래를 생각하는 윤리적인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준다. 이 이미지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일론 머스크를 훌륭한 마케터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마케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드러나는 모든 시장의 활동에 편승해야 한다. ‘얼마만큼 잘 편승하느냐’에서 마케팅을 잘하는 기업과 못하는 기업이 차이가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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