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매뉴얼과 연습이 낳은 허드슨 江 기적 최악 상황 훈련해 최선을 낳자

153호 (2014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HR,운영관리

위기상황에서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1) 피해자에게 물적, 심리적 보호책을 마련한다.

2) 책임감이 있는 리더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3)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4) 끊임없이 대화하고 협력한다.

 

평소 위기에 대비하는 방법

1)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평소 훈련한다.

2) 재난 관련 기관의 협조와 친밀한 관계를 미리 구축한다.

3) 이전에 발생한 사고를 재평가하고 오랫동안 기억한다.

 

“리더는 구체적인 성과를 가져오는 분명하고 능동적인 조치들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리더는 일을 성사시키는 사람이며 어떻게마무리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다. 애플컴퓨터 전성기 시절에 스티브 잡스는진짜 리더들의 배(real leaders ship)’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리더는 일이 완료될 때까지 그 일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 워런 베니스와 버트 나누스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훈련받은 대로 자신의 업무를 충분히 이행하고, 모든 시스템이 예상대로 완벽하게 작동한다고 해도 100%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 애써야 하고 이런 노력을 이어가기 위해 더욱 혁신적이고 단호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정보와 법의 집행과 국가의 안위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미국의 안보를 지키는 데 필요한 모든 도구와 자원을 갖추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도록 대통령으로서 내 권한이 닿는 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우리의 정보와 법 집행과 국토 안보 시스템, 그 안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책임 있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나의 임무입니다. 나는 이런 책임을 완수할 것이며 모든 차원에서 이런 책임감이 발휘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는 바입니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2009년 크리스마스,

 알카에다의 암스테르담 디트로이트 항공기 테러 미수 사건 이후 발표문에서

 

세월호 사건은 이미 최악의 사례로서 해외 위기관리 학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미 일부 해외 학자들은 연구팀을 꾸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사건은 기업(청해진해운)과 정부가 눈감아주기식 비윤리적 행위로 위기유발자(crisis maker)역할을 했으며 위기관리자(crisis manager)로서는 무능함까지 보여줬다. 컨트롤타워, 매뉴얼, 위기대응부처 신설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어떤 훌륭한 위기관리 시스템도 정부와 기업이 무능함과 비윤리로 합작하는 상황에서는 정상적 작동이 불가능하다.

 

오바마의 말처럼 훈련받은 대로 업무를 충분히 이행하고 위기관리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해도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데 무능한 정부와 비윤리적 기업이 합작하는 곳에서 위기관리 시스템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물론 세월호 사건의 원인과 대응에 대해서는 반드시 백서가 나와야 하고 오랜 시간의 분석과 평가,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세월호 관련 위기관리를 분석하는 가장 중요한 렌즈는 위기 리더십이 돼야 한다. 리더는 매뉴얼과 컨트롤타워, 전문 인력과 훈련제도 등의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이러한 것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베니스와 나누스의 말처럼 리더는 일을 성사시키고, 마무리하며, 끝까지 관심을 갖고 이끌어가는 사람이다. 이 글에서는 세월호 사건을 위기 리더십의 관점에서 분석하면서 각종 시스템과 커뮤니케이션 등의 조치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해외 사례들과 비교하며 살펴본다.

 

 

1. 판단력 -‘순간탄력성

위기상황에서 리더의 의사결정은 속도가 중요할까, 아니면 정확성이 중요할까? 이상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 빠른 속도로 정확한 판단력을 발휘하는 능력을 필자들은순간탄력성이라고 부른다. 왜 위기상황에서 판단력은 탄력적이어야 할까? 어떤 사건을위기라고 부르는 이유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됐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를 통해 각종 위기를 접하게 되면 똑같은 위기가 반복된다고 생각하지만 위기에 처한 사람의 입장에서 모든 위기는 새롭게 느껴지게 돼 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위기관리를 가르치는 더치 레오나드 교수는모든 위기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며, 따라서 최선의 준비는 위기가 닥쳤을 때 바로 순간 대응을 잘할 수 있도록 조직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더는 기본 원칙을 지키되 각 상황에 맞는탄력적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더군다나 리더는 위기상황에서 항상 정보의 부족을 경험하게 된다. 최대한 바른 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순간탄력성이 발휘된 대표적 사례를 살펴보자. 비행기 기장이 속도와 정확성을 발휘한 사례로 <비즈니스위크>지가위기관리의 모범으로 꼽았다.

 

2009 115. US에어웨이 소속 1549편 여객기는 뉴욕의 한 공항을 이륙한 지 1분 만에 새떼와 충돌, 엔진 2개가 모두 고장 난 상태로 뉴욕 상공을 1㎞ 이하로 날고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관제소는 근처 공항으로 유도하려 했지만 조종사인 설렌버거 기장은 그러다가는 도시에 엄청난 인명 피해를 일으킬 수 있겠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뉴욕의 허드슨강 수면 위로 비상착륙을 시도, 승객과 승무원 155명을 모두 무사히 구조해허드슨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이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보면순간탄력성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알 수 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이 작성한허드슨강의 기적(Miracle on the Hudson)’이라는 제목의 세 가지 리포트(Case No. 1966.0; 1967.0; 1967.1)와 지난 41일부터 6일까지 진행된 케네디스쿨의 위기 리더십(Leadership In Crises)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 들은 강의 및 토론 내용, 케네디스쿨에서 위기관리 연구를 한 박소령 씨와의 인터뷰 및 석사 논문보스턴 테러 위기관리에서 소셜 미디어의 역할’, 지난해부터 필자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다양한 사례 연구들을 기반으로 정리해본다.

 

(1) 체크리스트(checklist)

‘허드슨강의 기적으로 인해 체슬리 설렌버거는 기장으로서 당연히 영웅이 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한 사람이 더 있다. 바로 설렌버거 옆에 있었던 부기장 제프 스카일스(Jeff Skiles). 비행기가 허드슨강에 착륙할 때 스카일스는 어떤 역할을 맡았을까? 착륙은 설렌버거가 주도했지만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스카일스는 비행기가 강가에 제대로 착륙할 수 있도록, 또 긴급한 상황에서 설렌버거가 침착하게 조종할 수 있도록 한 책자를 펼쳤다. 바로 체크리스트다. 그는 체크리스트를 따라 설렌버거가 지켜야 할 절차와 지시사항을 알려줬다.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이 자주 사용하는 두 가지 단어가컨트롤타워매뉴얼이다. US에어웨이 사례는 매뉴얼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 것에 대해 좋은 교훈을 준다. 매뉴얼의 핵심은체크리스트. US에어웨이는 사고 발생 불과 석 달 전 100쪽이 넘던 기업 위기관리 매뉴얼을 위기 현장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15쪽으로 간소화했다. 매뉴얼은 두꺼운 교과서나 책자가 아니라 불과 수십 초에서 1∼2분 사이에 살펴보고 위기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 형태가 돼야 한다.

 

위기상황에서 리더는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체크리스트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을 빼먹지 않고 의사결정 과정에 고려하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 순간탄력성을 발휘할 때 최악의 실수를 막는 역할을 한다. 또한 리더는 위기상황에서 워낙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체크리스트를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위기상황에서 체크리스트를 따라 꼼꼼히 확인을 해줄 참모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2) 풍부한 경험과 실전 연습

설렌버거 기장과 스카일스 부기장은 모두 16살 때 비행기 조종 자격을 받았다. 2009년 사고 당시, 설렌버거가 19500시간, 스카일스는 2만 시간의 비행 경력을 갖고 있었다. 풍부한 경험을 가진 스카일스지만 비행편이 줄어들어 부기장으로 1549편을 조종하게 됐다. 스카일스는 당시 비행기 기종이었던 에어버스(Airbus) 320 조종 면허를 딴 지 얼마 되지 않아 눈이나 얼음이 활주로에 있을 때는 이착륙 조종은 엄격하게 금지됐다. 세월호가 사고 당시 경험이 적은 항해사가 조종하고 있었던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체크리스트가 잘 만들어진 매뉴얼을 가지고 있으면 위기 대응이 효과적으로 이뤄질까? 매뉴얼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 훈련을 해야 한다. 위기 대응 사전 훈련은 두 가지 기능을 한다. 매뉴얼에 따른 절차가 효과적인지 테스트를 하고 매뉴얼에 따라 실제 적용할 수 있지를 알아보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사전 훈련 없이 매뉴얼은 책장에 있고, 훈련은 대충하는 상황에서는 그 어떤 매뉴얼이나 시스템도 소용이 없다. 매뉴얼이 운전면허 필기시험 교재라면 연습은 실기시험과 도로주행에 해당된다. 매뉴얼을 갖췄다는 것은 운전면허시험에서 필기시험에 합격한 상태라고 보면 된다.

 

US에어웨이에서 사전 훈련이 실제 위기상황에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자. US에어웨이 1549편이 새 떼와 부딪치자마자 조종사들은 트레이닝에서 배운 3가지 원칙 ‘Aviate, Navigate, Communicate’를 자동적으로 떠올렸다. 3가지 원칙은 위기상황에서도 계속 비행기가 날도록 신경 쓰면서(aviate), 어떤 경로를 택해야 할지 찾아보고(navigate), 컨트롤타워, 승무원, 승객에게 그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소통하는 것(communicate)이다.

 

그렇다면 설렌버거는 물에 착륙하는 기술(ditching)에 대한 훈련을 실제 받았을까? 그는 이 기술을 비행 시뮬레이터(flight simulator)를 통해서는 훈련받지 못했다. 미국의 어떤 민간 항공사도 비행 시뮬레이터로 물에 착륙하는 훈련 시설을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는 조종사들을 위한 수업시간에 교실에서 이 훈련을 받았다. 매우 드문 경우다. 시설이 없어 직접 훈련이 힘든 상황에서 교실에서라도 훈련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실 훈련이 다른 경험과 함께 시너지를 발휘해서 실제 상황에서 효과를 냈다. US에어웨이는 조종사뿐 아니라 취항하는 공항마다 매년 3회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모의 위기관리 훈련을 실시한다. 승무원들은 매년 원거리 교육 및 교실 교육, 파일럿 등과 함께하는 교육(joint training session)을 이수한다. US에어웨이는 사고 한 달 전에 항공기 추락 상황과 같은 최악의 상황을 놓고 치밀한 모의연습을 했다.

 

이러한 모의연습은 항공사뿐이 아니다. 한국계 학생의 총기 난사로 수많은 학생이 희생된 미국 버지니아공대는 지금도 모든 학생과 교직원이 참여하는 실제 상황과 같은 위기훈련을 매년 몇 차례 실시한다. 지난 426일 영국 런던시티공항에서는 모의 비행기 충돌사고 대비 훈련이 진행됐다. 소방관과 참가자들은 3일간 실제로 사고가 발생한 듯 실감나는 모의 상황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비행기 형체는 부서져 있고 현장에는 잔해가 널려져 있으며 승객들은 피투성이가 된 채 곳곳에 쓰러져 있다. 런던소방서가 주관한 이날 훈련은 역대 훈련 중 가장 큰 규모로 실시됐다. 위기훈련은 전쟁훈련과 같다. 경각심을 갖고 끊임없이 실제상황과 유사하게 훈련해야 한다. 몸과 마음이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바르고 빠른 순간탄력성의 발휘는 리더가 똑똑하다고 되는 게 아니다. 풍부한 경험과 실전 연습에서 길러지는 것이다.

 

3)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최선의 결과가 나온다

‘사전 예방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은 사람이나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면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확실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인간은 발생하지 않는 사건에 대해 희망적으로 사고하려는 경향(wishful thinking)을 갖고 있다. 부정적인 상황의 가능성이 희망적인 상황과 거의 같다고 해도 부정적인 상황은 지워버리기 마련이다.

 

필자들이 취재한 재난보도에 투입된 한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어느 한 곳에서만이라도 브레이크를 걸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한 곳, 한 지점이 없었다.” 세월호 사건은 기업과 이를 감시해야 할 정부의괜찮겠지하는 허술한 사고(思考)가 엄청난 사고(事故)를 부른 것이다. 노후화된 배를 수입하고 해운조합에 안전 운항 관리의 책임을 맡겼다. 세월호는 무리하게 증축됐으며 청해진해운의 선박은 자주 고장과 사고를 냈다. 세월호가 출항할 때 평형수가 제대로 들어가 있는지, 과적하지 않았는지 제대로 점검되지 않았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한 사람만 제대로 역할을 다했더라면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위기에 대비한 선원 교육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이뤄졌다면 참사를 막을 수도 있었다. 선박과 운항을 둘러싼 모든 곳에 구멍이 뚫렸다.

 

지난 2011 829일 허리케인 아이린이 미국을 강타했다. 블룸버그 당시 뉴욕시장은 사전 예방의 원칙을 철저하게 지켰다. 뉴욕시는 8337편의 항공편을 취소했고 5개 공항의 항공편 착륙을 전면 중단했다. 주민 37만 명을 대상으로 첫 대피 명령이 발효됐고 뉴욕시 지하철과 버스운행이 중단됐다. 자연재해로 인한 운행 중단은 이번이 처음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공연이 중단됐으며 450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사고 예방을 위해 핵발전소 2곳의 가동이 중단됐다. 아이린이 큰 피해 없이 지나간 후 일부 사람들은 대피와 관련해서 뉴욕시와 미디어의 과대 선전에 과민하게 대응했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과학자들과 토목과학자들, 저널리스트와 시민들은 뉴욕시가 대응을 잘했다고 평가했다.

 

위기에서는 조직 내부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리더에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이야기를 하는 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도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리더는 이런 점을 고려해 미리레드팀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레드팀은 미국 드라마뉴스룸을 통해 잘 알려지기도 한 개념이다. 일종의의도적 견제팀이다. 즉 뉴스룸에서 취재팀이 조사와 심층 취재를 통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 보도를 하려고 할 때 그것이 정확하고 제대로 취재돼 보도할 만한 근거를 갖고 있는지 검증한다. 모든 것을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봐서 오점이 없는지를 찾아내게 한다.

 

정보기관도레드셀을 운영한다. 극도로 보안이 요구되는 정보관리 분야에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검증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이 필요하다. 위기상황에는 더욱 레드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긴장과 엄중함에서 사건을 다루면서도 뉴스는 속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바로바로 대응하면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레드팀일 수도 있고 객관적 전문가일 수도 있다. CEO는 위기에 닥쳤을 때 객관성과 전문성을 갖춘 또 하나의 팀을 갖고 있어야 한다. 레드팀은 CEO를 견제하면서 그가 잘못 판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2. 커뮤니케이션 - 피해자 중심

위기관리 전문가인 짐 루카셰프스키(Jim Lukaszewski)는 위기관리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제대로 관심을 받지 못한 분야가피해자 관리(victim management)’라고 했다. 세월호 사건에서 피해자는 실종자, 사망자, 구조자, 가족 등이다.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와 방법을 수립할 때 항상 피해자를 중심에 두고 생각해야 한다. 메시지는 피해자를 향하지 않더라도 피해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레드팀이 이러한 역할을 해줄 수 있다.

 

1) 피해자 보호 프로그램은 물적, 심리적으로 제공해야

위기상황에서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보호 프로그램을 물적·심리적 차원에서 제공해야 한다. 또 무엇보다 이를 즉각 제공할 수 있도록 평소에 준비해야 한다. 먼저 물적 차원의 피해자 보호 프로그램을 보자.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US에어웨이 사건 당시 항공사는 고객들이 필요한 것을 살 수 있도록 특별 신용카드를 배포하고, 탑승객들에게 잃어버린 소지품 대체 비용으로 5000달러씩을 먼저 지급했다. 직원들에게는 약품과 마른 옷을 지급하고 운전면허증 없이 집까지 차를 운전할 수 있도록 렌터카 업체와 연계해 서비스를 제공했다. 물론 이는 사전에 준비된 시스템이 있었고 최고재무책임자의 책임에 따라 즉각적인 승인이 이뤄졌기에 가능했다.

 

심리적 차원의 피해자 보호 프로그램이란 어떤 것일까?

 

미국 사회는 9·11 테러 사건 이후 국가 단위의 심리적 재난에 봉착했다. 국가 전체가 심각한 트라우마에 빠진 것이다. 2001년 이후 미국 사회는 심리적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제도와 교육, 인력, 예산 등을 편성해 대처해왔다. 2013년 보스턴 테러 사건에서는 피해나 가족 외에 일반 시민들도 심리치료 지원을 받았다.

 

428일 보건복지부는 안산에 트라우마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포함한 다양한 질병과 고통에 대해 치료할 예정이며 3년 정도 유지할 계획이다. 그러나 52일 현재 진도 현지의 실종자 가족은 커다란 체육관에 함께 머물고 있다. 이들은 분리와 보호의 원칙으로 보호받지 못한 상태에서 언론과 일반인에게 노출돼 있다. 안산의 한 대형 병원에서는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는 생존자들이 같은 병원으로 돌아온 희생자의 소식을 들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심리적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생존자 교사들도 현지를 떠나지 못했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교감 선생님은 추가 희생자가 됐다. 그리고 이 사건이 국가적 차원의 심리적 재난으로 발전하는 가운데 또 다른 피해자인 국민들은 심리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었다. 국민을 향한 상담센터는 여전히 열리지 않았다. 우리 사회는 치유와 회복과 관련한 동시적 대처 프로그램을 아직 갖지 못했다.

 

2) 리더의 핵심 메시지는 책임감이다

기업에서 안전사고 혹은 부정부패 사고가 발생하면 우리는 종종회장님 대노(大怒)…”라는 기사를 접한다. 물론, 리더는 각종 사고에 대해 직원들에게 화가 나겠지만 그보다 먼저 피해자 혹은 대중에게 보여야 할 것은 책임감 있는 메시지다.

 

이번 사건에서 대통령에게서 먼저 나온 징벌적 메시지는 시기와 우선순위의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았다. 장관이나 담당 공무원들은 위기상황에서 모든 아이디어를 써서 적극적으로 임하기보다는 일단 책임으로부터 피하고 싶은 심리가 발동됐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대통령의 메시지로 필요한 것은 3가지다. 첫째, ‘우리는 하나의 위기관리팀이다.’ 둘째, ‘최종 책임은 내게 있고 내가 진다.’ 셋째, ‘예산을 포함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구조하라.’ 대통령은 3가지를 모두 놓쳤고 이러한 국가적 재난상황의 컨트롤타워로부터 자신을 분리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이번 사건의 안전관리는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청와대에 국가안보는 있었고 국민 안전은 없었다. 신뢰받을 만한 컨트롤타워가 국민의 시야에서 사라진 것이다. 2005년 카트리나 늑장 대처로 위기에 빠진 부시 전 대통령을 도와 현장을 지휘한 합동 태스크포스(TF) 사령관 러셀 아너레이 당시 제1군사령관(64·중장)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모든 재난 사고의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이다. 카트리나 사태를 지휘하면서 능력 있는 리더는먼저 보고, 먼저 이해하고, 먼저 행동해야 한다 3대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최종 결정을 해야 하는 선장과 해경은탈출하라는 결정과 명령을 마지막까지 피했다. 해양경찰청과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와 총리가 지휘한 대책 체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위기관리시스템은 일주일 후에 도착한 장비와 열흘 후에 도착한 장비가 구조를 위한 결정적 시간인 골든아워(Golden Hour)에 오도록 하는 것이다.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리더가 먼저 책임지지 않으면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2010 17일 성탄절 항공기 테러미수 사건 관련 대국민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남 탓을 할 수 없는 까닭은 제가 최종 책임자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나라와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안전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책임은 제게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에서는 사고 발생 3주가 넘도록 뚜렷하게 책임을 지고 지휘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고 이는 이번 위기관리에서 심각한 실패의 영역으로 기록될 것이다.

 

실무자가 책임감을 보이며 위기관리를 제대로 한 경우도 있다. 지난 2월 부산 남외항 앞바다에서 라이베리아 국적의 8 t급 화물선 캡틴 방글리스호가 배에 기름을 공급해 주던 460t급 유류공급선 그린플러스호와 충돌하면서 기름유출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해경 2명이 로프에 매달려 기름을 온몸에 뒤집어 쓴 채 가로 20, 세로 30㎝의 구멍을 나무쐐기와 기름 흡착제로 막았다. 이 장면은 사진으로 언론에 널리 알려졌고 사람들은 그 모습에 감동했다. 실무자이지만 최후의 책임이라는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처럼 위기 리더십은 최상위 리더뿐 아니라 현장에 있는 실무자, 전문가들도 발휘할 수 있다. 대통령은 징벌자로서 나서고 국무총리는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사퇴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3)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제시하라

Keep Calm and Carry On(평상심을 유지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라).”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정부가 독일군의 대규모 공중 폭격이 예상된 상황에서 만든 포스터다. 인쇄까지 됐으나 실제 사용되지는 않았다. 2000년에 어느 서점에서 발견된 이후 특별한 디자인과 메시지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고 다양한 형태로 변형돼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영국 왕실의 상징과 색, 담백하고 분명한 단 18자의 문자만으로 전쟁에서 영국 국민이 취해야 할 자세와 태도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조지 6세는 전쟁의 최종 책임자로 독일에 선전포고를 했다. 영국의 왕자들은 군인으로 참전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

 

영국 국민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만든 이 포스터는 전쟁에서 정부가 해야 할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국가적 재난을 맞이한 정부의 메시지는 이렇듯 국민의 눈높이에서 공감을 얻어야 하고 지침의 내용도 명쾌해야 한다. 리더십과 신뢰의 측면에서 혼란과 혼선을 거듭한 정부는 국민에게 담백한 당부의 내용을 담은 메시지를 사용할 수 없다. 국민과 정부와의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지금 세월호 침몰사건이 그렇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위기관리 전문가인 아놀드 호윗 교수에 따르면 재난상황에서 정부는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하고(Say What You Know), 취하고 있는 조치를 말하는 것(Say What You’re Doing)과 함께 시민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말해야 하고(Say What Others Should Do), 위기에 대한 해석을 제공해야(Offer Perspective)한다. 위기관리자로서 정부가 국민들과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사실 제공뿐 아니라 국민들이 위기를 어떤 방향에서 바라봐야 하고, 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한다.

 

위기관리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은 상호 대화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건에서 커뮤니케이션은 언론과 희생자, 실종자, 유관기관 관계자 등의 대화가 기본 포맷이다. 그러나 정부는 일방적으로 홍보했다. 정부 대변인들은 훈련되지 못했고 위기관리에서 위기를 불렀다.

 

4) 커뮤니케이션은 태도이고 대화며 협력이다

위기대응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은 본질적 상황만큼이나 중요하다. 특히 세월호 침몰사건에서는 해경부터 청와대까지 위기관리자의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이는 피해자들에게 2, 3중으로 상처를 안겼다. 대책본부는 내부 소통과 협업 과정에서 능숙하지 못했고 부처 간 칸막이는 그대로 유지됐다. 유사 시 하나의 팀, 하나의 목소리라는 대전제 아래 공동 브리핑(Joint Press Briefing)을 기본으로 하고 분야별로 필요한 내용은 따로 브리핑을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사실 확인부터 흔들렸으며, 별도 브리핑으로 각자 움직였고, 내용은 각기 달랐다. 정확하게 말하고, 자주 말한다는 원칙 또한 흔들렸다. 수많은 대변인들은 끊임없이 말실수를 이어갔고 새로운 위기를 만들었다. 결국 피해자 가족들이 정부를 불신하는 결정적 원인이 됐고 많은 국민의 분노를 불렀다.

 

위기관리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은 상호 대화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건에서 커뮤니케이션은 언론과 희생자, 실종자, 유관기관 관계자 등의 대화가 기본 포맷이다. 그러나 정부는 일방적으로 홍보했다. 정부 대변인들은 훈련되지 못했고 위기관리에서 위기를 불렀다. 언론을 통해 혼선은 증폭됐고 대책본부는 국민과 대화채널을 갖지 못했다. 대책본부의 소셜미디어 채널은 현장과 국민 사이에서 실시간으로 작동되지 못했다. 루머를 잠재울 정확한 사실을 전달해야 하는 직접 채널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부는 국민의 걱정과 우려를 유언비어와 루머라는 틀에 가두려 했다. 잘못된 대처와 잘못된 소통이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지난 해 미국 보스턴 테러의 수사 과정에서 지방정부와 경찰서, FBI는 공동 브리핑(Joint Press Briefing)을 실시했다. 그리고 실질적인 대표 채널을 경찰서(BPD) 공식 트위터로 집중시켰다. 공식 발표는 언론과 국민에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동시에 전달됐다. 수많은 시민들이 보스턴 테러 용의자로 의심되는 사진들을 경찰에게 알렸고 결국 전 세계에 보스턴 경찰서는 이러한 소식을 타전했다. “체포! 추적은 끝났습니다. 수색은 끝났습니다. 테러도 끝났습니다. 정의가 승리했습니다. 용의자는 체포됐습니다.” MEMA(매사추세츠 주 재난관리청)와 보스턴경찰서는 수년간 소셜미디어를 운영했고 끊임없이 시민과 대화했다. 현장에서 가장 정확한 정보를 가장 빠른 통로를 통해 직접 세계로 전달한 것이다. 보스턴 테러 당시 위기관리는 커뮤니케이션의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서 눈여겨볼 것은 이들이 위기발생 7년 전(2006)부터 보스턴 경찰서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먼저 시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활발하게 정보를 공유하면서 신뢰를 쌓아왔다는 점이다. 또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에게 전권을 주고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도록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우리 사회는 커뮤니케이터를 훈련시키지 못했고 시민과 대화채널을 확보하지 못했다.

 

위기상황에서 서로 다른 부처, 정부와 기업이 만나서 인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위기관리가 성공하기 힘들다. 평소 훈련을 통해 개인적인 관계를 쌓으면서 하나의 위기관리팀으로서 팀워크를 다져야 한다.

 

3. 앞으로 해야 할 일

공무원들은 위험 상황이나 현장 행사가 생기면 사무실에 항상 비치된 비상용 노란 점퍼를 습관적으로 입는다. 노란 점퍼는 공무원에게 위기관리에 나서는 상징물이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 이후 총리와 장관들이 입은 노란점퍼는 무능과 형식의 상징이 됐다. 새로운 위기관리에 대한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위기 예방자 겸 관리자로 정부 리더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1) 미리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평시에 훈련하라

지난 해 보스턴 마라톤 테러사건이 발생했을 때 FEMA(연방재난관리청) MEMA가 움직였다. 2001년 뉴욕 테러사건 이후 MEMA는 보스턴 지역에서 있을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가정하고 꾸준히 훈련했다. 정부기관은 물론 100여 개가 넘는 유관단체와 함께 상황 대처능력을 키우기 위해 정기적으로 시뮬레이션 중심의 교육을 받았다. 미국 앨러배마 주의 터스컬루사 시장 월터 매덕스는 2009년 매릴랜드 주에 위치한 위기트레이닝센터에서 66명의 시공무원들과 함께 1주일 동안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위기대응 훈련을 받았다. 2011년 터스컬루사시가 2주간 강력한 허리케인으로 최악의 자연재난을 당했을 때 비록 53명이 사망했지만 일주일 만에 도시 시스템은 정상으로 전환됐다. 이 같은 재빠른 대처가 가능한 이유는 2년 전에 받았던 훈련과 그 이후의 꾸준한 개선 작업 덕분이었다.

 

‘허드슨강의 기적당시 정부와 협조해서 승객들을 구조했던 것은 허드슨강의 페리 회사 NYWW(New York Waterway). 뉴욕 주는 페리(ferry) 회사에 3개월마다 안전 및 구조 연습을 하라고 요구한다. NYWW는 얼마에 한 번씩 했을까? 이 회사는 심폐소생술(CPR)을 포함한 위급상황 대응 훈련을 매달 실시했다. 정부 기준보다 많이 훈련한 것이다.

 

한국은 수십 년 동안 관성적으로 실시해온 민방위 훈련과 을지훈련에서 개혁이 필요하다. 기존 매뉴얼과 도상 훈련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무력할 수 있다. 숱한 시간과 예산, 인원이 투입되고 반복한 훈련이 무용지물이 됐다면 이것부터 정상화해야 한다. 전 국민이 참여하는 민방위 훈련과 모든 공무원이 참여하는 을지훈련 시스템이 제구실을 하지 못한다면 혁신해야 한다. 또 부처의 안전 및 재난관리 부서는 힘없는 지원부서로 분류되고 매뉴얼 작성은 팀 막내가 도맡는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

 

위기대응 준비를 매뉴얼이 아닌 현실감 있는 시뮬레이션 중심으로 축을 옮겨야 한다. ‘문서가 아니라으로 위기 대응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그래야 컨트롤타워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으며,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매뉴얼이 가진 문제점이 무엇인지, 현장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위기관리 전문가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누구의 도움이 필요한지 등의 문제들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개선안을 마련할 수 있다.

 

2) 협조 체계와 친밀한 관계를 미리 구축하라

2009년부터 올해 초까지 FEMA의 넘버 2 역할을 했던 리처드 세리노는위기에 닥쳐서 명함을 나누지 말라고 조언했다. 무슨 말일까? 현대의 위기는 대형화, 복잡화되면서 어느 한 기관이 모두 관리할 수 없다. 위기 시 다양한 전문가와 정부부처, 민간인, 외국인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 위기상황에서 서로 다른 부처, 정부와 기업이 만나서 인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위기관리가 성공하기 힘들다. 평소 훈련을 통해 개인적인 관계를 쌓으면서 하나의 위기관리팀으로서 팀워크를 다져야 한다.

 

2009 US에어웨이 불시착 당시 NYWW(New York Waterway)는 허드슨강에서 34개의 배를 운행하고 있었다. 이들은 허드슨강에 비행기가 불시착하자 정부 부처와 협조해서 신속하게 구조 활동을 도왔다. 이는 평소 쌓아온 협조 체계 덕분이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에서도 위기 대응팀들은 이미 테러 발생 이전부터 훈련을 통해 익숙해졌고 편하게 서로의 이름을 부를 만큼 친숙했다(First Name Relationships). 보스턴은 테러가 발생했지만 신속하고 능숙하게 대처했고 모든 관계자들이 협력해서 문제를 풀었다. 지방정부와 검찰, 소방관, 경찰서는 하나의 팀으로 움직였다.세월호 사건 당시 대통령은모든 자원과 인력을 총동원하라고 명령했지만 현장에서 이러한 총동원이나 협조체계는 찾아볼 수 없었다. 평소 협력체계와 관계형성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는 증거다.

 

3) 기억을 지속하라

보스턴 마라톤 테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2014 4월 하버드대는 이 사건을 위기관리 관점에서 분석한 백서를 내놓았다. 이들은 보스턴 마라톤 테러 당시 현장에서 위기관리에 관여했던 사람들을 심층 인터뷰해서 연구보고서를 만든 뒤 다시 사실 확인 작업을 거치고, 위기관리 전문가 100명을 초대해서전문가 대화(expert dialogue)’라는 세션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하버드대는 보스턴 마라톤 테러에서 배울 점과 정부가 개선해야 할 추천항목 등을 정리했다. 이 항목들은 백서에 포함됐다. 백서가 발간되자 대표 연구자와 보스턴 마라톤 테러 당시 위기관리를 지휘했던 공무원은 의회에 나가 증언했다. 정치인들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위기를 단순히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시스템을 개선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로 만든 것이다. 416일 이후 정부와 언론은 모두 세월호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앞으로 우리는 세월호에 대한 기억을 지속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부의 일시적 징계는 효과가 없다. 분명하고 투명한 처벌이 필요하다. 이것은 제도적이고 심리적인 처리 과정으로 국민이 이를 인식하도록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 이것도 또 하나의 치유다. 이후 심층적인 분석을 거쳐 1년 뒤 청문회가 열리고 백서가 발간돼야 한다. 급하게 내놓는 분석은 또 하나의 문서 실적으로 그칠 뿐이다. 시스템과 매뉴얼은 지속적으로 평가되고 수정돼야 한다. 빨리 잊는 것이 최악의 대처고 최악의 복구다.

 

위기 발생 이전의 노력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키티 히긴스 위원은 성공적인 위기관리 사례였던 US에어웨이의 사례를 놓고항공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불시착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US에어웨이 최고경영자인 더그 파커는 정작허드슨강의 기적이란 표현을 싫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게 이 사건은 기적이 아니다. 철저하게 미리 훈련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 등 성공적인 위기관리 사례에서 역시 같은 교훈을 얻는다. 보스턴시가 위기상황에서 강력한 통제력과 협조체계를 가동하고, 시민들과는 공감과 치유, 소통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보스턴시의 위기 대응이 아니라 사전 준비다.

 

평시에 협력 훈련을 하지 않으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일사불란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컨트롤타워와 매뉴얼도 평상시 훈련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필자들이 성공적인 위기관리를 위해 한 가지 조언을 한다면 바로 이것이다. “위기 발생 이전의 노력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정부가 내놓은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위기관리에 적용해야 한다. 이는 평소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위기 대응 훈련과 노력을 정상으로 바꾸는 것이다. 안전과 재난 담당 공무원의 지위와 책임을 정상으로 바꿔서 이들이 정상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리더십은 리더(leader)가 배(ship)를 이끄는 역할이다. 위기관리 원인과 대책에 대한 수많은 비판과 분석이 나오지만 결국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은 리더가 져야 한다. 항해하는 배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이 필요하지만 최종 책임은 선장에게 있다.

 

김호더랩에이치 대표 hoh.kim@thelabh.com

김호 대표는 위기관리 전문 컨설턴트로 한국외대에서 불어와 철학을 전공하고 미국 마켓대에서 PR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기업의 사과문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쓰고 있다. 전 세계에서 17명만이 가지고 있는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공인 트레이너(CMCT). 글로벌 PR컨설팅사 에델만의 한국법인 대표를 지냈으며 저서로 <쿨하게 사과하라(정재승 공저, 2011)>가 있다.

 

유민영 에이케이스 대표 navy@acase.co.kr

유민영 대표는 위기관리 전문회사인 에이케이스(www.acase.co.kr)에서 대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성균관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정부, 정치, 기업, 시민사회, 언론 등에 대해 다각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위기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청와대 보도지원비서관(춘추관장)을 지냈으며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과 메시지 전략을 강의했고 피크15 커뮤니케이션 대표를 맡았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